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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줘(10)
작성일 : 17-11-14 09:13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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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랄맞은 꿈을 꾼 것 같아."

 

 단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끈지끈한 머리에 손등을 댔다. 눈가가 거뭇해져 표정을 잃은 친구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아마 제 얼굴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단아와 은랑은 난장판이 된 도서관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있는 대로 꺼내서 헤집어버린 흔적과 빼곡하게 검은 글씨가 적힌 화이트보드, 구겨진 종이뭉치가 여기저기 던져져 있는 모습은 예전에 미스테리클럽이 이곳에서 만들어낸 모습과도 같았다. 그때도 지금도 이유는 겔샤르의 인이다. 두 사람의 시선은 잠시 마주쳤다가 비스듬하게 비껴나갔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침묵에 빠지는 시간이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멍청한 자기파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겔샤르의 인을 지탱하는 겔 중 하나가 완전히 효력을 잃었다. 상자 속에 들어있던 건 겔이 아닌 녹색의 편지봉투. 놈이 남긴 흔적이었다.

 

 놈이, 미스테리 클럽의 멤버 중 하나인 그가 겔샤르의 인을 뒤흔들었다.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자 숨을 들이쉬는데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기가 막힌 분노와 뒤따르는 모순된 부정의 감정이 속 안에서 들끓었다. 속을 태우는 열기는 지난 밤부터 꺼질 줄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 겔이 파괴되진 않았다는 거야."

 

 은랑이 그렇게 말하며 손톱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상황은 나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최악은 아니었다. 지정된 위치에 있어야 할 겔이 사라지자 그 겔이 담당하던 해당구역의 인은 색을 잃고 말았지만 어쨌거나 형상은 유지하고 있다. 밤새 찾은 자료에 의하면 겔을 돌려놓기만 하면 해결 될 문제였다.

 

 겔샤르의 인은 온전한 상태라면 괴물이 얼씬도 못하겠지만 효력을 잃어 일부가 검게 변해버려 여기저기 잡아뜯긴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그 안으로 괴물이 침투한 모양이었다.

 

 괴물이 침투한다해도, 검게 물들지 않은 멀쩡한 황금빛의 구역은 여전히 괴물에게 허용된 공간이 아니었다. 사라진 겔이 있던 곳은 학교 뒷산이었다. 그러니 그 겔이 담당하던 구역이 전태 6지구라는 이야기고, 근래에 갑작스럽게 주변에서 괴물들이 나타났던 이유도 설명되는 셈이다.

 

 겔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기만 하면 된다. 그럼 다시 안전해져. 그렇게 생각하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딱. 힘이 들어간 다섯 손가락이 책상을 내리쳤다. 알싸한 고통이 현실을 자각하라 소리치는 듯했다.

 

 왜 겔을 가져가버린 건지 사실은 떠오르는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걸 아직까진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최후의 자존심이었다. 절대 그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너를 그 정도로 미련하게도 믿어보려고 해. 단아는 느릿하게 숨을 뱉어냈다.

 

 겔을 되돌려 놓는 것도 문제지만 남은 겔들의 안전도 중요한 문제였다. 문제는 나머지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제약은 '마지막 겔에 제윤의 마력이 적용될 때 겔에 대한 기억이 돌아온다' 였으니 말이다. 멀쩡하게 기억조작 마법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는 걸 보면 놈에게도 이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애초에 안전상 문제를 위해서 기억을 흩트려 놓기까지 했는데 놈이 그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게 문제의 시발점이다. 제윤만 알았어야 할 마지막 '겔'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어딘가 커다란 허점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밤을 지새웠더니 입술이 까슬까슬하게 메말랐다. 미지근해진 물을 한 컵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깨가 뻐근하게 당겨왔다.

 

 "집에 가게?"

 

 은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벌써 그 날이잖아. 그래도 오랜만인데 조금은 예뻐진 모습이 좋지 않겠어? 욱해서 서로 쌍욕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다가도 꽃같이 피어난 내 얼굴을 보면 뭔가 때릴 마음이 사라질지도 모르잖아. ‘때릴 거야?’하면서 필살 애교전술을 구사해볼까 하는데."

 "그걸하면 확실하게 뺨은 맞을 거 같은데."

 "앗. 마음의 상처가."

 

 가슴에 손을 대며 몸을 숙인 단아가 낄낄 웃었다. 은랑의 얼굴에도 희미하게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웃음 끝에 쇳소리가 섞였다. 11월 1일. 문지기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밤늦게까지 함께 머물렀던 제윤은 아르바이트 문제 때문인지 눈을 뜨니 사라지고 없었다.

 

 피곤해진 눈가를 꾹꾹 누르며 짐을 챙겨 들었다. 다리에 힘이 갑자기 풀려서 몸이 휘청거려 옆의 의자를 재빨리 잡았다. 피로가 누적된 모양이었다.

 

 "나 아무래도 그냥 바로 갈래. 일단 나중에 보자."

 “그래 얼른 가.”

 

 대답이 들림과 동시에 눈에 보이는 세상이 재빨리 갈아치워졌다. 가방을 내팽겨치듯 던져버리곤 발걸음을 옮겼다. 비틀비틀 움직이는데 시야가 핑그르르 돌았다. 피이, 파공음이 커졌다가 작아지고 손을 뻗자 문고리가 잡혔다. 문이 열리고, 침대가 눈 앞으로 점점 다가왔다. 마지막엔 빠르게. 그리고 암전.

 

 속삭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무어라 여럿이서 끊임없이 전하는 소리는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진 못했다. 그저, 누군가 제게 말하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피이. 길게 끌리는 이명이 귀를 관통하곤 멀어진다. 무겁게 내려앉은 팔을 뻗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미쳤다."

 

 오후 다섯 시였다. 도대체 얼마나 잔 거지? 갑자기 허기가 밀려왔다. 어제 밤에 산에서 삽질을 하다가 제윤의 두 번째 겔이 사라진 걸 확인했고, 망가진 겔샤르의 인을 봤고, 또 도서관에서 자료 찾기에 몰두했지.

 

 하나하나 꼽아보니 피곤할 만도 했다. 문지기와는 전태 5지구의 카페에서 8시에 만나기로 했다. 전태 5지구. 본래 6지구에 살았던 그는 5지구 쪽의 대학을 다니게 되어 그 근방에 자취를 하고 있다고 했다. 확실히 겔이 효력을 잃은 6지구가 아닌 5지구라면 저번에 제윤을 만날 때처럼 괴물을 맞닥뜨릴 일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약간은 아쉽기도 하다. 제윤과 화해하기 쉬웠던 건 얼떨결에 말레바와 마주쳤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이번은 이야기가 잘 풀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젯밤 겔샤르의 인을 잠시나마 시각화시켰으니까. 근방의 미드워커들이라면 전부 그걸 목격했을 것이다. 검게 물든 인을 보았다면 분쟁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그래, 그럴 게 틀림없다.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불안하게 질린 낯에 블러셔를 바르자 복숭아빛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소개팅이라도 하는 것 마냥 쓸데없는 과정이 계속해서 늘었다. 확실히 아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립스틱을 바르고나니 정말로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입매를 끌어당겨 한 번 미소를 만들어내자 퍽이나 자연스러웠다.

 

 좋네.

 웃고 있는 것 보단 훨씬 자연스럽다고.

 

 언젠가 제 입에서 나와 문지기에게 향했던 말이다. 긴 시간을 헤메이다 마침내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정말 이상한 미소였다.

 

 토요일 오후지만 오빠인 태오는 없었다. 벌써 여섯 시 반이다. 7시 반에 미리 은랑과 제윤을 보기로 했으니 지금 나가서 버스를 타면 딱 괜찮을 시간이었다. 온기가 잘 남지 않는 집을 감흥 없이 바라보곤 워커를 신었다. 문득 어깨가 무거워졌다. 회색 숄더백에 눈길이 닿았다. 무거운 벽돌이라도 든 것마냥 짓누르는 생소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잘 쓰지도 않지만 뺄 수는 없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그대로 신발장 앞에 앉아 가방을 거꾸로 뒤집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분명 다시 주워담으며 후회하겠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여왕의 감이란, 짜증나는 뒤처리가 일상이니까.

 

 쏟아져 나온 물건들 중엔 뚜껑과 분리되어버린 종이상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자는 순식간에 카드뭉치를 토해냈고 주변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피곤해졌다. 아무런 생각 없이 손을 뻗자 카드 한 장이 절로 손 안에 뛰어올라왔다. 퀸 모멘타. 카드의 이름을 이유 없이 중얼거려보았다. 반쯤 뒤집던 손을 멈추고 그대로 카드를 다시 바닥에 엎어버렸다.

 

 "머리 아프게."

 

 그냥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가방까지 털어서 펼친 주제에 그냥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말해주고 싶은데? 이 이야기의 끝?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억이 났다. 그 때도 이렇게 문 앞에서 어딘가에 기대 앉아있었고 발치엔 퀸 모멘타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 후엔.

 

 쿵!

 

 무언가가 문을 두들겼다. 바로, 지금처럼.

 

 얼굴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아 감정이 담긴 표정을 씻어 내렸다. 바이스 로젠블랏을 원형으로 되돌리면서 작게 흔들어 활성상태로 돌리면서 다른 한 손으론 주변에 널린 카드 중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쿵! 쿵! 소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메신저(messenger)] 카드다. 누군가 소식을 전하러 왔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다. 확신감이 들었다. 심호흡을 하고 조그만 구멍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바로 보이는 건 없었다. 억지로 고개를 들어 시야를 넓히자 조그맣고 하얀 무언가가 꾸물거리는 게 보였다.

 

 "발케?"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두 눈으로 발케를 확인했는데,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불안함에 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걱정이 무색한 발랄한 대답이었다.

 

 ["저여? 지금 친구들이랑 피시방 가는데요? 아. 흰둥이라면 저기서 쓰레기통 뒤지고 있는데요. 악! 그걸 뒤져!!ㅡ왕!!ㅡ아, 아니아니 똥개가 쓰레기통을 뒤지길래...하하.. 빨리 가자 주말이라서 자리 없겠다! 아, 누나 그럼 끊을게여!”]

 

 끊긴 전화에 당황한 것도 잠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역시, 너무 예민해진 탓인 모양이다. 요 몇 주 사이 별의 별 일이 다 있었고 1년 정도는 휴식기간이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마음을 털자 갑자기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다.

 

 약속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맨 뒷자리다. 그러고 보니 이쯤이었나? 단아는 슬쩍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지기가 사고가 날 버스를 타지 못하게 막으려던 그 날, 은랑까지 셋이서 다음 버스에 나란히 앉아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미아파트 2동과 사고현장, 그리고 문지기의 굳어버렸던 입매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때의 공기가 피부에 와 닿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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