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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푸른 장미 세 송이
작가 : 최너구리
작품등록일 : 2017.11.1

네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푸른 장미 가시덩쿨에 갇힌 너의 전생을 바꾸는 일.
그게 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이유.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지 마.
도망가려고 하면 할 수록 가시덩쿨이 너의 숨통을 조이게 될테니까.
살고 싶다면 전생을 바꿔.

 
푸른 장미 03
작성일 : 17-11-12 23:48     조회 : 258     추천 : 1     분량 : 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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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익숙하지 않은 흰 천장. 흰 천장이 김소영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낯선 장소라는 사실이 그녀에게 일어나라는 무언의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몸은 일으켜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병원 침대와 몸이 만났다.

 

 몇 차례 몸을 일으키려고 해보고 김소영은 힘이 빠져 버렸다. 그냥 침대에 누워 차오른 숨을 쉬었다. 그때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베이지색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김소영의 시선이 문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겨우 조금 일어나 앉았다. 찬바람이 들어오는 문 앞에는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고우현이 서있었다. 고우현은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반쯤 겨우 일어나 있는 김소영을 담으며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과 만남을 가지게 놔두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그녀 앞으로 갔고, 자신의 품에 그녀를 가두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가 말했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평소와 너무 다른 고우현의 과한 인사에 김소영의 눈살에는 굴곡이 생겼다. 그가 왜 이런 과한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김소영은 그의 팔을 잡아당겨 팔 둘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말했다.

 

 “놔라. 너랑 나랑 어색하게 뭔 행동이냐.”

 

 고우현은 김소영의 행동과 말에 그녀를 놔주었다. 품에서 겨우 벗어난 김소영은 왠지 모르게 찌푸둥한 몸을 풀었다. 뼈마디 마디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팔목을 돌리고 목을 돌리는데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거슬리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목 부근에 손을 짚어보며,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차가운 촉감이 김소영의 손 온도를 빼앗아 갔다. 손이 점점 차갑게 하는 돌 같기도 하고 유리 조각 같기도 한 느낌이 손을 통해 느껴졌다. 김소영은 낯섦을 느끼고 시선을 목으로 향했다.

 

 목에는 수학여행 때 숲 속 폐가게 앞에 있던 남자아이의 것이 있었다. 남자아이의 손에는 지금 목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유리조각이 있었다. 그리고 꽃잎을 대신해 펜던트가 있었다. 김소영은 그 목걸이를 손에서 굴리며 시선을 고우현에게로 옮겼다.

 

 “고우현, 이거 왜 나한테 있어?”

 

 고우현은 자신이 떨어뜨렸던 가방을 다시 어깨에 메며 김소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것을 묻는 김소영의 말을 무시하고 싶었다. 그래도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 위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거, 네 거 아니야? 너 쓰러진 거 발견했을 때부터 하고 있던데.”

 

 “아, 그래...”

 

 김소영의 머릿속에 은발을 가진 남자아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푸른 유리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그 남자아이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들을 떠올렸다.

 

 ‘그 꼬마 정말 정체가 뭘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오싹한 한기가 그녀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김소영은 눈을 감아 어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한기를 떨쳐내려고 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여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푸른 머릿결을 뽐내며 김소영에게 손을 뻗었다.

 

 김소영은 여자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리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기억 속에서 사는 여자를 밀어내려 했다. 김소영은 이름도 모르는 여자 때문에 괴로워했다. 고우현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김소영을 보자 사고가 정지되었다. 뭔가와 홀로 싸움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천천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아직도 기억 속 여자를 거부하느라 그가 다가온 것을 몰랐다.

 

 고우현은 정신이 없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에 딱딱하고, 마른 뼈가 먼저 닿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많이 말라있었다. 살은 얇은 가죽에 불과했다. 그녀의 얇은 뼈 때문에 세게 흔들 수 없었다. 그래서 엄청 조심스럽게 그녀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왜 그래?”

 

 “어?...”

 

 김소영은 고우현 덕분에 어둠의 둘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흔들리는 갈색 눈동자에 고우현의 당황한 모습이 비쳤다. 그들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한순간에 병실 안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창문을 열어놓은 것인지 병실에 걸려 있는 살구색의 커튼이 움직였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커튼이 나비의 날갯짓을 연상케 했다. 김소영은 시선을 커튼에 두었다. 연한 살구색의 커튼이 한 장의 기억 장면을 끄집어냈다.

 

 

 검은 나비가 달을 향해 날아가다가 연기로 사라지는 장면.

 

 

 김소영은 잠깐 떠오른 슬픈 기억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눈을 꼭 감았다.

 

 ‘괜찮아... 괜찮아...’

 

 김소영은 자신을 타일러 그 검은 나비를 잊어내려 했다. 흐릿해지는 기억에 안도의 한숨이 그녀의 입을 비집고 나왔다. 점점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기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우현은 갑작스러운 두 번째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아직 그녀가 많이 아픈 줄 알았다. 그녀는 그와 다시 눈을 마주했다. 김소영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어서 그의 걱정을 덜어주려 했다.

 

 “잠깐 머리가 띵해서... 이젠 괜찮아.”

 

 “아, 그래? 다행이다... 난 또 뭔 일 생기는 줄 알았네...”

 

 고우현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그 둘 주위를 감돌았던 어색함이 줄어들다 완전히 사그라 들었다. 고우현은 메고 있던 검정 가방을 앞으로 했다. 그리고 가방을 열고, 가방에 있는 내용물이 다 나오게 거꾸로 들어 보였다. 가방에서 과자라는 비가 내려졌다. 우두둑. 병원 이름이 적혀 있는 이불 위에 펼쳐졌다.

 

 달콤한 과자, 짭짤한 과자, 봉지 과자. 박스 과자 등등 가리지 않고 종류별로 다 있었다. 마치 편의점을 털어온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고우현은 김소영의 표정을 보다가 자방의 다른 곳을 열었고, 캔 음료 두 캔을 그녀 앞에 두었다. 한 캔은 탄산이 있는 것이었고, 다른 한 캔은 탄산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5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러니까 이거 먹고 힘내. 내가 너 깨어나면 주려고 매일 들고 다녔어.”

 

 “5일?”

 

 “너 저 링거 줄만 꽂고 5일 동안 잠자고 있었어.”

 

 그의 말은 김소영에게 금시초문이었다. 자신은 그저 하루 자고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상한 날 이후로 5일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있었다. 그녀는 병원 이름이 적혀 있는 이불로 시선을 옮겼다.

 

 그저 가만히 이불 위에 있는 과자들을 보고 있는 김소영에게 고우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이상함은 쉽게 사라졌다. 김소영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묵묵히 상황 파악이 끝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김소영은 떠도는 기억들을 살폈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잠들어 있을 수 있었는지... 그녀는 천천히 자신을 스스로 이해시켜갔다.

 

 잠시 후, 그녀는 걸리는 것이 많이 남았지만 최대한 납득했다. 심상치 않던 꼬마 때문일지 모른다고,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들이 납득이 가지 않던 것들도 조금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최대한 그때의 기억과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기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애써 환한 미소를 입가에 걸렸다. 그녀는 지금 옆에서 묵묵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때의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그의 외침 소리는 아직 김소영의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엄청 걱정을 하던 외침 소리가 똑똑히 기억났다. 그래서 김소영은 그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녀의 미소를 본 고우현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느새 그들을 감싸고 있던 어색한 분위기가 사그라 들었다. 5일 동안 학교에 있었던 일에 대한 대화를 했다. 그러다 간호사가 들어와 김소영의 상태를 의사에게 알렸다. 잠시 후, 의사가 병실에 들어와 그녀를 진찰하고 내일 퇴원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얘기를 모두 들은 고우현은 내일 또 오겠다고 하며 병실을 나갔다.

 

 김소영은 혼자가 되었다. 병실에는 공허함이 가득했다.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그녀는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다리를 가슴까지 끌어당겨 안고 하얀 벽을 바라보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노을 빛이 깨끗한 하얀 벽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주황빛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는커녕 더 외롭게 만들었다. 김소영은 벽을 보며 목에 걸려있는 의문의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붉은 꽃잎이 차갑게 식은 철로 변했다는 것을 모르는 김소영은 그냥 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에 막을 형성하게 두고 말았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보고 있던 벽이 일렁였다. 초췌한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병원 이불을 적셨다. 그리고 이불을 덮고 있던 그녀의 다리에 축축함이 느껴졌다. 김소영은 놀라서 옷소매를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왜 갑자기..."

 

 닦아냈지만 눈가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계속 눈물을 옷소매로 닦아냈다. 옷소매가 완전히 젖어갈 때쯤 주황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어둠만이 병실을 덮을 뿐이었다. 살짝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복도의 불빛이 병실을 약간 밝혀주었다. 김소영은 어둠 속에서 다리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그 모습을 복도에서 서준은 살짝 열어둔 문틈 사이로 보았다.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나와 서준의 귓가에 닿았다. 슬프게만 들리는 울음소리가 힘겹게 그가 숨겨놓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수면 위로 떠오른 기억이 흐릿했지만 점점 선명해졌다. 그의 눈살이 일그러졌다. 서준은 그냥 문을 닫아버렸다.

 

 병실 안에 빛 한줄기가 사라졌다. 어둠이 김소영을 더 매몰차게 몰아냈다. 그런데도 그녀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서준은 그녀의 울음소리가 약하게 들리자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며 목소리를 복도에 흘렸다.

 

 “이런 걸로 마음 약해져서는 안 돼. 쟤가 아파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공허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가 비상계단 입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불꽃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 * *

 

 퇴원할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병실 문을 열고 고우현이 들어왔다. 모든 것을 정리한 김소영이 그를 보자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약 일주일 동안 있었던 장소를 떠났다.

 

 퇴원하기 전 창으로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병원을 나서자 불길하게 어두운 구름이 해를 가리려 했다. 해는 어떻게든 구름을 피해 가며 조금의 빛을 그들에게 비춰줬다.

 

 김소영은 왠지 모르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불안함이 그녀의 몸을 떨리게 했다. 그녀는 이 불길한 느낌이 기분 탓이라 생각하며 한기를 떨쳐내려 했다. 그런데 불안한 느낌은 김소영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래도 애써 무시하고 그녀는 빨간불을 뽐내는 신호등 옆에 섰다.

 

 고우현은 그녀에게 어제 다하지 못한 사소한 얘기를 했다. 그러다 빨간불이 꺼지고 희망적인 초록불이 켜졌다. 둘은 시리도록 차가운 도로에 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중간 정도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때 김소영은 건너는 쪽 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남자아이가 심어놓은 기억 속에 나왔던 회색 후드의 그림자와 같이 모자를 눌러쓰고 가는 사람이 김소영의 눈동자를 흔들었다. 그리고 낮은 음성이 귓가에 울리게 했다.

 

 ‘난 널 좋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친구로도... 생각한 적 없어. 넌 그저 반역자 일뿐이야.’

 

 귓가에 울리는 짤막한 말이 그녀의 심장을 두꺼운 바늘로 찌르는 느낌을 주었고, 쿵 내려앉게 했다. 김소영의 시야가 흐려져만 갔다. 멀리까지 가던 고우현이 뒤늦게 멈춰 서 있는 김소영을 발견했다. 그는 다시 김소영이 있는 횡단보도 중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왜, 또 머리가 띵해서 그래?”

 

 그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김소영의 귓가에 크게 들렸다. 그로 인해 김소영의 초점이 또렷해지고, 시선이 그에게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어두운 구름이 해를 집어삼켰다.

 

 신호등에 희망적인 초록빛이 꺼지고, 핏빛보다 연한 빨간색이 켜졌다. 그리고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물방이 투둑 그들의 얼굴에 떨어졌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물방울이 거세게 쏟아졌다.

 

 무자비하게 오는 비에 의해 그들의 옷이 젖어갔다. 김소영은 고개를 숙이고 고우현에게 다가갔다. 그와 점점 가까워질 때 모퉁이를 돌고 오는 차가 그녀에게 달려왔다. 시끄러운 경적 소리를 내지만 정작 차는 멈추지 않았다

 

 몰상식하게 오는 차가 김소영에게 위협적으로 달려왔다. 고우현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달려오는 차를 피할 수 있게 그녀를 밀었다. 김소영은 젖은 도로에 넘어졌다. 고우현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달려오는 차와 부딪치게 되었다. 고우현의 몸이 차위로 뛰어넘었다. 차위를 거칠게 구르고 그의 몸이 바닥에 추락했다. 그리고 비명 같은 바퀴와 땅의 마찰음이 김소영을 괴롭혔다. 밀려나 바닥에 넘어져 있던 김소영의 눈이 커졌고 그를 크게 불렀다.

 

 “고우현!!”

 

 그녀는 차가운 비에 젖은 도로를 기어서 겨우 고우현에게 다가갔다. 고우현이 누워있는 주변 땅이 그의 피로 붉게 물들어 갔다.

 

 미동 없이 땅을 붉게 물들이는 피를 제공하는 고우현을 흔들었다. 하지만 한번 초점이 흐릿한 눈은 다시 또렷해지지 않았다. 안경이 없는 그의 눈 밑에는 아스팔트 바닥에 긁힌 상처가 있었다. 그 상처가 김소영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안 돼... 제발... 일어나. 누가 좀... 누가 도와줘요!“

 

 그녀의 도움 요청 소리가 세차게 오는 빗소리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그를 치고 간 차는 잠시 상황을 살피듯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쌩하고 가버렸다. 비가 오는 도로에는 쓰러진 고우현과 그 옆에서 도와달라며 울부짖는 김소영뿐이었다.

 

 오늘따라 길에는 지나가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고우현은 진한 갈색의 초점 없는 눈동자에 김소영의 모습을 담으며, 불규칙적인 숨을 쉬었다. 그의 안경은 날아간 지 오래였다. 안경은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고 테가 망가져 있었다.

 

 마치 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소영은 서서히 감기려고 하는 고우현을 보자 초조해졌다. 비가 그녀의 눈물인지 분간 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에게 쏟아졌다.

 

 김소영은 지금 상황을 부정했다. 이건 아니라고, 정말 아니라고. 악몽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불길한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저 이 생각들은 그녀의 희망 상황에서 끝이 났다.

 

 고우현이 몸을 떨며 우는 김소영의 손을 겨우 잡았다. 그에 그녀의 눈은 그에게로 향했다. 그가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마지막 인사 같았다. 애틋함이 서려있는 미소가 그녀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김소영의 손을 잡은 고우현의 손이 힘없이 바닥을 향해 내려갔고, 그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감겼다. 김소영은 그 모습을 보고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그녀는 그의 손을 꽉 잡고 애원했다.

 

 왜 이런 좋은 친구를 자신에게서 빼앗아 가냐고 하늘에게 항의 비슷한 애원을 했다. 애절한 항의를 하늘이 들어주려는 것인지 비가 천천히 덜 오기 시작했다. 김소영은 미동조차 없는 고우현을 보고 소리 내 울었다.

 

 “제발... 일어나. 우현아. 우리 같이 집에 가기로 했잖아...”

 

 “......”

 

 그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절망의 늪에 빠져버렸다. 다시 나오려고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 그녀는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그녀의 슬픔이 담겨있는 눈물이 푸른색유리조각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하늘이 그녀의 애절함을 들어주려 했다. 갑자기 김소영이 하고 있는 의문의 목걸이가 빛을 냈다. 그리고 그 빛이 김소영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몸에서 따뜻한 하얀 빛이 감돌았다.

 
작가의 말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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