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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체탐자
작가 : 카모카모
작품등록일 : 2017.11.15

조선시대 첩보 조직 체탐자, 그 중 가장 허술한 소대의 가장 중대한 임무 수행이 펼쳐진다.

 
#1 무명
작성일 : 17-11-15 19:56     조회 : 466     추천 : 0     분량 : 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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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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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강한 바람들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꽃가루들을 실은 채 넓은 평원을 내달렸다.

 갈대들이 서로에게 부딪히며 마치 벌레들이 내는 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었고 그들의 흐늘거림은 꼭 취한 주정뱅이의 모습과도 같았다.

 

 흐늘거리는 종아리까지 오는 갈대 숲에 이름이 없어 부르기 위해 지은 무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꼭 남자처럼 옷을 입었는데 소녀의 미색만이 소녀가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소녀는 짐승같은 성인 남자 넷에게 둘러 쌓여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덮수룩한 수염에 한 손엔 칼을 들고 있었으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명의 주위를 돌며 조롱의 한 마디씩을 내뱉었는데 마치 짐승의 소리와 같아 크앙크앙거릴 뿐 잘 들리진 않았다.

 

 그렇게 적막이 흐르다...무명의 가녀린 손이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검에 다다르자 도적 넷은 역겨운 기합을 외치며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들에겐 아직 두려움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양심이나 무사도가 있지도 않았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소녀는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 두개를 빠르게 양손에 뽑아들고 가장 먼저 달려온 도적 둘의 복부를 찔렀다. 나이가 좀 있는 한 명은 그대로 숨졌고 한 명은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배에 박힌 검들을 빼내고 다음으로 달려오는 도적의 몸을 사선으로 크게 베어냈다.

 그리고 춤을 추듯 몸을 돌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도적의 복부의 칼을 내려찍었다. 아주 한 순간이었다.

 

 한 명 남은 도적에겐 이제 아깐 없던 두려움이 생겼다.

 상식적으로 자신만한 혹은 자신보다 큰 덩치의 셋을 저 작은 소녀는 모두 베어냈고 자기라고 저 소녀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죽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뒤로 후다닥 달려가서 품에서 침통을 꺼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얇은 관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빠르게 그 통에 독침을 넣고 소녀를 보지도 않고 소녀가 있을만한 곳을 향해 침통을 조준했다.

 그 순간 도적은 자신의 침통을 꽉 쥐어 막는 소녀의 손을 보았다.

 

 두려움에 절여진 그 도적은 이내 오줌을 지리기에 이르었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전신을 떤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다가 무명의 소리없는 비웃음으로 그 적막이 마침내 깨졌다.

 도적의 침통을 가볍게 올려 튕겨낸다음 붕하고 옆으로 돌아 날아 적막 동안 뺐던 단검으로 도적의 목구멍을 쑤셨다. 그렇게 둘이 동시에 넘어졌다. 주변에 피묻은 갈대들이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소녀는 손을 탈탈 털고 일어나 자신의 단검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고 그 도적이 허리에 차고 있던 도끼를 뽑아 들었다.

 아직 죽지 않아 일어나려는 뒤의 도적에게 걸어가 내려찍듯이 박은다음, 유유히 마을을 향해 걸었다. 자신의 가방과 그들의 약소한 약탈가방들도 빠짐없이 챙겨갔다.

 촐랑거리며 내려오는 소녀의 옷깃을 바람이 반겨 나풀거렸다.

 

 

 소녀가 사는 마을은 아주 작은 함경도의 마을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산속에 둘러쌓여 살았기 때문에 농사를 할 수는 있었지만 딱히 하진 않았다.

 마을의 남자들 그리고 무명같은 조선 율에서 벗어난 탈여자들은 하나같이 매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날아가는 딱정벌레도 활로 스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거대한 사슴은 그들에겐 문제도 아니었다.

 항상 사냥만 하다보니 고기에 질린 마을사람들은 바깥 마을에서 상인들을 사들이기도 했는데 보통 쌀을 파는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가죽 조금이면 몸소 마을에 와서 쌀을 팔아주었다. 가끔 그런 상인들이 먹이나 종이도 가지고 들어왔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런 걸 살 일은 거의 드물었다. 아주 가끔 종이를 사가는 남자들이 여럿있기는 하였다.

 

 그런 작은 마을 중에서도 가장 변두리의 가장 작은 초가집에 무명은 살고 있었다.

 무명의 아비는 무명이 3살 때 사냥을 하다가 다리를 삐끗하여 움직이지 못할때 하필 호랑이를 만나 운명하였다.

 또 어미는 남편 없이 육아에 전념하다 마을을 약탈하러 온 여진 도적들에게 7살인 무명의 앞에서 알몸을 보인 채 가마솥에 머리를 박아 사망하였다. 여진 도적이 재미를 좀 보고 끝가지 저항하는 어미를 집어던지다 그렇게 되었다. 물론 그 도적들도 알았지만 딱히 별 신경쓰지 않고 떠나버렸다.

 무명에겐 어린 여동생이 있었는데 4살 차이났다.

 7살때 부터 4살이나 어린 3살 아기를 돌봐야 했고 또 무명의 어미를 도와줬었던 옆집 가족들도 이젠 떠나버렸기 때문에 무명은 혼자 살아남아야만 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도 살고 자신의 동생도 살려야만 했다.

 그래서 무명은 자신이 어떤 취급을 당할지 알면서도 각오하고 활대를 매야 했던 것이다.

 

 "아도 참..."

 무명이 집 마당에 들어오고 나서 살짝 열린 창호틈으로 보이는 엎드려 누워있는 여동생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동생이 밖의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자는구나라고 생각한 무명은 어릴 적 친구가 없이 사슴만 쫓았던 자신의 처지가 문득 떠올라 그러지 않는 여동생에 미소가 지어졌다.

 '니라도 내처럼은 되지 말아야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무명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가마솥 안엔 누룽지가 잔뜩 붙어있었다. 오늘 저녁은 이거였다.

 소녀의 가녀린 팔도 이 정도 누룽지는 떼어낼 수 있었다. 우득우득 뜯어내 녹쇠그릇에 담고 옆에 작게 불을 피워 물을 끓인 다음 그릇에 부었다. 전라도에서 여기까지 왔다던 한 상인이 알려준 요리였다.

 누룽지에 물이 닿자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누룽지의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무명은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는 사슴털 목도리를 당겨 조금 푼 다음 누룽지를 열심히 우려내고 있는 뜨거운 물을 한모금했다. 뜨거운 물은 고소한 맛을 풍기며 위장까지 쭈욱 내려갔다. 온몸의 한기가 가시는 듯 하였다.

 

 누룽지 그릇과 김치 조금이 차려진 식탁을 두 손가득 감싼 채 발로 창호 문을 어기적어기적 연 다음 안으로 들어가 무명은 여동생을 크게 불렀다.

 "아야! 이제 그마 일어나으라!"

 그리고 꿈틀꿈틀거리며 일어나려하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재촉하려 여동생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무명의 표정은 굳어버렸다.

 그리고 곧 바닥에 식탁이 쾅 떨어졌다.

 뜨거운 물이 우리고 있던 누룽지도 어떤 건 방 밖으로 나가버렸고 어떤 건... 여동생의 피 위에 빠져버리기도 했다.

 

 

 

 

 

 

 

 
작가의 말
 

 첫 작품이네요. 함경도 사투리를 쓰려 하는데 역시 어렵습니다. 틀리면 너무 뭐라하지 말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알려주시면 꼭 바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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