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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나, 황룡과 화씨지벽(1)
작성일 : 17-11-14 23:41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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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해놓고도 황당했다.

 누군가 나한테 와서 이봐, 나는 황룡이야 라고 했다면...나는 그 사람 말을 믿어주었을까?

 십중팔구 미친놈이라고 속으로 욕하거나. 자리를 피해버렸을 거다. 자리를 피하기 곤란하다면 저 사람이 술을 마셨나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냥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저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걸까?

 나는 노인의 표정을 살폈다. 듣기에 노인의 성정이 괴팍하다고 했다. 노인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며 나를 쫓아버릴 수도 있다.

 나는 조마조마했다. 주유가 분명 노인이 모르는 것이 없으니, 내게 도움이 될 거라 일러줬지만...내 말은 지혜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공자가 황룡이라고?”

 노인은 다시금 내 말을 되짚었다.

 “예.”

 “허허, 이것 참.”

 나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괜히 조마조마해졌다.

 “보감에 적혀 있던 게 사실이었나 보군.”

 노인이 중얼거렸다.

 “몇해 전에 보감이 떠돌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 그걸 어찌어찌해서 나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기이한 글귀가 적혀 있었네. 이런 시기일수록 허망한 말들이 떠도는 법이라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네.”

 주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노인이 나의 갈 길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나로서도 기뻤다. 나의 등장을 예고한 글귀가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실마리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은 문갑을 뒤적거렸다. 서간마다 켜켜이 쌓아둔 두루마리를 뒤적거리던 노인이, 붉은 비단보에 싸인 두루마리를 집어들었다. 비단보를 벗겨내고 돌돌 말린 두루마리를 풀어내자 그 안의 글귀가 나타났다.

 직접 쓴 것이 아니라 탁본이었다. 내가 한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탁본은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처음 보았을 적엔 보감인지도 몰랐네. 그저 낡은 거울처럼 보였지. 자세히 살펴보니 거울 뒤 장식에 글자가 새겨져 있지 않던가...”

 노인은 꺼내놓은 두루마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고경古鏡은 귀중한 듯 보여도 그 중 보감寶鑑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지....”

 노인은 탁본의 글자들을 읽었다. 내용을 따지자면 대략 이러했다.

 [숲가로 아름다운 여인이 마차를 타고 갈 적에, 그 옆으로 상처입은 황룡이 강림하리라. 밤하늘의 우두머리로서, 황룡은 여인의 도움을 받아 힘을 회복하리니. 곧 잃어버렸던 밤하늘의 묘수의 길을 바로 잡아 가야 할 곳으로 가리라.

 강동이여, 복되도다.

 황룡이 강림하고 황룡의 총은을 받은 땅아, 아름답도다. 천하를 얻고도 남을 기상이여, 지재여. 황룡에게 있도다. 세상이 모다 황룡을 주목하리니...

 세상에 있지 말아야 할 보옥寶玉을 되찾으리니, 곧 혼탁한 세상이 정화되리라.]

 앞부분을 읽을 때는 움찔했다. 슬그머니 주유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녀는 미동하지 않았다. 이 탁본이 사실이라면 이 예언을 새겨놓은 사람은 대체 누구인 걸까. 이 세계와 내가 있던 세계는 분명 다른 공간이다. 그 공간으로 대형 거울을 보내놓은 사람은 또 누구고. ‘가야 할 곳으로 간다’는 문구와 ‘세상에 있지 말아야 할 보옥’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치도 못한 덫에 걸려버린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여인은 저군요.”

 주유가 말했다.

 “상처입은 황룡은 환이구요.....그렇죠?”

 주유는 나를 가리켰다.

 “이게 전부인가요?”

 내가 물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보감에서 발견한 예언은 이것이 전부였네. 나머지는 망가져서 보이질 않았어.”

 나머지라고? 그렇다면 그 거울에 다른 예언이 적혀 있었더란 말인가? 나는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그렇다 해도 어떻게 이걸 믿을 수가 있을까...

 “다른 예언이라 하시면....”

 “한실이 무너진 다음의 예언을 말함이겠지.”

 노인은 두루마리를 도로 말았다.

 “저는...저는 본시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기엔 제가 주유와 만날 것이 예견되어 있었다는 겁니까?”

 “자네가 자네 입으로 그러지 않았나. 신수 황룡이라고. 자네 스스로 예언이 사실이라 입증해주었네.”

 노인은 오늘에 벌어질 일을 예상했던 걸까. 탁본까지 떠 둔 그의 정성이 대단했다.

 “나도 사실 탁본을 뜰 때에도, 이게 과연 사실인가 반신반의했네. 나라가 하 뒤숭숭하니 이런 예언이 나도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지. 황룡은 본시 천자를 뜻하니, 강동에서 천자가 나온다는 말들이 돌았으니.”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천자가 황룡의 상징이라는 건 귀가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중요한 건 그따위 상징이 아니라, 그런 말의 진원지가 어디냐는 거다.

 이걸 만들고 퍼뜨린 사람은, 아니 인간인지 뭔지 모를 생명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다 만들고 조작해놓고, 자기가 짜놓은 그물망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꼴을 위에서 히득대고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기분이 나빠졌다. 거미줄에 걸려 옴쭉달싹 못하게 된 먹잇감이 된 듯했다. 그런 건 싫다. 누군가의 노리갯감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나는 현대인이다.

 고대의 율령이 있고 묵시적 관습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나는 나다.

 “왜, 왜 이런 예언이 도는 겁니까?”

 “그것은 이 늙은이도 알 수가 없다네. 고래로, 고경참문古鏡讖文이 나도는 건 살기가 각박하고 삼정이 어지러우니 그렇다지만. 강동에서 황룡이 나타날 거란 말은 나도 처음 봐서 말일세.”

 맥이 탁 풀렸다.

 그러면 그렇지. 교공이 지혜롭다고 해도 결국 이 시대의 평범한 사람일 뿐인건데. 이 사람을 찾아가기만 하면 무조건 해결책이 튀어나올 거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하여튼간에, 사람이 많이 배워도 말짱 헛거다. 정작 긴급한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오로지 자기 생각에 상황을 끼워맞추려 드니까.

 “저는 스승님께서 무언가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자네들이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내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일세.”

 주유는 아쉬운 듯 두루마리를 만지작거리더니, 곧 두루마리를 다시 펴보았다. 두루마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스승님, 여기서 이상한 문구들이 있는데요....”

 “말해봐라.”

 “잃어버린 묘수와 보옥은 무얼 뜻하는지요? 소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가르침을 청합니다.”

 노인은 길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묘수란 별자리를 뜻하는 게지. 동서남북 하늘을 지키는 별자리들 말일세.”

 노인은 목간을 가져왔다. 크기가 그렇게 작지는 않았고, 서안 하나를 꽉 채울 만한 크기였다. 노인은 동서남북을 가로짓고는 각각의 글자를 써 넣었다.

 '동청룡 東靑龍, 서백호西白虎, 북현무北玄武, 남주작南朱雀.'

 “이 네 신수가 각 지역의 수장이네. 이들이 하늘 신수로서 하늘과 일월성신을 주재한다. 그들의 왕이 바로 황룡인

 게지.

 황룡은 밤하늘의 중심인 자미원紫微垣에 거하니 말이다.....

 헌데 그 균형을 깨뜨린 것이 있었다.“

 그는 다른 목간에 둥근 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 안에 또다른 작은 원을 그렸다.

 “이건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네."

 화씨지벽!

 전국시대 때 분란의 상징이자, 진시황이 그를 다듬어 옥새로 썼다던 그것이었다. 나는 깜빡하고 있었다..후한 말에도 그 화벽이 남아 있었다는 걸!

 손견이 폐허가 된 낙양에서 화벽으로 만든 옥새를 줍고 나서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것도.

 그렇다면 손견이 이상해졌던 게, 단순히 옥새라서가 아니라 화벽이어서 그랬던 걸까?

 나는 노인이 그린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이 진짜 화씨지벽이 아닌데도, 뭔가 무서워졌다.

 “화씨지벽은 사람의 눈에 띄어서는 안되는 보물이었네. 어쩌다 동굴에서 발견된 게지. 신물神物을 범부凡夫가 손대었으니 그 몸인들 무사했을까? 형벌이 과한 감이 있다 하겠으나, 범부가 하늘 물건을 범한 죄를 따지자면 목숨을 보전한 것만 해도 다행이다 할 것이네.”

 “그렇담 화씨벽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는 건가요?”

 “그 자리에 있은들 되돌릴 수 있겠나? 원칙적으로는 그러하겠지만, 화씨벽이 있었다는 동굴이 어딘 줄 알겠는가. 그걸 캐온 사람만이 알고 있지. 그러나 그는 저주를 받아 죽었다. 여왕과 무왕에게 끔찍한 형벌을 받고서는 그 원통함 때문에 목숨을 이어갔지. 여왕과 무왕이 죽고, 그 뒤를 이은 문왕이 장인과 벽옥을 다시금 살피러 궁에 들였을 때였다. 장인은 왕 앞에서 억울함을 토하며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지.”

 예상치도 않은 이야기였다. 화씨지벽에 관한 이야기는 알음알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전국시대 때 화씨 성을 가진 장인이 동굴에서 신기한 옥을 발견해다 여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여왕은 옥을 알아보지 못했고, 돌을 옥이라 속인다 생각하여 그에게 벌을 내렸다. 이후 등극한 무왕도 마찬가지였다.....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그 장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그런 내력이 있을 줄이야. 진시황은 그렇담 그러한 내력을 알고서도 옥새로 만들었단 말인가?

 나같으면 곁에 두고 싶지도 않을 것인데. 저주가 서려 있다 해도 믿을 판이었다.

 “헌데 그 장인의 피가 옥 속으로 흘러갔던 모양이야. 피 속에 옥이 오래도록 잠겨 있었다는군. 옥이 어떻게 피를 흡수했는가는 알 수 없지만...여하튼간에 피를 머금은 옥은 전에 없이 음탕한 미인같았다는 말이 있었네. 원래의 화씨지벽은 청아하고 순정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피를 머금고 난 뒤부터는 그 화려함에 넋을 잃고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지. 보기만 하면 빠져들게 되는 게야.

 진 시황제도 그 옥에 도취되어선, 조각하여 옥새로 만들었지. 그 이름을 전국옥새라 하고.“

 무언가 엄청난 이야기였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그래서, 그 괴담같은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화씨지벽일랑 본래 지하로 내려가 영영히 무간지옥에 사장되었어야 할 물건이다. 신물이라 하나 요귀와 온갖 악수들이 짖고 까분 동굴서 생겨난 것인데, 사람들 눈에 띄면 좋지 않을 건 자명했지. 그것이 세상으로 나온 순간부터 엄청난 피바람이 불었던 게다. 그래, 인간 세상에선 다시 나와선 안되는 것이었어...”

 “어르신, 화씨지벽이 위험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전설과 민담 같은 이야기들일랑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헌데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요?”

 노인은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시선 끝에 담긴 나는 여위고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나를 쳐다보는 주유의 시선이 느껴졌다. 주유 또한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인 격이 아닌가.

 엉킨 실을 풀려고 하면 할 수록 오히려 그 실에 뒤엉켜 허우적거리는 꼴이었다.

 “화씨지벽을 잠재울 사람은 자네밖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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