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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한밤중의 축제
작가 : 에포티
작품등록일 : 2017.11.14

할로윈 데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외국으로 간 패기넘치는 신입 유지현. 신비스러우면서도 기이한 느낌의 마을을 발견해 그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놀랍게도 마을은 매우 평범하고 활기가 넘쳤으며, 가끔씩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말고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지현의 두려움은 다음날,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싹을 틔웠다.

 
모든 일의 시작
작성일 : 17-11-16 10:32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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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늘한 공기가 진갈색의 콘크리트 건물 위로 내려앉는다. 난방이 잘 되지 않아 바깥의 날씨가 그대로 피부에 닿아왔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기세에 유지현은 어깨를 크게 움추렸다가 폈다. 이번에는 괜히 코가 간질거려 힘을 주어 쓸어내린다.

 킁, 킁, 킁.

 무언가가 자꾸만 거슬렸다. 그것은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의 윗사람 때문도 아니었고, 뒤에서 아까부터 무언가 뽀시락대는 소리를 내는 후배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뒷목이 서늘한 느낌. 그래,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말이다.

 

 유지현은 쭈뼛쭈뼛 고개를 들었다. 목 뒤의 잔털을 괜히 손으로 쓸어내려보지만, 뒷목이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명백했다.

 

 "유지현, 내 말 듣고 있는 건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쌍의 눈동자가 열기로 끓어오르는 듯 하다. 자신의 이름을 굳이 강조하며 질책을 가하는 남자의 눈빛은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유지현은 양 옆, 그리고 뒤쪽으로 짧게 시선을 준 후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듣고 있습니다."

 "눈이 벌써 풀렸는데? 주변의 선배들을 좀 봐라. 눈이 아주 그냥 똘망똘망하지 않냐. 보고 좀 배워야지."

 

 똘망똘망은 얼어죽을. 흐리멍텅한 동태 눈깔 뿐인데요.

 유지현은 어깨를 한 번 들어올린 후 내렸다. 그녀의 얼굴은 옅은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은 이내 그녀가 아닌 자신 뒤에 있는 ppt를 향했다.

 

 "그럼, 계속하지. 다시 말해서, '할로윈 데이' 란 건 말이다..."

 

 남자는 고저없는 음성으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래서 말이야..유지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책상 위로 엎드렸다.

 

 축 처진 눈에 편안한 옷차림,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높게 올려 묶은 말총머리까지. 남자, 자신의 사장에게 굴복하지 않는 대담함. 외관상으로나 태도 면에서나 유지현은 영락없는 전문 기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그녀는 이 회사에 들어온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신입 중의 신입이다.

 보기엔 이래보여도 신입으로서 제대로 된 기사를 쓰겠다는 열망이 마음 속에 가득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패기 넘치는 신입이라고 칭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오직 기사 뿐 이지, 자신의 사장이 열심히 강의하는 할로윈 데이의 유래 따위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었다.

 따분해라. 그녀는 책상에 엎드린 채 중얼거렸다. 비단 그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따분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아, 이거 말했던가? '할로윈 데이' 란 건 말이다..."

 

 다섯 번, 무려 다섯 번이었다. 그녀는 사장을 향해 측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 한 바퀴 끝나면 다시 똑같은 말을 시작하겠지. 사장의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고, 미처 깎지 못한 수염이 흐늘거렸다. 단추 터지겠다. 크게 요동치는 복부를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사장의 아내란 건 진짜 있는 걸까. 그렇다면 항상 터질 듯한 셔츠를 꿰메느라 하루를 허비하지는 않을까.

 어느새 그녀는 그녀만의 망상에 빠지게 됐고, 그 때문에 듣지 못했다.

 무려 여섯 번째 똑같은 말을 한 후, 사장이 그녀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꺼내는 것을.

 

 "자, 그래서 이번 기사 맡을 사람?"

 

 정신을 차려보니 들리는 것은 '기사' 라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한 단어였고, 그녀가 깜짝 놀라 망상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눈앞에 손이 가득했다. 소규모 회사, 아니. 어쩌면 회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갈빛 건물 속에서 그나마 여유를 부릴 정도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선 그때그때의 기회를 잡아야했다. 그렇기에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사람은 없었다.

 질문 바로 앞의 말도 듣지 못했다. 무슨 주제에 대한 기사인지도, 무엇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손을 들었다. 방금 자신이 들었던 '기사', 그 한 단어 때문에.

 

 사장은 눈 앞에 그득한 손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기사를 쓰고 싶다고 모두가 쓸 수는 없는 일. 잡지에 들어갈 기사라면 두 세 명 정도로 충분했다. 그는 말했다.

 

 "그럼, 맨 앞부터 어디가서 취재할 것인지 말해봐."

 

 장소가 중요한 건가?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취재하고자 하는 장소를 찾는 것을 보니 기사 주제 자체는 포괄적인 듯 했다. 그녀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맨 앞의 누군가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정신병원에 가서 조사하겠습니다!"

 "귀신의 집이요!"

 "최고의 자살 명소요."

 

 기사를 쓰는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의 장소가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그녀의 차례가 왔다. 유지현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눈동자를 우측으로 한 껏 옮긴 얼굴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외..외국이요?"

 

 *

 정신을 차리니 보이는 것은 공항의 모습이었다. 이른 시각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공항의 진풍경을 흐리게 응시하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속았어..."

 

 자신이 외국을 말했던 때, 모두가 순간 침묵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특히, 사장의 박수소리가 가장 컸다. 뭉툭하고 투박한 손을 연신 맞부딪히며, 사장은 큰 소리로 말했다.

 

 "역시 신입이야. 기존 선배들과는 스케일이 달라, 스케일이! 너희들도 좀 보고 배워라. 너희들처럼 심령장소 쬐끔 들춰보겠다는 게 아니라 아예 외국으로 가겠다는 저 포부! 열정! 난 감동했다!"

 "아...저기."

 

 당황스러운 표정의 그녀 앞으로 사장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최고' 표시를 만들며 말했다. 역시,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로.

 

 "유지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 꼭 보여주길 바란다."

 

 그녀는 그저 어정쩡하게 선 채 입을 오물거릴 따름이었다. 그리고 취재 당일, 그녀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장이 땀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설명했던 그것. 바로 그 '할로윈 데이' 에 어울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제야 사장의 반응도, 사람들의 선정 장소 목록도 이해가 갔다. 붉은색의 커다란 캐리어에 몸을 기대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누가 할로윈 데이 기사 쓰려고 외국까지 가냐고..."

 

 아무리 자신의 신세를 한탄해봤자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곧 그녀는 캐리어를 끌며 천천히 목적지로 걸어갔다. 사장의 불도저 같은 추진능력으로 얻은 항공 티켓은 미국행. 그녀는 손 끝 에서 팔랑대는 티켓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살아생전 얼마 가보지도 못한 미국을 이런 식으로 가게 되네."

 

 그래, 미국은 좋은 나라지. 무엇보다 밥도 맛있고. 애써 희망찬 생각을 하며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그저 내 생각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 여행이 즐거울 지도 몰라. 작은 노트북 하나와 함께하는 여행. 이 얼마나 지적인가. 그녀는 얼굴을 환한 미소로 물들였다. 성큼성큼 걷는 그녀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아야야..."

 

 앞에는 엉킨 머리털과 수염이 무성한, 거지꼴의 남자가 자신의 가방과 뒤엉킨 채 넘어져있었다. 그는 아픈 기색을 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유지현의 눈빛은 멍하다 못해 가라앉아 있었다. 남자의 가방에서는 미처 닫히지 않은 물감통 속 물감이 줄줄 흘렀다. 유지현은 그것을 치우려 손을 뻗었으나 그것보다 빠른 것은 남자의 손, 그리고 말이었다.

 

 "아, 치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괜찮습니까?"

 

 투박한 영국식 말투. 남자의 말투는 그 외관만큼이나 낮고 거칠었다. 그녀 역시 영어로 대답했다.

 

 "전 괜찮아요. 제가 앞을 제대로 안봐서 부딪혔는데, 당신이야말로 괜찮아요? 정말 죄송해요."

 "물론 괜찮습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자는 옷을 훌훌 털고 일어선 후, 반쯤 열린 가방을 그대로 닫고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끔씩 생기는 우연적인 일이니까요. 그럼, 이만."

 "아, 예!"

 

 이윽고 남자의 등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유지현은 가방을 재정비하고 걷기 시작했다. 세상에. 진짜 쿨하다. 거친 머리털 사이로 보이던 남자의 칼사이트 같은 잿빛 눈동자를 되새기며 그녀는 입에 미소를 그렸다.

 

 "가방에서 물감이 줄줄 새던데... 정말 괜찮은 거려나."

 

 남자의 점퍼에는 작지만 튀는 색으로 'ART' 가 쓰여 있었다. 가방에서 흘러나오던 물감까지. 아마 남자는 미술 쪽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 그게 중요할까. 어차피 다시는 안 만날 사람일텐데."

 

 그녀는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그리고는 눈앞의 탑승구로 걸어갔다. 안전벨트를 메고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니, 비로소 외국으로의 여정이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로 상기되어 있었다.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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