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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8
작성일 : 17-11-12 16:49     조회 : 296     추천 : 2     분량 : 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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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동백꽃 씨가 멀리서부터 달려와 피칠갑을 한 봄비를 노려본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본다.

 "자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망설이는 군중 사이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한 몇몇이 한때 어르신으로 모신 짐승의 살을 베어간다.

 "좀 더 자세히 말해보시오. 이해가 되질 않는군."

 토악질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기 한 점 먹겠다고 나서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아직 망설인다.

 "자네가 어르신들과 싸우리라고는 짐작했네. 결국은 죽일 거라고도 생각했어. 허나..."

 동백꽃 씨가 쥐고 있던 창을 내던진다. 일단 배부터 채우려는 사람들이 그를 밀치고 지나간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당장 수천 명을 먹일 음식이 필요하고, 저 불바다에서 식량을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봄비도 땅바닥에 돌칼을 내려놓는다. 망설이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다.

 "좋은 변명일세. 어르신들도 다 먹어치우고 나면, 다음 번에는 누굴 죽일 셈인가? 당신 친구들? 아니면 아이들? 이 참에 눈엣가시인 나도 푹 고아서 먹으면 괜찮지 않겠나?"

 봄비가 무시하듯 트림을 한다.

 "이미 나는 아이를 잡아먹은 자들을 죽인 적이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요."

 동백꽃 씨의 이마가 벌개지면서 핏줄이 선다. 그가 봄비에게 다가가 어깨를 꽉 붙잡고 묻는다.

 "잘한 일이오. 동족을 죽였으면 마땅히 죄값을 치러야지. 헌데, 이제 자네 죄값은 대체 누가 치러준단 말인가?"

 봄비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뒤돌아선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동족을 죽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짐승들을 사냥했을 뿐이오."

 

 41.

 갈대밭에서의 사냥이 끝나고 난 뒤 나무그늘 너머에서 대기하던 씨족 사람들은 천막도 버리고 움직였다. 잿빛양털은 맨 뒤에 남아 들짐승들을 물리치다가 노을녘에서 그들을 배웅하고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봄비는 너럭바우를 찾았지만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승냥이 떼가 습격했을 때 죽었을 거라고 둘러댔다.

 나바재 씨는 어르신들의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불길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사람들은 잿더미 위에서 잠들었다. 동백꽃 씨는 홀로 나무그늘을 떠났다. 봄비는 그를 말리지 않았고 그는 승냥이 떼의 먹이가 되었다.

 

 42.

 이제 사람들은 봄비를 '염통먹는 자'라고 부른다. 그 별명은 천막 사이사이로 퍼져나가며 하나의 상징이 된다. 봄비는 자신이 원한 적도 없는 권위를 얻고 만 셈이다. 무시무시한 별명과는 별개로 그는 이후 고기를 입에 댄 적이 없다. 봄비는 아직 자기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나바재 씨가 전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봄비 씨. 대기하던 사람들도 나무그늘로 모두 이동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를 치면 될까요?"

 "아직은 다친 사람들을 쉬게 하고 자리를 잡는 게 먼저입니다. 들소고기는 연기를 쐬어 말리고 이제 재를 흙과 섞어 벽을 쌓아야지요."

 "네. 그렇잖아도 당신을 만나러 오기 전에 벽을 쌓으라고 지시하였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코끼리 어르신들이나 코뿔소 어르신들이 찾아오면 우린 다 죽은 목숨이니까요."

 "덩치 큰 짐승들을 이기려면 다시 불을 질러야 해요. 땔감과 기름을 모아야 합니다. 내일부터는 사냥꾼 십수 명을 데리고 토끼사냥을 갈 겁니다. 활을 잘 다루는 이들을 골라내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동백꽃 씨네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신기한 물건을 가져왔더군요."

 

 43.

 누구도 한때 갈대가 자라던 땅이 재로 뒤덮인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밭을 갈기에는 좋은 입지가 되어 모두 좋아한다. 짐승들을 막기 위해 곳곳에 흙과 돌로 담이 높게 올라가고, 도랑은 깊게 파인다. 씨족장들이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먹지 않고 지켜낸 종자들이 다시 땅에 뿌려진다. 봄비가 씨를 뿌리는 능금아재를 불러낸다.

 "오랜만입니다. 염통먹는 자이시여. 어인 일로 부르셨습니까?"

 "그냥 봄비라고 부르세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네. 듣고 있습니다."

 "술을 담그며 살아온 세월이 길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술을 많이, 최대한 많이 담가야 합니다. 제 지시를 받았다고 하면 다들 술도가를 짓는 데 일손을 보탤 겁니다. 이번 일은 동백꽃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십시오."

 "그리 말씀하시니 듣기는 하겠지만... 먹을 음식도 모자랄텐데, 마구 술을 빚어도 괜찮겠습니까?"

 "그저 진탕 마시려고 술을 빚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당분간은 고기를 먹게 될테니 걱정마세요."

 "봄비 씨. 먹을 식량으로 술을 빚느라고 고기를 잡아야 한다면, 그냥 처음부터 술을 안 빚는 쪽이 낫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다.

 "자세한 건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겠소. 우선은 첫 수확 전까지 술 담글 준비를 끝내놓으세요."

 

 44.

 어르신들이 나무 밑둥으로 모여든다. 날아든 벼슬까치들로부터 흑단들소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봄단풍 아씨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벼슬까치 어르신. 그 난리통에 너럭바우는 어떻게 되었는지 보았습니까?"

 "타죽은 칠백의 목숨 가운데에서 네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은 그 하나 뿐인가보구나."

 "죄송합니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책망하는 게 아니란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검은머리검은눈들은 우리가 단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다. 너와 네 피붙이들이 여기에 우리와 함께 머무르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이야. 잠시 떠나있거라."

 봄단풍 아씨가 고개를 숙인다.

 "어떻게 어르신들을 버리고 떠나겠습니까. 타죽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싸우길 원하지 않는 자들은 봄비 씨에게 보낼테니, 저만이라도 남게 해주십시오."

 코끼리가 귀를 펄럭거린다. 코로 대견한 아이를 쓰다듬으며 달래준다.

 "말만이라도 고맙구나. 하지만 벌써 싸우기를 결정할 때는 아니란다. 너는 우리들의 말을 봄비에게 전해다오."

 "노인과 아이들을 돌려보낼 겸 시키겠습니다. 뭐라고 전할까요?"

 

 45.

 봄비는 나바재 씨와 동백꽃 씨쪽의 천막으로 들어간다. 그가 말한 '신기한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한다.

 "바로 이겁니다."

 주둥이가 넓고 모가지가 좁은 항아리다. 이슬 한 방울이 겨우 흘러나올 듯한 대롱이 달려있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요. 뭐라고 부르면 됩니까?"

 "이름은 따로 짓지 않았습니다. 동백꽃 씨가 직접 만든 물건인데 술을 맑게 거를 때 종종 쓰셨지요."

 "무슨 용도인지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쓰면 되는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군."

 나바재 씨의 입이 바빠진다.

 "이것만 갖고 쓰는 건 아닙니다. 그릇에 눈을 담아 주둥이에 얹어놓아야지요."

 "그렇습니다. 밑에서 술을 데우면 위에서 이슬로 맺힙니다. 이렇게 하면 술에서 필요없는 부분들을 걸러낼 수 있지요."

 봄비가 항아리를 이모저모 살펴보지만 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동백꽃 씨가 왜 굳이 이런 물건까지 만들면서 좋은 술을 만들려 했을까요? 술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는 잿빛양털 씨가 이 곳에 남았더라면 굉장히 좋아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분께서는 별이 죽기 얼마 전부터 다 떨어져가는 식량까지 술로 담그셨습니다. 그 탓에 사람들도 떠났어요."

 나바재 씨가 항아리를 들어 속을 들여다본다. 항아리 주인이 뭔가 기억난 것처럼 대답한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불이 붙을 정도로 독한 술을 얻겠다고 하셨지요."

 나바재 씨가 항아리를 내려놓으며 묻는다.

 "그래서, 불이 어떻게 붙던가?"

 "그렇습니다. 술에 불을 붙였더니 파랗게 타더라구요. 아주 천천히 탔습니다."

 봄비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바재 씨. 하지만 이 정도로는 벌판을 통째로 태울 수는 없을거요."

 

 46.

 봄단풍 아씨가 씨족 사람들 중에서 싸우길 원하지 않는 이를 모아 봄비에게 보낸다. 네 사람이 한 나절을 꼬박 걸어 토벽이 쌓이고 목책이 세워진 땅에 다다른다. 해자를 사이에 두고 나바재 씨가 창을 겨누고 경계하며 묻는다.

 "봄단풍 사람들이군. 무슨 일로 오셨소?"

 "어르신들 편에서 싸울 생각이 없어 빠져나온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모시는 아씨는 보이지 않는군.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신 건가?"

 "아닙니다. 무사하시어요. 하지만 아씨는 떠나기를 거부했습니다. 당신들과는 맞서싸우기로 하셨지요. 그리고, 너럭바우의 생사를 궁금해하십니다."

 "우리도 모른다. 이 곳으로 건너오기 전 승냥이 떼에게 죽었다고는 하는데, 시체를 본 사람이 없거든."

 "그렇군요. 그럼 우리를 받아주시는 건가요?"

 벽 위에서 보초들을 감독하던 모로비 씨가 시위를 당긴다. 나바재 씨도 겨눈 창끝을 내리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는 안되겠는데. 너희들이 밤에 다리를 놓고 짐승들을 데려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은가."

 모로비 씨가 쏜 화살이 하늘을 날던 벼슬까치 어르신을 맞춘다.

 "너럭바우의 소식을 전하러 돌아갈 날짐승도 이제 없어졌고 말이야. 역시 염탐을 하러 온 게로군."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린 정말 싸울 생각이 없어요. 믿어주십시오."

 봄비가 털복숭이 개를 한 마리 데리고 나타난다. 그가 손수 해자에 다리를 놓는다. 나바재 씨도 그를 보고는 창을 거둔다.

 "동포들끼리 그렇게 믿음이 없어서야 되겠소? 자. 건너오시게."

 "봄비 씨군요. 어르신들께서 당신에게 전하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봄비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가신다.

 "짐승들에게는 들을 말이 없소이다."

 봄단풍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고 벽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만 하라고 하였소."

 "길지 않으니 들어주시오. 딱 한 마디요."

 봄비가 입을 연 사내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꿇린다. 돌칼을 집어 눈에 겨눈다. 그러나 사내는 위협을 받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어르신들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가 돌칼을 집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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