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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줘(6)
작성일 : 17-11-13 21:02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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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무래도 신이 날대로 난 단아의 상태는 도저히 정상 상태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이힐을 신고서는 껑충껑충 뛰다시피하는 발걸음으로 경망스럽게 걷는 모습이 참 해맑게도 보였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제어하지 못한 마력이 금빛으로 너울져 퍼져나와 주변을 살랑살랑 맴돌고 있을 정도였다.

 

 '이 년이 나 안보는 새에 대낮부터 술을 쳐먹었나?'

 

 허공에서 퍼지는 금빛이 뺨을 부드럽게 감싸자 어쩔수 없이 은랑의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졌다, 졌어. 그녀는 결국 푸스스 웃음을 지었다가 아스팔트 틈에 구두가 박혀 휘청거리는 제 친구에게 재빨리 다가가 등을 후려쳤다.

 

 "어윽!"

 

 역시나 단아는 여왕의 위엄따위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모양새로 길바닥에 엎어졌다. 집중되는 시선에 벌떡 일어난 그녀는 눈을 한 번 흘기나싶더니 얼마가지 않아 입가가 흐물흐물 퍼졌다. 그래놓곤 짐짓 목소리를 내려깔고는 말했다.

 

 "어허."

 "뭐."

 "왕권모독이지만 그래도 나라에 경사가 있으니 용서해주겠노라. 판결 땅땅!"

 "아, 예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미친년아."

 

 깔깔 웃은 단아는 은랑의 팔짱을 끼면서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했던 머리속이 방정맞은 병신력에 밀려나 깨끗해진 기분이었다. 하기야, 그래도 이 편이 낫다. 감정기복이 심한 단아가 저러다가도 한 없이 땅을 파고 삽질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도 문제다.

 

 두 사람은 지금 제윤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가 이름마저도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오글거리는 그 하운즈라는 폭주족 무리에서 나오기로 선언한 여파는 아무래도 소소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제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 가까워질수록 어째 쓸데없이 요란한 오토바이들이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덕분에 싱글벙글이던 단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바람빠진 풍선처럼 스르륵 내려가는 텐션에 은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제윤 아르바이트 짤릴듯."

 

 단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인 없이 세워진 오토바이를 발로 툭툭 쳤다.

 

 "게다가 저녀석이 나온다고 선언한게 이것도 두 번째니까. 그쪽에서도 열이 뻗치지 않겠어?"

 

 그럴 만도 하다. 규율이 엄격한 그런 무리에서 탈퇴를 했다가 다시 들어온 것도 그런데 또 다시 나가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겠는가. 회상해보자면 그 폭주족 무리에서 제윤을 처음 끌어냈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폭주족이라는 불량한 무리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제법 어린 날의 소유욕같은 것일 지도 몰랐다. 넌 우리랑 놀 거니까 저것들이랑은 놀지마. 뭐, 이런 심리였다고 생각된다.

 

 사실 그 유치한 감정이 지금은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한다. 그렇지만 제법 그때보다는 컸고 그런 심리가 얼마나 유치한지도 잘 알고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건 앞으로도 어쩔수 없을 거 같아.' 혼자서 중얼거리는 단아의 말에 은랑이 의문을 표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은랑은 어쩐지 제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은 알 것만 같았다.

 

 "생각해봤는데."

 "엉."

 "마제윤은 처음에 하운즈 소속이었고."

 "어."

 "또 그, 일이 있고 우릴 떠난 후에도 거기로 돌아갔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그 녀석이 나름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이네."

 "음. 돌아갈 곳이 거기밖에 없었던 거였을 수도 있고."

 

 은랑의 대답에 단아는 말없이 눈을 깜박였다가 '그것도 그러네,' 라고 중얼거렸다. 편한 곳이라면 다시 나와버릴 리가 없잖아.

 

 "어쨌거나 알아서 하겠지. 나이가 스물인데."

 

 그것도 그래. 대답이 입밖을 떠난 쯤엔 벌써 편의점에 다다랐다. 예상한 모습 그대로 딱봐도 불량한 포스를 풍기는 다양한 이들이 편의점 주변에 포진해 있었다.

 

 "거참, 훌륭한 영화장면이네."

 

 감상평을 중얼거린 단아가 내부를 흘끔 바라보았다. 점입가경이다. 안에는 마제윤이라면 질척하게 따라와 집착의 끝을 보여주는 할 일도 더럽게 없는 여자, 민주연이 제윤과 마주보고 서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주연의 주위는 내부의 역광때문인건지 명확하게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했다.

 

 "대박."

 

 단아와 은랑은 동시에 멈춰서서 약속이라도 한 듯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딱 닫았다. 손이 떨려왔다.

 

 "감자칩, 감자칩이 필요해!"

 "난 팝콘, 캐러맬 팝콘!"

 

 막장으로 치닫는 황금 시간대의 주말드라마를 시청하는 기분에 두 사람의 얼굴에 흥미로움이 가득찼다. 시작은 단아였다.

 

 "어머어머, 드디어 저 년이 출몰했어!"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은랑이 대화를 이었다.

 

 "역시. 이쯤되면 따귀씬이 등장할게 같은데?"

 "딱 보기에도 여자가 쌍년같지?"

 "어휴, 대놓고 얼굴에 그렇게 써 있네."

 "그런데 사실 남자도 정상은 아니잖아."

 "왜? 내가 지난주에 못 봤어!"

 

 갑자기 나타나서는 동네 아줌마처럼 호들갑을 떨며 멋대로의 상황극에 빠진 두 사람을 바라보는 폭주족들의 얼굴에 황당함을 넘어서 어이없는 표정이 자리잡았다.

 

 "사실은, 저 남자가…."

 "저 남자가…!"

 

 은밀하게 속삭이는 단아의 목소리에 은랑이 몸을 숙이며 집중했다. 어쩐지 폭주족 들도 몸을 빼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핫."

 

 급하게 정신을 차린 은랑이 급하게 큼큼 헛기침을 했다. 여긴 길 한복판이다. 그것도 폭주족이 포진한 인터넷소설의 클라이막스 쯤. 그런데 웬 동네 아줌마가 둘이나 난입한 꼴이다. 참을수없는 부끄러움이 몰려와서 자괴감으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문지기가 말했듯 광대로 부터 시작된 병신 바이러스는 단아에게도 퍼지더니 주변을 썩어문드러지게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이 유해한 병신을 어쩌면 좋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에 단아도 설정극을 끝내기로 한 건지 입을 다물고 눈을 깜박이나싶더니 위풍당당하게도 편의점 정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넌 뭐야."

 

 불량배1이 웃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게 역력한 얼굴이다가 이내 결정했는지 근엄하고도 험악한 얼굴로 물어왔고, 대답은 간결했다.

 

 "못들었어?"

 "뭐?"

 "감자칩, 난 감자칩이 필요해!"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에 남자는 얼이 빠져서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비켰다. 듣도 보도 못한 마인드의 소유자로 인한 쇼크에 아무도 그녀가 편의점 문고리를 잡는 동안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나이스! 은랑이 속으로 그렇게 쾌재를 부르며 순식간에 단아가 열어둔 길을 뛰듯이 걸어 친구의 뒤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기막혀서 굳어있던 무리들에게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뭐야 이것들은?"

 "웬 정신나간 년들이야?"

 

 그 말에 단아가 그들에게로 고개를 휙 돌렸다. 찌푸려진 미간에 샐쭉한 눈꼬리가 제법 사나웠다. 바로 뒤에 있던 은랑의 눈에는 사흘은 굶은 미친 살쾡이 같아보였다.

 

 "아."

 

 그러고는 폭주족들을 평온한 자세로 훑어보고는 한다는 소리가 또 참으로 간결했다.

 

 "이 애는 팝콘."

 

 도대체 왜 결론이 그렇게 나죠?

 

 은랑은 폭주족들 만큼이나 공황상태에 빠져있다가 놀라운 속도로 정신력을 되찾고는 해탈한 웃음을 한자씩 끊어서 내뱉고는 편의점 문을 열고 제 친구를 안으로 떠밀었다.

 

 "도대체 왜! 말해 봐, 그 때 그 년, 주단아지? 그 년 때문이야?"

 

 그것참 타이밍도 완벽하다. 민주연이 악에 받쳐서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제윤은 짜증스러운 얼굴이다가 경쾌하게도 울리는 딸랑, 거리는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얼굴들에 '뭐야.'라고 중얼거렸다.

 

 그동안 좋은 말 할때 꺼지라는 말 외엔 내뱉지 않던 제윤의 말에 주연이 홱, 소리나게 고개를 돌렸다. 그 덕에 긴 머리칼이 새차게 날려 제 얼굴을 후려치는 훌륭한 광경이 연출되고 말았다.

 

 "자, 여기서 협찬사 로고 한 번 박아주시고."

 

 정적을 깨고 단아가 그렇게 말하며 박수를 한 번 짝, 하고 쳤다.

 

 "세피아 톤 보정처리도 빼먹으면 안되지…가 아니라."

 

 은랑이 골치아픈 표정으로 중얼거리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다물었다. 시꺼멓게도 몰려들어 있었다. 그것들이.

 

 밖에서 볼 땐 그저 역광이거나 전등이 하나 나갔나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게 아니다. 주연의 주변에 진득하게도 달라붙어 몸집을 이리저리 비틀어대는 수십마리의 검은 형상들이 뭉쳐들어 전체적으로 음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렘이었다.

 

 얼마전에 단아가 지독하게 시달리고 있던 것들이기도 하다. 그야 말로 전투적 능력은 없는 최하급의 괴물. 단지 특이한 점이라면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에게 몰려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명확한 형체가 없다는 것이다. 집적적으로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저들이 몰려들수록 불안한 상태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다는 것은 분명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제윤은 눈 앞에서 일렁거리는 괴물들의 웅성거림에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했던 모양이었다. 짜증스럽게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습관은 여전했다. 단아와 은랑의 시선이 잠깐 서로에게 닿았다.

 

 언제나 당황스러운 일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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