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⑧

　잠시 후, 도망치다 문득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진 사람들은 하나 둘 멈춰서며 슬그머니 홀 중앙 쪽을 돌아봤다. 꽃님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하나 마음을 놓진 못했다. 지금까지 이미 여러 차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해온 꽃님이었기에 또 어디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민철이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서며 소리쳤다.

　“여러분, 봤습니까? 귀신의 복수를 방해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래도 계속 보고만 있을 겁니까?”

　민철의 말에 사람들은 아까 밖에서 민철이 신성영을 죽일 때 이를 제지하려던 전경들 앞을 꽃님이 막아선 일을 떠올렸다. 이에 지금껏 민철과 거리를 둔 채 홀 언저리에서 사태를 관망하던 사람들까지 급격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한 명, 열 명, 백 명 …… 그렇게 민철 쪽으로 합류하는 사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어느 새 로텐더 홀의 분위기는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경위들과 전경들의 동요는 반대로 점점 더 심각해져 갔다. 다급해진 경호기획관과 전경대 소대장들은 고함을 지르며 부하들을 윽박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야! 거기 주둥이 안 닥쳐?”

　하지만 부하들을 단속하고 있는 그들 또한 동요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전경들 측에서 첫 이탈자가 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조금 전 밖에서 임신부를 도우려는 동원의 부탁으로 무전기 사이렌을 울려줬던 바로 그 소대장이었다. 대열 밖으로 뛰쳐나오는 그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그는 민철의 바로 앞에서 휙 돌아서더니, 작심하고 동료들과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나, 난 3소대 소대장 하정훈 경위다!”

　긴장한 탓에 첫마디는 더듬거렸지만, 그는 곧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대로라면, 살아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이 사람들과 행동을 같이하는 것 외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목숨 바쳐 의원들을 지켜준다고 치자. 그럼 과연 그들이 우리한테 고마워나 해줄까? 또 설령 그런다 한들 중대장님처럼 개죽음 당하면 억울하지 않겠어?”

　그제야 비로소 하 경위의 의도를 눈치 챈 다른 소대장들 중 한명이 앞으로 나와 쏘아붙였다.

　“야, 하정훈! 너 미쳤어? 지금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하 경위는 그 말을 무시한 채 하던 이야기를 계속 했다.

　“혹시 이 사람들과 함께 행동했다간 밖으로 나갔을 때 영창에 가게 될까봐 두려워? 물론 나도 그래. 하지만 생각해 봐. 여기서 개죽음 당하는 것보단 그게 차라리 낫잖아? 또 누가 알아? 생각해보면 우리가 한 일을 감출 방법이 있을지. 어떻게 보면 정당방위나 마찬가지잖아? 안 그래? 물론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치만 우리 같이 사는 길을 찾아보자! 3소대원들! 그리고 1, 2, 4 소대장과 소대원들! 부탁한다!”

　그렇게 하 경위의 이야기가 끝나자, 또 다른 소대장 한명이 앞으로 나와 재차 쏘아붙였다.

　“야 이 새끼야! 너 돌았어? 왜 그래?”

　그러나 이번엔 하 경위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시끄러! 돌긴 누가 돌았다 그래? 돈 쪽은 오히려 이 빌어먹을 상황이라고! 살려고 하는 게 왜 미친 건데?”

　그렇게 하 경위와 다른 소대장들의 신경전이 계속 이어지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전경대 대원들은 이전보다 더 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급해진 나머지 다른 소대장이 고함을 지르며 대원들을 단속했다.

　“야 이 새끼들아!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죽고 싶어?”

　한편 사람들은 전경들이 동요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 경위를 거들기 시작했다.

　“이봐, 우리도 너희랑 싸울 생각은 없어!”

　“너흰 100명이나 되잖아! 저 3명은 그냥 제압해버려!”

　“저 놈들 붙잡고 길만 열어줘! 그건 어렵지 않잖아?”

　“그래! 길이라도 열어줘!”

　하 경위와 대립하던 3명의 소대장들은 초조해졌다.

　“다, 닥쳐! 어디서 수작질이야?”

　하지만 그들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심 부하들이 자기들을 배반해 버리는 건 아닌지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견제하는 가운데에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눈빛으로 부하들을 제지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때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십여 명의 전경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세 소대장을 덮쳤다.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소대장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바닥에 쓰러트려져 제압을 당한 뒤였다.

　“이 새끼들이! 이거 안 놔? 악!”

　전경들은 신속하게 소대장들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러자 하 경위는 반색하며 그 대원들에게 달려가 한명씩 끌어안았다.

　“고맙다! 현준아, 기현아, …….”

　그러면서 아직도 우물쭈물하고 있는 나머지 대원들에게도 합류를 권했다. 그의 목소리는 초조함에 찌들어 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어느 새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얘들아!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계속 저항하면 너희들도 죽어. 우리 같이 살자!”

　그때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바닥에 엎어져있던 소대장 중 한 명이 고개를 쳐들며 하 경위에게 악을 썼다.

　“야 이 배신자 새끼야! 닥쳐!”

　그러나 나머지 전경들마저 하 경위 편에 서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본회의장 앞에 남아 있는 전력은 국회 경위들 50여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미 전의를 잃은 그들은 사람들의 기세에 눌려 눈 깜짝할 사이에 본회의장 출입문 부근까지 밀려나 있었다. 이에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기세는 한층 더 거세졌다.

　“야, 당장 비켜! 안 비키면 다 죽여 버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술 유단자인 국회 경위들에 맞서 먼저 선뜻 나서는 이는 아직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카페 로비 쪽에서 느닷없이 웬 새빨간 소방용 도끼가 하나 날아 들어와 한 여 경위의 이마를 단숨에 두 쪽 내 버렸다.

　“……!”

　도끼를 맞은 여 경위는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눈이 휙 까뒤집히며 뒤로 나자빠졌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도끼가 날아든 방향을 쳐다봤다. 거기에 있던 건 다름 아닌 학현이었다. 그곳에선 학현 자신도 스스로가 한 짓이 믿기지 않는 듯 잔뜩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손엔 소화전의 호수 노즐이 들려 있었다. 학현이 대뜸 소화전 쪽으로 눈짓을 했다. 그러자 소화전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혜가 재빨리 소화전 밸브를 돌려서 열었다. 곧이어 노즐에서 엄청난 수압의 물이 뿜어져 나와 경위들을 덮쳤다. 학현은 마치 물총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아이처럼 통쾌해하며 소리쳤다.

　“이 자식들아, 이거나 먹어랏! 핫핫!”

　그러나 학현의 표정과 웃음소리에선 천진난만함 대신 일종의 광기 비슷한 것이 묻어났다. 한편 난데없이 물벼락을 뒤집어 쓴 경위들은 손으로 물줄기를 막느라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아앗!”

　“우왁!”

　어느 새 물이 흥건해진 홀 바닥은 떨어져 죽은 경감과 도끼를 맞고 쓰러진 여 경위가 흘린 피까지 섞여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였다. 경위들은 결국 채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대열을 흐트러트리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학현은 슬쩍 물줄기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마치 학현과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본회의장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와아!”

　당황한 경위들은 일부는 회의장 안으로, 일부는 양 옆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도망쳤다. 잠시 후 학현이 지혜에게 손을 들어 신호했다. 지혜는 소화전 밸브를 잠갔다. 물줄기가 가늘어지자, 학현은 소화기 노즐을 옆에다 던져 놓았다. 그리고 지혜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본회의장 안으로 향했다.

　- § -

　본회의장 안은 이미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서로 뒤엉킨 채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명패와 집기들이 날아가 부서지는 소리는 물론 험악한 욕설에, 죽이라는 고성에, 살려달라는 아우성에, 거기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까지……, 본회의장을 뒤덮은 폭력과 살인의 광기는 뒤늦게 도착한 학현과 지혜가 어떻게 끼어들 엄두를 못 낼 정도로 극에 달해 있었다.

　그때 불현듯 학현의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촬영하던 기자에게 달려들어 카메라를 뺏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본 학현의 머릿속엔 문득 국회가 이세계(異世界)로 변한 이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위험을 피하기보단 취재와 촬영에 더욱 열을 올리던 기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본회의장 안에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다수의 기자들이 특종을 놓칠세라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개중에는 국정원 연락관과 경찰청 정보과 직원들로 보이는 자들이 열심히 사건을 메모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여기서 탈출한 뒤 상부에 보고하기 위함이 틀림없었다.

　학현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살아서 밖으로 나갔을 때 조금 전 도끼로 여 경위를 살해한 자신의 행위가 그들에 의해 외부로 알려진다면, 체포되어 처벌을 받을 것은 불을 본 듯 뻔한 일이었다. 학현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좋은 대책이 떠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조바심만 자꾸 커져 갔다.

　한편 지혜는 갑자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학현이 어딘지 이상해 보였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응?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학현은 그런데 지혜의 얼굴을 쳐다보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에 약간 들뜨기까지 한 얼굴로 지혜에게 말했다.

　“일단 이쯤에서 사람들을 멈추게 해야겠어요. 저러다 의원들 다 죽으면 그게 더 큰일이니까.”

　실은 지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긴 한데 어떻게 멈추게 하죠? 소리라도 질러요? 저 상황에서 우리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기나 하겠나?”

　지혜의 말에 곧바로 본회의장 안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학현은 문득 천장 중앙에 커다란 해바라기 모양의 샹들리에가 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층 방청석으로 가요!”

　“네?”

　지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학현은 지혜의 반응엔 아랑곳없이 거듭 재촉했다.

　“일단 따라와봐요. 얼른요!”

　지혜는 여전히 얼떨떨했지만 평소 빈 말은 하지 않는 학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일단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올라온 학현은 먼저 휴게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 2개를 뽑아 그 중 한 개를 지혜에게 건넸다. 지혜는 이게 웬 생뚱맞은 행동인가 싶었다.

　“방청석으로 간다면서요?”

　그러자 학현은 씨익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이제 가요. 아, 그거 마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 학현은 곧장 방청석 출입문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다 지혜가 바로 따라오지 않는 걸 알아채고는 돌아서서 다시 한 번 재촉했다.

　“뭐해요? 빨리 안 오고.”

　“네? 아, 가요.”

　지혜는 얼떨결에 그렇게 대답하고는 학현의 뒤를 따라 허둥지둥 방청석으로 향했다.

　한층 높은 방청석에서 내려다 본 본회의장의 광경은 아래층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고 생생했다. 마치 사자들이 기독교도들을 한창 잡아먹고 있는 로마의 콜로세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혜가 학현에게 물었다.

　“이걸로 뭘 어떻게 하려고요?”

　“에? 아, 저기 샹들리에 보이죠?”

　학현은 그러면서 손으로 아까 봐놨던 해바라기 모양의 샹들리에를 가리켰다.

　“네.”

　“이걸 저기다 던져요.”

　“네?”

　지혜는 이게 뭔 뜬금없는 소린가 싶었다. 그러나 학현은 지혜가 그러거나 말거나 곧바로 샹들리에 쪽으로 캔을 겨누며 말했다.

　“일단 하라는 대로 해봐요. 자 갑니다, 하나, 둘, 셋!”

　구령과 동시에 학현은 들고 있던 캔을 샹들리에 쪽으로 있는 힘껏 던졌다. 지혜는 엉겁결에 따라 던지는 바람에 약간의 시차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두 개 다 샹들리에에 정확히 명중했다.

　쨍그랑! 쨍그랑!

　샹들리에의 유리 장식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단번에 수백 개의 작은 파편들로 산산조각이 났다. 곧이어 그것들은 금빛의 민들레 꽃씨들처럼 일순간 공중으로 확 퍼지더니 이내 눈처럼 아래로 흩뿌려졌다. 이에 본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갑자기 쏟아져 내린 물벼락을 피하듯 팔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수그렸다.

　“우왓! 뭐야?”

　잠시 후 파편들이 모두 떨어지고 나자,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싶어 하나 둘 고개를 들어 위쪽을 살폈다. 학현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이제 그만들 하세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학현에게로 쏠렸다. 학현은 마치 단상 위에서 연설을 하듯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의원들을 다 죽여서는 안 됩니다. 자정까지 11명은 남겨둬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막무가내로 죽여보세요. 그럼 자칫 그 조건을 맞추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젠 형세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일을 계획을 세워서 조직적으로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학현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와 함께 본회의장을 휘감고 있던 폭력과 살인의 광풍도 어느 새 잠잠해졌다. 이에 자신감이 붙은 학현은 대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들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본회의장 출입구부터 봉쇄해주세요. 남아 있는 의원들은 산 사람 죽은 사람 할 것 없이 가운데로 모아서 리스트를 작성해주시고요. 그게 다 되면 죽은 의원들의 시체는 2층 소회의실로 옮기고, 생존 의원들은 예결위(예산결산위원회)회의장으로 따로 옮겨서 감시해주세요. 그리고 …….”

　학현은 얘기하다 말고 불쑥 본회의장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그리고 마저 이야기했다.

　“새벽 4시에 여기서 모두 모여 회의를 열도록 합시다. 그러니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세요. 방송실 관계자가 계시면 방송을 해주셔도 좋고요.”

　마침내 모든 얘기를 마친 학현은 다시 지혜에게 뭔가를 속닥거렸다. 학현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지혜는 처음엔 얼굴에 살짝 당혹감이 스쳤다. 하지만 잠시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학현에게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상황을 일단락 시킨 학현은 문득 승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혹시나 될까 싶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하지만 화면에는 역시나 ‘서비스 불가 지역’이라는 메시지만 덩그러니 떠 있었다. 학현은 하는 수 없이 승희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회의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