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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만이 널 가질 수 있다
작가 : Lido
작품등록일 : 2017.11.6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 나의 운명은?

 
9화
작성일 : 17-11-13 11:25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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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9

 

 

 까맸다. 매트릭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차 명환은 새까만 트렌치코트와 바지, 구두까지 올 블랙으로 무장했다. 그래서 눈에 띈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눈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간 것일지도 모른다. 나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까지 그를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였으니깐.

 

 자연스레 넘어간 내 시선이 그의 까만 머리로 향했다. 모든 사람의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그의 스타일은 확연히 구분될 정도였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오는 시선이 그의 얼굴에 닿았을때 숨이 멎을 정도로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물론 못 알아볼 뻔했지만 그동안의 당하고 지냈던 내 습성이 녀석의 얼굴을 잊을 리 없었다.

 

 강 여운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얼굴 그대로 올라온 그 액면은 나의 심장을 벌렁벌렁 떨리게 만들어 주었다. 녀석만의 짙은 쌍꺼풀과 시원한 눈매. 그 얼굴 그대로였다.

 

 

 "하아...하아..."

 

 

 뭐지. 어떻게 이 병원에 그 녀석이 있는거지. 정처 없이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어디로 숨어야할지 몰랐다. 본관으로 숨어들어간다 쳐도 데스크에서 만나지 않을까 싶었다. 겨우 머리를 굴러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타기도 무서워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녀석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비상구로 들어섰다. 분명 그 녀석이 간 길은 본관으로 향한 길이였으니깐.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하아...."

 

 

 1층부터 계단을 이용하여 옥상에 올라가기 어려웠다. 그동안 운동 부족인지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뒤도 쳐다보지 않고 달렸다. 한 계단, 두 계단 띄엄띄엄 올라가며 큰 걸음으로 달렸다.

 

 

 "아, 그랬군요."

 

 "네. 호호호."

 

 

 잘 들리진 않지만 계단에 누군가 있는 소리가 들린다. 비상구 안에서 울리는 두 남녀의 목소리에 가까운 비상계단에서 빠져나오려했다. F층. 옥상까지 가려면 2층이나 더 올라가야하는데 일단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내가 비상구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좌우 통로를 살피니 간호사들과 환자만 지나다닌다. 움츠린 몸을 피며 천천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헛!"

 

 

 저 멀리 코너길에서 검은 사내가 불쑥 튀어나왔다. 하얀 실내와 대조적인 검은색이 또렷하게 보였다. 거기다 올 블랙이란 복장이 보기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그것이 차 명환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마침 이 층에 볼일을 보러오다니. 안내표를 보니 초음파실이나, 내시경 검사하는 실이 있는 층이였다. 뭐지.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나. 일단 얼른 등을 돌려 다시 비상구단으로 빠른 걸음으로 피했다.

 

 문 뒤로 숨어 몰래몰래 복도를 살폈다. 차 명환은 헤매는지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왔다갔다했다. 모두들 그의 남다른 스타일에 흘깃 쳐다보았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나, 환자, 보호자들까지. 그런 시선들을 무시하며 녀석은 당당히 걸었다. 역시 달라진게 없다. 저 자신만만한 모습.

 

 

 "그럼 언제 식사 한번 해요."

 

 "그러죠."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들린다. 두 남녀의 이야기가 멍멍 울리더니 대화가 끝났나보다. 근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란 말이야? 하지만 현재 차 명환 때문에 신경이 집중돼 그들의 목소리를 구별할만한 여유가 들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쉬며 남몰래 녀석을 살폈다. 이쪽으로 오려나. 올듯말듯한 차 명환은 자꾸 복도에서 헤매고 있었다. 혹시나 싶었다.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고.

 

 

 "어머, 공 슬혜 선생님!"

 

 

 게슴츠레 눈을 떠서 바깥을 살피는데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정신이 들었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바로 내 뒤까지 들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팔고 있었나 보다. 고개를 돌리니 정 재희 팀장님이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팀장님?"

 

 

 나 또한 갑작스런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여기서 뭐하세요."

 

 "아아...그게."

 

 

 머릿속이 콱 막혔다. 뭐라고 말해야 이 상황이 자연스레 넘어가지. 또 환자를 보러 왔다고 하면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들었나. 무의식적으로 강 여운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가..강 선생님 뵈려고요. 진 자옥씨에 대해 물어볼게 있거든요."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혹시나 거짓말이 들켰을까봐 세세히 그녀의 얼굴 표정도 보았다.

 

 

 "아.. 그런데 왜 4층에서 이러고 계셔요?"

 

 "헤, 헷갈렸나봐요."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웃음을 짓자 그녀는 내 말을 믿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정한 목소리가 나갔음이 뻔할텐데도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내 말을 믿어주었다. 이렇게 속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미안했다.

 

 

 "올라가보세요. 방금 저랑 얘기 나누시고 들어갔으니 방에 계실거에요."

 

 "네? 그럴게요."

 

 

 끝까지 얼굴을 내보이며 게걸음으로 계단 앞에 섰다. 정 팀장님이 내려가는 구두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곧 비상구단을 빠져나가는 철문 소리가 들리자 들키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뭐지. 정 팀장님이 왜 강 여운을 만나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또 다른 구두 소리가 들린 건.

 

 

 "뭐해, 너."

 

 

 강 여운이었다. 방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던지 똑바른 시선으로 나와 마주치며 내려왔다. 하얀 옷자락의 의사가운이 펄럭였다. 녀석의 큰 눈과 길게 찢어진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 속쌍꺼풀이지만 큰 눈. 정말 차 명환이랑은 이미지가 전혀 딴판이란 말이야.

 

 

 "어? 으응.."

 

 

 뭐라 말해야하지. 녀석을 보자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놈의 울렁증은.

 

 

 "으응 볼일이 있어서."

 

 "나한테?"

 

 "아니야!"

 

 

 반사적으로 나간 내 대답에 녀석이 짧게 웃음을 내비쳤다. 피식-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려고 하기도 전에 녀석이 표정을 감췄다.

 

 시선을 내려뜨리며 날 덤덤하게 쳐다보았다.

 

 

 "나 보러 왔다며."

 

 "응?"

 

 

 무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방금 정 팀장님과 얘기한 것이 떠올랐다. 아, 정말 바보란 말이다. 정 팀장님이 내려가자마자 바로 내려온 강 여운이란걸 까맣게 잊어버렸다. 분명 그녀와의 대화를 엿들었을텐데. 그래서 아까 웃은거구나. 녀석 앞에서 괜한 바보짓 했네.

 

 

 "아, 응."

 

 "나 보러왔다고?"

 

 "응...어어."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녀석이 내 앞에 있음에도 나는 어쩔 줄 몰랐다. 녀석에게 갑자기 집중이 되다가도 자꾸 차 명환이 걸려 시선이 동분서주했다. 초점 없이 내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뒷머리가 쭈삣쭈삣 솟았다. 녀석과 말하면서도 자꾸 F층을 서성이고 있을 차 명환이 걱정됐다. 혹시라도 잘못 길을 틀기라도 한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피하고 싶다. 차라리 치료실로 내려가 버릴 껄. 후회스러움이 몰려왔지만 입맛만 다시며 나를 직시하는 강 여운의 시선을 회피했다.

 

 

 "왜."

 

 

 녀석이 물었다. 꿈틀거리는 녀석의 눈썹이 보인다.

 

 

 

 "어, 진 자옥씨. 응 그래, 진 자옥씨 때문에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뭔데"

 

 

 녀석의 눈동자가 잠깐 탁해보인 건 내 착각일까.

 

 

 "음..그게 말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 아침 할 얘기 다 나누고 끝냈는데 뭘 더 물어볼 사항이 있는가. 머리를 굴렸다. 녀석의 눈동자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응, 뭐 금기사항이 뭐라고 했지?"

 

 

 아침에 얘기 했던걸 다시 꺼내들었다. 철면피를 까는 건 녀석만이 고단수는 아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른다고 타박하지 않고, 복잡한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는거."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그거 말고는?"

 

 "심기 건들이지 않게하는거지. 스트레스 받지 않게만 하면 돼."

 

 "아..."

 

 "이거 아까 말해주지 않았나?"

 

 

 녀석이 눈동자를 굴린다. 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그 시선이 가슴에 콕콕 쑤셨다. 서둘러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 또 까먹어 버렸네. 그럼 들어가 봐."

 

 

 더운 열기로 휩싸였던 내 몸이 차가운 공기와 맞닥뜨리자 오슬오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번 또한 저번처럼 손이 땀에 흥건했고 달려서 계단을 오르느라 온 몸은 땀에 적셔있었다.

 

 

 "그럼 갈게."

 

 

 일단 강 여운과 차 명환. 그 둘이 연락하고 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차 명환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고, 강 여운과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싫다. 그것만은 안된다. 얼른 녀석을 돌려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둘이 연락한다면? 일단 자리부터 뜨는 게 먼저였다.

 

 

 "정 팀장이랑 사이는 안 묻네."

 

 "응?"

 

 

 자리를 피하려고 했던 내 몸뚱이가 녀석의 한마디에 멈춰 섰다. 몸을 돌려 녀석을 살피니 조금은 띠거워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못마땅해 보였다.

 

 

 "정 팀장. 아니다."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거뒀다. 저 말에 느껴지던 미세한 떨림은 뭐지. 그러고 보니 까먹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녀석의 얼굴만 보면 금세 말을 먹고만 만다. 아직도 녀석의 앞에만 있음 작아지고 피하고 싶기만 하는 건지. 나도 참 불쌍하다. 궁금하기도 했기에 돌아서 가려던 녀석을 불러 세웠다. 근데 왜 이런 걸 내가 묻고 있는거지?

 

 

 "어떤..사이인데?"

 

 

 녀석의 술수에 넘어가버렸다. 자연스러운 유도에 벌레만도 못한 관계의 녀석에게 묻고 있었다. 이놈의 입. 서둘러 두 손으로 막았지만 내뱉을 말을 다시 거둘 수 있는 능력은 내게 없었다. 네가 강 여운의 사생활을 알 필요는 없잖아.

 

 

 "만나는 사이."

 

 "만나는...?"

 

 "병원장님 딸."

 

 

 짧고 굵직했다. 알려주고 싶은 사람처럼 즉각 대답하는 녀석의 말을 들으니 상황판단이 제대로 서질 않았다. 병원장님 딸. 정 재희 팀장? 응, 뭐라고? 하나씩 차례대로 나열하며 정리했다. 그래도 믿겨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개를 들어 녀석을 쳐다보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 여운을 발견했다. 사실이다.

 

 

 "병원장님 딸이시라고, 정 팀장님이? 아..."

 

 

 두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져있을지 모른다. 정말 내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반전이었다. 나는 심각하게 받아들었다. 내가 평소에 가장 닮고 싶어한 그 팀장님이. 정 팀장님이 병원장님의 딸이라니. 어쩐지. 자체에서 귀티가 줄줄 흘러나오더라. 놀란 가슴은 부여잡고 잠정시켰다.. 좋겠네. 너랑 잘 어울려, 강 여운.

 

 

 "어."

 

 

 우월한 사람마냥 녀석의 말이 짧아졌다.

 

 

 "잘해봐. 좋은 사람이야."

 

 

 역시 그녀는 태생부터 남다른 사람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씁쓸해졌다. 그러고 보니 병원장님과 성이 같네. 그동안 눈치를 못 채다니.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니. 역시 강 여운, 너 같은 애들한테는 그런 사람이 잘 어울려. 역시 끼리끼리 만나는구나.

 

 차 명환의 존재를 잊은 지 이미 오래다. 강 여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넘볼 수 없는 사람. 나는 고등학교 때 그를 좋아했던걸까. 갑자기 마음이 쿵 내려앉은 이 이유는 뭐지. 녀석은 내게 관심조차 가져준 적도 없는데. 나를 괴롭혔던 그 녀석 때문에 왜 이러는 건데, 너. 미칠 것만 같았다.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정말로 난, 내 자신을 모르겠다.

 

 

 

 

 

 

 ***

 

 

 -과거-

 

 

 

 "야, 우리 학교 최고의 선남선녀 커플 아니냐."

 

 

 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었다. 몰래 뒤를 돌아보니 강 여운과 우리 학교의 최고의 킹카 한 여진이었다. 비록 2학년 이였지만 그녀의 인물과 몸매가 매우 출중하다 보니 남몰래 좋아하던 남학생이 많았다.

 

 

 "야, 공슬 뭐해. 빨리빨리 걸어라. 어? 강 여운이네."

 

 

 내 옆에서 나란히 걷던 차 명환이 재촉하다 아이들의 쑥덕거림에 강 여운을 발견했다.

 

 

 "야, 강 여운! 어? 여진이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녀의 외모는 매우 귀여웠다. 164cm의 적당한 키와 잘빠진 몸매, 애교살. 그녀가 웃을 때마다 귀엽다고 쓰러지는 남학생들이 매우 많았다. 논다는 여자애들은 그녀를 매우 못마땅하게 봤지만 보고 있는 눈이 많아서 함부로 그녀를 건들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의 뒤에는 항상 남학생 부대가 지키고 서 있었고, 그녀는 한마디로 우리학교 여신이었다.

 

 

 "넌, 대꾸 좀 해라."

 

 "어어."

 

 

 녀석은 귀찮다는 말투로 대충 던진다. 녀석의 눈동자가 내게 잠시 머물렀다. 날 왜 쳐다봐. 쳐다보지 마. 싫어.

 

 

 "공 슬, 넌 먼저 가봐."

 

 

 내 자신이 너무 초라했지만 우선 차 명환의 말을 듣고 봤다. 어차피 보고 싶은 얼굴도 아니니깐. 특히 강 여운을 볼 때마다 난 자꾸 그날이 떠올랐다.

 

 

 '사귈래.'

 

 

 사귈래. 그게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사전을 찾아봐야 할 정도로 나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 쉬운 단어가 도대체 어떤 뜻인지. 저 말이 강 여운의 입에 나올 수 있는 단어인지 절대 나는 녀석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싫어.'

 

 

 간결한 내 대답. 생각해보고 말 필요가 없다. 나를 그딴 식으로 취급했던 강 여운에게 얼씨구나 넘어갈 거라 생각을 했다니. 그럼 정말 나를 만만하게 본거다. 가난해서, 더럽다고 내게 수모를 준 인간이었다.

 

 그것보다도 녀석이 진심으로 말할 리가 없다.

 

 

 '왜.'

 

 

 녀석이 재차 물었다. 금방 삐죽거리며 비열하게 웃을 거란 내 생각이 틀렸다. 녀석의 목소리가 순간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매우 진지하게 들렸다. 그래봤자, 연기일 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녀석의 말을 진심이라 들을 리 없다. 자꾸 나를 가지고 노는 이유가 뭐야. 재밌어?

 

 

 '너 못났거든.'

 

 

 못났다라. 그동안 내가 녀석을 보고 들었던 생각과 다르게 말했다.

 

 

 '난 잘난 사람이 좋아.'

 

 

 녀석을 뭉개 버리고 싶었다. 분명 나를 가지고 노는 게 뻔한데도 이상하게 오늘만큼은 내가 녀석의 위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주눅이란 습성이 내 몸에서 날아간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너는 나한테 못 미치거든.'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말하고도 순간 부끄러웠다.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가 유치해보였다. 나 아니잖아. 내가 가졌던 생각들은 저게 아니잖아. 녀석이 나를 비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적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건 녀석의 싸늘한 목소리였다.

 

 

 '내가?'

 

 

 녀석이 되물었다. 어이없다는 저 표정. 평상시에도 빨갰던 눈동자 주위가 더욱 빨개졌을 때 녀석이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아니, 아니지. 솔직히 그건 나를 보고 말하는 거지.

 

 

 '응.'

 

 

 이런 대답이 나올거란 생각을 못했는지 강 여운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똥 밟은 얼굴처럼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미세하게 녀석의 볼도 떨렸다. 한눈에 봐도 녀석은 수치스러움이 몰려온 것 같았다. 같잖지 않은 나의 거절에 말이다.

 

 

 '미친.'

 

 

 녀석이 톡 쏘듯이 내뱉었다. 그래. 맞아. 나 미친년이야. 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그러니깐 왜 나를 가지고 놀아. 내가 이렇게 나오니깐 어때. 이런 걸로 수치스러워?

 

 된통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녀석의 씩씩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귓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대로 냉담하게 돌아서는 녀석을 보면서 속이 후련하단 생각이 들었다. 녀석이 나를 골리려고 놀린 건데 너무 진중하게 맞받아친 건 아닌가 하기도 싶었다.

 

 정말 녀석이 내가 진짜 녀석의 고백을 받았다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고 여기면 어쩌지. 내가 싫다고 거절의 대답을 했긴 했지만 이 이야기를 남들에게 떠벌리면 어쩌지. 수많은 상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차 명환이 듣게 된다면 분명 나를 한층 더 못살게 굴 것이 뻔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내 예상에 벗어났다. 그 이후 묵묵히 입을 다물고 학교를 다니는 녀석을 볼 때마다 애간장이 타기 시작했다. 녀석은 평상시대로 학교생활을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녀석이 겨우 장난으로 꺼낸 말인데 왜 자꾸 내 눈이, 내 몸이 녀석을 찾는거야. 그건 진짜도 아닌데, 나 진심으로 받아들었던 거야? 짜증났다. 이유모를 원인.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리고 이주일이 지났을까. 녀석의 옆에 있는 한 여진을 보면서 나는 현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당연하지. 저렇게 예쁜 애를 두고 나 같은 애를 왜? 녀석이 뭐가 모자라서. 가지고 논게 맞구나. 현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마음 한 켠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슬펐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은 열병이 찾아 온 것처럼 녀석만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녀석이 죽을만큼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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