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그들은 국가를 지켜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그나저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먹고 살 일도 당연히 걱정이다. 그들은 대체로 노동자들과 아저씨들, 집안의 가장들이거나 남자들이다. 근면 성실하고 건실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 중의 상당수는, 결혼 상대로서는 기피되는 인물들이다. 부자가 아닐 뿐더러, 미남 미녀가 아니라는 것이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위에서는 오히려 실질적인 핵심 인물들이다. 당연히 시위를 이끄는 주요 세력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태를 어느 정도 꿰뚫어보고 있다.
특히 그들은 국정농단 관련자들의 정체를 짐작하여 안다. 그들 관련자들이 대체로, 거지가 될 위기 또는 신용불량자 파산 위기에 몰렸기에 국정농단 스토리에 등장했다는 것. 그것까지 오랜 세상 경험으로 대략 파악한 상태이다. 일부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다가 히죽히죽 웃는다. 또 다른 일부는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신중하게, 여러 가지 확률 변수를 머릿속에서 재빨리 회전시켜서, 헤아려 셈하고 계산해보는 편이다. 여러 추측과 가설을 전개해보다가, 그들은 은밀히 시위를 계획한다.
열한 번째, 어느 사람들은 가능한 돈이 안 드는 취미를 좋아한다. 글쓰기, 노래, 독서, 산책 등등이다. 실제로 돈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은 대체로,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들이 된다. 구직을 아예 포기한 자들로 서서히 변신해간다. 그냥 안 쓰고 안 먹는다. 그저 하는 일은 적폐청산 부르짖기이다. 그러나 진짜로 바라는 것은 손쉽고 편한 직업 구직. 즉, 부업 같은 것이다. 아무튼 만사는 귀차니즘이다. 체력도 부족하고, 의욕도 상실된 상태이다. 무엇을 해야 할 이유를 딱히 모른다. 오직 적폐청산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심지어 부모님의 심부름마저 귀찮다. 부모님이 부탁하시는, 샌드위치 유산지 구입 대행도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못해서 아무 것이나 주문할 정도이다. 경우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다. 뚜렷한 목표가 없기에 움직이기가 마냥 귀찮다.
어느 사람들은 비교적 고학력 백수들이다. 대체로 인 서울에서 경기 인천 수도권 대학교의 문과 출신들이다. 간판으로라도 학사 출신들이고, 석사 출신도 꽤 된다. 체력이 허약한 편이고 실제로 게으르다. 부잣집 남자 여자와의 혼맥 테크 트리가 꿈이지만 쉽지 않다. 그것이 잘 안되다 보니 적폐청산에 열광적 지지를 보낸다. 예를 들면 정유라 타도 주장 지지 등등이다. 일부는 추정한다. 이들 어느 사람들이, 대한민국 청년들과 중년 부인과 4050대까지의 퇴직자 아저씨들의, 25% ~ 40% 정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이들은 아직도, 진정한 삶의 목표를 못 발견했다. 꽤 상당수가, 남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위대한 것에 대한 열망을 은밀히 간직하고 있다. 인생 과업을 넘어서 하루바삐, 지나간 세월 보상을 원하는 자들이기도 하다. 이에 어느 사람들은, 수단방법 안 가리고 권력을 쟁취 및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꽤나 강하다. 그래서 어느 사람들은 말한다. 이 기회에 우리도 돈을 벌자. 그것을 위해서 더욱 더 격렬하게 사건 조작을 하자고 말한다. 그렇다. 국가 차원 민족 차원이 아니라 개인 이익을 위하여 사건 조작이 중요한 법이다. 결국 이들 어느 사람들은 이죽거리며, 시위를 계획한다.
열두 번째, 저들은 요한계시록 바빌로니아 재현을 주장한다. 일명 종교 전쟁의 시작을 일컫는 것이다. 저들은 국정농단 현상 자체가, 사타니즘 단체인 프리메이슨들의 사악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봐도 기획된 사건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 종교 전문가인 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기획된 사건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아무튼 종교 전문가 신분으로서 저들은 생각한다. 더 이상 큰 환란이 일어나기 전에, 국가를 구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에 저들은 신에게 간구하여 기도하고 불공을 드리며, 시위를 계획한다.
열세 번째, 정권 교체와 숙청의 핑계 또는 명분. 그것이 바로 적폐청산일 뿐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냥 이 기회에 다 쓰윽 없애버릴 좋은 기회인 것이다. 지금이 마음에 안 드는 자들을 대거 없애버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한 이들 중에는 날라리 양아치들부터 꽤나 점잖은 이들까지, 다양한 부류의 민중이 포괄되어 있다. 그저 이들이 생각하는 팩트는 딱 하나이다. 여기나 저기나 세상에는 마음에 안 드는 인간뿐이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아예 싹 다 갈아엎자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든지 뭐든지 그저 기회를 봐서 마음에 안 드는 인간들을 다 제거해버리면 된다. 다만 최근에 적폐청산 화력이 조금 많이 약한 감이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로 진행해도,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이에 이들은 자기들끼리 묘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시위를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