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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벨린의 노래
작가 : 아리움
작품등록일 : 2017.11.6

황제의 음치탈출 대작전!

‘리벨린 황제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나라가 망한다.’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고 얼마 되지 않아 리벨린에는 이상한 예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예언을 믿지 않았다. 황제는 노래를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못하게 해야했다. 황제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악몽을 꿀 정도로 음치였다.

하지만 리벨린의 황제 진이 노래 선생을 구해달라고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5화 레슨 전날
작성일 : 17-11-13 20:0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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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레슨 전날

 

 게른은 차라리 이 나라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언대로, 황제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리벨린의 백성들이 괴로워져 나라가 망할 게 분명했다. 최대한 방음을 한다고 했지만 진의 큰 목청 탓에 방 밖으로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노래는 못하는데 목소리와 자신감은 넘치는 사람이었다. 게른은 레슨을 하러 온 유리나가 도망갈까 걱정되었다. 그는 진이 왜 그녀에게 집착하는지 궁금해졌다. 진이 집착하는 것에는 보통 이유가 없었다. 정원에 풀어놓은 토끼 한 마리나 그 토끼가 불쌍하다고 키우기 시작한 사슴 같은 것 말이다. 진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생명체를 돕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그런 면에서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 생명체가 진에게 호의적이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유리나가 미묘하게 그 둘을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진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사고가 정지해버린다. 저건 연습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문을 열면 궁전에 있는 사람 모두가 황제가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게른은 점심을 전해주러 와서 삼십 분 넘게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를 불러도 대답이 없었고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았다. 노랫소리는 정말 잠깐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었고 끝이 없었다. 게른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문을 두 손으로 두들기며 소리를 질렀다.

 “진! 문 열어! 문 열라고!”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리고 언제부터 말을 다시 놨더라?”

 진이 양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있는 게른을 보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게른은 두 팔을 어색하게 내렸다.

 “제가 몇 번을 불렀는지 아십니까?”

 “아 그랬어? 문을 좀 세게 두들겨보지 그랬어. 몰랐네.”

 진은 자리로 돌아가 다시 노래연습을 시작하려고 하자 게른은 재빨리 방문을 닫았다.

 “점심은 드시고 하시죠.”

 “그럴 시간 없어. 봐 황제가 국가를 까먹었다는 게 말이 돼?”

 “당연히 말이 안 되죠.”

 게른이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상냥하게 말했다.

 “그래도 밥을 드셔야 노래할 힘이 난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부르고. 아무리 해도 가사가 안 외워져.”

 “아무래도 자주 부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것 같네요. 금방 외우실 겁니다.”

 진이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게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게른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참에 가사를 바꿔버릴까?”

 게른은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가사를 바꾸면 처음부터 다시 외우셔야 하잖아요.”

 게른은 진이 뭘 잘못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의 여덟 아들 중 가장 똑똑했던 진이다. 밖에서 데려온 첩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일곱 명의 왕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황제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노래에 빠져서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 게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그의 음식에 독이라도 타는 걸까? 게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식을 한 입 먹어보았다.

 “뭐 하는 거야? 배고파?”

 게른은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 맛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시종관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게른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제스는 빵 한 조각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유리나를 보며 이를 갈았다. 결국 그녀가 하겠다고 선택했지만 반강제였다. 어떻게 황제의 명을 거역하겠는가? 특히 노예 출신이었던 유리나는 겨우 정착한 이 나라에서 쫓겨날지도 두려움에 그 제안을 수락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진은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서 유리나를 추방할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은, 5년 전 황제가 되겠다고 다짐하던 그때의 눈과 닮아 있었다. 목표한 건 어떻게든 이루는 사람이었다. 진이 유리나를 괴롭힐 리 없었고 그를 가르치게 되면 지금의 생활보다 백배 천배 나아지겠지만, 유리나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유리나 먹고 싶은 거 없어?”

 유리나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제스의 질문에 겨우 씹어 넘기던 빵도 내려놓았다.

 “고향 음식이라던가, 그런 거. 말해주면 뭐든 해줄게. 이러다가 로렐을 데려오기도 전에 죽겠어.”

 로렐이라는 이름에 유리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유리나는 다시 빵을 집어 고무를 씹듯 꾹꾹 씹었다. 금세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제스는 괜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사과하려 할 때 유리나가 입을 열었다. 빵 때문에 목이 막힌 건지, 눈물을 참느라 그런 건지 말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토마토 수프가 먹고 싶어요. 다림에서 그렇게 자주 먹었거든요. 남아도는 게 토마토와 우유뿐이었으니까.”

 “토마토라…….”

 리벨린에서는 토마토가 나지 않았다. 다림이 주 생산지였고 토마토를 수출하면서 꽤 많은 이익을 얻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비싼 값에 토마토를 팔았다. 귀족들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꽤 나갔다. 다림에서는 노예가 먹을 정도로 차고 넘치는 토마토가 리벨린에서는 귀족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니, 제스는 세상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유리나가 먹고 싶다니 게른에게 부탁해서라도 토마토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 음치인 진을 가르치는데 말이야.

 “제가 너무 어려운 부탁을 드렸네요. 리벨린에서 토마토는 비싼 편이죠?”

 유리나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깟 토마토. 황제 농장에서 뺏어오면 돼.”

 “농장이요?”

 “뺏어온다는 말보다 황제가 농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더 놀라운 거야?”

 “아, 아니에요!”

 “진도 토마토를 좋아하거든. 다림에서 토마토를 가지고 장난치는 게 맘에 들지 않은가 봐. 몇 년 전부터 리벨린에서도 토마토를 재배하려고 시도 중이야.”

 유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먹고 싶다고 하시는데 수레 한가득 가져와야지. 아 맛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네.”

 “괜찮아요. 아저씨 요리 실력이면 어떤 토마토라도 잘 살릴 수 있으니까요.”

 제스가 감동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내일 아침은 토마토 수프다.”

 “네?”

 “여보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여기 좀 봐줘.”

 분홍 앞치마를 벗은 제스가 천천히 여관 밖으로 나갔다. 유리나와 그의 아내 모두 멍하니 그의 뒷모습만 쳐다보았다.

  *

 유리나는 방문을 닫고 잠시 기대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로렐. 그 이름을 생각하니 유리나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창을 살짝 열었다. 찬 공기가 들어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깥의 사람들은 뭐가 그리 행복한지 웃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가는 커플, 장바구니를 든 여자, 그 뒤를 따라가는 아이들. 자신에게는 행복이 먼 나라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로렐은 살아남았을까. 그가 죽은 거라면, 혼자 리벨린에 온 이유가 없었다. 서랍에 넣어둔 펜던트를 꺼냈다.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약속이나 다짐은 쉽게 깨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노크 소리가 들려 펜던트를 내려놓고 문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선생님 저예요.”

 유리나가 문을 열자 손에 꽃을 들고 있는 레인이 서 있었다. 레인이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선생님 선물이에요.”

 조금 시들었지만 아직 향이 남아있는 수선화였다. 꽃에 얼굴을 파묻고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기분이 한결 나아져 레인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고마워. 레인아.”

 머리를 쓰다듬자 레인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밥 잘 안 드신다고 아빠가 슬퍼해요. 저도 슬퍼요. 밥 많이 먹어야 노래할 힘이 난다고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내일부턴 잘 먹을게. 걱정하지 마.”

 레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들어와, 선생님이랑 노래하자.”

 방안으로 들어온 레인이 악보가 들어있는 서랍으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레인이 펜던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건 누구예요? 선생님 남자친구?”

 “비밀이야.”

 유리나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

 진은 누군가 농장에 침입한 것 같다는 게른의 말에 빠르게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의 존재를 아는 건 게른과 자신, 시종장 그리고 몇몇 하인뿐이었다. 입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걸까? 그의 농장에는 실험 중인 작물이 많았다. 침입자가 다른 나라에서 온 자라면 위험했다. 그들의 종자를 리벨린에서 키울 수 있게 개종시키는 작업을 안다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주변에는 주로 과일이나, 채소를 리벨린으로 수출해 이익을 취하는 나라가 많았기 때문이다. 종일 들여다본 악보를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말을 타고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에 도착하자 시종장과 몇 하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말에서 내린 진이 그들을 일으키며 말했다.

 “뭣들 하는 거야. 일어나.”

 “죄송합니다. 아직 침입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뭐?”

 시종장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진은 직접 침입자를 찾으러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횃불을 들고 따라오는 하인들에게 불을 끄라고 명한 뒤 농장의 한 가운데 서서 조용히 소리에 집중했다. 이곳을 설계한 건 자신이었고, 그 누구보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눈을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는 정도로. 벌레 소리, 바람에 잎이 움직이는 소리,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누군가 땅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토마토를 심어 놓은 곳이다. 눈을 번쩍 뜬 진은 하인들에게 조용히 따라오라고 손짓한 뒤 천천히 걸었다.

 역시 누군가 토마토를 따고 있었다.

 “거기 누구냐!”

 진의 고함에도 침입자는 아무렇지 않게 토마토를 따 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토마토를 따고 있는 게 누구냐고 물었다!”

 진은 설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인가 싶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침입자의 모습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스?”

 “일찍도 오네. 내가 여기 들어온 게 언젠데. 여기 보안이 왜 이래?”

 제스가 씨익 웃으며 몸을 돌리자 잔뜩 긴장했던 진의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제스, 여기서 뭐 해.”

 “뭐하긴 토마토 따고 있지.”

 “왜 여기서 토마토를 따고 있는데?”

 “리벨린에서 토마토 구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잖아.”

 “시장에서도 팔잖아.”

 “너무 비싸.”

 “내가 돈 많이 줬잖아.”

 “다 아내 줬어.”

 진은 머리가 지끈거려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토마토가 필요하면 말을 하지.”

 “아 조금 급해서 말이야.”

 “토마토를 못 먹으면 누가 죽는대?”

 “응.”

 “누가?”

 “네 선생님이.”

 “유리나가?”

 제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구니에 넣은 토마토를 확인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봐.”

 진이 다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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