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높은 빌딩들이 가득 서있고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가득한 도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조금은 삭막하게 느껴지는 도시 한복판에 어울리지 않는 조그마한 카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카페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무심한 얼굴로 지나칩니다. 간판조차 달려있지 않은 그 카페에는 커피 머신 한 대, 긴 바와 같은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 몇 개만 놓여져 있을 뿐입니다. 그 바 뒤편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남자 한 명이 있습니다. 마치 아기를 다루듯 신중한 손길로 조심스럽게 컵들을 닦고 있는 그는 차가운 회색 도시 속에서 꽤나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바로 이 카페의 주인입니다.
카페는 언제나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상큼하기도 한 기분 좋은 향기로 둘러 쌓여있습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아닌, 실내에선 느낄 수 없는 마치 저 위에 언덕에서 불어오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고, 조명은 없지만 은은한 빛이 비춥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이상한 카페는 오늘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페의 주인은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이 기분 좋다는 듯이 웃으며 이 카페 안을 가득 메우는 달콤하고 씁쓸한 향의 커피를 내립니다. 아, 오늘의 첫 손님이 곧 들어올 것 같습니다. 창 밖에서 안쪽을 기웃 기웃거리는 소녀인지 숙녀인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 여자분이 있습니다. 그녀는 드디어 결심을 한 듯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밀고는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어서 오세요”
하얀 블라우스와 군청색의 교복치마를 입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 소녀는 많이 어색한 듯 종종걸음으로 걸어 바 앞으로 다가옵니다.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의자에 앉고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묻습니다.
“여기는 메뉴가 없나요?”
아,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 같네요. 이 카페에는 메뉴가 없습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손님에게 어울리는 커피나 원하시는 커피를 바로 내려드리는 게 이 카페의 특징 중 하나랍니다. 음료를 만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을 신기하다는 듯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손님에게 알록달록 조그만 마카롱을 내주며 물어봅니다.
“무슨 일이에요?”
이제 그녀는 한눈에 봐도 고민이 가득해 보이는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쉽니다. 뭔가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머그잔을 꼭 쥐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게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