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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피해망상 로맨스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재벌 2세, 혹은 걸어다니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은 없습니다.
설정상으로만 평범한 여자 주인공도 없습니다.
그냥 대학생이 학교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복학생이 복학해서 대학생활 꼬이는 잡담같은 이야기입니다.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7
작성일 : 17-11-12 12:57     조회 : 310     추천 : 2     분량 : 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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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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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되었건, 회의는 무사히 끝났다. 수업 종료가 선언되고, 우리들은 작별인사를 하고 책상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원래대로라면 내 다음 행선지는 PC방이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우선, 오늘의 김준환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거다.

  사실 김준환이 PC방을 가자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고 해도 내 쪽에서 거부했을 거다. 왜냐하면, 더럽게 졸렸으니까.

  생각해보면 어제 술을 먹고 곧바로 계단에서 낙하한 후, 병원에 다녀와서 그대로 밤을 샌거다. 수업 시작직전에 잠깐 졸고, 수업 중간 중간에 존 것으론 밤샘과 영양가 없는 회의에서 오는 피로를 해소하기엔 불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속으로 침대를 갈망하며 계단을 향해 걸었다.

  걸으려 했다.

  “어?”

  그러나 갑자기 무언가가 체크무늬 셔츠의 허리부분을 붙잡았다.

  “??”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 그리고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얼굴이 있었다.

  “정수기?”

  “........”

  언제나처럼 쌀쌀맞은 얼굴의 그녀. 정수기녀가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이야기 좀 해.”

  어제 화해아닌 화해 비슷한 무언가를 하긴 했다만, 너무 거침이 없는 건 아닌가. 아니, 이건 절대로 내가 이 행동을 그렇고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슨 일로? 어제 일로? 그건 서로 세세한 것에 신경쓰지 말자고 결론 난거 아니었어?”

  “하아....... 그런거 아니거든.”

  정말로, 이 여자는 속을 알 수가 없다.

  “근데, 이건 좀 놔줄래? 구겨지거든?”

  “어차피 구겨져있잖아. 빨래하고 대충 널은 것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얌전히 내 옷자락에서 손을 떼었다.

  그걸 보며, 나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질문을 한다.

  “부를 거라면 그냥 부르면 되지 않아? 왜 굳이 사람을 붙잡냐. 묘한 오해 생기잖아. 내가 아닌 다른 놈이었으면 아마 여기서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지 않았을까?”

  “오해? 망상?”

  이런, 실수다. 이 여자에게 준환이나 편한 몇몇 사람들에게 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말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김준환 놈에게 할 법한 헛소리를 생각없이 내뱉고 말았다.

  “음, 아니, 헛소리였음. 무시해.”

  “그런 것 같아.”

  대충 둘러댄 말이지만 그걸 또 바로 수긍해버리면 좀 그런데.

  “......아무튼 왜?”

  “뭐라고 부를지 애매했거든. ‘광진이’는 싫고 ‘광진씨’도 싫.......”

  “아니 그거 말고 부른 이유가 뭐냐고.”

  이 여자도 은근히, 아니 대놓고 세세한 부분에서 귀찮단 말이지.

  “.......일단 어디로 가자. 여기서 서서 하기엔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까.”

  “귀찮은데.”

  “.........”

  “그리고 졸려.”

 

  “또 여기네.”

  정수기녀가 그 예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지금 굉장히 졸리니까.”

  “그래. 상관은 없겠지.”

  참고로,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학교 근처 카페. 이미 하루에 아메리카노 세잔을 마시는 나인지라 요즘 카페인 약빨을 전혀 못받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잠을 깨려면 커피만한게 없다.

  “그래서, 이야기가 뭔데?”

  “........”

  “야.”

  “그냥. 걱정이 되었거든.”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리고 궁금해졌어. 조금 신기하다고 해야겠지.”

  “미안하지만 그런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적당히 애매모호한 말을 던져도 신비주의 캐릭터를 만들기엔 좀 늦었거든?”

  “.......”

  정수기녀는 잠시, 다리를 꼰 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확실히 예쁘긴 예쁘다. 솔직히 아직도 이 여자는 싫지만, 적어도 그것 하나만큼은 인정한다.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일부러 그런 종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만든 인형 같다.

  평소와 같은 티셔츠에 스키니진, 스니커즈 화라는 수수한 차림이지만 그것조차도 마치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옷처럼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그리고 그 수수한 차림에도, 이 카페에 있는 누구보다 눈에 띈다.

  그나저나, 왜 이런 눈에 띄는 녀석을 내가 몰랐던 걸까?

  역시, 전과? 편입?

  그런 멍청한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정수기녀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계속 착한 척하다 보면, 피곤하지 않아?”

  “누가? 내가?”

  “응. 네가.”

  “어제 하던 이야기 재탕이냐? 잘 마무리 된 것 아니었어? 네가 합의를 제안했짢아?”

  굳이 어제 있던 일을 상기시켜준 나였지만 이 정수기는 여전히 자기 할말만으로 되돌려줄 뿐이었다.

  “정외과 티 나는 단어선택이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솔직히 놀랐어.”

  좀 목적어를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또 뭐가?”

  “그렇게 사람이 정 반대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거 말야.”

  “원래 사람이란 것이 그런 법이잖아? 누구든 자기 속내는 있는 법이지. 그리고 난 정 반대까진 아니거든? 나를 무슨 이중인격자 비슷한 걸로 몰아가려는 생각이신가 본데, 난 그래도 내 소신은 뚜렷하지. 남들관 다르게.”

  그러니까 이런 피곤한 인생방침을 24년 동안 지켜온거고.

  “그렇게 사람들을 깔보면서 평소엔 그렇게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사람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거야.”

  “.......”

  이건 시비로 받아들여야 하나?

  “깔본 적 없어. 그냥 남들 속을 잘 헤아리고 적당히 잘 맞춰줄 뿐이거든?”

  “왜?”

  “뭐?”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건데?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닐 텐데?”

  왜냐고?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 아냐?

  물론, 내가 필요 이상으로 남들을 배려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처럼 모두에게 날을 세우는 것이 평범한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데.

  “그렇게 까지 할 필요 있어? 이건 ‘조별’과제야. 물론, 내가 말하면 오히려 반발이 생길 수도 있으니 네가 나서서 적당히 알랑거, 아니, 구슬린 거겠지만........”

  그래, 자기 성격이 더럽다는 건 알고 있었네. 그나저나, 너 방금 ‘알랑거린다.’라고 말하려고 했지?

  “아, 진짜 싫네. 남의 인생 방침에 대한 토론 만큼 쓸데 없고 비생산적인건 없단다. 그런 애초에 네가 왜 이런걸 내게 추궁하는 건데?”

  피곤하다. 굳이 어제 밤을 샌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쓸데없는 대화를 싫은 여자랑 하고 있으니 당연히 피곤할 것이다.

  “.......나도 모르지.”

  “야.”

  “하지만 네가 왜 그렇게 까지 하는지가 궁금해지긴 했어.”

  “그게 왜?”

  “그냥? 나도 잘 모르겠네.”

  “중2병이세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도 그렇게, 중2병 환자들이 노트에 끄적일 법한 영양가 없는 소리들의 나열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내 힐난에 돌아온 것은 예상외의 반응이었다.

  “그런가?”

  순간,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멈추었다.

  내 행동 뿐만 아니라, 심장의 움직임, 맥박, 모든 신경, 두뇌 활동까지 멈춘 기분이다.

  웃었다.

  저 정수기가 웃었다.

  씁쓸함, 혹은 자조에 가까운 웃음, 아니, 비웃음이거나 그저 어이없어서 짓는 헛웃음에 지나지 않지만, 분명히 저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저 얼굴에 미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해본적 없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웃는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래서, 그게 뭐?”

  간신히 동요를 진정시키고 물었다.

  “네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건지가 궁금해.”

  “별 시덥잖은........ 그래서, 어쩔건데?”

  “몰라.”

  “나 가도 되냐? 아니, 나 간다?”

  “아직 할 말 남았어.”

  진짜, 더럽게 짜증나는 여자다. 언젠가 나에게 사람들을 내려다본다고 지적한 주제에 자기는 더 한거 아냐?

  일단 뭐든지 애매모호하고 짧게 툭툭 던지는 말투를 어떻게 하고 싶다. 말투도 말투지만, 무슨 어설픈 플롯을 떡밥 투척으로 메우려는 스토리처럼 맥락도 없고, 의미 불명의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린다.

  “그건 또 뭔데?”

  “아까 말했잖아? 걱정된다고.”

  “걱정? 뭐가? 설마.......”

  “과제 말야.”

  과제과제과제........ 나름 조별과제를 열심히 해주는 것은 좋은데, 별로 기쁘지가 않은 것은 왜일까?

  “과제가 어쨌는데. 나름 잘 되었잖아? ‘부실한 내용을 더 조사해 달라.’라는 의미 전달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해.”

  “그 자료들을 보고도, 기대를 하는 거야?”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한지 말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

  “어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건 조별과제고, 그 녀석들이 조사해올 부분은 그 녀석들에게 맡겨야지.”

  “만약에, 그것 마저 부실하면?”

  “그럼 내가 하면 되고.”

  “호구네.”

  “그럼 너는 어쩔 건데? 이 이상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한다면 그건 이미 내가 하는 거랑 다름이 없다고.”

  “정 뭐하면, 이름을 뺄 생각이야. 아니면, 기여도 조사에서 교수님께 말씀드릴 생각이야. 난 조장이니까.”

  “다짜고짜? 과제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지금 당장 그러겠다는 건 아냐. 이미 결석을 했어. 그리고 앞으로 안한다는 보장도 없지. 그리고 지금까지 참여가 부실했던 것은 사실이잖아? 회의에도 두 번 빠지고, 보내기로 한 보고서 파트도 결국 네가 쓰고 있지.”

  그건 맞다. 적어도 발표 이틀 전에는 PPT건 뭐건 다 완성을 해놓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도 변변한 도움을 준 적이 없으니까.

  결석 한번, 그리고 며칠 동안 한 것이라고는 인터넷 기사나 위키사이트에서 몇 장 긁어온 것이 다니까.

  그러나, 나는 여기서 그녀에게 감정적인 동조를 할 순 없다.

  정수기녀와 같은 입장에 선다는 것이 왠지 꺼름칙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런 행동에 동의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터져나올 불평불만과 온갖 트러블을 피하고 싶다.

  “그건 두고 봐야지. 좀 후배를 믿어봐.”

  그렇기에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만약, 그 녀석들이 여전히 참여가 부실하면 어쩔 건데?”

  “내가 채우지 뭐.”

  “진짜 호구구나?”

  “냅둬.”

  어쩔 수 없지. 과제는 해야 하고,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며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럼, 나는 나 나름대로 행동해도 되지?”

  “기여도 평가?”

  “응.”

  “맘대로 해.”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한동안 침묵이 감돈다.

  “할 말은 그게 끝?”

  “응.”

  그렇다면, 나는 집에 가서 좀 자야겠네. 예나 지금이나 체력엔 자신이 있지만 그렇다고 밤을 새우는 것이 피곤하지 않다는 건 아니거든.

  물론, 입이 찢어져도 이 여자에겐 ‘과제하느라 밤 샜다.’라는 말은 못하지.

  “그럼, 가도 되냐?”

  “그래.”

  그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한 가지만 더. 서서 들어봐.”

  아........ 끝났다면서. 무슨 교장선생님이냐?

  “지금까지 그렇게 사람들 비위를 맞춰주는 거........ 힘들지 않았어?”

  “........별로.”

  사실 아니다. 더럽게 힘들어.

  “........그렇구나.”

  “그래.”

  “알았어. 잘가.”

  진짜로, 종잡을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건지, 아까의 장황한 설명에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내 심중을 묻는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까만쿠키v 17-12-08 17:24
 
작가님 마지막까지 건강챙기시면서 건필하세요~^^*
늘 자연스러워요ㅋㅋ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null 17-12-11 23:27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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