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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7
작성일 : 17-11-11 13:15     조회 : 337     추천 : 2     분량 :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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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나바재 씨가 주먹 만한 항아리를 매달아놓은 끈을 잡고 돌리다가 놓는다. 항아리가 갈대밭까지 날아가 깨진다. 그 동안 모아온 기름이 들풀을 적신다. 이를 신호로 수십 개의 항아리들이 뒤따라 날아든다. 그 동안 봄비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화살에 기름먹은 솜뭉치를 끼우고 불을 붙인다. 던질 항아리가 남지 않게 된 사람들은 같대밭을 향해 불화살을 쏘아댔다. 몇 개는 채 도착하기도 전에 거센 바람에 불이 꺼지고 만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리없이 목표에 도달한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거대한 불길이 초원을 가득 메울 거라 기대한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스런 기색이 가득하다. 불화살들이 기름을 잔뜩 뒤집어쓴 풀보다 훨씬 멀리에 가서 꽂힌 탓이다. 봄비가 서둘러 횃불을 들고 뛰쳐나간다. 마음이 급해진 씨족장들과 다른 젊은이들도 그를 따라간다.

 "어차피 바람은 우리 편이다! 확실하게 불만 붙으면 걱정할 것 없어!"

 횃불을 놓자 불길이 느리게 번진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몇몇 사람들은 돌아다니며 불길을 뿜어댄다. 뒤늦게 따라온 동백꽃 씨는 소스라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은 봄비의 두 배만한 키로 자라난다. 나바재 씨가 묻는다.

 "갈대밭을 전부 태울 때까지 얼마나 걸리겠소?"

 봄비가 손을 위로 뻗어 바람을 재어본다.

 "이대로면 다음 낮이 찾아오기 전에 흑단들소들을 모조리 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그가 동백꽃 씨의 눈동자에 비친 불길을 바라보더니 다시 횃불을 받아들고 움직인다.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한 적은 없소. 부지런히 불을 놓고, 부지런히 움직이시오."

 

 36.

 승냥이 떼가 나타났다. 야영지의 횃불이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창을 들고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아이들을 잡아먹으러 슬그머니 발을 들이민다. 침입자들을 감지한 개들이 경계하며 짖어댄다. 천막 안에서 너럭바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던 잿빛양털 씨가 노파의 비명소리를 듣고는 투창을 한아름 들고 뛰쳐나간다.

 "다들 자기 몫의 창을 챙겨라! 혼자 싸우지 말고 둥글게 모여!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창에 꿰여 죽을 거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혼자 용감하게 싸우던 젊은이가 승냥이에게 목을 뜯겨 쓰러진다. 잿빛양털 씨가 혀를 차며 창을 던져 짐승의 머리를 뚫어버린다. 겁먹은 사람들이 횃불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횃불을 던지지 마! 소용없다. 어차피 다 피해버릴테니. 아까운 불 꺼뜨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잿빛양털 씨가 창을 꼬나쥐고 승냥이 떼와 대치한다. 그는 창이 다 떨어질 때까지 던져버리고는 숨을 크게 들이쉰다. 잿빛양털 씨의 입으로 거대한 불길이 치솟는다. 승냥이 떼들을 겁주기에는 충분하다. 짐승 떼들은 한층 움츠러들었다. 둘러선 사람들이 천천히 나아가며 창끝을 들이밀자 승냥이들도 뒷걸음질친다.

 "그만! 더 나아갈 필요 없소.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알아서 물러날 거요."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천 개가 넘는 천막들을 잿빛양털 씨 혼자서 다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창이 남으면 던지되 승냥이들이 도망치더라도 쫒아가지는 마시오."

 한 나절도 더 지나서야 야영지가 진정된다. 잿빛양털 씨는 완전히 탈진 상태다. 그는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시체와 죽은 승냥이들을 모아놓는다. 사냥꾼 다섯, 노인 예순 셋, 아이 열 일곱 명이 죽었다. 반면 창에 맞은 승냥이는 고작 스무 마리 남짓하다. 이런 일에 대비해서 봄비가 충분한 수의 젊은이들을 남겨두고 갔지만 역부족이다.

 "각 천막에 사는 사람들을 다 모아오시오. 이래서야 한 번에 대응하기가 힘들군."

 장작더미를 모아 죽은 사람들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잿빛양털 씨가 직접 불길을 뿜어 장사지낸다. 사천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천막을 정리하고 모여든다. 그는 최대한 천막을 다닥다닥 붙여서 짓도록 지시하고는 이내 능숙한 솜씨로 승냥이들의 가죽과 고기를 해체한다. 사람들에게 잿물로 무두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다가 잠들어있을 너럭바우가 떠오른 잿빛양털 씨가 서둘러 천막으로 뛰어간다.

 

 37.

 봄비는 화마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다. 도저히 밤이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밝다니. 이렇게 따뜻하다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생각인양 창도 내려놓고 멀리서 불을 쬐고 있다. 그 순간 흑단들소들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뛰쳐나온다. 아이들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뜨거움을 이기지 못해서일까?

 "창을 던져라!"

 흑단들소들의 몸 곳곳에 창이 박힌다. 어르신들이 고통에 미쳐 날뛰자 사람들이 뿔에 받혀 날아가며 비명을 지른다. 그나마 발굽에 밟힌 자들은 단말마의 숨조차 내뱉지 못한다. 도망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리! 다리다! 등이 아니라 장딴지에 창을 던져!"

 흑단들소 두 분이 고꾸라진다. 더 많은 창이 꽂힌다. 봄비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는다.

 "도망치지 마라! 어르신들도 별 거 없어! 이길 수 있다! 도망친다고 사는 것도 아니야!"

 창을 다 던지고 난 다음부터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난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어르신들이 불길 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타죽은 모양이다. 몇 남지 않은 흑단들소들마저 바닥에 널부러지고 가장 덩치가 큰 한 분만이 남아계신다. 어지간한 창으로는 그 분의 두터운 털가죽을 뚫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보다 터럭이 하얗게 센 것을 지켜보는 봄비의 기분이 이상하다. 어르신의 몸 곳곳에 그을린 흔적이 보인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마주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르신. 오랜만입니다."

 봄비는 피딱지가 엉겨붙어있던 뿔이 어느새 깨끗해짐을 확인한다.

 "불을 지르는 방법은 생각도 못했구나."

 아이를 마주한 어르신께서 편하게 앉는다. 사람들도 창 던지기를 그만둔 채다.

 "너럭바우가 그러더군요. 날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너럭바우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푹 쉰다.

 "결국 너를 찾아갔구나. 그 아이는."

 "그 뿐인줄 아십니까? 동백꽃 씨도 이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궁금해하더군요. 별이 죽고 나서 씨족 사람들의 상당수가 얼어죽고, 굶어죽어가는데도 그 동안 왜 한 번도 찾지 않았는지."

 흑단들소가 눈을 감고 한참을 대답도 않는다. 이번엔 봄비가 한숨을 쉰다.

 "그래요. 저는 이미 그 대답을 들었지요."

 그가 창을 꼬나쥔다.

 "우리가 이 땅을 차지하면서까지 살아남을 이유나 자격이 없다는 말씀, 이해합니다."

 그가 어르신의 목줄기를 훑으며 핏줄을 찾는다.

 "하지만 저는 당신께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가 창으로 핏줄을 겨눈다.

 "미안하구나. 내 아이야."

 

 38.

 잿빛양털 씨가 천막에 들어오자마자 깜짝 놀란다. 하지만 너럭바우는 무사하다. 털복숭이 개가 죽은 승냥이를 뜯어먹는 걸 모르는지 너럭바우는 아직도 잘만 잔다. 그는 개를 달래어 천막에서 내보내고 승냥이 시체를 옮긴다. 깨어나서 보기에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니니까. 잿빛양털 씨가 승냥이 다리를 꺾고 가죽을 벗겨 넙다리뼈를 꺼낸다. 그리고는 너럭바우가 깰 때까지 뭐라도 하나 만들 것처럼 뼈를 떼어내고 깎고 갈아낸다.

 "잿빛양털 씨. 바닥에 이 피는 뭐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잿빛양털 씨가 그에게 뼈로 만든 단검을 쥐어준다.

 "별 일 없었어. 승냥이 떼가 잠깐 쳐들어왔다. 네가 껴안고 자던 개가 승냥이를 물어죽였더구나."

 너럭바우가 무늬가 화려하게 새겨진 손잡이를 들여다본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람들이 많이 다쳤나요?"

 잿빛양털 씨는 대답하기가 조금 껄끄럽다. 솔직하게 말해주면 어제처럼 울 것만 같아서다.

 "다친 사람은 없어."

 다칠 새도 없이 죽어서 그렇지. 그는 뒤이은 말은 삼키기로 한다.

 "봄비 씨는 이제 어르신들께 불을 지르러 갔겠군요."

 싸움은 어떻게 되었을까. 두 사람은 상황을 확인하러 천막 근처 언덕 위로 오른다.

 "나무그늘은 어떻게 생겼을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죄다 불판이라 알아볼 수가 없잖아."

 그는 너럭바우가 또 울지 않을까 살펴본다.

 "잿빛양털 씨는 왜 싸우러 가지 않았나요?"

 "내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니까. 그래서 내 씨족 사람들도 데려오지 않았다."

 "그럼 곧 떠나는 건가요?"

 "사람들이 나무그늘로 들어간 다음에도 내 도움이 필요할 것 같진 않구나. 내일이면 다들 저 잿더미에서 밭이라도 일구려고 들어갈테니 그것까지만 지켜보고 돌아갈 셈이다."

 

 39.

 흑단들소 우두머리가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는다. 나바재 씨는 횃불과 장작을 챙겨 흑단들소들을 장사지내려 한다.

 "봄비 씨. 잘 해내셨소. 이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합시다."

 봄비는 대답하지 않는다. 돌칼을 꺼내 어르신의 몸통을 가른다. 털가죽을 가르고, 기름덩이를 가르고, 속살을 가르더니 바위를 집어 갈비뼈를 부순다. 그는 초점없는 눈으로 허파를 헤집고 핏줄을 가른다. 이내 그는 사람의 것보다 족히 스무 배는 무거울 것 같은 염통을 꺼내어 내동댕이친다. 누군가는 승리의 의식에 열광하고 누군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봄비가 어르신의 염통을 잠시 쳐다보더니 뜯어먹기 시작한다. 모두 뒷목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그는 온통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들고 나바재 씨에게 담담하게 말을 건넨다.

 "오늘은 고기를 아주 많이 얻었습니다. 사람들이 오래 굶었을테니 어서 나누어주시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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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1-11 14:59
 
괭장한 작품, 갈수록 심도가 깊어지네요. 다만 이해할 분들이 얼마나 될 지.... 나중에 종이책 시장에 당당히 나올 때의 반향이 궁금해지네요.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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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대밥수 17-11-12 01:22
 
읽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한다면 명료하게 쓰지 못한 제 잘못이겠지요 ㅎㅎ
이번 화까지 전체 이야기의 2할이 드러났습니다. 남아있는 12만 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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