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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무지개의 소리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0.31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쾌한 붉은 소리부터 무거운 보랏빛 소리까지.
필사적으로 전하려는 그 마음 가득한 무지개의 소리가.
네가 알려준 그 소리가.

 
4
작성일 : 17-11-14 01:17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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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사전에 따르면 작가란 ‘예술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녀석이 내민 노트에는 빼곡하게 그에 상응하는 소설이 쓰여 있었다. 나는 다시 녀석에게 눈을 돌렸다. 녀석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가슴을 쫙 펴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선을 떨어뜨렸다. 다시 노트가 보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행위를 몇차례 계속하던 나는 눈을 껌뻑이다 혼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작가?!”

 

  어울린다고 한다면 어울리는 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단어에 그저 짧은 헛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작가가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이 왜 이다지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무대포가 문학소녀의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할 뿐.

 

  “뭐야? 뭘 그렇게 보는 거야? 내가 작가가 되겠다는 게 불만이야?”

 

  “아니. 그럴 리가.”

 

  불만사항은 없다. 되고 싶다면 되는 거다. 그런 꿈을 꾸고 싶다면 실컷 꾸면서 깨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든 건 본인의 선택이니까.

 

  녀석이 작가가 된다는 것에 불만은 없었다. 그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얘기해도 놀랄 만큼 신기할 뿐이었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건 머리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인거야?”

 

  “아니.”

 

  단호하게 잘라 말한 녀석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비슷하지만 아니야. 거꾸로 보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이거든. 하늘이 아래고 땅이 위야. 사람들은 거꾸로 다니고 새들은 하늘을 기어 다녀. 작가는 자고로 여러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필요한 법이거든.”

 

  녀석의 말에 나는 짧게 ‘오’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일주일간 함께 있어본 결과 결코 녀석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대사에 속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어찌 보면 제대로 작가의 마음가짐이나 또 다른 시각으로 보려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순수한 나의 감탄사를 들은 녀석은 별안간 내 머리에 펀치를 날렸다.

 

  “무슨 짓이야!”

 

  “감탄사가 너무나도 기분 나쁜 나머지 손이 날아가 버렸네? 꼭 ‘저 녀석이 저런 말을 할 애가 아닌데 멀쩡한 말을 내뱉다니 신기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거든.”

 

  무서운 녀석.

 

  마치 내 마음 속을 읽은 것처럼 녀석은 단박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맞춰내었다. 그 짧은 감탄사 안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어떻게 눈치 챈 거지?

 

  “오늘은 학원 안 늦어?”

 

  “오늘은 야자하는 날이야.”

 

  야간 자율학습이라 쓰고 강제학습이라 읽는 어마무시한 제도에 몸서리치며 나는 입을 내밀었다. 어차피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응당 저 시간은 짤막한 수면시간이나 멋진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이다.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있는 다고 다 공부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큰 오산이었다.

 

  시계탑을 보니 조금 있으면 야자가 시작할 것 같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내 손에는 내 노트와 녀석의 노트 두 권이 들려있었다. 대충 읽어보고 주면 되겠지.

 

  “감상문.”

 

  자리를 뜨려는 내 발을 잡은 것은 녀석이 내뱉은 단어 하나였다. 지금 내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녀석은 분명 ‘감상문’이라고 말했다. 감상문이란 자고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느낀 바를 쓴 글’이라 사전에 나와 있으며 그 종류는 책이나 글을 읽고 쓰는 독후감상문, 영화를 보고 난 후 쓰는 영화감상문 등의 종류가...

 

  아무튼 설명은 뒤로 하기로 하고 감상문을 쓰라는 녀석의 어이없는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밀어 녀석을 보았다.

 

  “뭐라고?”

 

  “앞으로 대작가님이 되실 이 몸의 글을 읽는 거니까 영광의 마음을 가득 담은 독후감상문을 부탁한다고.”

 

  감상문이라는 세 글자에 저토록 아름다운 뜻이 담겨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그럼 안 읽을래. 감상문을 써야한다면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데?”

 

  “안 돼! 네가 읽고 감상문을 꼭 써줘야 한단 말야.”

 

  “내가 왜?”

 

  “읽어보면 알아!”

 

  다급한 녀석의 모습은 처음 보는 진귀한 것이어서 조금 더 튕겨볼까 했지만 예비종이 치는 바람에 더 이상 느긋하게 있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분명 감독 선생님께 혼이 날 것이며 벌점을 부여받아 정갈하고 깨끗함을 간직해야 할 나의 내신에 벌점이 기록되는 그다지 좋지 못한 순간이 올 것이 뻔했다.

 

  “아, 내일 방학식 하는 거 알아?”

 

  급하게 옮기던 발걸음을 멈춰 세우며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녀석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물음을 건넸다. 녀석이 모른다고 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내 스케쥴을 모르는 녀석이 학교에 나와서 허탕을 친다면 나로서는 만세를 불러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녀석에게는 알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지. 하지만 방학을 한다고 해도 학교엔 나오잖아.”

 

  홈스쿨링을 하는 녀석도 고등학생들이 방학엔 공포스러운 보충수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모르면 간첩이지.

 

  “난 오전에만 수업을 들어.”

 

  “뭐?! 오후에는 오후 3시까지잖아.”

 

  우리 학교는 오후 3시까지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녀석은 우리학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약간은 흥분해서 나한테 가까이 다가왔다.

 

  “오후에는 일이 있거든.”

 

  “무슨 일인데?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학교까지 빼먹고? 그럼 점심시간에 바로 집에 가는 거야? 점심은 학교에서 먹는 거지?”

 

  “점심 먹고 바로 그림을 그리러 가야 해.”

 

  “학원에 가는 거야?”

 

  녀석이 답지 않게 질문을 마구 퍼부었다. 이런 적은 없던 것 같은데. 뭔가 이상했지만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갑자기 변덕을 부려서 1초 후에 입을 꾹 다물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것이 녀석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학원은 아니고... 봉사활동이라고 해야 하나?”

 

  “입시생이? 무슨 봉사활동인데?”

 

  “벽화를 그리러 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위협적으로 질문하던 녀석이 나와 불과 15cm정도의 거리에서 얼굴을 바짝 대고 멈췄다. 나보다 키가 작아 밑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건전한 10대 후반 남자라면 이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얼굴을 획 돌리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다시금 녀석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녀석은 지금껏 한 번도 지은 적 없던 함박웃음을 지으며 갑작스레 달려들어 나를 껴안았다.

 

  “뭐... 뭐야?!”

 

  신종 괴롭힘인가? 건장한 대한의 남아에게 이런 기습을 가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보기위한 실험인건가? 갑자기 세상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굴은 마그마처럼 뜨거워졌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벽화를 그리는 거야?”

 

  내가 벽화를 그리는 것이 어째서 그리도 기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녀석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를 안은 자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역시나 괴롭힘의 일부로 그랬던 것인지 녀석의 반응은 나를 껴안기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 정신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은 야자시간 종이었다. 퍼뜩 정신이 들은 나는 녀석을 뒤로 하고 마구 뛰었다. 뒤에서 녀석이 무어라 말한 것 같았지만 그럴 정신은 없었다. 19년 평생 여자가 나를 껴안은 적은 없었다. 있다면 엄마와 할머니?

 

  모태솔로라 놀려도 상관없다. 원래 연애는 대학에 가면 하는 거라고들 어른들이 말하지 않던가. 물론 그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10대의 마지막에 살포시 해보는 희망을 짓누르지 말기를 바란다.

 

  어쨌든 정신없이 내달려 교실에 도착한 나는 아직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러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너 어디 아프냐?”

 

  녀석에게 시달리느라 요즘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있는 정환의 물음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프면 잡에 가. 아니면 보건실을 가던가. 우리 여름이 허약하잖아?”

 

  “누가 허약하대.”

 

  내 얼굴이 이리 붉은 원인이 저 운동장에 있음을 말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며 교실에 들어오셨다. 내 얼굴은 여전히 붉은 채였다.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녀석이 준 노트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노트를 만지는 손이 떨렸다.

 

  나는 야자시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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