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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9. 비취 성의 군주들 (3)
작성일 : 17-11-12 14:06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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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연회는 끝났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축제가 벌어졌다.

 

  솔은 떠오르는 의문을 애써 접었다. 뭔지 모르지만 이건 기회였다. 성큼 몸을 돌리려던 솔은 잠시 멈춰 서고는 주변을 휘둘러봤다. 어두운 힘들이 부딪치고 적의와 적의가 부딪치는 곳에서 희나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엘리자베스가 있으니 괜찮을 거다. 우선 제아를 찾아야 한다.

 

  빠져나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솔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기를 꺼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걸음을 서두르다 못해 뛰다시피 걷던 솔은 덜컥 무릎이 꺾이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어깨에 끔찍한 감각이 느껴졌다. 솔은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터트렸다. 왼쪽 어깨를 잡아 비틀고 불에 지져대는 것 같았다. 누군가 솔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쳐들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것이 눈앞에 번뜩였다.

 

  솔은 직감했다. 훤히 드러난 목울대가 서늘했다. 저 자는 저것으로 목을 그을 것이다. 갈등은 있었다. 그러나 고민은 짧았다. 총구가 불을 뿜고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노리는 팔이 날아갔다. 그 틈에 솔은 상대를 밀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왼쪽 어깨가 사념으로 관통 당하는 바람에 모처럼 차려입은 원피스가 피로 엉망이 되었다. 검은 의상이라 끔찍하게 물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피가 흐른 한쪽이 축축하게 젖어 다리에 엉겨 붙었다. 거꾸러진 다리는 잘 모르겠다. 아프긴 한데 서 있을 수 있는 걸보면 어깨 보단 나은 듯싶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당했다. 솔은 앞의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치명적으로 당한 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솔이 날려버린 그의 팔은 떨어져나가진 않았으나 기능을 잃고 늘어졌다. 붉은 피가 손바닥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반대쪽 손엔 솔의 어깨를 뚫은 것과 같은 사념으로 만들어진 검이 다시 쥐어져 있었다.

 

  저 자가 다시 덤벼들면 총은 그다지 쓸모없다. 그녀가 사용하던 사자의 무기, 낫이 이곳에서 굉장히 특이한 무기인 건 알고 있다. 눈에 띄는 걸 섣불리 들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탑의 총을 꺼내 들고 냅다 쏘아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배자들이 적대하는 건 탑, 탑이 무엇으로 그들을 심판하는지 그딴 생김새 정도야 이미 숙지하고 있다. 그렇게 배제하고 나면 당장 그녀의 머릿속에 남은 무기는 하나였다.

 

  솔은 사념으로 만들어진 장검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차일과 이난이 쓰던 것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이걸로 어찌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그자와 처음으로 부딪치는 순간 솔은 손목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한손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튕기듯 나가떨어진 솔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꽉 물었다. 서둘러 그자가 가까워지지 못하게 총으로 쏴댔지만 그것뿐이었다. 빈틈이 보이면 그는 언제고 달려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적당히 받아칠 수가 없는 실력자다. 애초부터 이런 상황에서 익숙지 않은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다. 시선을 끌지 않으려고 사념을 자제했지만, 이러다간 제아는커녕 소동에 함께 휘말려 버릴 지경이다. 솔은 손을 더듬어 어깨에 박힌 것을 빼고 상처를 지웠다. 부들거리는 손을 꽉 움켜잡아 고통을 줄였다.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되자 솔은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상대를 겨눴다. 이렇게 하면 그 검으로 그녀를 치기 전에 검부터 치울 것이다.

 

  예상대로 그가 튕기듯 달려들어 솔이 겨눈 검을 쳐냈다. 그리고 솔은 그대로 검을 놔버렸다. 손쉽게 날아간 검을 보고 상대는 당황했으나 이미 한 팔로 휘두른 검을 거두기엔 시간이 필요했고, 솔은 기다렸다는 듯 그가 검을 휘두른 쪽으로 몸을 던졌다. 손을 뻗어 그의 검을 잡았다. 그가 황급히 팔에 힘을 쥐었다. 칼날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느낌이 선연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솔의 손에 닿은 검은 사념의 안개로 흩어졌다. 솔은 방심한 남자의 오금을 걷어차 넘어뜨렸다.

 

  이런 식으로 무기를 잃을 거라곤 생각지 못한 남자가 솔을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이미 상대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은빛 총을 본 남자의 눈이 변했다. 총성이 소란에 섞였다. 남자는 지하에 잠들었다.

 

  방아쇠를 당긴 것과 동시에 총은 사라졌다. 솔은 뒤늦게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손바닥을 가르는 상처에다 총을 쏜 반동때문에 베인 틈이 벌어져 피가 울컥 쏟아졌다. 마찬가지로 상처를 지웠지만 고통은 남아 마치 유리조각을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적이 될 확률이 낮을 거라고 했었죠? 아주 희박한 확률로 그건 힘들겠네요.”

 

  그에게 덤벼들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홀연히 나타난 해랑을 보자니 솔은 입술을 깨물었다. 직접 부딪쳐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꽤 까다로운 상대였다.

 

  “방금 그 녀석, 비취 성의 군주였거든요.”

 

  일진 한 번 더럽게 사납네. 아까 그자가 가면을 쓰고 있지 않고 있어서 몰라봤다. 아니, 설령 쓰고 있었던들 그런 건 상관없었다. 애초부터 이들 전부가 적이었으니까. 솔은 적당한 내숭을 벗어던지고 건들거렸다.

 

  “조숙한 숙녀의 발부터 걸고 넘어트리고 사과 한 마디 없으시기에 그런 거까지 알아 뵐 겨를이 없었네요, 어쩌죠? 이미 편히 주무시고 계실 텐데.”

 

  그의 정체를 알고 나니 대충 정황을 알듯했다. 비취 성의 군주가 손님인 그녀를 공격했다는 건, 지금 대립하고 있는 건 비취 성의 군주들과 지배자들이란 뜻이었다. 어느 쪽이 먼저 시작인지는 모르겠으나 친목이나 다지자고 열린 연회가 개판이 됐다는 건 알겠다.

 

  해랑은 푸하,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것만 보자면 눈웃음이 간지러운 청년이다. 그는 마치 진짜 새라새의 주인처럼 유약해 보였지만 또한 보기와는 다른 자다.

 

  “조숙한 숙녀는 내 동료의 대가리를 날려버리지 않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초대장을 받아서 왔을 뿐이에요. 이 파티의 컨셉이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 왔죠.”

 

  “당신 거짓말 잘 하죠?”

 

  “그게 무슨,”

 

  “새라새로 무슨 짓을 할 거예요?”

 

  그녀를 진짜 새라새의 주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올 법한 질문이었다. 지배자를 쓰러뜨릴만한 힘을 가지고 도시를 가졌으니 분명 무슨 일을 벌일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전 새라새를 바꿀 생각이 없어요. 무슨 짓을 할 작정이었다면 그런 곳에 가지 않죠.”

 

  그리고 이런 곳은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해랑은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이곳이 싸움 한복판이라는 것을 잊은 듯했다. 그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솔은 점점 초조해졌다. 웃음을 그친 그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비취 성의 군주를 쓰러뜨린 거예요. 원래라면 군주를 쓰러뜨린 사람이 그 다음 지배자가 되는 거, 알죠?”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반칙이에요. 저에게는 다 똑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성을 두 개나 가진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죠. 그러니까,”

 

  솔이 정말 새라새의 주인이었다면 그의 말에 또 다시 그럴 듯한 이유를 대었을 테지만 그녀는 진짜 새라새의 주인이 아니었고, 먼저 덤벼들지 않는 이상에야 굳이 무기를 들고 이런 위험해 보이는 자와 싸움을 벌일 이유도 없었다.

 

  “내일까지 비취 성이 남아있으면 그때 결정할게요.”

 

  “그건 안돼요.”

 

  해랑의 손에서 끝이 뾰족한 검고 얇은 창이 쥐여지는 것을 보고 솔은 무심코 뒤로 물러났다.

 

  “내일이 되면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비취 성의 군주가 되지 못하거든요.”

 

  발밑에서 연약한 무언가가 밟혀 으스러졌다. 마치 속이 빈 얇은 유리구슬을 같았다. 뭔가를 밟았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념으로 된 넝쿨이 그녀의 발목을 휘감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그제야 아까 전 해랑의 등 뒤로 다가오던 남자가 무엇에 꿰여 지하로 떨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다가왔다.

 

  뒤늦게 낫을 꺼냈지만 너무 늦었다. 날카로운 창끝이 솔을 겨눴다. 그 순간 창이 그녀의 복부를 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선으로 쇄도하던 창은 돌연 방향을 꺾어 솔의 다리를 내리찍었다. 솔이 비명을 지르며 휘청했으나 무릎까지 감긴 넝쿨에 완전히 쓰러지지 못하고 한쪽 무릎만 세운 채 버텼다.

 

  “휴, 위험할 뻔했네.”

 

  다리를 잘라내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 타는 듯한 고통은 곧 다리에서 퍼져 전신을 지배했다. 누군가 몸에 불을 지른 듯 뜨거워졌다. 눈앞이 희뿌옇게 변했다. 머리와 내장이 타는 듯했다. 손발에 감각이 없었다. 흐릿한 시야가 기울어졌다. 솔의 다리를 감았던 넝쿨이 풀어지면서 지탱하던 그녀의 몸이 맥없이 쓰러졌다.

 

  숨을 쉬고 싶었다. 대신 피가 한웅쿰 쏟아졌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해랑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리는 듯했다. 다시 시야가 돌아갔다. 해랑은 솔을 바로 눕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입안에 고인 피를 흘려보냈다. 직후 차가운 액체가 뜨거운 혓바닥을 타고 달아오른 식도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망할 놈들, 이건 이야기랑 다르잖아.”

 

  마지막 해랑의 말이 의식 속에서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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