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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이대로 괜찮은.
작가 : 이하지
작품등록일 : 2017.11.7

어른들은 모른다,
우리가 이대로 괜찮은지.
우리들은 궁금하다,
우리가 이대로 괜찮을지.

 
제3화 - 17년도 고졸 거짓말 대회
작성일 : 17-11-14 22:41     조회 : 286     추천 : 1     분량 : 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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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탁탁탁탁탁탁탁탁.

 미영은 한눈에도 초조해 보였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다리를 쉴 틈 없이 떠는 것이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보다 못한 하지가 미영을 툭툭 건드렸다. 못마땅하다는 듯한 찡그린 표정으로 공책을 슥, 내밀었다. 공책 구석에 쓰인 글자가 보였다.

 

 ‘자습시간에 다리 떨지 마.’

 

  미영이 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하지의 글씨체는 읽기 어렵기로 유명했다. 입을 배쭉이며 해독을 완료한 미영이 속삭였다.

 

 “넌 공부도 안하잖아!”

 

 이번엔 하지가 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글씨를 쓰고 공책을 내밀었다.

 

 ‘조용히 해! 부부젤라, 시끄러워!’

 

  미영의 목소리는 크기로 정평이 나있다. 자기 딴에서 속삭인다고 해도 보통 말하는 것만큼이나 잘 들렸다.

 마찬가지로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한 미영이 답신을 적었다.

 

 ‘자습시간에 공부 하지도 않으면서 뭐라고 하냐?’

 

  그 말에 하지가 자신의 공책을 떡하니 가리켰다. 그리던 그림이 여기저기 삐져나가 엉망인 모습이었다. 뭔가 깨달은 표정을 한 미영이 하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지는 어떠냐 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미영을 바라보았다.

 

  “그래 알았다. 안 할게.”

 

  “진작 그럴 것이지.”

 

  하지가 작게 투덜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만의 네모나고 무궁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미영이 초조해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6교시 막바지에 접어든 3시 10분이었다. 이번에 지원한 회사의 최종합격 발표가 그러니까 20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미영은 다리를 떠는 대신에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5번…아니, 6번이었던가. 정확한 횟수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이 지원했었다. 그리고 번번이 떨어졌었다. 6월, 아직은 극히 초반에 불과한 날짜지만 미영은 초조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취업에서 해방감을 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시간은 느리게만 간다. 시계를 한 번, 두 번 흘깃흘깃 쳐다보아도 움직이는 방법조차 잊은 것 같았다.

 

  “하아….”

 

 미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중요한건 기말고사 같은 게 아니었다. 조금 긴장을 누그러뜨릴 겸 해서 하지의 공책을 바라보았다.

  슥슥, 펜이 지나간 자리에는 선이 남는다. 그리고 그 선들이 모이고 모여서 그림이 된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하지는 무신경한 아이다. 그런 만큼 손을 무신경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마치고 보면 항상 사람이 탄생해 있었다. 다른 과의 단비가 말하기를 ‘아무렇게나 하는데 그림이 되는’ 능력이었다. 그렇다 보니 주위에서는 언제나 하지에게 그림을 잘 그린다고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놀라워한다.

  하지만 정작 하지는 그런 말을 들으면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고, 자기보다 얼마든지 잘 그리는 사람은 많다며 고개를 저어버리는 것이다.

  멍하게 구경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익숙해진 종소리가 수업의 끝마침을 알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소란스러워졌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시끄러운 아이는 항상 미영이다.

 

 “우오오오오오! 지금 완전 긴장돼!”

 

 “강미영 시끄러워.”

 

 “완전 고막테러….”

 

 “부부젤라 부부젤라….”

 

 아이들이 익숙하다는 듯 하나 둘씩 토를 달았다. 미영은 키도 작고, 체구도 왜소했다. 얼굴은 마치 중학생만큼이나 어려보이면서 하는 행동은 과격하고 거칠었다. 덕분에 미영에게 붙은 별명은 ‘악어의 눈물’ 이었다.

 

 “강미영 아직이야?”

 

 벌컥 뒷문이 열리고 다른 반 친구들이 뛰어들었다. 하지와, 지나와, 은지 그리고 민서가 미영의 주위로 동그랗게 둘러섰다. 하지가 물었다.

 

 “미쨩 몇시에 나온대?”

 

 “3시 반에…아, 1분 남았어! 아아악!”

 

 미영이 발을 동동 굴렀다. 손에 땀이 흥건해 자꾸 치마를 쥐었다 놨다 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지나가 불쑥 말했다.

 

 “강미영 손 냉동족발이네.”

 

 “….”

 

  침묵이 일었다. 지나 때문이 아니라 3시 30분이되었기 때문이다. 7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아이들 중 누구도 자리에 앉거나 반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미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채용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며 비밀번호를 틀리기도 했다. 다들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꼴깍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미영이 결과 조회를 누르는 순간 아이들은 모두 눈을 돌렸다. 그 순간만큼은 혼자 확인하게 해 주어야 했다.

 

 ‘17년도 고졸신입사원채용에 지원하여 주시어 감사합니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미영은 아, 하고 짧은 탄식을 내쉬었다. 아마 이번이 6번째일 것이다.

  아이들은 말없이 핸드폰을 내려놓는 미영을 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떨어졌구나. 위로나 격려를 할 시간도 없이,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들을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괜찮아, 강미영.”

 

 “그래. 또 다른데 하면 되는걸.”

 

 “괜찮아! 이따 얘기해!”

 

 미영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돌아갔다. 하지와 지나도 제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수업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마찬가지로 턱을 괸 미영은 멍하니 칠판을 응시했다. 4월부터 6월까지 세 달 동안, 총 여섯 번. 한 달에 두 번 꼴로 지원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한 셈이다. 항상 3학년이 된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은 ‘10번은 떨어져 봐야 붙는다.’ 는 말을 해주시지만 말로 듣는 것과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났다. 지쳤다.

  6번의 이력서, 6번의 자기소개서, 4번의 면접.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취준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몇 번을 맛보더라도 쓴 맛이었다.

  하지만 지쳤다고 그만 둘 수 없고, 질리더라도 계속 먹어야 하는 일이었다. 취업은 그런 것이다.

  누군가가 한 번에 붙었다고 부러워해도 떨어졌다고 슬퍼해도 다음에 할 일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지원할 회사를 알아보고,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영을 포함한 특성화고 취업반의 모든 아이들은 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아무리 싫더라도 신물이 날 지경이라도 아이들은 취업준비생의 길을 걸어간다.

  사회에 남들보다 일찍 던져지기를 택했다, 우리들은. 각자의 사정 때문에, 혹은 이루고 싶은 꿈 때문에라도. 각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미영은 언젠가 인문계에 다니는 친구에게 말 한 적이 있다. 취업 생각만 하면 지긋지긋하다고.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너희가 좋아서 택한 길이 취업인데, 왜 좋아하지 않느냔 것이었다.

  미영은 그때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저 웃기만 했다. 우리는 그랬다. 주위의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했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평범한’ 학력을 밟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저 우리가 ‘대학을 가기엔 부족한 애들’ 일 뿐이었다.

  답답함에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말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할 뿐, 누구도 쉽게 반론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지가 말 해 주었다.

 

  “걔네들도 취업이 아니라 대학입시공부를 택해 놓고, 수능을 좋아하는 애는 없잖아.”

 

  그거랑 똑같은걸, 왜 우리는 달라야 하는 거야? 하지가 투덜거렸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대학 진학을 택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정말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에, 열의를 가지고 더욱 공부하기 위해 진학을 택하는 아이는 몇이나 될까? 그저 꿈이 없어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사실 취업도 같았다. 회사에 가서 ‘자아를 실현하고 미래로 발돋움’ 하는 것은 번지르르한 말일 뿐이다. 자기소개서도, 1분 스피치도 전부 마찬가지이다. 회사에 들어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이기 마련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항상 형식적이고 진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많은 거짓말 속에서 좀 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찾아낸다. 그래서 우리들의 종이 쪼가리는 합격 거짓말과 불합격 거짓말로 나뉘는 것이다.

  미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합격의 기준은 성적도 외모도 첫인상도 미소도 아니고 얼마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느냐가 아닐까.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그리고 미영은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저 먼 곳으로. 취업도 면접도 생각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곳으로.

  하지만.

 하지만 미영은 도망치지 않는다. 6번 다음의 7번째에도 도전한다. 미영의 유일무이한 장점, 끈기였다. 미영은 속으로 웃음 지었다. 자기소개서에 쓸 거리가 하나 늘어난 것 같다.

  미영뿐만 아니라 모두 도전해야 했다. 남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득 미영의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일도 거짓말 대회에 출전합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3화입니다.

 이번 화는 조금 슬프지만 냉정한 이야기네요.

 항상 탈락하고 상처받는 일상이지만, 그럴수록 힘내주기를 바랍니다.

 다음 화도 잘부탁드립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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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 17-11-15 11:0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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