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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
작가 : 진여울
작품등록일 : 2017.10.30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고생과 사랑에 무미건조한, 어른이 된 남자가 서로 맞닥뜨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인물을 중점으로 전개하겠지만, 그 외 다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많이 등장해요.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을겁니다. 로리물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여자주인공 설정 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씬은 없습니다!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6>
작성일 : 17-11-13 11:46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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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뒤 자주 마주쳤다.고은은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철벽을 친 그라서 그 상태에서 먼저 다가갈 수 없었다.그저 애원의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지나쳐야 했을 뿐.그는 별 상관이 없는지 일관되게 무표정을 지었다.

 

 무표정을 지은 그지만 그 역시 고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도저히 뭐라고 말을 걸어야 자연스러울 지 몰라서 속으로 쩔쩔맸다.차라리 이 상태를 유지하여 아예 몰랐을 때처럼 돌아갈까 싶다가도 팔자눈썹을 지으며 불쌍하게 쳐다보는 고은의 표정을 보고 그건 안될 것 같아서 만날 때마다 고민을 했다.뭐라 말을 걸어야 할까 하고 말이다.

 

 

 #-온통 하얗게 싱그러웠다.눈이 부시지 않을 정도로 빛을 은은하게 품고 있는.구름을 닮은,하늘에 없어도 그만,있어도 그만,하지만 조금은 허전한,그런 구름을 닮은 아이.

 

 그 다음이 생각이 나지 않아 자판에 있는 점(.)을 꾹 누르다가 지웠다.발을 까닥거리다가 결국 노트북을 바닥에 놓고 자신도 바닥에 따라 누웠다.

 

 왜 쓰던 글과 상관없는 문장만 자꾸 써지는지.

 

 고은을-그러고 보니 소녀의 이름이 고은이란 걸 자각하게 된다.-마주칠 때마다 여러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막상 자판에 손을 올리니 다 사라진 기분이었다.

 

 고은.무슨 고은이였던가.자신에게 쪼르르 온 돌체를 잡아 배 위에 올렸다.작은 울음소리,그르릉.

 

 강아지를 닮았다.새하얀 강아지

 

 고은은 고양이였던가,강아지였던가.강아지인 것 같기도 하고 가끔 혼자서 토라지고,샐쭉거리는 걸 보니 고양이같기도 하고.하지만 혼자 뭐가 그리 좋은지 눈꼬리가 휘어질 정도로 웃는 게 강아지같기도 하였다.

 

 강아지였던가,고양이였던가.그걸 몰라서 계속 생각 나는 건가.예전에도 거슬렸지만 지금도 거슬린다.물론 다른 의미에서 말이다.눈 앞에 어슬렁 어슬렁거리는 그 형태.

 

 하도 혼자서 지내서 그런가.갑자기 들이닥쳤던 고은의 등장이 막상 이렇게 여운을 줄 지 몰랐다.오랜만에 만난 성현이 제 집으로 돌아가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무심코 고갤 돌려 시선이 달력으로 향했다.성현은 언제 또 동그라미를 쳤는지.빨갛게 적어놓은 글자. 결혼식.깔끔하게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매만졌다.

 

 * * *

 

 한 여름이 너무나도 더워서 물개얼굴이 그려져 있는 동그란 부채로 부채질하면서 길을 가다 그와 마주쳤다.오늘도 또 말을 안 걸까 싶어 얼굴을 보는데,

 

 "헐?아저씨 머리 했네요?!"

 

 갑작스럽게 바뀐 깔끔하고 적당히 짧은 머리에 먼저 말이 나오고 말았다.

 

 "아.어."

 

 먼저 말을 걸면 안된다고 속으로 계속 생각했었는데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당황한 고은이였지만 그가 태연하게 대꾸를 해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다시 제자리로 온 기분이다.이제야 제자리로.늦은 진보,그래봤자 제자리.

 

 "더 멋있어요!"

 "그럴리가."

 

 전에는 앞머리가 눈에 찔릴 듯 말 듯 아슬아슬했는데 이렇게 눈썹이 조금 보이게 짧아진 머리를 보니 눈이 더 잘 보이고 좋다.

 

 브이넥의 흰티와 팔부바지인지,발목이 드러난 청바지와 한 손엔 파란 남방을 들고 있으니 평소 보던 아저씨의 분위기보다 더 환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저씨!이러니 더 젊어보여요!"

 "평소엔 늙어보였나 보네."

 "아뇨!어,음…더 생기 있어 보여요."

 

 그럼 평소엔 생기가 없었나 보네-하고 혁수가 대꾸했다.장난스러운 대꾸에 고은도 생글거리면서 웃었다.

 

 "근데 머리는 왜 자른 거에요?더워서?"

 "결혼식 준비?"

 "결혼해요,아저씨?!"

 

 바로 옆에서 걷고 있는데 삑사리 날 만큼 소리를 꽥 지르는 고은 때문에 혁수는 순간 고막이 나갈 뻔 했다.고은도 그 때문인지 뒤늦게 입을 손으로 가렸지만 이미 늦은 후.

 

 "아는 누나."

 "아….다행이네요."

 

 그렇지만 결혼식을 간다는 말을 들으니 새삼 자신의 옆에 있는 이 아저씨가 자신과 달리 어른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다 은아의 말이 생각나 말을 꺼냈다.

 

 "아저씨는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 있죠?"

 "그래.나이가 몇인데."

 "다행이에요."

 

 혁수는 '뭐가?'라고 되물었지만 고은은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웃었다.게이는 아니다.그럼 된 거다.그냥 게이만 아니면 된 거다.

 

 "나 아저씨랑 이웃사이로 친해지면 안돼요?"

 

 게이만 아니면 되지.그 이상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지도 모른다,라고 고은은 생각했다.

 

 혁수는 또 이런 소리를 하나 싶었다.한번 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하지만 저번과 같은 기분이 안 들었다.

 

 "그래,그럼."

 

 이제는 뭐 상관 알 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나 내일 아저씨네 놀러갈래요!"

 

 눈에 띄게 기뻐한다.가만히 있는데도 방방 뛴다는 느낌을 준다.혁수는 저도 모르게 소리 없이 웃었다.

 

 * * *

 

 세차게,마치 땅을 뚫을 듯이 비가 왔다.주르륵이 아닌 쏴아-마음 어딘가 낙화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차게 왔다.

 

 창문 너머를 보다,손 끝으로 창을 두드렸다.창문에 매달려 있던 작은 빗방울들이 그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도미노,혹은 미끄럼틀 타는 듯이 한데 모여 주륵,하고 흘러간다.

 

 습관이 된 핸드폰을 들어,전화번호부에 들어가다 곧 깨닫고 만 사실을 발견했다.

 

 아저씨 번호를 모른다.항상 잊고 있었던 거.왜 항상 아저씨랑 있게 되면 까먹는 건지,그 시간 자체에 빠져서 그런건지.

 

 -뭐해.비온다.

 

 아침 일찍부터 온 강민혁의 문자에 답장을 하다 곧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오늘은 기필코 꼭 번호를 알아내야지 결심을 하고.

 

 *

 

 습기 찬 집안은 조금 쌀쌀하다.가디건을 걸치고 거실로 나오니 백수같이 누워서 과자를 먹으며 tv를 보는 동생이 보였다.

 

 "누나,학교는?"

 "방학임."

 "고딩은 이제서야!방학이구먼."

 

 아직 중학생이라서 그런지 은근히 고등학생인 자신을 무시하는 어투에 발로 한 대 깔려다가 귀찮아서 주방으로 갔다.

 

 코코아를 만들었다.귀찮을 땐 그냥 찬 우유에 먹지만, 그와 같이 먹을 생각이라서 특별히 주전자에 뎁혀서 가루를 탔다.적당히 진하게 타고 큼지막한 보온병에 가득 담았다.습기 때문인지,코코아 냄새가 공기 사이로 금방 퍼져나갔나 보다.

 

 "초코 냄새."

 

 동생이 금방 반응을 한 거 보니 말이다.

 

 "나 주는 거?"

 "노."

 "누구 주는 겨?"

 "읽씹.""

 

 

 대도 안 되는 사투리를 쓰면서 물어보길래 쌩까고 보온병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니 밤에 머리를 감고 자서,굳이 머리를 다시 감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그저 몇번 빗다가,고데기로 말았다.

 

 화장할까,말까.사실 자신은 화장한 모습에 자신감이 그나마 생긴다.눈꼬리를 조금 길게 올리면,평소보다는 덜 밋밋해 보이고 그러는데,왜 주변에서는 화장 안 하는 게 낫다고 하는지,화장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한명도 없어 선크림만 바르고 다니지만 아저씨 앞에서는 잘 보이고 싶단 말이다.

 

 할까,말까.좀 그런가.비 오는 데 가면서 번질 것 같기도 하다.그래도 너무 애같이 보이는 것도 싫은데.아-그냥 별 의미없는 소리를 내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맨날 보여준 민낯,오늘도 보여준다고 별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는,결론이 나왔다.흰 티셔츠에다가 검은 스키니진을 입고 그 위에 카키색 남방을 걸쳐 입고 나갔다.

 

 

 "아저씨!"

 

 보온병을 품 속에 꼬옥 안은 고은은 떨어트리지 않게 조심거리면서 문을 두드렸다.

 

 곧 그가 나온다.이른 아침이라서 서둘러 온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거품처럼 꺼졌다.

 

 "벨 있는데."

 

 구석에 있는 초인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하는 그는 여느 때보다 하얗다.

 

 "코코아 갖고 왔어요!"

 

 보온병을 내밀면서 보여주니,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오라는 듯이 문을 활짝 열고 먼저 발걸음을 돌린다.뒤에서 보니까 기럭지가 유난히 더 길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음..멍하니 감상하다 앞에서 볼 때 몰랐던,뒷머리가 조금 뻗친 게 눈에 들어왔다.

 

 

 

 역시,아저씨는,은근히 귀여운 구석이,있단 말야.

 

 

 *

 

 쪼르르,코코아를 따르는 소리가 심심한 정적을 깨 주었다.소파에 앉아 여전히 그의 뒷모습을 구경하다가 휙 몸을 돌려 컵을 건네주길래 받았다.따뜻한 온기가 순식간에 두 손에 옮는다.

 

 말 없이 코코아를 마셨다.겁 없이 한 모금 삼키다가 목구멍을 강타하는 뜨거움에 잠깐 움찔거리면서 혀를 내빼다가 그 뒤로 조심스레 호호 불면서 코코아를 마셨다.

 

 "……."

 

 

 이 순간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마냥 어색하지는 않았다.침묵 속 감각을 집중하여 아저씨의 사소한 움직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 게 즐겁기도 했다.예전보다는 낫다,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은 건지도 모른다.

 

 "……."

 "흠…."

 

 

 얼굴이 어떻게 생긴 거지?

 침묵을 깨는 그의 말에,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서

 

 "제 얼굴이요?"

 

 하고 반문을 하니,슬쩍 얼굴을 본다.

 

 

 "고양이 상인가,강아지?"

 

 고양이,강아지?딱히 둘 다 들어본 적이 없는데.갑자기 자신도 궁금해졌다.

 

 "뭐같아 보여요?"

 "강아지?"

 "고양이가 더 매력있지 않아요?"

 "둘 다 괜찮은데."

 "고양이는 치명적인 게 있는데."

 "그럼 확실히 강아지과네."

 

 이씨,하고 마지막 말에 반응을 하자 슬쩍 웃는다.그 웃음에 고은도 저도 모르게 표정을 풀고 같이 웃었다.그러다가 자신도 궁금해서 그에게 물어봤다.

 

 "아저씨는 무슨 과에요?"

 "어디에도 안 속하겠지."

 "에이,그래도 고양이에 가까운 것 같은데."

 "어디가?"

 "고양이는 좀 싸하게 생겼어요."

 

 싸하게 생겼다란…그가 오랫동안 그 발음을 음미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은은 그런 그의 되새김질을 따라,천천히 자신도 그 문장을 씹어먹었다.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닌가."

 

 언제 다 삼켜버린 건지,먼저 말문을 뗀 아저씨가 시계를 보면서 물어봤다.뒤늦게 생각에 빠져나온 고은은 '방학이에요.일주일동안.'하고 답했다.

 

 "밥 먹었어요?"

 

 그 말에 '아'하고 식탁 위,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덩그렇게 놓인 곳을 보면서 영탄을 날린다.아직 배고프지 않다는,느낌을 주는 행동이였다.

 

 "빈 속에 코코아 먹어도 괜찮아요?"

 "괜찮은지,잘 모르겠네."

 "왜요?속 거부룩해요,지금?"

 "아니."

 

 혹시나 빈 속에 달기도 하고,씁쓸하기도 한,심지어 우유도 들어간 코코아를 먹으면 아프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게 보다가 두 손에 덮혀진 컵에 시선이 갔다.

 

 "안 마셨어요?"

 "한 모금 마셨어."

 "한 모금만요?"

 

 하-하고 갑자기 한숨을 쉰다.무슨 의미인가 싶어 코코아를 마시면서 맛이 없나 생각을 해 봤는데 혀에 닿인 코코아는 달기 그지없다.

 

 "너무 달아."

 "단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생각해 보니 그는 아메리카노만 마시고,단 걸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단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죠…?"

 "내가 그랬던가."

 

 아저씨의 폭탄발언(?)에 대해 고은이 기억을 왜곡한 건지,아니면 초반에 달라붙는 고은이 싫어 거짓말을 한 건지,둘 다 정확히 기억하는 게 없다.

 

 "단 거 먹기는 먹는데."

 "네,네."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 달다."

 

 고은은 자신이 얼마나 코코아를 진하게 타 먹는지 지각하지 못했었다.그 순간도 사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전혀 공감하지 못했고 후에 동생과 은아에게,각자 물어본 뒤 깨달았다.코코아 가루를 20숟갈 넣어야 그나마 성에 차는 고은,자신의 식성이 조금은 비정상적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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