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아! 서경아!!”
정우의 목소리에 실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다. 순간, 싸해지는 종로경찰서 강력2반.
“야, 야. 쟤 좀 깨워라. 저 새끼 오늘 왜 저런다니.”
“네 반장님!”
누가 봐도 ‘내가 형사 반장입니다‘라는 아우라를 뿜고 있는, 아니 쉽게 말해 산적의 형상을 띈 반장 웅석의 말에 막내 형사 형민이 정우의 곁으로 재빨리 뛰어간다. 곧 이어 책상에 엎드려 팔을 휘젓는 정우를 흔들어 깨운다.
“선배님, 선배님!”
“서경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서경의 이름을 외치며,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는 정우. 지레 놀라, 형민은 뒤로 두어 발자국 물러섰다. 정우가 눈을 뜨고 바로 옆에 있던 형민의 손을 잡는다.
그에 더더욱 놀라, 형민은 자꾸만 뒷걸음치려 하지만 정우의 손에 꼭 잡혀 움직일 수가 없다.
“여기가 어디냐 형민아.”
“여, 여기 저희 서요. 저희 종로서 2반이잖아요.”
“어디라고?”
“선배님 직장이요. 종로경찰서 강력2반이요.”
그제야, 정우는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실내에 뿌연 안개가 잔뜩 낀 모습을 보고 재차 묻는다.
“야 임마, 너 똑바로 말해 새끼야. 서내에 무슨 안개가 껴있어. 넌 뭐야. 넌 누구야, 대체 여기가 어디야. 서경아. 서경아!”
그 모습을 본 형민은 말없이 정우의 어깨를 툭툭 치고, 손가락으로 주위 모습을 하나 하나씩 가르킨다.
형사 반장 웅석이 줄담배를 피고 있다. 그 옆 형사도. 그 옆 또 다른 형사도. 그 옆, 옆 또 또 다른 형사도. 온통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곳. 이곳은 정우가 익히 알고 있는 종로서 강력 2반이다.
“저, 저. 화상. 이거 담배야 담배라고. 너 좀 쉬라 했지 이 새끼야. 막내야! 데리고 나가서 따귀 한 대 때리고 들이 보내라.”
형민이 그런 정우를 이끌고 나가려 하자, 그는 뭔가 떠오른 듯 휴대폰을 챙겨 밖으로 급히 뛰어 나간다. 형민은 웅석을 보고 어깨를 슬쩍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혀를 끌끌 차는 웅석이 옆에 있는 서류뭉치로 앞에서 아빠 미소 짓고 있는 범죄자의 머리를 세게 내친다.
“뭘 안다고 웃어 새끼야.”
***
“여보세요? 서경아, 너 지금 어디야?”
“오빠, 어디긴 어디야 유치원이지.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정우는 경찰서 밖으로 뛰어 나가 그의 아내 서경에게 곧바로 전화를 건다. 아내의 목소리를 확인한 정우는 여전히 불안한지 그녀의 안부를 재차 묻는다.
“정말 무슨 일 없는 거지, 정말이지?”
평소 장난기 넘치는 이 여자. 남편을 놀리고 싶다.
“아, 근데 갑자기 머리가.. 아니, 배가..으악..악..”
“자기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지? 거기 잠시만 있어, 아니 우선 빨리 원장 선생님 좀 바꿔줘 봐.”
“바보. 오빠 그렇게 어리버리해서 범인은 어떻게 잡어?”
서경은 정우의 당황해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아내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를 들은 정우도 한시름 놓는 목소리다.
“이상한 꿈을 꾸어서, 미안 여보. 내가 너무 흥분했지.”
“아니야 오빠. 보고 싶어. 오늘 저녁도 집에서 먹을거지?”
“당연하지. 말씀드리고 얼른 들릴게.”
그 후에도 서경은 자기는 괜찮다는 말 100번은 더 한 후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전화 뽀뽀를 몇 차례 더 나누고 나서야 끊을 수 있었다.
“너무 통화를 오래했나.”
생각보다 긴 통화에 놀라 서경은 재빨리 뒤돌아 유치원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러다 자신 바로 뒤에 서 있던 유치원 원장 세란을 마주친다.
“깜짝이야. 원장님 여기서 뭐하세요?”
40대 골드 미스, 유치원 원장 세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한마디 던진다.
“니들.. 정우씨랑 서경이! 용서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외마디 외침과 함께 자리를 뜨는 세란. 그렇다. ‘그녀도’ 연애를 하고 싶다. 서경은 그런 원장님이 너무 사랑스럽다. 곧바로 원장님을 외치며 재빨리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