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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25화
작성일 : 17-11-12 00:43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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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전쟁이라도 난 것마냥 비상경고음이 귓가를 사정없이 때린다.

 

 도대체 알람 설정 음에 이런 게 왜 있는가 싶었지만, 일어날 때 이 소리만큼 강력한게 없다.

 

 " 으음…. "

 

 여솔은 경고음이 더 울리기 전에 서둘러 껐다. 평소라면 짜증 나고 귀찮아서라도 귀를 막고 버티기 바빴지만 이번은 사정이 달랐다.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설화를 바라보며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끊겨있는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부끄럽고 민망함 보다는…. 기분좋은 설렘. 몇시간 자지도 못했는데도 이틀정도 푹 잔 것같이 개운했고, 심적인 풍요로움이 가득했다.

 

 여솔은 자고 있는 설화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익숙하지 않은 손길에 설화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 내가 깨웠어요? "

 

 반쯤 뜨인 눈으로 한참을 멍하니 있던 설화는 이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꿈…. 인줄…. "

 

 " 꿈 아니에요 "

 

 반쯤 눌린 머리, 퉁퉁 부어서 반밖에 못 뜬 눈, 누군가에겐 몰골일 모습조차 보기 좋았다. 이런 게 콩깎지 라는거겠지. 설화를 제법 오래 봐왔지만, 이렇게 찬찬히 뜯어보긴 처음이었다.

 

 여솔은 천천히 설화의 얼굴을 하나씩 손끝으로 쓸었다.

 

 눈썹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속눈썹은 얼마나 긴지, 코는 어떤지….

 

 " 간지러워요…. "

 

 설화는 여솔의 손을 잡은 채 얼굴을 털고는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여솔의 위로 포개진 설화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 진짜 꿈 아니네 "

 

 " 진짜 감질나네 "

 

 말을 마친 여솔은 설화의 목을 끌어안은 채 다시금 진하게 입을 맞췄다.

 

 지금 막 일어났는데….

 

 라는 생각도 잠시 달콤한 늪에 빠져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엉켜들어갔다.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을 쏟아내듯, 소모하지 못했던 감정들은 봇물 터지듯 쉴새 없이 터져나왔다.

 

 " 평생 이러고 있고 싶다 "

 

 여솔은 설화의 아랫입술에 입을 맞춤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품으로 파고들었다.

 

 저도요.

 

 아직은 민망해서 입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지 미소를 머금고 다시 포개지려는 찰나에 설화의 핸드폰이 눈치 없이 분위기를 깨며 울렸다. 핸드폰을 든 설화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 망했다 "

 

 " 왜요? "

 

 " 오늘 마감인데…. "

 

 " 그럼 어떡해요…. "

 

 설화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여솔에게 웃어 보이고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 야이새끼야 어디서 뭐 하고 있는거야!!!! 오늘 마감인 거 잊었어!!?? 」

 

 밖에까지 들릴만한 호통이 핸드폰에서 터져 나오자, 머리카락만 손가락으로 꼬던 여솔과 시선이 머쓱하게 아래로 깔렸다.

 

 괜찮아요. 입 모양으로 말한 설화는 여솔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품에 안으며 말했다.

 

 " 내가 책임지고 오늘 5시 전까지 마감할께 "

 

 「 못하면 죽어 진짜 」

 

 전화가 끊어지자 핸드폰 화면에 가득한 메세지와 부재중 통화를 보며 설화는 어깨를 들썩였다.

 

 " 미안해서 어떡해요…. "

 

 " 내가 한 건데 왜 여솔씨가 미안해요 "

 

 " 어쨌든 저 때문이니까…. "

 

 " 미안하면 뽀뽀나 한 번 더 해주시던지 "

 

 " 뭐래요. 오글거리게 "

 

 " 애인의 특권이기도 하죠 "

 

 여솔이 설화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위치가 썩 맘에 들지 않았는지 덮치려는 설화를 여솔은 애써 제지하고 말했다.

 

 " 뒤는 마감하고 나서 "

 

 " 싫은데 "

 

 " 깨물거에요 "

 

 " 그러던지 "

 

 " 설화씨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척하던 설화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지금은 "

 

 웃는 모습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풀어지나, 전에는 딱히 인식하지 않았는데, 설화씨 웃는 거.

 

 예쁘네.

 

 여솔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다가왔지만, 설화의 어깨를 밀어내던 손은 이미 힘을 줄 생각이 없었다.

 

 치사해….

 

 

 

 

 

 

 ***

 

 

 

 

 

 " 사장님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면…. "

 

 「 미안해 화연씨, 우리도 입장이 곤란해서…. 」

 

 힘없이 전화를 내려놓은 화연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화가 너무나면 욕도 안나온다고 했던가. 소리 지르고 싶은데 목에 뭐가 걸린 듯 꽉 막혔고, 울고싶어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 하아 "

 

 결국,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벌써 다섯 개의 공장에서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 여솔씨네 옷 더이상 못 만들 것 같아요 '

 ' 주소 찍어주면 원단 다시 돌려줄께요 '

 ' 우리도 입장이…. '

 

 다 같이 합심이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하는 걸 보면, 이미 시작 된 게 분명했다.

 

 " 강태화…. "

 

 직접 만나서 얘기해봐야겠다며 아침 일찍 나간 여솔도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봐선 답이 없을듯했다.

 

 허무했다.

 

 1, 2년 호흡을 맞춰온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돌아설 수 있는건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쩔수 없다. 사회란 그런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여러가게 옷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공장에서는 표준규격에 맞춘 작업이 당연했지만, 꾸준한 거래로 이제야 겨우 SoL만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강태화는 그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독자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기엔 하나부터 열까지 당장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았다.

 

 " 어떡하냐 진짜…. "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렇게나 문제가 많은 속사정과 다르게, 겉으로 보이는 SoL은 여전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옷을 만들지 못하는데 신상이 계속 나왔고, 옷을 팔지 못하는데 컴플레인 전화 한 통 들어오지 않았다.

 

 느린 듯 순식간에,

 

 어쩌면 우리의 브랜드는 이미 먹힌 걸지도 모른다.

 

 

 

 

 

 ***

 

 

 

 

 

 설화에게 원고를 받아 허겁지겁 뛰어온 민준을 보며 편집장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

 

 " 상황이 좋지 않아 "

 

 원고를 읽지도 않은 채 책상위에 내려놓은 편집장은 의자에 기댄 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민준은 서둘러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 조금만 더 봐주시면…. "

 

 " 확신이 안 서 "

 

 민준의 말을 끊은 편집장은 그대로 연기를 길게 뿜었다. 공중에서 흩뿌려지는 연기의 일렁임을 한참 바라보던 편집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 설화씨는 본래 순문학 쪽이었잖아. 그러니까 상도 받을 수 있었던 거고…. "

 

 민준은 그저 가만히 듣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설화가 본래 쓰던 글은 현대감성이 어우러진 순문학.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웹 소설에 가까웠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연재하고 있었고, 시대흐름상 출간하는 책보단 인터넷이 더 좋다는 의견에선 서로 합의된 부분이었다.

 

 " 근데 설화씨는 인터넷소설에선 그냥 무명 초짜일 뿐이야 "

 

 그게 문제였다. 기사로 실린 것과 이래저래 가지고 있는 인지도 덕분에 초짜라고 하기엔 상당히 선방한 시작이지만, 이미 많은 작가가 팬덤을 가지고 지키고 있는 자리를 뚫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 이미 몇몇 서점에선 설화씨 소설을 빼기 시작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까진 설화씨 몸값이 떨어지기 전에 쓰기 위해 강의가 꾸준히 들어와주고 있지만…. "

 

 편집장은 마지막 연기를 뿜으며 재떨이에 꽁초를 지지며 말했다.

 

 " 그것도 얼마나 갈지…. "

 

 

 

 

 

 ***

 

 

 

 

 

 야심한 새벽, 집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설화는 시계를 바라봤다. 시곗바늘은 새벽 4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

 

 설화는 슬리퍼를 질질 끈 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동시에 밖에서 당겼는지 활짝 열린 문에 딸려나간 설화의 품에 무언가 파고들었다.

 

 " 여솔씨? "

 

 특유의 장미향과 술 냄새가 애매하게 엉켜 들었다. 자신의 허리를 꽉 감싸 안은 하얗고 얇은손, 파묻힌 여솔의 입김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자 설화는 웃으며 여솔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

 

 설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뒤로 드러눕는 여솔의 등을 설화가 서둘러 붙잡자 여솔은 웃으며 말했다.

 

 " 푸하 설화씨 지그음 표정 개우껴 "

 

 " 뒤통수가 깨져봐야 술버릇을 고치지…. "

 

 무엇이 그렇게 재밌는지 큰소리로 웃어대는 탓에, 설화는 여솔을 들쳐메고 서둘러 문을 닫았다. 설화가 여솔을 안아 쇼파로 옮기는 동안에도 여솔은 계속해서 꺄르륵 웃고 있었다.

 

 " 웃음이 나오지? "

 

 " 우스미 나옹다 "

 

 설화가 여솔을 쇼파에 내려놓자, 설화의 목을 감싼 손에 힘이 확 들어갔고, 둘은 쇼파위에 엎어졌다. 머리가 부딪칠까 봐 피한 설화의 코가 쿠션에 처박히는 바람에 코끝이 찡할때 여솔은 귓가에 속삭였다.

 

 " 나…. 오느을…. 힘드러따…. 그래서…. 마셔따…. "

 

 " 공장 사장님들이랑 얘기가 잘 안 됐어요? "

 

 " 안대안대…. 드를 생가글 안해…. "

 

 설화는 코를 훌쩍이는 여솔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봤다. 빨갛게 물든 눈가를 보아하니 제법 울었던 것 같다.

 

 " 내가아…. 어어어어어얼마나…. 잘…. 해줬는데…. "

 

 아침의 달달함이 기억조차 안날만큼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태화가 설치해놓은 함정에 사정없이 맞았다. 이렇게 꽁냥거리고 있는 게 죄처럼 느껴질만큼 상황은 심각해져갔다. 아마도 나보단 여솔씨가 더 힘들게 분명했다.

 

 설화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던 여솔의 손이 힘 빠진 채 쇼파위로 툭 떨어졌다. 설화는 여솔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 얼굴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하얀 피부 탓에 더욱 빨개진 얼굴과 도톰한 입술이 색색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막막한 상황에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렇게 힘들어서 이렇게 술을 마시고 나를 떠올려줬다는 그 사실이 고맙고 미안했다.

 

 설화는 이불을 가져와 여솔 위에 덮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 설화씨…. "

 

 " 네 "

 

 " 있어 줘서 고마워요…. "

 

 여솔은 깬 것인지 잠꼬대인지 모르게 웅얼거리며 계속 말했다.

 

 " 설화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여솔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다시 색색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설화는 여솔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고 노트를 가져와 옆에 기댔다.

 

 " 저도 여솔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깜깜한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이 되어 줘서 고마워요.

 

 지잉-

 

 [ 김민준 : 일 하고 있지? ]

 

 [ 하고 있어 ]

 

 [ 김민준 : 일단은 계속해보자, 아직 더 기다려준다고 하셨으니까 ]

 

 [ 그래 ]

 

 이런 여솔씨를 위해서라도 쉬거나 손 놓고 있을 틈이 없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누군가에게 힘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강해져야 했다.

 

 설화는 쓰던 펜을 입에 물고 중얼거렸다.

 

 " 글을 손으로 써본 게 얼마만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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