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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9
작성일 : 17-11-14 02:52     조회 : 284     추천 : 2     분량 : 3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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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봄비 씨. 이게 바로 걸러낸 술입니다. 냄새만 맡아도 취할 것 같군요. 마셔보겠습니까?"

 나바재 씨가 질그릇 병을 하나 들고 찾아온 참이다. 봄비는 냄새를 맡아보고는 미간을 찡그린다.

 "몇 번을 거르면 이 정도로 독해지는 겁니까? 어떤 재료를 쓴 건지 알 수가 없군요."

 원하는 반응이 나왔는지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봄단풍 사람들이 가져온 나무 밑둥 쪽의 열매로 만들었소. 여섯 번 정도 걸러내었지요. 그래서 양이 얼마 되지는 않습니다."

 봄비 씨가 질그릇 병을 흔들며 안타까워한다.

 "다음 번에는 마실 수 있는 술이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술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튼, 그런 얘기를 하려고 찾아온 것은 아니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나바재 씨가 기름과 술과 재, 이상한 흙들을 버무린다.

 "나바재 씨. 이거 색깔도 그렇고, 생김새가 조금... 똥같은데요?"

 "조용하세요."

 그가 이상한 진흙에 불씨를 갖다댄다. 한 번에 불길에 휩싸인다. 봄비는 시큰둥하다.

 "제가 어디쯤에서 놀라워하는 되는 건가요?"

 "조용하시라니까."

 머쓱하다. 나바재가 별안간 불길에 물을 한 바가지 끼얹는다. 봄비는 이쯤에서 놀라기로 마음먹는다.

 "물을 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군요."

 "오히려 불길이 더 거세지지요. 숲의 어르신들은 비바람을 불러오는 재주가 있으니 불을 지르기 위해서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 술, 얼마나 만들 수 있지요?"

 나바재가 머릿속으로 셈을 한다.

 "다음 수확량을 다 쏟아부어도 이만한 병으로 이백 개 정도가 겨우 나올 겁니다."

 "바로 싸움에 투입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른 방법들도 연구해보세요."

 

 48.

 잿더미 위에서 조, 밀과 보리가 자라는 동안 봄단풍 아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과 함께 싸우자고 말은 했지만 그녀와 피붙이들은 무기 다루는 법도 모른다. 언제라도 비바람을 불러 패륜아들의 흙벽을 허물어버릴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자리를 잡도록 내버려두는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도 없다.

 "어르신들. 왜 봄비 씨를 혼내지 않고 내버려두는 겁니까?"

 "우리는 누구에게도 싸움을 걸지 않는단다. 아이야. 우리의 덩치와 힘으로 아이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어찌 어렵겠느냐?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봄단풍 아씨는 납득할 수 없다.

 "그건 흑단들소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도 그렇게 잔인하게 타죽을 이유는 없지요. 하지만 저들은 저질렀습니다. 불을 질렀지요. 여기 남은 어르신들께는 그러지 않겠습니까?"

 "꼼짝없이 얼어죽어야만 하는 아이들이었다. 얼어죽는 것과 타죽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참혹한 죽음이냐?"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다 우리가 형편이 괜찮다고 되는대로 자식을 낳은 탓입니다. 제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적만 해도 한 마을에 사는 피붙이들이 이천 명은 되었습니다. 그조차도 다른 씨족보다는 적은 수였지요."

 비가 내린다. 성성이 어르신께서 그녀에게 너른 잎사귀를 꺾어다준다.

 "감사합니다."

 "너는 이미 태어난 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

 "분별없이 낳은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죽음이 아이와 부모를 가려서 찾아온다더냐? 하물며, 이번 일은 자손을 많이 낳음과 관련이 없다."

 봄단풍 아씨는 말문이 막힌다. 할 말이 없어서는 아니다. 아까보다 빗줄기가 더 거세진 탓이다. 그녀는 더 따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순간 벼슬까치와 참새 어르신들이 날아든다.

 "아이들이 우리를 공격했다네. 이상한 나뭇가지를 쏘아대는 통에 동료 넷이 죽었어."

 성성이 어르신의 길다란 입이 벌어진다.

 

 49.

 잿빛양털 씨가 부족을 이끌고 노을녘에 발을 딛는다. 지평선 너머로 희미한 빛이 보인다. 척박하지만 이끼나 짧은 풀이 자라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다. 사람들이 불을 뿜어 얼어붙은 땅을 녹이고 파내는 동안 그는 제자를 이끌고 사냥감을 찾아나선다.

 "너럭바우야. 이번이 네 첫 사냥이던가?"

 "아니요.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리고 이제 아저씨보다 훨씬 많이 잡죠."

 잿빛양털 씨는 그 동안 가르친 능청을 후회한다.

 "나는 아무래도 활시위 깔짝거리는 데는 재능이 없단 말이야. 철새들 잡으려고 창을 던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그러니 창은 그만 던지시고 저한테 활 쏘는 법이나 배우셔요."

 "내가 겨울딸기 따다먹는 한이 있어도 너한테는 안 배운다."

 그의 발치에 배설물이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목소리와 자세를 낮춘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는 창 쓸 일이 생긴다니까."

 "쉿."

 잿빛양털 씨가 킁킁거린다. 냄새가 묵직하지 않고 시큰하다.

 "승냥이 똥이다. 이 주변에 사는 짐승들은 덩치가 좀 있겠군."

 "우선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군요."

 

 50.

 먹구름과 비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모로비 씨는 며칠째 멈추지 않는 비 때문에 원래 맡던 경계 임무에 더해 흙벽 보수작업을 이끌어야 한다. 만약 이 비가 그냥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불러온 거라면? 코끼리들이 젖어 질척해진 벽을 들이받는다면?

 "염통먹는 자여. 비가 그치지 않은지 벌써 나흘 째입니다."

 "그냥 봄비라고... 아닐세. 비가 내리면 작황이 좋아질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토벽 곳곳이 녹거나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숲 어르신들이 먹구름을 불러온 건 아닐까요?"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게. 언제까지 이 곳에 갇혀있기만 할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황급히 집 밖으로 나선다. 토벽이 무너져 보초 두 명이 다치고 보수작업을 하던 인부 세 명이 흙더미에 깔렸다. 모로비 씨가 활에 시위를 걸며 소리친다.

 "보초병은 당황하지 말고 벽 너머에 집중해! 흙에 깔린 사람들은 인부들이 구한다! 역할을 잊지 마!"

 봄비의 머리에 수많은 생각이 거쳐간다.

 "어르신들은 아닐 겁니다. 한동안 우리를 내버려두다가 갑자기 쳐들어올 이유는 없으니."

 보초들의 모가지와 팔, 배에 화살이 박힌다.

 "화살입니다! 하지만 대체 누가...!"

 "스무 명 정도입니다! 봄단풍 씨족이 어르신들 편에 선 모양입니다!"

 봄비가 응사하는 보초들에게 소리친다.

 "반격하지 마십시오! 모두 창과 활을 거두고 벽에서 물러나세요. 제가 가보겠습니다."

 봄비가 무너진 흙을 밟고 올라선다. 봄단풍 아씨가 그를 쏘아본다. 비가 그친다. 그녀가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봄비를 겨눈다.

 "어르신들이 자네에게 구름 부리는 재주를 가르쳤나보군. 우리 편에 서서 싸우지 않을거면 끼어들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럴 생각이었어요. 봄비 씨. 하지만 당신, 어르신들을 잡아먹었더군요. 어떻게 그런 끔직한 일을!"

 "아. 소식이 어느새 그 곳까지 닿았나?"

 "대체 왜 그런 건가요? 아무리 춥고 배가 고프기로서니 동족을 사냥감 취급하다니!"

 "내 동족은 이 벽 안에 사는 사람들 뿐이야."

 봄단풍 아씨가 화살을 날리지만 그를 맞추지 못한다.

 "어르신들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벌써 당신을 죽여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방금 화살을 맞은 보초 네 사람은 죽여도 된다고 하던가?"

 "그 쪽이 죽인 벼슬까치 어르신들 목숨값이라 생각하세요. 어르신들께서는 절대로 이 곳을 치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그런가? 난 사냥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정도 숫자면 이 땅에서 나는 소출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니 살생을 그만두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런 말은 두 여름겨울 전에 했어야지. 이미 흑단들소는 다 죽고 없네. 자네가 섬기는 짐승들이 그 죽음에 책임이 없겠는가?"

 "뻔뻔하시네요."

 "좋을대로 말하시게. 더 할 말이 없으면 돌아가시오."

 

 51.

 잿빛양털 씨와 너럭바우는 부족 정착지에 돌아가 승냥이 떼에 대비할 것을 지시한다. 땅집을 해자로 바꾸고 돌담을 쌓던 중 너럭바우가 잿빛양털 씨에게 말을 건다.

 "아저씨. 조만간 나무그늘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왜, 그 봄단풍 계집애 보러 가냐? 무사히 잘 계시나 걱정되지?"

 "아니요. 흑단들소 어르신들이 돌아가신지도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노을녘까지 왔으니 한 번 인사라도 올리고 오려는 겁니다."

 "알았다. 다녀오는 김에 봄비 씨 소식도 알아보고 오려무나."

 너럭바우가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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