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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채강
눈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현아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4화] 숲 2
작성일 : 17-11-11 17:38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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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4화] 숲 2

 

 “변태 오빠. 일어나요.”

 

 아진은 덤덤한 눈길로 나를 쓱 훑어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 진짜 개 굴욕이다. 미치겠다. 심지어 무어라 대꾸도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강렬하고도 애절한 눈빛 발사였다.

 

 ‘아진아... 나... 아니야... 진짜 아니야... 변태 아니야... 나쁜 놈 아니야... 그런 놈 아니야...’

 

 아진은 아무 반응 없는 나를 보고는 상황을 눈치 챘는지 이내 꼬맹이를 한 대 더 후려쳤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래! 아진아! 바로 그거야! 저 꼬맹이가 나한테 험한 짓을 한 거야! 막! 저 꼬맹이가 나한테 마법을 걸고 막! 나를 능욕했어! 저 나쁜 것이 나를 능욕했다고!!!’

 

 나의 처절한 눈빛 메시지를 아진이 알아 차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뭔가 평범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아진이 꼬마의 목을 잡았다.

 

 “빨리 원 상태로 돌려놔.”

 

 아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사나운 미소를 짓더니 작은 목소리로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게쉬타유 아브로이,”

 ‘짝!’

 

 아진의 찰진 따귀 소리가 온 숲을 울렸다.

 

 ‘나이스! 현아진!’

 

 아이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가 버렸다. 아이의 볼이 금방 빨갛게 부어올랐다.

 

 “어디서 헛짓이야? 지금 너 나까지 저렇게 만들려고 했지? 수작 부리다 죽는 수가 있어.”

 

 

 아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녀의 눈치는 기가 막히다. 나는 어느새 그녀가 함께 이곳에 온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진은 틈도 주지 않고 아이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는 아이의 막을 잡고 땅에 눌렀다. 아진이 고개를 돌리더니 옆에 있던 큰 돌을 들어 아이의 위에 위치시켰다.

 

 “이제 하던 짓마저 해봐. 나도 저렇게 마비시켰다간 곧 이 돌이 네 머리위로 떨어져 버릴 테니까. 머리가 산산조각 나버릴 거야! 아아아악!”

 

 말을 잇던 아진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스트레스가 올라 온 것이 분명했다. 하긴, 이 상황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런데도 정말 잘 해주고 있다.

 

 ‘아진 짱! 화이팅!’

 

 꼬추 달랑달랑 내놓고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는 나보다는 백배 천배 잘하고 있다. 찬 바람이 불자 소중이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아진아... 부디 이쪽은 보지 말아주라... 부탁이다...’

 

 내 바람처럼 아진은 내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오직 아이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가 침을 뱉었다. 아진의 뺨에 아이의 침이 튀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아이의 목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 졌다.

 

 꼬맹이와 아진이 사이의 불꽃 튀는 눈싸움. 불꽃 튀는? 꽃튀? 아... 내 꼬추 튀어 나와 있는 것 좀 누가 가려 줬으면 좋겠다. 내가 신생아도 아니고... 하... 돌아가고 싶다... 소새끼...

 

 “알았어요...”

 

 결국 아이가 눈을 깔았다. 빙고.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매우 하찮다는 듯이. 수치스러웠다. 아마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우에라 타바히라.”

 

 역시 또 뜻을 알 수 없는 말이다. 하긴, 상관없다. 이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나는 재빨리 일어났다. 그리고 칼을 들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일단 옷이 먼저다. 옷을 냉큼 훔쳐 올렸다.

 

 “너 뭐야!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려던 거야?! 빨리 말해!”

 

 아진이 아이를 채근했다. 아이는 아진의 손에 잡힌 채 미동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 있던 칼을 들고 아진의 옆에 섰다. 칼날은 아이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

 

 “죽기 싫어!”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죽기 싫다고! 죽고 싶지 않아! 으아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다. 초록의 숲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운다고 이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될 순 없다. 아이라도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으니까.

 

 “운다고 해결 될 건 없어. 나한테, 아니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다 이야기해. 사정 설명을 다 하란 말이야. 안 그러면, 넌 죽어.”

 

 나의 차가운 말에 아이는 조금씩 울음을 멈춰갔다. 아진은 여전히 한 손으로 아이를 땅에 누르고 있었다.

 

 “죄송해요.”

 

 혀 짧은 소리가 사라졌다.

 

 “나라에서 마법사를 다 죽이고 있어요. 서쪽에서 영주 폴 스트류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살아있던 마법사들이 합류했어요. 그래서 왕이 화가 많이 났어요. 남아있던 마법사를 다 죽이려고 해요.”

 “그래서, 너 같이 어린애도 죽이려 한 거야?”

 

 내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죽여요. 남자, 여자, 애들 가리지 않아요. 나도 죽이려고 했어요.

 난 우연히 마비 마법이 쓰인 종이를 읽었을 뿐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왜 죽어야 해요!”

 

 이야기를 듣던 아진이 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아이는 조금 숨통이 트였는지 손을 뿌리치고 냉큼 뒤로 물러서며 상체를 세웠다.

 

 “저 사람은 누구야?”

 

 아진이 물었다.

 

 “마을에 병사들이 들이닥쳤어요. 아빠는 서쪽으로 떠났고, 엄마는 병사들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엄마도 마법사였어?”

 

 내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도 아주 세차게.

 

 “아니요! 그런데도 죽였어요. 그래야 집에 있는 것들 다 가져갈 수 있으니까. 도둑들이에요. 살인자에요!”

 

 사람 죽이는 것이 일상인 곳. 내게는 천국 같은 곳. 그런데 다른 이들에게는 지옥 같은 곳.

 

 “나는 막 도망쳤어요. 그러다 저 아저씨에게 잡혔어요. 이미 내가 마법을 쓰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기를 도와주면 나를 지켜주겠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아진이 남자에게로 갔다. 그리고 남자의 옷 안에서 이상한 표식 같은 것을 들고 왔다.

 

 “아까, 옷을 벗을 때 봤던 거야. 이게 뭔지 알겠니?”

 ‘대박. 아진이 코 고는 거 연기였니?’

 

 나는 티내진 않았지만,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아마도 아진은 섣불리 움직여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다린 거다.

 

 자신의 옷을 벗기는 데도, 자신의 다리를 벌리는 데도. 정확한 한방을 위해서.

 

 그리고 아마 확신이 있었을 거다. 내 기술을 보고 배웠으니까. 눈치만 좋은 게 아니다. 눈썰미도 좋은 거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시무룩한 표정. 입이 삐죽 앞으로 나오고 볼로 눈물이 흘렀다.

 

 “그거... 병사표식이에요... 아저씨... 나를 속였어...”

 

 아이가 고개를 숙이더니 눈물을 흘렸다. 아진은 아이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고는 나를 쳐다봤다.

 

 ‘나도 그래.’

 

 자기를 구해줬다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자기를 죽이러 온 사람이었고, 자기를 이용해 먹었으며, 결국 자기를 죽일 거였다는 것은 지독히도 끔찍한 이야기이었다. 특히나 저런 어린 아이에게는.

 

 “아저씨가 그랬어요. 도와주면 보살펴준다고. 사람들이 사람들을 막 죽여요. 나도 혼자 있으면 죽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아이는 뉘우치듯이 말했다. 어느새 아진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도 칼을 들고 있던 팔에 힘을 뺐다. 칼이 늘어졌다.

 

 “그러면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왜 내 그... 거... 거기를 살핀거야?”

 

 내가 이 질문을 한건 결코 내 치욕을 해명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항문을 뒤지는 건 이상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내 일행이 아진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눈치가 있어서 내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나를 변태로 여기겠지.

 

 “변태.”

 

 아진이가 경멸의 눈으로 쳐다봤다. 움찔.

 

 ‘아... 그게 아니라고...’

 “아진아, 그게 아니고. 일반적으로는 안 그러니까. 이유가 있나 싶어서...”

 

 황급히 아진에게 변명 같은 설명을 했다. 아진의 표정이 완전히 풀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납득은 해 주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내 질문을 납득 못한 건 아이 쪽이었다.

 

 “당연히 신의 눈물을 찾은 거예요.”

 “신의 눈물?”

 

 내가 되묻자, 아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게 뭐야? 신의 눈물이라는 것이?”

 “뭐에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예요? 혹시 북쪽 악마의 땅에 있는 아이런 출신인 거예요?”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홍대가 어딘지 아는 거. 부산이 어떤 곳인지 아는 거. 이 당연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식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신의 눈물은 뭐고, 아이런은 또 뭔가?

 

 “됐고, 질문에나 대답해.”

 

 아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신의 눈물이요. 가장 값비싼 광석이잖아요. 약탈이 심해지고 나니 다들 가진 돈을 전부 신의 눈물로 바꿔서는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대부분은 찾기 힘든 곳에 숨기고요.”

 

 신의 눈물은 악마들의 마력을 뺏어주는 역할을 하는 광석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스트에서는, 특히 아스트의 북쪽에서는 모두가 하나씩은 갖고 싶어 했다.

 

 문제는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거였다. 특히나 신의 눈물을 채굴하는 신의 마음의 바로 뒤에 괴물들이 나오는 ‘축축한추움’이라는 지역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에 괴물이 신의 마음에 나타나는 일이 늘어나면서, 신의 눈물 생산은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값어치가 올라갔겠구나.”

 “네. 심지어 악마가 아스트로 쳐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니 다들 살고 싶어서라도 어떻게든 사려는 거예요.”

 

 나는 납득했다. 그렇게 귀중한 것이라면 도적들이나 병사들에게 뺏기지 않도록 항문에 넣어두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다. 아이는 눈물을 멈춘 체 우리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아진이 나에게 물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피곤함이 묻어났다. 하긴 제대로 잠을 못 잤으니 당연하다.

 

 “피곤하겠지만 일단은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아. 마을까지는 얼마 안 남았으니까. 마을에 가서 방 잡고 편히 쉬는 게 낫지 않을까?”

 

 내 대답에 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러면 이 애는 어떻게 할까요?”

 “글쎄?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나는 대답 대신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자 아이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체 쭈뼛거리며 답했다.

 

 “제발... 그냥 보내주세요... 어제는 죄송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진을 봤다. 아진이 나를 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오빠, 나랑 하고 싶으면 여기서 하고 가도 돼요.”

 

 아진이 전에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알았으니까 가자.”

 

 내 말에 아진은 풀던 단추를 다시 채웠다. 나는 칼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아이가 해맑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숙여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칼로 아이의 뒷목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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