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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달의 마리아
작가 : 해우Manatee
작품등록일 : 2017.11.3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 찰리 채플린

 
14화
작성일 : 17-11-12 01:54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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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베릴 위들러

 

 땅에서 광염이 솟구치고 하늘조차 붉게 물든 하루, 유탄이 비처럼 내린 대지에는 어김없이 초토화되는 전차, 대공포, 병사들의 캠프가 있었고 그 뒤로는 수십 개의 낙하산이 내렸다. 수개월을 무뎌진 테움의 군인들은 남부군이 후방에 전선을 형성하는 동안에도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검은 매연이 섞인 작열이 들끓었고 수 초마다 고막을 난자하는 폭후음에 크리쉬 남작 중위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비척거렸다. 남작의 소대원들이 있던 캠프가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루만 남작가에서 가장 후계위가 낮았던 그는 가문 귀족의 의무로 군역에 차출되었고, 그의 소대원들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전장에 도착한 그 어벙한 소위를 지금껏 죽지 않게 보살핀 이들이었다. 이젠 그가 책임져야 할 녀석들이 모두 죽었다. 중위는 이 지옥도를 저주했다. 남부군을, 무능한 사령관을, 떨거지에게 의무를 떠맡기는 그의 가문을 모두 증오했다. 크리쉬는 지금껏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분노가 심장에서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어깨의 소총을 들고 하늘에서 눈처럼 내리는 낙하산들 사이로 달려갔다. 목동 슈만은 베르체의 폭격이 한스가 약속한 지점에 정확히 떨어진 폭탄에 북부군이 난자당하는 걸 보며 고통스러운 쾌감이 고조되는 걸 느꼈다. 그는 북부인들이 그의 양들을 모두 도살하던 날 한스가 복수를 약속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군인들을 향해 그의 손도끼를 휘둘렀을 것이다. 경계구역을 지키던 군인들이 북쪽으로 달려가고, 슈만은 홀로 남은 하사의 등 뒤로 다가가 그의 뒤통수를 바위로 내려쳤다. 사람의 뼈가 거대한 물리력에 으스러지는 소리에 하사의 눈이 뒤집혔지만, 슈만은 눈이 벌게져 몇 번이고 그 둔기를 휘둘렀다. 곧 양손에 피 칠갑을 한 채 하사의 소총을 든 남자는 경계구역을 뛰어다니며 소리 질렀고 수백 명의 분노한 목동들이 쏟아져 나와 쇠스랑, 삽, 몽둥이를 들고 그를 따라 달렸다. 예고도 없이 시작된 남부군의 총격에 참호 이랑에 앉아있던 병사의 등에는 순식간에 수십 발의 탄환이 꽂혔고, 구덩이 안에 바짝 엎드린 절름발이 슈 텐 높은 머는 머리에 떨어지는 흙먼지에 눈을 감았다. 수 초 동안 수천 발이 넘게 쏟아졌던 총알들이 주춤해짐과 동시에 참호 안으로 박격포의 포탄이 날아들고 곳곳에서 북부군의 시체가 육편이 되어 퉁겨져 올랐다. 귀를 찢을 듯한 포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슈 텐 높은 머는 본능적으로 입담배를 털어 넣는다. 혈류를 타고 흐르는 담련의 각성제에 시야가 명료해지고 그는 곧 저편에서 고통에 뒹굴고 있는 그의 친구 베릴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뛰기 시작했다. 베릴은 그의 옆구리에 새로 생긴 구멍에서 오는 통증과 함께 허리 아래의 근육들이 움직이지 않는 걸 느꼈다. 한 사람의 정신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고통은 그에게 앞을 볼 권리를 먼저 앗아갔는지 초점을 맞춰보려 해도 그의 눈앞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이젠 잊혀질 법도 한 기억 속, 그의 여동생이 그에게 인사했다. 그의 가족들은 그녀를 작위를 주장하기엔 너무 옅은 피가 섞인 자작가 끄나풀의 첩실이나마 그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곳에 가서도 넌 그 가문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제 몸으로 탕감한 빚이 가족들을 자유민으로 만들었으니 충분합니다.”

 

 “첩실의 자식도 아리엘자(子)가 아닌 위들러의 이름을 가질 것이다. 그것 또한 견딜 수 있느냐.”

 

 “저는 괜찮습니다.

 

 이야기가 평행선을 달린다. 영지에 매여있던 위들러 가문의 양녀는 끝끝내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그의 오라비를 보내준다.

 

 “부디 건강하셔요.”

 

 누이의 형상이 그 오라비의 죄책감과 어우러져 추상적인 형상으로 변하곤 사라져 버리더니 옆구리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왔다. 베릴은 입에 한가득 고인 흙을 뱉어내고는 곧 사방을 에워싸던 총소리와 포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허리에서는 출혈이 아직도 멎지 않고 그의 선혈을 뱉어냈고 의식이 다시 몽롱해지기 전에 그는 한번 더 주변의 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그에게는 생소한 언어를 말한다. 마지막 의식을 짜내 땅바닥에서 고개를 돌린 베릴은 슈텐하이머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남부의 군복을 입은 자들이 그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광경을 보고는 이내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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