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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한밤중의 축제
작가 : 에포티
작품등록일 : 2017.11.14

할로윈 데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외국으로 간 패기넘치는 신입 유지현. 신비스러우면서도 기이한 느낌의 마을을 발견해 그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놀랍게도 마을은 매우 평범하고 활기가 넘쳤으며, 가끔씩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말고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지현의 두려움은 다음날,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싹을 틔웠다.

 
후회
작성일 : 17-11-14 01:04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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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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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이빨이 맞부딪히며 내는 기괴한 소리를 갈무리할 수 없었다. 유지현은 숨을 죽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폐가 꽉 막히는 듯 한 느낌에 얼마가지 않았다. 그녀는 눈동자를 위 아래로 굴리며 틈을 찾았다. 잠시 후, 미약하지만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찾았다. 그곳에 두 눈을 가져다대며, 그녀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제발 없어라..제발 없어라."

 

 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입술 사이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빨간 벽을 배경으로 하나, 둘, 셋, 넷. 네 명의 사람이 있었다.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이 있었다. 칼은 마치 빨간 물감에 푹 담그기라도 한 듯 온통 붉은 피가 가득했다. 뚝뚝 떨어지는 저것이 사람의 것이 아님을 그녀는 물론 알고 있었다.

 마을의 한 사람, 단 한 사람을 위해 행해지는 축제를 위한 동물들의 고결함이었다. 닭, 돼지, 양... 먹을 수 있든지 없든지 모든 동물이 저 칼로 인해 죽어나갔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나보다.

 

 그녀, 유지현은 현재 사지에 내몰려있었다.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동물의 피로는 부족한 신성한 제물을, 사람의 피로써 채워야 됐기 때문에. 오늘 필요한 그 '피' 는 바로 유지현이었다.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지 오래였기에, 그녀는 의무를 행할 필요가 있었다.

 

 "죽기 싫어...죽기 싫어... 죽기 싫어..."

 

 딱딱딱딱. 이빨이 빠르게 부딪혔다. 사람이 존재함을 확인한 뒤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몸에 힘을 빼도 발작을 일으킨 것 마냥 격하게 흔들렸다. 수도 없이 울어 이제는 푹 잠겨버린 눈으로, 그리고 초점 없는 눈동자를 아래로 내렸다.

 이리저리 찢긴 옷에 질척질척한 피가 묻어있었다. 손에도 묻어 닦아내지도 못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태평하게 옷이나 닦고 있을 수도 없었다. 참고 있던 숨을 일거에 내뱉은 뒤 그녀는 다시 숨을 참았다. 자꾸만 현실을 부정하게 만드는 뇌가 과거의 영상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었다.

 

 "외..외국이요?"

 

 영상 속 자신은 어정쩡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공항으로 걸어가는 자신은 기대에 차 얼굴이 붉었다.

 유지현은 끔찍한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웃음이 흘러나왔다. 가지 마. 가지 마. 기대하지 마. 네가 기대했던 그곳은 악몽이었어. 지금이라도 과거로 돌어가 자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지금 바로 돌아가라고.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모든 것을 시작하지 말라고. 하지만 닿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끊임없는 호소는 이내 얼음조각 마냥 부서져 내렸다.

 

 어째서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 끊임없이 후회하고, 또 발악했다. 마치 최후의 심판대에서 죽음 혹은 생을 결정하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자신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의 빵집 아저씨가 그리웠다. 먼저 가버린 버릇없는 꼬마 아이도 그리웠다. 그리고, 떠나간 남자도 그리웠다. 거지꼴의 화가.

 한때 그가 마을을 그리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의 그림은 아름다웠고, 기교가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따뜻한 분위기 속 날 선 어떤 것이 끼어들기라도 한 듯. 하지만 그림 자체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그녀는

  그 무언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마을의 평화로움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 남자는 좋지 않은 징조를 느끼기라도 한 듯 먼저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 때, 그는 말했다.

 

 "꼭 돌아올게."

 

 어딘가 이질적인 목소리며, 눈빛이었다. 잿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북실북실한 머리털과 수염은 여전했지만 그는 더이상 더럽고 추한 거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지금 그녀의 모습을 예견한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말했던 네 글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꼭 살아있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던 걸까? 예전 그가 그렸던 마을의 풍경속 느껴진 이질감은, 그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 말을 상기하며 잠시나마 설레는 자신이 우스웠다. 한 번 떠난 사람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 말이 진심이라면, 진심이었다면 그 남자에게 텔레파시라도 보내 빨리 자신을 살려달라 애원하고 싶었다. 상처가 나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지만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숨을 쉬고 있었고, 두 눈,

  두 다리, 두 팔 모두 멀쩡했고, 아직 정신병에 걸리지 않았다. 눈물이 마구 흘러 더러운 얼굴이 추해지더라도 상관없었다. 온통 피를 뒤집어써 비릿한 냄새를 내뿜고, 살인자로 취급받아도 상관없었다. 그저, 누군가 이 끔찍한 악몽에서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랬다.

 유지현은 다시 틈에 눈을 대었다. 사람들이 사라지기는 커녕, 더 늘어난 것만 같았다. 방금 들어온 사람은 꽤 많은 것을 죽였는지 비린내가 훅 끼쳤다. 그것의 영향일까. 산소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있어서일까.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이 떨림에도 꼭 붙잡고 있던 의식의 끈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두 손을 허공에 휘저어 다시 붙잡고 싶었지만, 멀어져가는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 두통이 심해지는 것 같아 축축한 손으로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원래부터 위태롭던 균형 감각이 단번에 틀어졌다. 아픈 것은 머리만이 아니었다. 왼 쪽 어깨에, 다리에 딱딱한 것이 닿더니 이내 찌를 듯한 냉기가 훅 들어왔다.

 

 "저기서 소리 들리는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눈은 끈질기게 빛이 들어오는 틈을 향했다. 그러나 그 틈으로 보이는 것이 희미한 빛과 하얀 천장이 아닌 새까만 그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유지현은 두 눈을 감았다.

 곧 그녀가 있던 목재 상자의 뚜껑이 들어올려지고, 사람들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가장 깨끗한 칼을 들고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 그대로 그것을 들어올렸다.

 쾅.

 칼이 그녀를 향해 내질러지는 순간, 모두의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큰 굉음은 그녀에게서 난 것도, 목재 상자에서 난 것도 아니었다. 유지현은 저절로 떠진 흐린 눈동자로 눈 앞 풍경을 바라보았다. 정신을 잃어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가 향한 곳에는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구원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고, 그녀는 그저 그곳에 태아마냥 웅크려 있었다. 누군가 그녀를 들어 올리는 것을 끝으로, 그녀의 의식은 완전히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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