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나, 황룡과 화씨지벽(2)
작성일 : 17-11-15 23:44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51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가....왜...”

 어째서?

 내가 황룡이라서?

 “제가 황룡이라서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답을 알고 있으면서 어찌 내게 답을 구하시는가.”

 “저는...제가 원해서 황룡이 된 건 아닙니다. 그저 이 세계에 와 보니까 황룡이었습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구요.”

 당황스럽다.

 이런 때,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

 주유가 슬그머니 나섰다.

 “스승님, 환은 스승님께 답을 구하고자 왔을 겁니다. 헌데 이리 짐을 지우시면...”

 “유아야, 이건 짐이 아니다. 늙은이가 무슨 보람이 있다고 젊은이에게 짐을 지우리.”

 노인은 길고 긴 한숨을 쉬었다.

 “화씨지벽은 신물이기는 하나, 그 근원이 결코 맑다고는 볼 수가 없네.”

 “왜요? 신물이라고 하셨잖아요...”

 “우리같은 범부에게는 그러하지. 그러나 자네에게는 아닐세. 같은 신물이라도 신성한 것이 있고 사악한 기운이 깃든 것이 있는 게야.”

 노인이 그렇게 말하니 꼭 도인처럼 느껴졌다. 주유가 이 노인더러 ‘모르는 것이 없다, 지혜가 깊다’고 했던 건 바로 그런 연유에서였던 걸까.

 “그렇다면, 어르신 말씀은...화씨지벽이란 것이 실상은 신물이 아니라 요물에 가깝다는 것이겠군요.”

 “그렇지.”

 “그런 물건이 어째서 동굴에 있었습니까? 어째서 사람의 눈에 띈 것이지요?”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지는 이 늙은이가 알 수 없네. 확실한 것은, 그 신물이 흑수黑獸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점이지.”

 흑수? 어감으로 봐서는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신수들은 모다 하늘 신수지만, 다 인간에게 이로운 익수翊獸는 아닐세. 28수 중 절반이 익수에 해당하는 백수白獸이고, 그 나머지가 흑수에 해당되는 악수惡獸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숨을 천천히 내쉬고 들이마시면서 노인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화씨지벽이 악수의 물건이라...”

 “그렇네.”

 그 악수는 어째서 화씨지벽 같은 걸 만들게 되었을까? 모르겠다. 내가 황룡의 신수라지만 이런 걸 통솔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걸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이유도 알 수가 없다. 나같으면 그저 조용히, 평화롭게 살텐데.

 세상엔 그런 걸 못 견뎌하는 이들이 수도 없나 보다.

 “자네는 악수들 또한 다스리지. 그러니 자네가 세상에 소동을 일으키는 화씨지벽 또한 없앨 수 있음이네.”

 “전국옥새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한실에 있지.”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노인의 말대로라면 나는 화씨지벽을 찾아내 없애야 하지만, 그것이 황실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반역자가 되는 것이다.

 어느 누가 황실의 옥새를 훔쳐낸단 말인가?

 그건 반역자의 일이다. 성공한다 해도 역당이라는 굴레가 씌워질 것이고 반대의 경우 또한....아니, 실패한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할 거다. 고대의 형벌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 형벌을 받아도 좋다, 생각할 만큼 이 세계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것도 아니다.

 난 그저 원래 있던 세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현대사회와 고대사회를 이었던 그 거울이 무엇인지, 거울을 보낸 사람은 누군지...알아야 한다. 아니아니, 그런 것은 차치해두고라도 두 세계를 잇는 통로가 무엇인지 밝혀내야만 했다. 내가 거울을 통해 끌려들어왔으니 거울이 그 통로가 되어줄 확률이 높았다.

 “저더러 반역자가 되란 말씀입니까?”

 “자네가 황룡인 이상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일세. 자네가 세상의 화평을 가져온다, 그리 말하고 있음이야.”

 노인이 탁본을 가리켰다. 나는 맥이 빠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화가 났다. 고작 이런 대답을 들으려고, 그 고생을 하면서까지 여기로 왔단 말인가?

 새삼 서러웠다. 숲에서 영문도 모르고 쫓겨, 원술과 유비 무리에게 생포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그런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현대인이 아닌가. 고대에서는 반인반수일 뿐이다. 신수라는 좋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다 해도 결국 완전한 사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포지션이었다.

 “저는...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런 걸 할 수 없습니다.”

 “자네 외엔 화씨지벽을 없앨 자가 없어. 누가 그 요물을 부수겠나? 한의 황제가? 동탁이? 어림없는 소리일세. 어떤 군웅軍雄이 온다 해도 하고 싶다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동탁도 할 수 없는 걸 내가 하라고...?

 무슨 수로...?

 나는 식은땀이 쫙 났다. 가만히 있다가는 가마니때기 정도가 아니라 역당으로 몰려 죽기 좋았다.

 나는 가늘고 길게, 조용히 사는 게 삶의 모토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엄연히 한 황실의 옥새를 부수라니?

 한나라가 기울어가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까지 황제가 건재했다. 조가가 허창으로 황제를 끌어간 것도 아니고, 헌제란 사람이 스스로 목을 맨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옥새를 부수겠는가?

 말도 안된다. 황궁으로 잠입하는 것도 일인데, 만일 그게 성공했다고 해도 옥새를 부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전에 아마 동탁의 수하들에게 붙잡히지 않을까. 이런 시대에 그저 참형에 처해진다면 곱게 죽여주는 거다. 나는 고대 형벌들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스승님.”

 고맙게도 나의 구원자, 주유가 입을 열었다.

 “환은 이 세계 사람이 아닙니다. 제게 이르기를, 거울 속으로 누군가에게 끌려들어왔다고 했어요. 그리고 오자마자 사냥꾼들에게 쫓겼구요. 이래저래 심란한 일들이 많았는데, 어찌 심란한 이야기를 더 덧붙이십니까.”

 “난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느냐. 허나 이것이 저이의 명운임을 내 어찌하겠느냐. 하늘이 정해준 명운이니라.”

 고대라서 더 그런 게 있는 걸까.

 운명이 예정되어 있다고, 그냥 덜컥 믿어버리는 거?

 “믿을 수 없어요...난...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자네.”

 “저더러 죽으란 말이잖습니까. 저는 이 세계를 벗어나고 싶어요. 제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구요.”

 “자네가 화씨지벽을 부수지 않는 한, 자네는 이곳에 묶여 있어야만 할 것이네. 이 세계로 왔던 건 분명 자네의 의지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허나 자네는 하늘 신수들의 왕, 황룡일세. 황룡에게는 신수들을 규합하고 통솔할 의무와 권리가 있음이야.”

 귓 속으로 잉~하는 이명이 울렸다. 가능하면 머리를 감싸쥐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노인과 주유가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러겠는가.

 나는 이를 꽉 물고 통증을 참아냈다. 그 가운데 노인의 말이 다시금 재생되었다. 내가 화씨지벽을...

 화씨지벽이란 옥을 부수지 않는 한, 나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나는 탁본을 들여다보았다. 탁본의 첫 예언은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건 내가 신수들을 규합하고 세상의 화평을 가져온다...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들이었다.

 허무맹랑한 망상 같은 이 예언들이 과연 실현될 수 있기나 한 걸까?

 “자네가 믿기 힘들어 할 거라 생각하네. 나 또한 탁본을 떴을 때도 믿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자네가 황룡임을 밝혔고, 예언대로 일이 돌아가고 있네. 자네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 하니 신수라는 게 실감이 안 나니, 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네. 이 늙은이는 신수들을 알고 있네.“

 “어떤...”

 주유가 입을 떼었다.

 “동탁이 그리 미쳐 날뛰는 게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나?”

 신수와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

 “동탁같은 자도 신수를 갖고 있습니까?”

 “그건 아닐세. 신수 없이도 자수성가한 군웅 중 하나지.”

 노인의 눈은 맑고도 단호했다. 저런 눈으로 어째서 뜬금없이 동탁 이야기를 꺼냈을까?

 “허나 동탁은 제 운명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네. 제가 신수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황제를 참칭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도 알지. 강하고 난폭하지만 머리가 없는 자는 아닌 게야.”

 “하지만 왜....”

 머리 좋은 사람이 어째서 도처에 적을 만들어 두는 걸까. 그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듯이, 동탁은 스스로를 상국으로 칭하는 한편 후궁의 비빈들을 건드리고 다녔다. 중요한 직책을 모두 동씨 일족에게 맡겼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렸다.

 당연히 삼정이 문란해졌다. 크고 작은 민란이 끊이지 않았고, 도처에 도둑과 재해가 밀어닥치는데도 황실은 그저 손 놓고 자기들끼리 아귀다툼을 하기에 바빴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동탁 휘하의 황실이란 거였다.

 “처음엔 십상시들의 전횡으로부터 한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지. 그래서 그런 명분을 내세워 환관들을 도륙한 걸세. 어떤 환관은 무슨 망령이 들었는지, 그 전국옥새를 품에 넣고 달아나다 칼을 맞았다더군. 일개 환관이 어떻게 옥새를 훔쳐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자가 없네. 이 또한 소문일 뿐이니,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을 터.

 허나 진실도 있네. 동탁이 전국옥새를 손에 넣었다는 것이지.“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찰나였다. 노인의 눈이 사뭇 더 진지해졌다.

 “본래 전국옥새는 비단보에 싸여 있고, 손잡이는 반드시 비단주머니로 감아서 맨손으로 만지면 안된다고 하네. 심약한 자는 보는 것만으로 졸도할 수 있다는 물건인데, 동탁은 그 스스로가 불세출의 영웅이라 떠들고 다니는 자였으니 호기심 반 호승심 반으로 만져보았을 터. 그 순간부터 동탁은 전국옥새에 넋을 빼앗긴 것일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옥새라고는 해도 옥을 깎아 만든 도장에 불과한데, 그걸 맨손으로 좀 만졌기로서니 사람이 돌아버린다고?

 “전국옥새가 화씨지벽으로 만들었음을 잊지 말게. 화씨지벽은 그 손대는 자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물건이야. 자네가 요물이라 한 게 옳으이.”

 동탁이 천지분간 못하고 미쳐 날뛰는게 모두 다 그 옥새 때문이라는 소리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어떻게...”

 “믿든 안 믿든 동탁은 계속해서 횡포를 부리고 있지. 전국옥새의 노예가 되어선 말일세.”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전국옥새에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 자기 의지를 갖고 있는 물건이라니...설령 내가 그걸 통솔한 권리가 있다고 해도, 명백히 귀신 들린 물건이 아닌가.

 그런 걸 내가 부술 수나 있는 걸까?

 

 그때였다. 바깥에서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신수가 되었기 때문일까? 귀가 전보다 예민해진 것 같다. 그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던 탓이겠지. 나는 처음에 이명이라고 생각했다. 예민한 탓이라고도 여겼다. 그런데 그 소리는 계속해서 신경을 건드렸고, 얼핏 들어 바람 소리같은 그것은 끈덕지게 문가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건 바람이 아니다. 사람의 소리다.

 나는 가만히 일어나, 문을 재빨리 열어젖혔다.

 고요했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왜 그러시나?”

 “분명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바람 소리겠지.”

 아니다.

 그런 종류의 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누군가가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 육손은 간 데가 없었는데, 설마 육손인 걸까.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그 자에게 불쾌감이 들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나, 발견하다 2017 / 11 / 30 243 0 5134   
20 나, 황룡과 화씨지벽(5) 2017 / 11 / 22 209 0 5060   
19 나, 황룡과 화씨지벽(4) 2017 / 11 / 18 211 0 5078   
18 나, 황룡과 화씨지벽(3) 2017 / 11 / 18 219 0 5082   
17 나, 황룡과 화씨지벽(2) 2017 / 11 / 15 227 0 5165   
16 나, 황룡과 화씨지벽(1) 2017 / 11 / 14 225 0 5084   
15 육손, 의심하다 2017 / 11 / 13 222 0 5032   
14 우리, 교공에게로 2017 / 11 / 13 218 0 6304   
13 냐, 다시 변화하다 2017 / 11 / 12 242 0 5082   
12 말씨름, 골 아픈 그들 2017 / 11 / 11 228 0 5454   
11 불청객, 막무가내인(2) 2017 / 11 / 11 223 0 5265   
10 불청객, 막무가내인(1) 2017 / 11 / 9 248 0 5138   
9 나,황룡의 전설 2017 / 11 / 8 222 0 6467   
8 화 선생, 화타 2017 / 11 / 7 238 0 5229   
7 주유, 그녀의 진심 2017 / 11 / 6 209 0 5238   
6 나, 그들을 만나다 2017 / 11 / 5 224 0 5096   
5 손권, 그 꼬맹이 2017 / 11 / 4 230 0 5165   
4 제갈량, 그리고... 2017 / 11 / 3 226 0 5227   
3 나, 황룡이란다 2017 / 11 / 2 242 0 5018   
2 나, 붙잡히다 2017 / 11 / 1 232 0 5123   
1 조환, 거울과 대면하다 (2) 2017 / 10 / 31 410 0 551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