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구직자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바로 공무원들이다. 일단은 돈을 꾸준히 벌기 때문이다. 반면 공무원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정치가들이다. 당연히 돈을 잘 벌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가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인들이다. 어쨌든 종교인은 칼 맞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종교인들과 정치가들과 공무원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정상인으로 통한다. 그러나 대체로 일반인들에게 욕을 쳐 먹는 사람들이다. 공기업 민원실이 바로 대표적 예시이다. 그나마 여태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텨왔다. 아니, 정권의 교체로 인한, 숙청 시즌 및 시위 시즌만 빼고는, 대체로 잘 버텨오는 편이다. 그리고 오랜 공직과 사회생활 상의 경험으로, 그들은 예감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진행되고 있구나. 정권의 교체로 인한, 숙청 시즌!’ 차마 입 밖에 내어서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다들 똑같은 예감을 하고 있다.

　그 예감으로 인해서 그들은 바들바들 떨고 있다. 언제 목이 잘릴지 몰라서 두려워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 숙청 대상이 될지 몰라서 공포에 질려있다. 머나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들 숙청 이야기가, 마치 자기들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그래서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책을 정말 잘 세우면, 엄청난 출세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대책 여부에 의거하면, 정말로 절호의 기회일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책 여부이다. 과연 어떤 대책을 세워야만 하지?

　그 때이다. 띠르릉 소리가 울린다. 국민 신문고와 국민 생각함에, 거의 동시에 글이 등록된 것이다. 순간 공무원 두셋이, 거의 동시에 이마 또는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고 두통을 호소한다.

　“미치겠네. 또 쉬크한 냐옹이야?!” 공무원 하나가 투덜거린다.

　“아, 쉬크한 냐옹? 조금 치켜세워 주니, 지가 완전 잘난 줄 알아요!” 다른 공무원이 말한다.

　“솔직히 나는 이 사단이 난 게, 어떤 때는 쉬크한 냐옹이 짓 같아서 열이 받는다니까요?!” 또 다른 공무원이 말한다.

　보나마나 뻔한 내용일 것이다. 그래도 글을 검토해봐야 한다.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쳤는지 검토해보고 친절한 피드백을 달아드려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의 의무이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가라앉히려고 하면서, 공무원 하나가 쉬크한 냐옹님의 글을 읽는다. 문득 그 공무원이 흠칫한다. 그 공무원의 동공이 저도 모르게 커진다.

　“왜 그래요?” 다른 공무원이 묻는다.

　“미친 거 아냐... ...” 그 공무원이 말한다.

　“원래 미쳤잖아요.” 또 다른 공무원이 말한다.

　“아니,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대대적인 시위를 일으키자고 하잖아요. 박근혜 탄핵 시위가 있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공무원이 말한다.

　“일단 첨부 파일을 봐야죠. 쉬크한 냐옹이 원래 그렇잖아요.” 다른 공무원이 말한다.

　“그것도 그러네요.” 또 다른 공무원이 말한다.

　서둘러 공무원들이 첨부파일을 열어보았다. 첨부파일에는, 쉬크한 냐옹님이 쓴 시나리오 개요가 간략하게 적혀 있다. 곰곰이 첨부파일을 살피던 중, 한 공무원이 못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현재 웹 소설 사이트에다가 자신의 소설을 직접 업로드하고 있나 보네요.” 공무원 중 누군가가 말했다.

　“쉬크한 냐옹이 말로는, 본격적인 시위를 다룬 소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하는군.” 공무원 중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그거 리서치 회사에 부탁해도 되는 일 아니에요? 아, 맞다. 본격적인 시위를 하는데 리서치까지 실시하면 난리나지.” 공무원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본격적인 시위라. 그나저나 이거, 법률상으로 괜찮은 거예요? 이거, 왠지 잘못하면 김관진 님이나 남재준 님, 원세훈 님 꼴이 날 것 같은데요.” 공무원 중 누군가가 물었다.

　“글쎄.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그나저나 나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 공무원 중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어떤 점이 마음에 걸리시나요?” 공무원 중 누군가가 물었다.

　“본격적인 시위 전개라는 계획에 대해서, 대중의 반응이 이상하게 미온적이야. 정확히 말하면 아예 반응이 저조해.” 공무원 중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쉬크한 냐옹이가 소설을 올린 사이트를 보면, ‘스토리야’, ‘문피아’, ‘네이버’ 이 세 곳입니다. ‘다음’이나 ‘오늘의 유머’, 또는 다른 사이트들에 올릴 경우에는 조회 수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욕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을까요?” 공무원 중 누군가가 말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 맞아. 여론 조작이고 어쩌고, 실제로 정보는 자신의 사견이 일부라도 들어간 것이야.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경향이 있지.” 공무원 중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맞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전부는 아니듯이 말이지요. 실제로 일반인들의 경우에, 대다수는 정보가 부족해요. 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서 여론 조작과 적폐 청산이라는 키워드를 원할 뿐이고, 이명박과 박근혜와 문재인 같은 키워드들은 자의적인 프레임으로 얼마든지 재조명 될 수 있지요.” 공무원 중 누군가가 말했다.

　“글쎄요. 네티즌들이 쉬크한 냐옹이의 글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보적인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일단은 향후 시위의 발생 가능성 저조, 또는 향후 시위의 발생에 대한 무방비 상태.” 공무원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글쎄. 그러나 향후 시위의 발생 가능성이 저조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네. 일단 여러 노조의 시위는 현재 진행형일세. 최근에는 우리들 같은 공무원 노조 결성 시위까지 열리고 있는 시국일세. 이에 나는 향후 시위의 발생에 대한 무방비 상태에 투표하고 싶네.” 공무원 중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 별 말은 안 하더라도 대부분 마음속으로는, 향후 시위의 행방을 조심스럽게 그려보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두 번째 시위 연대기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