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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TI(안티)
작가 : 고전부
작품등록일 : 2017.10.30

한 독자의 초대장을 받고 일본 오사카로 간 작가 '시호'. 그곳에서 '시호'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

 
07. 자기 암시
작성일 : 17-11-13 19:0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7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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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 자기 암시

 

 

 시곗바늘은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각이 되자마자 기계가 움직이듯 사람들은 하나둘 씩 거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들 가지고 오신 물건들을 저에게 보여주기 바랍니다. 부득이한 신체검사도 이해해주시구요.”

 

 수연의 말에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하나둘씩 서정의 앞에 줄을 섰다. 서정이 몸을 검사할 동안 팔을 높이 들고 시선을 위로했다. 간단한 조사는 금방 끝이 났고 모두들 별다른 불평은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어쩌면, 체념을 한 건지도 몰랐다.

 

 해림의 취조까지 건너뛴 채 모두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라는 수연의 말에 서정은 황급히 방을 나섰다.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수연의 행동에서 서정은 수연이 무언가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은의 증언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서정은 이번 사건은 그동안 수연이 맡아온 그 어떤 사건들보다 까다로울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거실에 모여 있는 이들에게 수연은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당시 시간은 저녁 8시였고, 수연은 정확히 1시간 후인 9시부터 모두가 거실에 모여 밤을 새운다고 말했다. 그 1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끝내고, 9시가 된 후엔 거실에 단 한 가지 물건만 들고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의심을 받지 않을 만한 물건을.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수연을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진 않았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주머니나 옷 속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어요.”

 

 서정의 말에 수연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9시 15분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거실엔 한 사람이 없었다. 요코가 보이지 않았다.

 

 “각자 가져온 물건들을 보기 전에 전 요코 씨 방에 잠깐 들리겠습니다. 넌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 똑똑히.”

 

 수연은 서정을 쏘아보며 비장하게 말을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요코의 방은 3층 오른쪽 끝 방이었다. 베란다가 보이는 위치였다.

 

 “요코 씨. 저 지수연 경위입니다.”

 

 두어 번 방문을 두드린 후 수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요코를 불렀다.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쳐다보던 수연은 재차 문을 두드렸다.

 

 “요코 씨. 현재 시각은 9시 18분입니다.”

 “…….”

 “저희가 모이기로 한 시각은 9시구요.”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개인행동하시면 상황은 요코 씨에게 불리하게….”

 

 수연이 언성을 높이려던 찰나 방문이 열렸다. 얼굴만 보일 만큼 아주 조그마한 틈새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수연은 기어갈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요코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창백한 안색과 어딘가 겁이 질린 기운. 오히려 요코는 수연과 단둘이서 대면할 때보다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와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제가 정말 몸이 안 좋아서…이상한 행동 절대 하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테니까 저는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약속드리겠습니다.”

 

 어딘가 처연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요코를 보며 수연은 입 안쪽을 살짝 씹었다. 요코의 이마엔 식은땀이 잔뜩 흘렀다.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요코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 보였다.

 

 “원하시면 의사를 불러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혼자서 제 방에 쉬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수연을 올려다보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요코를 수연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심리적인 압박감에 의한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코의 상태는 확실히 정상은 아닌 듯 보였다.

 

 “경위님. 저 정말 움직이지 않고….”

 “12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네?”

 “몸이 안 좋은 건 이해하지만, 편의를 봐주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만이 제기될 수 있어서요. 조금 쉴 시간을 드리는 겁니다.”

 “…….”

 “12시엔 뭐라 말씀하셔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단호한 수연의 말에 요코는 항변이라도 하려는 듯 뭐라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닫았다.

 

 "그리고 웬만하면 다른 사람이 문을 두드려도 경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하숙집에 있는 모두에게요."

 

 요코는 마지못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채 큰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방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등을 들려 계단을 내려가던 수연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2시가 될 때까지는 앞으로 2시간 30분가량이 남아 있었다.

 

 

 *

 

 

 “전 참고서와 필기도구를 가져왔어요. 요즘 도통 공부가 안돼서 진도가 많이 밀린 상태거든요.”

 

 보청기를 바로 낀 소은이 마치 수연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는 듯 쏘아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수연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테이블 위에 책을 거칠게 펼치더니 곧바로 펜을 들어 무언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수연은 눈치를 살피며 가만히 소은을 응시했다. 참고서 3권과 노란 필통. 소은이 가져온 소지품은 그게 다였다.

 

 “전 트럼프 카드를 가져왔어요. 뭐, 심심하기도 하고.”

 

 당연히 소은처럼 두툼한 책을 가져올 거라 생각은 효정은 의외로 작은 케이스 안에 든 트럼프 카드를 들어 수연에게 보였다.

 

 “오늘은 한국어 교재가 아니네요?”

 “네.”

 

 건조하게 대답한 효정은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앉더니 곧 카드를 펼치며 혼자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집중력이라고 수연은 생각했다.

 

 “전 노트북을 갖고 왔어요. 상황이 어떻든 일은 해야 되니까.”

 

 소은의 맞은편에 앉은 유정은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을 가리키며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수연은 그런 유정을 빤히 쳐다보다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쇼고의 사건 때 여기에 있는 이들 중 유일하게 유정의 알리바이를 입증한 물건이었다.

 

 “전 로프를 가져왔어요. 주방에 안 쓰고 방치해놓은 그릇들이 많아서요. 포장해서 다른 필요한 곳에 보내기도 하고, 다락방에 따로 보관도 해두려고요.”

 

 수경은 돌돌 말린 채 손에 들린 로프를 쳐다보더니 이내 난처한 듯 수연에게 되물었다.

 

 “그런데…제가 주방에 가 있어도 될까요? 식기가 다 주방에 있고 전부 다 포장하려면 거기가 편할 거 같아서요. 다른 분들한테 방해도 안 될 거 같고….”

 

 가느다랗게 눈을 뜬 수연은 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정에게 눈을 돌렸다. 서정은 수연이 마저 말을 떼기도 전에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도 볼 수 있도록 문을 계속 열어두고, 혹시 제가 부득이하게 거실을 지키고 있지 못하는 경우엔 스미레 형사와 함께 잠깐 거실로 나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대답을 마친 수경은 서정을 따라 주방을 향했다. 수경은 부엌과 현관 사이를 구분 짓던 여닫이문을 활짝 열었다. 거실에 있는 수연도 수경이 뭘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트였다.

 

 “전 게임기를 가져왔는데….”

 

 해림이 손에 쥔 게임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해림이 항상 들고 다니던 한 손에 딱 들어오는 게임기였다. 어딘가 시무룩해 보이는 해림의 태도에 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런데?”

 “저쪽이 더 재밌어 보여요.”

 

 해림이 다른 손으로 효정을 가리키며 어딘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나. 반면 수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저기 가서 같이 놀아도 되나요?”

 “네. 그렇게 하세요.”

 

 신종 또라인가. 수연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을 만큼 철이 없어 보이는 해림에 태도에 수연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게임기는 내버려 둔 채 해림은 곧바로 효정의 맞은편에 다리를 모은 채 주저앉았다.

 

 “나, 허락 맡았어.”

 “조커 카드는 빼고 할 거예요.”

 

 거기다 효정 또한 아무렇지 않게 해림을 환영하는 꼴이라니. 죽이 잘 맞는 콤비라 여기며 수연은 혀를 찼다.

 

 “전 독서를 할까 해요.”

 

 주방에서 물 한 잔을 가져온 도연이 유정의 옆에 앉으며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효정과 해림에게 여전히 시선이 향해있던 수연은 도연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시호라는 작가의.”

 

 막연히 말하는 도연의 말에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도연을 보았다. 유정 또한 제 또 다른 이름이 들리자 괜스레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시호….”

 

 쇼고가 살해된 후 수연이 모두에게 사망 추정 시각에 있었던 알리바이를 물었을 당시, 도연은 뜬금없이 시호라는 작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도연이 무의미한 말을 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던 수연은 시호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였다.

 

 왜냐하면, 처음 들었다고 하기엔 그 이름이 너무나 익숙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분명 어떤 사건에서 접한 적이 있는….

 

 “‘못’이라는 작품이에요.”

 

 도연은 유연하게 말을 남기더니 프린트된 종이 한 장을 넘겼다. 유정은 책이 없는 작가였다. 오로지 제 홈페이지에만 글을 올렸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저에게 책으로 출간할 것을 제의하는 출판사의 제의에 한 번도 응한 적이 없었다.

 

 “좋습니다. 모두 의심이 갈 만한 물건은 들고 오지 않은 것 같네요. 화장실을 가거나 방에 갈 사정이 생길 때도 항상 저나 이서정 형사와 동행해주셔야 합니다. 개인 사생활이 있기에 방 안까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나온 이후엔 신체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만약에 방이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실 경우 시간은 15분으로 제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많이 드려도 20분. 그 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들어가겠다는 거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완고한 수연의 태도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짙은 한숨을 뱉으며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하지만 한 곳에 모여 저를 주시하는 이가 있다는 것. 이는 감금과 감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저…그런데 요코 씨는….”

 

 주방에 있던 수경이 조심스럽게 손을 든 채 요코의 안부를 물었다. 수경을 빤히 보던 수연은 또 하나의 의문을 가졌다. 이런 질문은, 당연히 도연이 해야 마땅할 텐데.

 

 “몸이 안 좋다고 하셔서 12시까지만 쉴 시간을 드렸습니다. 12시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분들과 여기에 함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수연은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을 끝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든 수연은 도연을 보았다. 도연은 그저, 무감하게 프린트된 종이를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김도연.”

 

 얼마간 정적이 찾아오자 유정은 팔꿈치로 도연의 옆구리를 치며 도연의 이름을 불렀다. 최대한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유정은 말을 끝낸 후 주위 눈치를 살펴보았다. 다들 제 일만 하고 있을 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왜.”

 “내가 말한 시호의 글은 난파선이란 작품이야. 그걸 읽어야 쇼고 씨를 죽인 범인의 윤곽을 잡는 데 더 도움이 돼지.”

 “난 그냥 독서를 하고 있을 뿐인데? 범인을 잡는 건 휴우카 경위의 몫이야. 여기서 난 그저 용의자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도연의 말에 유정은 얼이 빠진 채로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탐정이 맞긴 한 건지, 도연은 쓸데없이 여유로웠다. 아니, 아예 사건에 대해 무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달까.

 

 “요코 씨한테는 무슨 일이 있는 거야?”

 “…….”

 “아니, 애초에 너랑 요코 씨는 무슨 관계인….”

 “최유정.”

 

 재차 묻는 유정의 말에 도연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싸늘한 시선으로 유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 탐정이야?”

 “어?”

 “아니면 형사야?”

 “…아니.”

 “왜 뭐라도 되는 것처럼 굴어.”

 

 도연은 분명 한쪽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도연이 내뱉는 말엔 가시가 잔뜩 서 있었다.

 

 “…미안.”

 

 유정은 금세 꼬리를 내린 채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정은 무엇이 알고 싶은 걸까. 애초에 사건과는 무관하게 소우마 미나토의 존재에만 궁금증을 가진 것 아니었던가. 도연에게 질문을 한 의도를, 유정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요코는 내 손님 같은 게 아니야.”

 

 이어폰을 끼려던 유정의 귀에 도연의 냉정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유정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우린 그저 목적을 공유할 뿐이지.”

 “…….”

 “찾고 있는 사람이 같달까.”

 

 마른침을 삼킨 유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변함없이 이어폰을 꼈다. 그리고는 기사를 쓰는 데 집중했다. 정적은 계속 이어졌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다. 어느덧, 바늘은 12시를 가리켰다.

 

 

 *

 

 

 “경위님. 12시 넘었는데요.”

 “알아.”

 

 다급하게 말하는 서정의 말에 수연은 그저 팔짱을 낀 채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계는 12시 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위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연은 어쩌면 요코가 잠에 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색이 정말 안 좋아 보였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시간을 알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수연이 요코의 방을 둘러보았을 때 시계 같은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3층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연은 제 마음이 제 것이 아닌 듯 허공을 맴돌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온몸을 감싸는 이 익숙한 감각의 정체는 분명…저항할 수 없는 불안감이 확실했다.

 

 “저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같이요.”

 

 수연의 말에 모두들 저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의아함, 의문스러움. 혹은 이해불가의 것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수연은 발걸음을 옮겼다. 1층에 있는 이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수연의 뒤를 따랐다. 맨 뒤엔 서정이 따라붙었다. 계단은 삐걱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무런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부각이 되는 건지도 몰랐다.

 

 요코의 방 문 앞에 다다른 수연은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뒤엔 수연의 뒤통수를 응시하고 있는 7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수연은 다른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요코 씨. 12시입니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요코 씨.”

 

 수연이 주먹을 쥔 채로 더욱 문을 세게 두드렸다. 역시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니 어쩔 수 없네요. 예고한 대로 그냥 들어가겠습니다.”

 

 단호하게 말한 수연은 문고리를 돌렸다. 수연은 9시 30분에 요코의 방을 나설 때 문이 잠기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문은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다들 뒤로 물러서 주세요.”

 “아니, 경위님. 그러지 말고 수경 씨에게 열쇠를 달라고 하면…!”

 

 다급하게 느껴지는 서정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수연은 이미 저만치에서 요코의 방문을 향해 돌진했다. 한두 번 열어본 게 아닌 듯 수연의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문은 단번에 열렸다. 수연의 요령이 통한 탓도 있었고, 워낙에 낡은 건물인 것도 그 이유였다. 큰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리자 모두가 방안을 주목했다. 12시에 가까워질수록 수연이 느꼈던 불안함의 정체가 고스란히 형체를 드러냈다.

 

 요코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니, 죽어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쇼고와 마찬가지로 목이 졸린 듯 가는 목엔 자국이 남아있었다. 이번엔 낚싯줄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굵은 무언가였다. 하지만 흉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요코의 손목 혈관이 잘려있었다. 그 틈을 따라 방 안엔 엄청난 출혈의 자국이 고스란히 나타나있었다.

 

 시체를 확인한 수연은 곧바로 창문으로 고개를 들었다. 창문 또한 굳게 잠겨있었다.

 

 모두가 얼이 빠진 채로 멍하니 방 안을 보고 있을 때, 유정은 어딘 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왼쪽 벽엔 ‘2:6’이라는 혈흔으로 쓰인 글씨가 쓰여 있었다. 모두가 2 대 6이라는 뜻으로 유추하는 게 당연한 메시지. 하지만 유정은 그 뜻을 달리 읽었다.

 

 2명이 죽었고, 6명이 남았다.

 

 시호의 소설, ‘실루엣 파티’에 나오는 다잉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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