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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플래닛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7.11.13

[판타지 활극] 흉악한 인간살육병기가 되어 나타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모험 이야기.

멸망한 고대왕국의 유산,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유물 ‘아티팩트’가 지상을 지배하는 욕망의 세계. 그리고 아티팩트 유통을 독점해 절대 패권을 누리는 무역회사 ‘서해회사’와 옛 제국의 복수를 위해 서해회사를 대상으로 암살과 공작을 일삼는 테러조직 ‘쿠샤나바’가 극한 대립을 펼치는 공포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도둑길드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아딘의 앞에 죽은 줄 알았던, 그러나 지금은 인간살육병기이자 쿠샤나바의 간부가 된 옛 애인 카멜리아가 나타난다.
아딘은 쿠샤나바에게 복수를 하고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서해회사 소속 유물탐사단에 입단하여 모험을 시작한다.

 
3.죽다 살아난 밤(3)
작성일 : 17-11-15 23:55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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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자네도 참으로 꾸준하구먼.”

  걷고 있던 아딘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뭐가 말입니까?”

  “자네처럼 성묘를 하루도 빠짐없이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는 공동묘지 관리인 주먹코 노땅이 귀찮게 옆에 붙어댄다. 아딘은 머리를 긁적인다.

  “성묘야 누군들 안 합니까.”

  “에이, 내가 이 일 하루 이틀 하나! 다들 처음에는 절대 잊지 않아요~ 하고 엉엉 울면서, 나중에는 서너 달에 한두 번 찾아오면 다행이라니까.”

  노땅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고 후 불었다.

  윽! 이 노땅은 예절도 모르나?

  “근데 자네는 2년이나 지났는데도 매일 오잖아.”

  “년도까지 기억해주셔서 참 감개무량하네요.”

  “허허! 날 뭘로 보고? 그래서 참, 이 젊은 친구는 참 대단하구나.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지.”

  “대체 그게 뭐가 대단하단 말입니까?”

  2년 전 죽은 옛 애인, 카멜리아의 묘비 앞에 다다른 아딘은 멈췄다.

  아딘은 쪼그려 앉아 새하얀 백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결국 과거에 사로잡힌 한심한 인간이란 거잖아요.”

  노땅은 갑자기 아딘의 등을 팡팡 친다.

  “이 친구야, 다르게 말하면 상냥하다는 거 아니겠나! 하하!”

  아딘은 입매를 비틀며 노땅을 찌릿 노려봤다.

  “아이쿠, 노려보네. 노려봐. 나는 이만 방해하고 가겠네, 그럼.”

  노땅은 껄껄 웃으며 자리를 비켜줬다.

  아딘은 한숨을 쉬며 다시 묘비를 본다. 아딘은 눈을 감았다. 카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들릴 리 없다. 음울한 비석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는 바람 소리 뿐이다. 아딘 스스로 옛날의 기억을 되살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기억을 되살리면, 도시의 축제가 떠오른다. 이른바 용 어머니 교와 관련이 있는 축제이다. 생명의 순환을 담당하는 신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 올린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축제날이구나. 항상 카멜리아와 함께 갔었지.

  함께 맛있는 꼬치구이를 먹고, 재주 좋은 사람들의 공연도 감상하고, 도시 귀족들이 통 크게 부른 연극단의 희극도 구경하고, 그렇게 마지막에는 밤하늘 가득 꽉 찬 폭죽놀이를 올려다보고. 아직도 폭죽을 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함박웃음을 짓던 그녀가 생각난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아프다.

  ‘아딘! 저거 봐봐! 아하하하!’

  웃음소리에 가슴이 먹먹하다.

  ‘이 폭죽을 용 어머니가 있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나도 보고 싶다.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면~’

  투정소리에 가슴이 찢어진다.

  ‘내가 좀 더 잘했으면, 만약 그래서 수술이 성공했으면 그 환자도 지금쯤 이걸 볼 수 있었을 텐데......’

  낙담한 목소리에 눈물이 난다.

  결국 본인도 병에 걸려 죽어버렸다. 의사로서의 꿈도 같이 사라졌다.

  전부 없어졌다.

  그렇게 나 혼자만 덜렁 남아버렸지.

  아딘은 눈을 번쩍 뜬다.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일어선다.

  “그럼 이만 가볼게. 뭐, 어차피 내일도 보겠지만.”

  아딘은 몸을 돌려 공동묘지를 빠져나간다.

  무역 거점 도시답게 오늘도 시장거리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마침 출출하기도 해서 아딘은 석류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지나가던 소년에게 말을 건다.

  “얘야, 그거 하나만 줘봐라.”

  “예이~”

  아딘을 값을 지불하고 석류를 받는다. 반으로 딱 쪼개고 과육을 크게 한 입 문다.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시뻘건 국물이 턱밑으로 흐른다.

  아딘은 걸어가며 석류 하나를 깔끔히 해치웠다. 그리고 아딘이 들어간 곳은 사창가이다.

  오해는 금물. 창녀와 놀아나고 싶어서 들러간 게 아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성묘를 끝내자마자 갈 인간은 없다.

  단지 이 사창가에 도둑길드 본부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포주는 아딘과 눈이 마주쳤지만, 이미 누군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딘은 왼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지나가던 중에 가슴이 거의 다 보이는 옷을 입은 매춘부들이 킬킬 웃으며 아딘을 희롱했다.

  이래서 내가 본부를 가기 싫다니까.

  아딘은 제일 끝에 있는 방의 문고리를 잡고 확 돌렸다.

  “응?”

  철컹, 철컹.

  “뭐지?”

  철컹, 철컹.

  “안 열려 있잖아. 아직 정오 안 지났는데.”

  철컹. 아무리 해도 안 열린다. 아딘은 머리를 긁적인다.

  “젠장. 예정보다 더 빨리 닫았나? 좀 더 빨리 올걸.”

  그래도 방법은 있다. 도둑길드 간부 중에서도 간부들만 아는 또 다른 비밀통로가 있다. 집에서 좀 멀어서 별로 가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딘은 사창가를 나와서 시립도서관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대체 왜 시립도서관에 도둑길드 본부로 가는 비밀통로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간단한 것이다. 도시 지도층과 도둑길드가 내통하기 때문이다.

  시립도서관에 도착한 아딘은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코너가 있었지만 아딘은 종교 코너로 간다. 용 어머니 교에 관한 책만 나열되어 있었다. 당연하다. 그게 유일한 종교니까.

  잠시 아딘은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그는 ‘용과 하늘의 관계학 고찰’이라는 책을 집어 드는 대신, 쑥 밀어 넣는다. 그러자 발밑에 계단이 촤르륵 생겨난다.

  아딘은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어느 정도 내려오자 통로는 닫힌다. 그래도 벽에 호롱불이 걸려있어 걷는 데 문제는 없다.

  “음?”

  벽에 금이 가있다. 딱히 대단할 건 없어 보이지만... 이전까지는 없었던 게 생긴 것도 사실이다.

  아딘은 눈을 감고 공기를 훅 들이마신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러 그만 움찔한다. 게다가 농도도 장난이 아니다.

  “누가 습격했어.”

  그렇지만 이상하게 조용하다.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습격자를 격퇴했거나, 아니면 전부...

  아딘은 머리를 휘둘러 잡념을 물리친다. 그는 단검을 빼들고 계단을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활을 가져올걸.

  언뜻 보이는 본부의 벽에, 커다란 연필로 그은 듯한 검은 자국들이 보였다.

  점점 더 심장이 쿵쿵 뛴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시체가 보였다.

  목과 몸이 분리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다. 핏물이 진하게도 고였다. 아마 목이 잘린 채로 날려져서 벽에 부딪혀 떨어진 듯하다.

  아딘은 이 시체를 안다. 폰. 폰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비록 네가 지금은 에이스지만, 나도 곧 따라 잡을 거야! 네가 너무 우수해서 가려진거지 나도 제법 한다고!’

  이른바 같은 시기에 도둑길드에 들어온 동기이다. 솜씨가 탁월했지만 아딘만큼은 아니어서 항상 2인자 신세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간부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죽다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아딘은 멍한 얼굴로 계속 걸어간다. 시체가 점점 더, 점점 더 많이 보인다.

  밀레가 보인다. 머리가 반쪽으로 쪼개져서 죽었다.

  ‘정말 너무해! 나도 금발이고, 나도 피부 하얗단 말이야! 근데 왜 난 안 돼?’

  항상 아딘에게 노골적으로 구애를 했고, 카멜리아를 대놓고 질투했다. 생기발랄한 친구였다. 더는 아니지만.

  유즈가 보인다. 몸통이 잘려서 내장을 다 쏟은 채 쓰러져 죽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쿠샤나바야. 딱 보면 쫄따구가 아니라 간부라고 판단되는 놈들이 있어. 그 놈들을 보면 바로 튀는 게 상책이야.’

  아딘이 도둑길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스승 같은 분이었다. 본인의 가르침을 본인이 이행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하루가 보인다. 사지가 날아간 채 보이지도 않고 몸통만 덩그러니 남아 죽었다.

  ‘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이 일을 오래 안 할 거야. 적당히 돈을 모으고 나면 전망 좋은 데에 집 짓고 참한 마누라 구해서 귀여운 아이들이랑 오래오래 살아야지. 남자라면 그게 꿈 아니겠냐?’

  카멜리아가 죽기 전까지 아딘이 매일같이 어울리던 친구였다. 그만두기로 정한 날짜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그리고, 길드장도 보인다.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걸까.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하다. 치명상은 복부를 관통한 알 수 없는 무언가다.

  ‘야, 이 놈 봐라! 이 꼬꼬마가 감히 내 지갑을 털려고 해? 천 년은 이르다, 이 애송아! 요즘 꼬맹이들은 뭐 이렇게 겁이 없어? 하! 근데 거의 성공할 뻔 했단 말이지... 야, 눈매 더러운 꼬맹아. 딱 보니까 너 부랑아네. 갈 데가 없는 거냐? 좋아.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이대로 감옥에 가거나, 도둑길드에 들어와 잡일부터 시작하든가. 뭐, 답은 정해져 있겠지만 말이야. 푸하하하!’

  아딘은 길드장의 옆에 무릎을 꿇는다. 부릅뜬 두 눈을 감겨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 이상 길드에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딘은 고개를 들었다.

  사방에 피와 시체가 가득했다.

  그 피와 시체의 산 중앙에 ‘그것’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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