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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월이 뜨던 밤
작가 : 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1.13

신월이 뜨던 밤, 죽은 중전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시각, 서울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 소월. 눈을 떠보니 내가 중전? 소월의 좌충우돌 중전 적응기.

 
신월#2
작성일 : 17-11-14 00:15     조회 : 242     추천 : 1     분량 : 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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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늘은 검푸른 가운데, 고고히 박힌 신월은 사람을 홀릴듯 하이얀 빛을 내뿜었다. 연심은 작게 감탄했다. 탄성을 내뱉은 그녀의 입가에서 하얀 입김이 언뜻 떠올랐다가는 곧장 사라졌다. 왕후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달이 참 아름답지 않느냐?"

 "예. 참으로 아름답사옵니다."

 "그래, 그날도 꼭 이런 밤이었다."

 "…."

 "신월이 뜨는 날이면, 전하와 나는 함께 소원을 빌었단다."

 

 이지러진 달에 소원을 빌면 달이 가득 찰 때 즈음엔 필경 이루어지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비록 시간은 흐르고 계절이 변할지언정, 제 귀에 보란듯이 사랑을 속삭이는 소년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순수했던 소녀가 있었다.

 소녀가 빌었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궁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어느 봄 날, 소년은 더 이상 소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소녀가 그 사실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마음 속 깊이 소년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날이 갈수록 소녀의 원망은 희석되어 옅어졌고, 그 자리에는 야속하게도 소년에 대한 연모가 가득 차올랐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얼마 남지 않은 원망마저 세월에 씻겨 내려갈 무렵, 소년은 왕이 되고 소녀는 중전이 되었지만 그녀의 눈 앞에 기다리는 건 보다 비참한 현실이었다. 여전히 그녀는 혼자였고, 왕은 새로운 후궁을 들여 인빈이라는 호를 하사하고 무척이나 귀애했다. 온 궁궐의 궁녀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며 중전이 바뀌는 건 시간 문제라고 떠들어 댔다.

 

 "마마."

 

 문득 들려오는 연심의 따뜻한 말씨에 처신없이 눈물이 솟았다. 걱정이 물씬 배어나는 얼굴로 말을 걸어오는 이 작은 아이가 제게 남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마마, 설워하지 마시옵소서. 이 연심이가 빌겠나이다. 반드시 우리 마마의 소원을 이뤄달라고 빌고 또 빌겠나이다. 그러니 부디 눈물짓지 마시옵소서."

 

 잠자코 그 말을 듣던 여인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연심에게 가까이 다가간 여인이 속삭였다.

 

 "연심아 내 청이 하나 있느니."

 "…말씀 하시옵소서."

 

 여인의 입술이 곱게 달싹거리자, 연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마, 마마. 그 말씀은…."

 "날이 춥구나. 이제 그만 들어가자꾸나."

 

 제 말을 끊어낸 왕후가 짐짓 차가운 태도로 돌아섰다. 여인의 단호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연심은 이내 복잡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마마, 그 말씀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옵니까….'

 

 

 

 ***

 

 

 

 "아…!"

 "마마!"

 

 연심은 급히 달려가 휘청거리는 여인을 부축했다. 중심을 잡으려 뻗은 여인의 손이 연심이 선반에 올려두었던 대야를 치고 말았다. 여인이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놋쇠로 된 대야가 나무 바닥에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대야 안에 담겨 있던 세솟물이 엎어지며 왕후의 치맛자락을 흠뻑 적셨다.

 

 "마마!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사색이 된 연심이 정신을 잃은 여인을 흔들어 깨웠다. 이내 여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옅은 신음을 흘린 여인이 힘겹게 눈을 떴다.

 

 "마마!"

 "…이제 괜찮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중전이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연심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의녀들을 들이라 하겠사옵니다."

 "괜찮다고 하였느니. 너무 오랜만에 밖에 나가 잠깐 현기증이 난 모양이다. 공연히 번거로운 일 만들지 말고 들어가자꾸나."

 "정말 괜찮으시옵니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느니라. 걱정하지 말래도."

 

 여인의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에 미심쩍은 표정을 짓던 연심이 뒤늦게 중전의 치맛자락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치마가 다 젖었사옵니다. 이러다가 고뿔에라도 걸리시면… 어서 침소의대를 가져오겠나이다."

 "그래주겠느냐?"

 "예. 마마."

 

 방 안으로 총총거리며 뛰어 들어온 연심이 장롱을 활짝 열고 중전의 옷을 찾았다. 수수한 이층장에 그나마도 몇 벌 없는 옷은 평소에도 검소하기로 소문난 중전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장 안에서 침소의대를 꺼낸 연심이 곧장 중전에게로 향했다.

 

 "가져왔사옵니다, 마마."

 "고맙구나."

 

 여인의 환의를 거든 연심이 제 주인에게 서둘러 침전에 들기를 종용했다. 눈짓으로 고마움을 표한 왕후는 연심의 걱정어린 성화에 못이겨 순순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연심은 이불을 중전의 턱 아래까지 덮어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소녀가 서둘러 뒷정리를 할 것이니 걱정말고 주무시옵소서."

 "여러모로 미안하구나 연심아. 너도 피로할 터인데…."

 "아니옵니다.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마마를 모시는 것이 소녀에겐 가장 큰 기쁨이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어 고맙구나."

 "그럼 서둘러 다녀오겠사옵니다."

 

 다시 한 번 이부자리를 살핀 연심이 이내 불을 끄고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여인은 연심이 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는 피곤한듯 눈을 감았다.

 

 젖은 치마와 대야를 챙겨든 연심이 교태전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퉁한 표정을 하고있는 단향과 해정이 눈에 들어왔다. 단향과 해정은 연심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교태전에 상주하는 지밀나인이었다.

 본디 왕후의 침소인 교태전, 즉 지밀이란 궁궐에서도 가장 지엄하고 중요한 곳이며 문자 그대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아니, 적어도 대비인 연희왕후가 살아 있을 적에는 그러했으나, 대비가 승하하자 본격적으로 왕의 총애를 등에 업은 인빈이 내명부를 틀어쥐고 패악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인빈은 중전의 눈앞에서 보란듯이 궁녀들의 서열을 재편하기 시작했고, 김 상궁을 비롯한 여러 지밀상궁들과 나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왕후를 배신하고 인빈의 서슬 아래 고개를 조아렸다. 이윽고 궁녀들이 빠져나간 뜰에는 어린 나인 하나만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왕후가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

 

 '인빈이 무섭지 않느냐? 내 눈치가 보여서 남아 있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저 쪽으로 가도 좋다. 내 너를 탓하지 않으마.'

 

 연심은 또랑또랑한 눈동자로 대꾸했다.

 

 '지밀나인으로서 소녀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마마를 충심으로 모시는 것 뿐이옵니다.'

 

 연심의 대답을 들은 왕후는 곱게 휘어지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인빈은 조롱하듯 말했다.

 

 '그래, 좋다. 그래도 명색이 중전 마마를 한낱 나인이 모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네가 오늘부터 이 교태전의 상궁이다. 어디 한 번 잘 해보거라. 지밀상궁이 된 네 모습, 기대하고 있으마.'

 

 그 날로 홀로 남은 연심은 허울 뿐인 상궁 감투를 쓰게 되었다. 혼자서 교태전의 온갖 업무를 감당해내던 연심은 몇 번이나 과로로 쓰러졌고, 이에 인빈이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보낸 이들이 단향과 해정이었다. 연심은 내심 탐탁치 않아 했으나, 고생하는 연심을 늘 안타까워 하던 왕후는 순순히 그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왕비의 침전에 두 사람이 늘어났다.

 바쁜 걸음으로 다가서는 연심에게 해정이 볼멘소리를 했다.

 

 "민 상궁 마마님. 저희는 이만 방으로 들어갈랍니다. 너무 춥고 힘들어요.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겠느냐? 내 잠시 처소에 다녀올 일이 생겼느니, 그동안 우리 마마 잘 뫼시고 있어야 한다."

 "너무 걱정마시어요. 마마님께 잔소리 듣지 않을 정도는 할 터이니. 대신 빨리 오셔야 해요? 저희 진짜 얼어 죽으면 다 마마님 책임입니다. 아셨지요?"

 

 연심은 해정의 불손한 태도에 작게 한숨짓고는 재차 처소로 향했다. 이렇게 나인들은 저희와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연심을 우습게 여기고는 했다. 하지만 태도는 얄밉긴 해도 제 몫은 나름 착실히 하는 아이들이었을 뿐더러, 제가 없을 때 제 주인을 모시는 유일한 이들이었기에 연심으로서도 크게 나무랄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연심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해정이 조금씩 몸을 파고드는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입을 열었다.

 

 "어제였지? 최 상궁네 그 왈패같은 년들이 민 상궁 해코지한다고 벼르던거."

 "아마 그럴걸? 근데 뭐 민 상궁도 이제야 가는데 별 일 있을까만은…헉!"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단향이 낭패라는듯 울상을 지었다. 해정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왜애? 갑자기 왜 그러는데?"

 "그 최 상궁 성격에 민 상궁이 늦으면 곧이곧대로 돌아오라고 명을 내렸을까…?"

 "그건…아니겠지?"

 "분명 민 상궁 괴롭히기 전에는 처소로 돌아올 생각도 말라고 엄포를 놨을텐데…혹시 가다가 마주치면 어떡하지?"

 "그건…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우리부터 추워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단향이 넌 이 상황에도 민 상궁 걱정이 되니?"

 "아니 방금 민 상궁이 우리보고 기다리랬잖아. 민 상궁이 늦으면 우리도 그만큼 밖에 있어야 되는데?"

 "…이런 빌어먹을 중궁전. 이래서 안 오려고 그렇게 버텼는데. 단향아, 우리 그냥 방에 들어가 있을까?"

 "얘는, 민 상궁이 언제 올 줄 알고?"

 "아으으…그럼 추운데 어쩌자고!"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하던 나인들이 이윽고 답을 내놓았다.

 

 "그냥 조금만 참자. 제 까짓 게 늦어봤자 얼마나 늦겠어? 곧 오겠지."

 "그래. 마음이 불편하느니 차라리 몸이 불편하고 말지. 조금만 참자. 그래도 정 안 오면 그때 들어가면 되지."

 

 나인들은 입김을 불어 얼어 붙은 손을 녹이며 발을 동동 굴러대었다.

 

 
작가의 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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