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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월이 뜨던 밤
작가 : 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1.13

신월이 뜨던 밤, 죽은 중전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시각, 서울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 소월. 눈을 떠보니 내가 중전? 소월의 좌충우돌 중전 적응기.

 
낙화#1
작성일 : 17-11-14 00:23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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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민 상궁, 이 년은 대체 왜 돌아올 생각을 않는 것이냐!"

 

 분노 어린 김 상궁의 일갈에 뒤따라 걷는 나인들은 그저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김 상궁은 살벌한 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세 명이나 되는 상궁들과 열댓 명의 나인들이 이 야심한 시각까지 돌아다녀야만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연심 때문이었다.

 

 '김 상궁, 박 상궁, 그리고 염 상궁. 그대들은 이 나인들을 이끌고 가서 민 상궁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오게. 알겠는가? 감히 제 분수를 모르고 인빈 마마의 심기를 거스르는 어리석은 것이야.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아도 좋네. 다만, 내 사람을 붙여 자네들이 진정 인빈 마마의 충실한 수족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할 것이니 대충 하고 돌아올 생각 따위는 접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야.'

 

 제조상궁 최 상궁의 냉랭한 목소리가 아직까지 귓전을 울렸다. 김 상궁은 치밀어 오르는 굴욕감에 몸을 떨었다. 기껏 모시던 주인을 배신하고 가장 먼저 인빈의 앞으로 달려가 충성을 맹세했건만, 여태껏 시험이니 뭐니 이토록 하찮은 대접을 받고 있는 탓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애저녁부터 기다린 민 상궁은 돌아올 생각을 않았다. 벌써 기다린 시간이 두 시진이 넘어가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찾고 있는 김 상궁 무리의 눈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것이었다. 염 상궁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금일 밤은 교태전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모양입니다. 그냥 포기하고 들어가도록 하지요."

 "아니 됩니다. 최 상궁이 사람을 붙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포기한 것이 인빈 마마의 귀에 들어가는 날이면 우리도 민 상궁 꼴이 날 수도 있습니다."

 

 단호한 말투로 불평을 잘라낸 김 상궁의 눈에서 서슬 퍼런 독기가 흘러나왔다. 김 상궁의 입에서 소름 끼치게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두고 보십시오. 민 상궁, 이 년. 돌아오기만 하면 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반드시 인빈 마마의 눈에 들어 제조상궁의 자리에 앉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 상궁 네년도….'

 

 

 

 ***

 

 

 

 연심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수간에 오는 내내 제 주인이 한 청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통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는 탓이었다.

 

 "마마께선 대체 왜 그런 말씀을…."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연심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세솟물을 털어버렸다. 제 고민처럼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물을 따라 쫓아가던 연심의 시선이 어느 한 치맛자락에 가서 닿았다. 김 상궁이 비릿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있었구나. 지금껏 어디서 무얼 하다가 이제야 오느냐?"

 '이 시각에 왜 김 상궁이 여길?'

 

 떠오르는 의문을 감춘 연심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한 말투로 대꾸했다.

 

 "말조심 하십시오. 나도 그대와 같은 상궁입니다. 내가 보고를 해야 될 의무는 무엇이며, 어찌 말투가 그렇단 말입니까?"

 "하, 뭐라? 말조심이라고 하였느냐, 지금?"

 

 기가 찬 듯, 김 상궁이 주머니에 넣은 손을 거칠게 잡아 빼며 연심에게 삿대질을 했다. 연심은 움찔한 기색 하나 없이 눈에 힘을 바짝 주고서는 김 상궁을 노려보았다.

 

 "쯧쯧. 이래서 근본 없는 것들은 안 된다고 내 누누이 말씀을 드렸거늘…. 네년이 그 어린 나이에 상궁 감투를 얹더니 과연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로구나?"

 "그러는 김 상궁님이야말로, 내가 교태전의 지밀상궁이라는 사실을 잊으신 모양입니다."

 

 연심의 말에 푸훗하고 웃음 터지는 소리가 났다. 연심의 고개가 돌아간 곳에는, 염 상궁과 박 상궁을 비롯한 일단의 나인들이 세수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 한 명에게서 터져 나온 웃음소리는 마치 전염병 퍼지듯 전체에게로 번져 나갔다. 연심이 눈썹을 살짝 추켜올렸다. 김 상궁의 얼굴에 떠오른 차가운 웃음은 지워질 생각을 않았다.

 

 "무엇이 그리 웃기십니까?"

 "아니, 큭, 그렇지 않은가? 자네, 다른 분도 아니고 중전 마마의 지밀상궁이란 것을 무슨 자랑이라도 얘기하듯이."

 "깔깔깔. 맞는 말씀입니다, 김 상궁.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가 상궁 감투를 씌워 놓았더니,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아는 모양입니다? 그 감투를 누가 씌워준 줄이나 아느냐?"

 

 박 상궁의 말에 연심은 꾸욱 주먹을 쥐었다. 손에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준 연심이 또박또박 대꾸했다.

 

 "내게 지밀상궁이란 직함을 내려주신 분은, 이 나라의 국모인 중전 마마시다. 어딜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이냐?"

 "오호. 네 말대로라면 이 나라의 중전 마마는 인빈 마마가 되시겠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꽤 현명하지 않으냐?"

 

 나인들의 무리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짜악-

 

 연심이 있는 힘껏 박 상궁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가 돌아간 박 상궁이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는 김 상궁과 눈이 마주치자, 흉신악살처럼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쫘악!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가 휙 돌아간 연심이 우당탕하고 쓰러졌다. 자신의 체구의 절반도 안 되는 소녀를 후려쳐 넘어뜨린 박 상궁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냐, 네년이 이름뿐인 중전의 이쁨을 받더니 드디어 미쳤나 보구나! 내 오늘 네년의 사지를 찢어 놓기 전에는 처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여봐라!"

 "예, 마마!"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연심에게 달려든 박 상궁과 나인들은 무자비한 폭행을 시작했다.

 

 "이, 이거…놓아라!"

 "꼼짝 못하게 잡아!"

 "살살하세요, 박 상궁. 정말로 죽여서는 아니 됩니다."

 

 김 상궁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항하는 연심과 붙잡고 때리려는 박 상궁, 나인들이 엉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심은 이를 악물고 실랑이를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비록 같은 상궁이라 하나, 거의 서른에 달하는 나이 차는 악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다. 소녀의 태조차 벗지 못한 연심은 그저 두들겨 맞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김 상궁은 만신창이가 된 연심을 보고 웃음기 어린 어투로 말했다.

 

 "저런, 저런. 그런 꼴로 중전 마마를 뫼실 수나 있겠느냐? 지금이라도 좋으니, 네 입으로 중전을 욕보이거라. 그러면 우리도 이쯤에서 너그러이 용서해주도록 하마."

 "닥치거라. 그분은 이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이시다. 너나 나 따위가 감히 욕 보일 수 있는 분으로 보이더냐?"

 "뭐, 뭐라? 이…건방진! 뭣들 하느냐! 사정 봐주지 말고 아주 죽여 놓거라!"

 

 그 말에 엎어진 연심을 깔고 앉아 있던 나인들이 다시금 사정없이 구타를 시작했다.

 

 "윽…!"

 

 고통을 삼키려 짓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몸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는데도, 연심의 눈에서는 여전히 강렬한 빛이 흘러나왔다. 연심이 쉽사리 굴복하려 들지 않자, 김 상궁까지 끼어들어 무자비한 발길질을 퍼부었다. 연심은 이를 부서져라 악물고 피를 토하듯 외쳤다.

 

 "비록 이 몸이 어리고 미욱하다 하나, 존귀하신 중전 마마를 모시는 몸이다.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니라! 피를 토하고 뼈가 부숴져 온 몸이 가루가 될지언정, 그분을 배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죽여라!"

 

 그 외침을 들은 김 상궁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연심의 말이 마치 저를 향해 꾸짖는 중전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최 상궁의 의도인지 우연의 소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교롭게도 지금 이곳에 있는 상궁들과 나인들은 본래 교태전에 몸담았던 이들. 연심의 말에 분기탱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폭행을 가하는 이들의 손과 발에 더욱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력을 다하였으나, 결국 한계를 맞은 연심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실신해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상궁들과 나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폭거를 멈추었다. 한참이나 씨근거리며 분을 삭이던 상궁들은 끝끝내 한 마디씩 내뱉고서야 세수간을 나섰다.

 

 "후우…후우…독한 년 같으니."

 "멍청하긴…. 그러니 주인을 잘 골랐어야지요, 민 상궁. 그랬다면 피차 이런 고생 겪지 않아도 되는 일 아닙니까?"

 "건방진 년. 이제야 네 분수를 알았느냐? 내 중전을 생각하여 이번 한 번은 봐주었다만, 다음번에 걸리면 정말로 죽여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수간 처마 끝에 걸린 신월이 피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진 연심을 비췄다. 기절한 연심의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피와 섞여 몽글몽글해진 액체가 연심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스며들었다.

 

 "으…."

 

 반 시진쯤 지났을까, 끊어질 듯 위태로운 신음이 연심의 입가에서 새어 나왔다. 힘겹게 눈꺼풀을 밀어올린 연심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김 상궁들이 갔음을 확인한 연심은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흐윽…!"

 

 옆구리 언저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해왔다. 연심은 고통에 못 이겨 허리를 둥글게 말고선 한참을 뒹굴었다. 일말의 힘조차 남지 않았음에도, 연심은 옷자락을 배어 물고 고통을 참아가며 일어나려 애를 썼다. 그렇게 몇 번이나 넘어지고, 쓰러지면서도 끝끝내 일어나는데 성공한 연심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소녀의 주위로 황량한 바람이 불었다. 살을 에는 바람이 상처를 파고드는데도 고통조차 느끼지 못 하는 것인지, 그저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연심은 걷고 또 걸었다.

 

 '어디든…마마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작가의 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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