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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꽃
작가 : 하이네
작품등록일 : 2017.11.4

나 너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어....
가능하다면 시간을 되돌려서 너에게 전해주고 싶어....
어떻게도 할 수 없었던 이 말..
-너를 사랑해-

 
란이라는 궁녀
작성일 : 17-11-12 15:24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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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머리 속에서 단 한 마디만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였더라? 하고 몇번이고 되새기고 되새겨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 머릿속에 안개가 펼쳐지 듯이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기억이 변색되고 있다.

 

 먹다 슬슬 배가 좀 찼을 때쯤 란을 보니 답지 않게 멍때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훗! 란, 뭘 그렇게 골똘히 고민하고 있어?"

 

 진의 목소리가 갑자기 란의 생각을 가르고 들려와 흠칫! 하며 얼굴이 빨게 졌다.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생각같은 건 안하고 있었습니다."

 

 '거짓말 하기는'

 

 란은 오래전부터 강한 의지로 우리의 곁에 있었고, 지켜주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13년전 우리는 아버지들 몰래 궁을 빠져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때 우연히 쓰레기 더미라고 불리는 한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서로 호기심으로 간 것이 었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궁과는 전혀 다른 참혹한 현장과 현실뿐 나는 그때 생각했다.

 

 '궁은 화려하고 어두운 곳 같은 건 없다, 시장이라는 거리에 나가 보면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누구나 미소짓고 활발함으로 가득했는데 이 곳에 깔린 건 어둠뿐이다. 내가 왕이 돼면 이곳을 바꿀 수 있을까?'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왕이 된다고 해서 이곳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 순간에 란이 내게 나타났다. 란은 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쇄약해져 있었다. 여잔지 남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의 몰골도 옷인지 쓰레기인지 모른 몸에 걸친 것도 그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같이 가자!"

 

 란은 얼굴을 들고 나의 손을 잡았다. 그 상태로 그녀는 기절했다. 행복한 표정을 하고는.. 나와 윤은 결국 우리를 잡으러 온 병사들에게 들켰고 란을 데리고 함께 궁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버지에게 윤은 균 대장군님께 어마어마하게 혼이 났다. 그 동안 란은 충분한 음식과 치료를 받고 점차 나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란은 이제 건강한 몸을 다시 되찾았다. 어의는 그야말로는 기적이라고 하였다.

 

 '그때는 정말 하루 하루가 힘들었지'

 

 진이 옛날 생각을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란이 그 미소를 보고 덩달아 같이 웃는 것이었다.

 

 "훗! 당신의 그 미소 13년 전에 내가 몸이 나았을 때 지었던 미소랑 똑같은 거 알아?"

 

 후후후후후 이렇게 웃고 있지만 13년 전 나는 정말 한심한 인간이었지...

 매번 '나 같은 거..' 나 '나 따위는...' 이라는 말을 하루가 머지않아 생각하고 또 생각 했으니까 뭐, 그 시궁창에서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을 테지만..

 

 진과 윤이 미소를 얼굴에 한아름 안고 방에 들어왔다.

 

 "드디어 놀 수 있을 정도로 모미 나았네!"

 

 "어서 노러 나가자!"

 

 우리가 문병 가자 란은 무척이나 행복해 하면 서도 동시에 불안해 하였다.

 

 '하긴 그럴 수 밖에 란이 궁에 있을 수 있던 것은 어디까지나 건강상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모믈 회복했으니 더 이상 궁에 있을 수 없겠지.. 그걸 그녀도 알고 있어.'

 

 "걱정하지마!"

 

 흠칫! 하고 놀란 것은 란 뿐만 아니라 진도 마찬가지 였다. 진의 생각을 밀어 제끼고 윤의 말이 앞장서 나왔다.

 그나저나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도데체 무슨 말일까

 

 "너도 이제 궁에 있을 수 이써"

 

 "그게 무슨..그리고 '이써'가 아니라 '있어'야, '모미' 나은 것도 아니고 '몸이'고, '노러'가 아니라 '놀러'라고 하는 거야! 너희는 어떻게 5살이나 돼서 발음을 틀리냐."

 

 "<<윽..!>>"

 

 '<<걱정을 덜어 주러 왔다가 돼려 잔소리만 들었다.>>'

 

 라고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몸을 모두 회복한 란은 싹싹한 성격에 용감하고 강한 아이였다. 어떻게 이런 아이를 지금까지 그렇게 혹사 시킨 건지.. 이건 세계 3대 불가사의다.

 

 "음.. 암튼 이제부터 란은 궁의 궁녀로 여기 있을 수 있어!"

 

 진과 윤이 미소를 짓고 나를 보고 있다. 현실을 믿지 못 하고 있었는데,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또르륵 흘러 내려 왔다. 한 방울이 내 손등에 똑 하고 떨어지자 연달아 몇 방울이 계속 떨어졌다.

 

 뚝. 뚝. 뚝.

 

 "내가 지금 울고 있는 거야?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감정은 알지 못 했는데... 나.. 지금 너무.."

 

 진과 윤은 자신들의 앞에서 우는 여자는 처음 보는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할 말도 찾지 못하고 눈동자는 계속 사방을 배회하고 있을 뿐이었다.

 

 "행복해!"

 

 "<<아>>"

 

 사방을 배회하던 눈동자가 한 곳으로 초점이 집중되었다. 그녀의 큰 눈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눈물 방울에 집중되었다.

 

 그 이후 몇일 지나지 않아 그들의 말대로 난 궁에 궁녀로서 머물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있던 쓰레기장에 비하면 천국같은 곳 이었다. 잘 수 있는 방이 있고 따뜻한 이불이 있고 갈아 입을 수 있는 옷이 있고 그리고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추운 새벽의 아침 하늘이 아니라 천장인것 이런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평범한 생활이 나에게는 천국으로 느껴졌다. 여기 있으면 일이 조금 고달프긴 하지만 진과 윤 두 사람이나 친구가 있으니 나는 매일 매일 아침이 오는 것이 기대되고 기다려 졌다. 쓰레기장에 있을 때는 매일 매일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추운 새벽부터 맨발로 나가 물건을 팔라고 하는 아버지 때문에 늘 두려움에 떨었다. 이곳과 그곳은 과연 천국과 지옥의 차이 였다.

 

 궁녀로 살면서 배운 것은 아주 많다. 옷을 가지런히 입는 방법, 기본 예의와 공중 도덕, 말하는 법, 쓰는 법, 요리하는 법, 빨래하는 법 등등 삶을 살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모두 배웠다. 그것과는 예외로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이나 생각들도 진과 윤을 통해서 배웠다. 이 당연한 것을 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과 지내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특별했다. 딱 한 가지 두 사람이 정말 심각한 바.보 라는 것만 빼고 말이다.

 

 "있잖아, 란! 일하지 말고 놀자!!"

 

 갑자기 얼굴을 들이 밀고 말을 건 진 때문에 나는 "으악" 하고 놀래며 뒤로 넘어져 버렸다. 요리를 하던 도중이라서 아주 위험할 뻔 했다. 놀랬던 자신을 뒤로 한채 얼굴에 힘을 주고 진에게 한 소리 하려던 찰나에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어디 다치친 않았어?"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다름아닌 윤이었다. 그는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며 자상하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진도 나에게는 늘상 친절하고 따뜻했지만 윤은 그와는 달리 더욱 나에게 잘해 주었다. 아마도 내가 윤에게 이런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이때쯤일 것이다. 그때는 오로지 내게 자상하게 대해주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고마워..."

 

 내밀어준 손을 잡고 일어났다. 어치피 궁에서 하라고 준 일이 아니라 내가 요리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뿐이니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일어나서 옷을 털었다.

 

 "진, 언제나 얘기 하지만 불쑥 불쑥 얼굴을 들이 밀고 말하지마..보통은 모두 놀란 다니까 알.아.들.었.지?"

 

 하던 요리를 마저 하면서 두 사람을 노려보고 확실히 못 박아 뒀다. 두 사람은 흠칫! 하고 놀라는 듯 했지만 말만 하고 다시 하던일 하니 안심하는 것 같이 보였다.

 

 "뭐, 됐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다했으니 어서 앉아."

 

 내 눈치를 보는 듯 싶던 진과 윤은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옴겨 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의 책상위에 내려다 놓았다. 정말 간단한 두 가지의 요리였다. 재료가 충분치 않아 보이는 것도 아름답지 않고 요리가 아직 서툴러 채소나 고기 모양도 삐뚤 빼뚤했다. 하지만 진과 윤은 평소에 본인들이 먹는 식사보다 멋대가리 없는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 주었다. "맛있어?" 하고 물어보니 진이 엄지를 치켜올려 나에게 보여 주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뻐서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그때 난 내가 정말 쓸모있는 인간이구나 하고 느꼈다. 지금까지 나는 자신은 하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난 내 자신은 낮춰 생각한 적이 없다.

 

 "란은 가끔 우리보다 순진하다니까."

 

 나 자신도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진과 란은 같은 생각을 주고 받았다.

 

 <<더 이상 우리에게 구름이란 있을까..>>

 

 하지만 예상외로 그 구름은 훨씬 빨리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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