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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육손, 의심하다
작성일 : 17-11-13 15:41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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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손과 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시선 끝이 매우 날카로웠다. 젊은 남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예민하기도 했다. 마치 소년의 거죽을 뒤집어쓴 노인처럼, 그의 눈빛은 무언가 음험한 데가 있었다. 체격이 단지 단단해서만은 아니었다.

 “징그러우십니까?”

 “신기해서요. 주변에는 다섯 손가락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런 타입에게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공연히 말을 둘러대려 하면 약점을 잡힌 꼴이 되고 만다.

 역시, 육손의 얼굴이 천천히 펴졌다.

 “기이하군요. 대개 이렇게 말을 꺼내면 다들 아니라 하던데요.”

 “민망해서 그렇겠지요.”

 손가락을 다섯 개 갖고 있는 게 정상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육손은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렵다. 고대는 더하겠지.

 그런데 다른 손도 아닌 오른손을 그냥 두었을까? 나는 쳐다보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오른손을 쳐다보았다. 육손은 내 시선에도 아랑곳없었다. 오른손을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솔직하시군요."

 이런 세상에서는 저런 말이 칭찬이 아닌 거다. 차라리 조조처럼 모든 일에는 의도와 음모가 숨어 있다 의심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화를 덜 입을 테니까.

 “공자의 존함은 어찌 되십니까?”

 “소인은 여강 태생 조환이라 합니다.”

 “여강에서 조씨라. 조는 어느 조 자를 쓰십니까?”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런 것까지 물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왜 하필 여강 태생이라고 말을 붙였을까! 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나 다름 없었다. 육손은 그곳 태생이 아닌가!

 내 성씨는 조씨인데, 한자 획수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쓰는 조 자는 나라 조趙자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조 자가 이 조曺자인지 저 조曹자인지 헷갈렸다는 거다. 까딱하다간 조조 일가로 오해받기 쉬웠다.

 에라 모르겠다.

 “나라 조의 그 조입니다.”

 “그래요? 교공의 문하 중에 조숭의 일가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육손의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작지만 날을 바짝 세운 칼로 척추를 긁어내는 것처럼 소름이 올랐다.

 “소인은 출신이 그리 고귀하진 않습니다. 태어나기만 그곳에서 태어났지 이리저리 떠돌았으니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태어나지는 않았는데, 학교 다닐 때 알바할 때 떠돌이 생활 좀 했고 지금도 그러니까.

 이쯤해서 넘어가줬으면 좋겠는데, 육손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조숭의 일가들도 따지고 보자면 환관에 불과하지요.”

 이렇게 웃으면서 사람 얼굴을 긁어오면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25세 인생을 살면서 알바도 회사도 다녀봤지만, 나름 잔뼈가 굵었다고 생각해도 막상 이렇게 면상에서 강펀치를 날려버리면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그냥 뭐라 하기보다는 바보처럼 헤헤 웃는 게 낫다. 엄청난 말빨이 서지 않는 이상에야 대놓고 걸어오는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으니까.

 다행히 육손이 관심을 돌렸다. 주유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시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주유는 육손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듯했다. 그도 그럴 듯이, 주유의 어미가 억지로 혼인시키려 하는 대상이 바로 육손이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혼례 말이 나오고 있는 때에 당사자가 대면함은 법도에 맞지 않으나, 이리 뵙게 되니 참으로 광영입니다.”

 주유의 얼굴이 확 구겨지진 않았다. 그래도 적잖이 불쾌해하는 게 보였다.

 “여긴 어쩐 일이시죠? 스승님께서 육씨 일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요.”

 “글쎄요. 제 신부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랄까요.”

 저런 인간들이 한번 들러붙기 시작하면 어지간히 질척거리는데. 아무래도 잘못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고 있는 옷은 검은 색 계열이었다. 얼굴이 그을린 사람이 검은 색으로 치장해서 더 그런 걸까? 이 시대에는 검은 색은 잘 안 입지 않았던가...장례식 때도 흰 옷을 입었고.

 자줏빛이나 보랏빛 안료가 무척 비싸서, 그런 색의 옷을 입는 건 황족들이나 고관대작들 뿐이었다고 알고 있다.

 쎄 보이고 싶어서 저런 옷을 골랐으려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소녀는 이미 손가와 혼약을 맺은 몸입니다.”

 주유로서도 육손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행여 손가에 피해가 갈까 말을 극히 조심하던 주유가 아닌가.

 “그런 분이 조씨 성을 가진 남자와 교부를 찾아 오셨습니까?”

 여기서 변명한답시고 나는 원래 신수라고 말한다면?

 아마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끌어안고서 터지길 바라는 것과 같을 거다.

 나는 싱긋 웃었다.

 “소인은 손가의 문객입니다. 손가의 안주인이 되실 아가씨가 행여 나들이를 나섰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래서 손가의 주인께서 저를 딸려보낸 것입니다.”

 “직접 그리 말씀을 내리셨다구요?”

 “지금은 원소님께 가 계시지만, 떠나시기 전 아가씨께서 밖을 나서시면 소인이 언제든 동행하라 분부하셨습니다.”

 육손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네 말이 모두 거짓임을 알고 있다는 듯이.

 웃음기 섞인 얼굴을 대하니 속이 역해졌다. 직장도 아닌데 왜 이런 곳에서까지 속을 박박 긁는 인간을 만나야 하는 걸까. 먹은 것도 없는데 몇 년 전 먹은 것들까지 다 토할 것 같다.

 “그 말씀, 믿어도 될런지요. 당최 손가에서 문객을 받았단 소리는 처음 듣는지라...”

 “무례하오! 공자는 손가에 머물고 계시오. 그러니 손가의 사람이라 할 수 있소. 더 이상 무례를 범한다면 내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주유의 말투가 근엄하게 바뀌었다. 주유가 내 앞을 막아선 걸 보고 나는 그저 눈만 꿈뻑거릴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건장한 체격은 아니지만 주유에 비해선 건장하다 할 수 있었다. 주유는 여자였다.

 육손은 그보다 훨씬 건장했다. 육손이 마음만 먹는다면 주유와 나에게 해코지를 하는 건 일도 아니다.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우리라.

 “처음 듣는 소리라 궁금하여 물어보았을 뿐입니다. 소저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면 사죄드립니다.”

 주유가 화를 낸 게 오히려 육손에게 확신을 심어주었을 터.

 육손은 내쪽은 보지 않았다.

 “이봐요, 내가 아니라 환에게 사죄해야하는 겁니다.”

 그는 주유의 말을 곧이듣지도 않았다. 눈웃음을 띤 그 얼굴로,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육손은 내 출신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여강에 조씨가 산다는 말은, 여강 토박이인 그로서는 처음 들었을 테니까.

 더구나 나는 낯선 남자였다. 이 시대의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존재할 터였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몰랐다.

 “이게 누구야. 주유가 아니냐.”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걸어나왔다. 그는 머리만 세었다 뿐이지 거의 주름이 없었고, 지팡이도 없이 씩씩하게 걸었다. 눈빛은 힘차고 살아 있었다. 노인은 주유를 보자마자 끌어안았다. 둘은 다정한 부녀 관계처럼 보였다. 사제 관계라기보다는.

 “무정한 것. 노인네가 나이 들었다고 이제는 아니 오는 게냐?”

 “무슨 소릴 하세요. 제가 여길 얼마나 오고 싶었는데요.”

 노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곧장 주유의 두손을 꼭 쥐었다.

 “그래. 이 늙은이를 좋아해주는 건 너뿐이지.”

 “어르신.”

 육손이 노인을 불렀다. 노인은 재회의 기쁨을 흩뜨려놓은 장본인을 곱게 보지 않았다.

 “자넨 누구인가?”

 가만 보아하니 노인도 육손을 처음 보는 듯했다. 그렇다면 죽매당에 잠복하고 주유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건가? 노인의 제자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소름끼치는 놈이다.

 혹시, 주유의 모친 때문일까. 나흘 정도면 육가에 주가 사람들이 쫓아가며 미주알 고주알 고해바치기 넉넉한 시간이었다. 거리가 좀 있다 해도 마차를 쉴 새 없이 달려간다면야, 못할 것도 없다.

 “시생은 육의라 합니다.”

 육손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내 육씨 가문의 사람은 제자로 들인 적이 없거늘, 자네는 어찌 죽매당에 발을 들여놓았나?”

 “교공께서는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으면 누구든 제자로 받아주신다 들었습니다. 하여 제가 죽매당에 발을 들임이 결코 부정하다고는 못하실 것입니다.”

 노인은 육손을 아래 위로 훑어보곤 고개를 돌렸다.

 “죽매당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 보나? 그렇지는 않네.”

 “어르신, 저는...”

 그는 아마도 제 신분을 소개하면, 노인이 그를 받아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돌아가게. 자네와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으이.”

 노인은 주유를 데리고 본채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멀뚱멀뚱 서 있기도 뭐해서, 뒤를 따라 들어갔다. 육손이 어떻게 되든 내 알바 아니었다.

 솔직히 교공이 무시해버리니 쌤통이었다.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은 놈이라, 이 정도로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만.

 아직 혼인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육례가 치러졌는지 안 치러졌는지도 알 수 없는 판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손은 주유를 찾아왔다.

 “유아야, 저 공자는 누구냐?”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룻바닥을 딛고 걸어가니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이 보였다. 그 방 안에는 초가 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대나무 두루마리가 들어차 있었다. 대나무 냄새가 방안을 꽉 메우고 있었다. 나는 주춤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인지. 마차를 대러 간 여몽은 분명 이곳 지리를 알 텐데...왜 이리 늦어지는 것인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노인의 가뭇한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주유 또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괜히 긴장했다. 긴장할 것도 없는데. 이게 참 뭐라고.

 “소인은 조환이라 합니다.”

 내 대답에 노인은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벌써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품새가, 조가 사람들과의 기억이 그다지 좋지 못한 모양이었다.

 “너도 조가놈이라는 거냐? 조가 사람은 이미 받을 만큼 받았느니라...”

 “아니, 저는 조가가 아닙니다. 조가가 아니오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주유가 손짓했다.

 “들어와서 말해.”

 그 편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온 다음, 문을 닫았다. 육손같은 이가 엿들을 수도 있으니, 노인에게 바짝 붙어 앉아 말하는 게 좋을 듯했다.

 “제 성이 조씨인 건 맞지만, 노공께서 생각하시는 그 조씨 일가와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넨 뭔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듣자하니 자네는 여강 출신도 아닌 듯하이. 그렇다고 강족은 아니고....”

 주유가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걱정과, 근심이 뒤엉킨 그 얼굴을 보자 왠지 모르게 용기가 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단단히 넣었다.

 “소인은 신수입니다. 신수들 중의 왕, 천자의 증표라던 황룡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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