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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0
작성일 : 17-11-15 23:46     조회 : 333     추천 : 2     분량 : 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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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봄단풍 아씨가 한 번 다녀간 뒤로도 봄비는 좀처럼 경계를 풀지 않는다. 그는 즉시 씨족 우두머리들을 다시 소집한다. 그들은 예전처럼 모닥불 주위에 둥글게 둘러앉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염통먹는 자'를 자기들의 영도자라고 인정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봄비가 상석에 앉는 것에 딴지를 거는 사람도 없다.

 "봄단풍 아씨가 저 짐승들에게서 비바람과 안개 부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동안 준비가 갖추어질 때까지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으나 이들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나바재 씨가 바로 봄비를 거든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늘만 해도 그들은 안개 속에서 활을 쏘고 비와 벼락으로 벽을 허물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불리해질 거요. 나중에는 불을 지르는 것도 아무 소용 없어질 테니까."

 모로비 씨가 손을 들자 봄비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화공에 충분한 기름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활을 다룰 줄 아는 사람도 많지 않구요. 지금 공격해봐야 불을 지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방울철쭉 씨도 손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감입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더 이상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씨족들도 많습니다. 우선 참전 의사를 확인해야 할 것이오."

 나바재 씨가 그 말을 듣자 열을 내며 소리친다.

 "싸우기가 싫다니, 적을 앞에 두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봄비가 팔을 뻗어 그를 말린다.

 "이 땅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남아도 좋소. 여러분들께 나와 함께 싸우기를 강요하지는 않을 거요. 짐승들도 이 곳을 넘본다고 하지는 않았으니."

 봄비가 일어나 창을 든다.

 "그러나 짐승들이 우리와 싸우지 않더라도 봄단풍 씨족은 그렇지 않을거요. 여기 남더라도 안개 속에서 화살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남을 사람은 이 곳에 남고 싸울 사람들은 내일까지 무기와 사흘치 양식을 챙겨놓으시오."

 

 53.

 늦은 밤 너럭바우는 나무그늘에 들어서며 가죽옷을 벗어놓아야 할지, 창과 활은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한다. 어르신들이 자기 모습을 보면 실망하시겠지 싶지만 결국 차림새 그대로 나무 밑둥까지 쉬지 않고 뛰어가기로 한다. 그러나 숲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위와 땀 때문에 옷을 벗어던진다. 봄단풍 아씨가 보인다.

 "아씨. 오랜만입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녀가 헐떡거리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럭바우를 알아차리고는 뒤돌아본다.

 "그 동안 어디 있었던 거니? 흑단들소 어르신들께 보낸 뒤로 소식이 들리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너럭바우는 말을 하기 위해 다시 숨을 고른다.

 "잿빛양털 씨를 따라갔습니다. 그 분이 제게 사냥하고 불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봄비 씨에게 실망이 컸나보구나. 하긴. 어르신들을 불태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고기를 씹어먹었으니."

 그 말을 들은 너럭바우가 급하게 되물으려다 기침을 해댄다.

 "아씨.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봄비 씨와 사람들이 흑단들소 어르신을 잡아먹었어. 몰랐니?"

 "벌판에 불을 지르는 것까지는 보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줄은..."

 "낮에 그를 만나고 왔어. 그는 이제 이 곳까지 차지하려고 해."

 "하지만 아씨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 부족 사람들도 어르신께 합세한다면 좋겠지만 그들은 힘을 빌려주지 않을 거에요."

 봄단풍 아씨가 너럭바우의 손을 텁석 잡는다.

 "나를 그 분께 데려가거라. 직접 설득해야겠다."

 그는 왠지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

 

 54.

 그리 춥지도 않은 밤 중에 꽃이 핀다. 빛과 온기를 뿜는다. 아침은 금새 낮이 된다. 집 밖으로 나선 봄비가 무장하고 모인 사람들을 살펴본다. 각자 인솔하는 병력을 보고한다. 씨족 우두머리 여섯 명이 보이지 않는다. 능금아재가 창을 챙기지 않은 채 그를 향해 걸어온다.

 "봄비 씨. 떠나기 전에 하실 말씀이 더 있으면..."

 "남아있는 사람들도 활과 창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우리가 이 곳을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보초도 허술하게 해서는 안되구요."

 "예. 모로비 씨가 남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죠."

 두 사람이 가볍게 껴안는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을테니."

 "다녀오다니? 나는 돌아오지 않을거요."

 

 55.

 봄단풍 아씨는 낡이 밝자마자 너럭바우를 데리고 성성이와 긴팔원숭이 어르신께 데려간다. 잠 깨우는 것을 싫어하는 어르신들이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켠다.

 "어쩐 일로 꼭두새벽부터 잠자리를 방해하는고?"

 "너럭바우가 찾아왔습니다."

 나무늘보 어르신도 눈을 뜬다.

 "그 아이가 살아있었는고? 흑단들소와 함께 타죽은 줄 알았더니만."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그 동안 안녕히 계셨어요?"

 "하나도 안녕하지 않단다. 그래. 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니?"

 "고기먹는 자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사냥도 하고, 가죽옷도 둘렀습니다."

 나무늘보 어르신이 앞발톱으로 머리를 긁는다.

 "... 바빴겠구나."

 "제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봄비 씨가 이 곳으로 쳐들어온다고 하던데..."

 "너희가 걱정할 일은 아니란다."

 어르신들에게 매번 듣는 이야기건만 봄단풍 아씨는 평소보다 더 퉁명스럽다.

 "어르신들께서 우리를 걱정하시듯, 우리도 어르신들이 걱정되는 겁니다. 그렇게 매몰차게 말씀하지 마셔요."

 어르신들은 자기들이 매몰찬 말을 했는지 아리송하다. 다시 앞발톱으로 머리를 긁는다.

 "저와 제 피붙이들만으로는 봄비 씨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잿빛양털 씨가 이끄는 사람들이 우리를 돕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요."

 성성이 어르신이 한숨을 쉰다.

 "우리와 봄비의 문제일 뿐이다. 왜 너희가 싸우겠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희들의 피까지 묻혀가면서 싸울 일도 아니야. 더군다나 우리의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는 아이들까지 끌어들이기는 마음이 더 불편하구나."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참새 어르신들이 날아든다.

 "봄비 그 아이가 지금 사람들을 이끌고 이 곳으로 오고 있다네."

 "그래? 몇 명이나 데리고 온다던가?"

 "내가 그 많은 수를 어떻게 다 세! 하여튼 엄청 많아."

 어르신들이 턱을 괴거나 머리를 땅에 대고 낮은 소리로 그르렁거린다.

 "내 아이들아. 우선 이 곳을 벗어나있거라."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어딜 가서 살겠습니까."

 긴팔원숭이 어르신이 그럴 듯한 변명을 지어낸다.

 "그런 말이 아니다. 너는 피붙이들을 이끌고 너럭바우가 의탁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거라. 모두 한 곳에 모여있는 것보다는 양쪽에서 대응하는 쪽이 적을 혼란시키기 좋을 테니까."

 "하지만..."

 "또 무엇이 걱정이니? 걱정된다면 빨리 움직여야지."

 

 56.

 봄비가 걷는 와중에 술을 들이키며 올려다본 하늘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만큼 아름답다. 예전에 보던 하늘처럼 텅 비어있지 않다. 뻗은 가지에 잎사귀, 꽃잎, 그리고 빛.

 "나바재 씨. 당신은 재주가 좋은 사람이지. 하지만 당신이라도 별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거요."

 "제 재주로 가능한 일이었다면 불을 지르고 고기를 먹을 필요도 없었겠지요. 여태 그런 생각을 했던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나중에라도 시도할 생각 따위 없소."

 "저는 한 번쯤 시도는 해보고 싶더라구요."

 "원래 나바재 씨야 온갖 해괴망측한 일들을 찾아다니는 사람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하."

 봄비가 그에게 술병을 건넨다. 나바재 씨가 술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그를 쳐다본다.

 "저도 하나 물어봅시다. 남은 어르신들까지 다 죽이고 난 다음에는 어쩔 생각이오?"

 봄비는 아직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아직 생각해본 적 없소."

 
작가의 말
 

 장염몸살 때문에 죽을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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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1-16 11:54
 
모든 생령에 지성이 있는 세계의 정복.... 인간계의 발전과정이기는 하지만.... 봄비의 여정이 암울하네요.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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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대밥수 17-11-16 23:04
 
꾸준한 덧글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
-------
말씀하신대로 저는 '인간의 발전'에 대해 고민을 자주 합니다.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동족인지. 우리는 무엇을, 왜 인간으로 규정하는지.
그 밖의 '소통 가능성이 있는' 모든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글을 읽는 동안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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