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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포푸라 레가투스
작가 : 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여섯 번의 전투, 두 번째 승리, 그리고 첫 번째 승전.
모두가 그를 영웅이라 불렀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승전을 이끈 영웅, '포푸라 레가투스(보랏빛 군단장)'이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수많은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끝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사람들을 버려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영광을 버리고 도망쳤다.
자신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 곳으로.

하지만, 전쟁은 끈질기게 그를 따라갔다.
그곳에서조차 전쟁은, 그를 전쟁터로 인도했던 것이다.

'워게임'이라 불리는, 또다른 전쟁터로.

 
Chapter 1. 사비 - (3)
작성일 : 17-11-11 02:27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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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프레이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끼어들었지?’

 

 

 막상 끼어들긴 했지만 프레이는 혼란스러웠다. 사실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런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마력을 다룬다 해도 그것은 상대 또한 마찬가지인데다가 심지어 검까지 들고 있었으니까. 눈 딱 감고 지나가면 그만인 일이이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넌 또 뭐냐!”

 

 

 갑작스런 방해꾼에게 방해받은 떡대가 분노에 가득 찬 소리를 내지른다. 하긴 민간인들에게 광역기를 써가면서까지 승기를 잡았건만 뜬금없이 웬 방해꾼이 끼어들었으니 분노할 만도 했다.

 

 

 “······.”

 

 

 하지만 프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차분한 얼굴로 그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혼란스러웠지만, 또한 혼란스럽지 않았다.

 눈앞의 떡대가 외치는 소리가 순간 흐릿해진다. 기억 속의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철을 쥔 자들은, 철을 쥐지 않은 이들을 지켜라!]

 

 귓가에, 그 날의 함성이 들려온다.

 그들이 외치던 신념이 들려온다.

 배 안임에도 얼음계곡의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하, 젠장.

 

 

 ‘시작부터 잘못 배웠어.’

 

 

 프레이가 피식 웃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그들에게 물들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의 일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웃어? 어?”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했는지 프레이의 웃음을 본 떡대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이 되어서 달려들었다.

 

 

 “그래, 저 년도 네놈도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주마!”

 

 

 터어어엉

 다시 한 번 떡대가 칼을 내리치자 방어막에 약간의 금이 더 그어진다.

 

 

 “이 개 같은 놈이······!”

 

 

 터엉 터엉 터엉

 분노에 눈이 돌아갔는지 쉴 새 없이 떡대가 칼을 내리치고 방어막의 금이 거미줄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이깟 보호막을 못 부술 줄 아는 거냐아아아!”

 

 

 비록 분노에 눈이 돌아가 검에 제대로 된 마력도 담기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방어막인 덕분에 이 정도의 공격도 버티기 어려웠다.

 물론······.

 

 

 [ㅡ개인전투체계 구축까지 5초 남았습니다.]

 

 

 ······오래 버틸 생각도 없었다.

 째애앵

 당연히 버티지 못한 방어막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뒈져라!”

 

 

 방어막이 깨지자마자 떡대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거칠게 칼을 횡으로 휘두른다. 하지만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프레이가 깔끔하게 뒤로 몸을 빼며 칼날을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비르발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5.]

 

 

 비르발의 담담한 말과 함께 손끝에서부터 차가운 감각이 훅 올라오기 시작한다.

 마력이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

 

 

 [4.]

 

 

 마력이 도는 것과는 별개로 떡대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횡으로 검을 휘둘렀던 떡대가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려 프레이를 향해 내리쳤고 프레이가 본능적으로 왼팔을 비스듬히 들었다. 정면으로 막아내기보다는 깔끔하게 흘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키이잉

 

 쇠가 긁혀나가는 소리와 함께 왼팔의 갑각(甲殼) 위로 날카로운 검날이 미끄러져 흘러내린다.

 

 

 [3.]

 

 

 손끝에서 시작한 차가운 감각이 머리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눈 끝에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시퍼런 감각이 훑어지나가고 마력으로 강화된 시야 속에 점차 상대방이 휘두르는 검의 궤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쫄래쫄래 도망칠 거냐!”

 

 

 다시 한 번 떡대가 횡으로 검을 휘두른다. 프레이가 맞대응하는 대신 다시 한 번 뒤로 몸을 빼며 피하려 했지만 상대도 예상했다는 듯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몸을 달리며 검을 휘둘러왔다. 확실히 전투에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프레이가 갑각을 들어 올려 깔끔하게 검을 막아낸 것이다.

 

 

 [2.]

 

 

 카앙

 아까와는 달리 금속과 금속이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록 날붙이 자체는 막아냈지만,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라 마력마저 담은 공격이다 보니 강력한 운동에너지까지 막아낼 수는 없다보니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비록 자세를 금방 다잡긴 했지만 누가 봐도 수세에 몰렸다고 할 만한 광경. 떡대 또한 만족스러웠는지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띠우며 검을 치켜들었다.

 

 

 [1.]

 

 

 ‘하!’

 하지만, 프레이의 입가에도 미소가 띠워져 있었다. 떡대가 속아 넘어간 것이다.

 카운트다운은 이미 마무리 단계였고, 이 움직임 또한 회피를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으니까.

 즉.

 

 

 [ㅡ개인전투체계가 구축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방어할 필요도 생각도 없었다.

 남은 건, 반격!

 

 빠득

 

 발을 박찼다. 나무로 된 바닥이 움푹 패이며 일그러지고 프레이의 몸이 마치 총알처럼 쏘아진다.

 

 

 “헉······!”

 

 

 총알처럼 쏘아진 프레이의 몸이 단숨에 떡대의 품속에 도달한다. 최후의 공격을 생각하고 검을 치켜들었던 떡대가 갑작스레 태세를 변환해 자신에게 달려드는 프레이의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자세를 무너뜨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빠악

 

 

 “커헉······!”

 

 

 거침없는 프레이의 왼손이 날카롭게 깡패의 명치를 후려치자 깡패가 거친 신음을 토해내며 몸을 웅크렸다. 아무리 몸을 마력으로 보호를 한다 해도 이쪽 또한 마력으로 몸을 강화한 상태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마력이 마력으로 상쇄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끝일 리가 없었다.

 프레이는 명치를 얻어맞은 것 때문에 약간 내려온 떡대의 손을 재빨리 왼손으로 움켜잡았다.

 

 

 “헉······!”

 

 

 다른 손으로 상대의 멱살을 강하게 움켜잡자 상대도 프레이가 무엇을 하려는 지를 짐작했는지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흐앗!”

 

 

 두 손을 단번에 잡아당긴다. 자연스럽게 발을 걸면서 몸을 가볍게 반 바퀴 튼다. 그리고 단번에······ 업어친다!

 

 쿠우웅

 

 마치 거대한 돌이 떨어지는 것마냥 떡대의 몸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끄억······!”

 

 

 떡대가 신음을 토해냈다. 마치 폐 깊숙한 곳에서 공기를 뿜어내는 것 같은 신음이었다. 하긴, 그럴 법도 했다. 아무리 나무 바닥이라 해도 제대로 된 낙법조차 없이 메쳐진데다가 심지어 마력까지 담아서 메쳐진 상황이니까.

 

 마력을 쓸 줄 모르는 일반인이었다면 뼈가 박살나는 것은 물론 생명의 위협도 느낄 정도로 위험했을 테지만, 마력 사용자니 문제없을 것이었다.

 

 

 ‘견갑골이 약간 나간 거 같지만 마력 사용자니 괜찮겠고······ 뭐, 문제없네.’

 

 

 혹시 몰라 가볍게 그를 살펴본 프레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길게 끈 사건치고는 허무한 결과였다. 상대가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덕분에 방심한 거 같지만.

 그 때였다.

 

 

 [활성제한시간 종료. 개인전투체계를 해제합니다. 사용자는 후유증에 주의하십시오.]

 

 

 담담한 비르발의 말과 함께 온몸에서 은은한 고통이 올라온다. 그와 동시에 후유증으로 인해 격한 근육통처럼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마력을 급히 사용한 대가다. 물론 눈앞의 떡대처럼 마력을 사용하는데 정령의 보조가 없어도 되는 사람은 이런 후유증도 덜할 테지만, 프레이처럼 정령의 보조를 받아야만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있는 사람은 이런 식의 마나 사용 후에 급격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건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는다니까.’

 

 

 프레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씁,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벌써 몇 십, 몇 백 번을 겪은 일이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비켜주십시오!”

 

 

 그 때 한 발짝 늦게 도착한 경비원들이 인파를 헤치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늦게라도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이걸로 대충 일단락 된 것 같군.’

 

 

 피식 웃은 프레이가 그들을 바라보며 슬쩍 몸을 일으켰다.

 

 

 

 

 

 3

 상황정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이전에도 이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대응했던 것이다. 다만 마력사용자들이 이렇게 싸운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고 했다. 하긴, 마력이란 것이 모두에게 있다고는 해도 다루는 것에는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저 미친놈들이 광역기를 썼다는 겁니까?”

 “아뇨, 그······ 몸집이 큰 쪽 만요.”

 

 

 사정청취를 위해 따로 방으로 안내받은 프레이가 진술하자, 맞은편에 앉아 기록하던 경비병이 경악으로 입을 딱 벌린다. 아무리 눈이 돌아가도 그렇지 정도란 게 있는 법이다. 그 떡대 딴에는 당연히 상대가 막을 것이라 생각하고 썼다고 말한 모양이지만 그게 말이나 될 소리인가? 만약 그녀가 본능적으로 피하기라도 했다면, 검기가 민간인들을 덮쳐 대형 참사를 일으켰을 것이다.

 

 

 “허참······ 막아주지 않으셨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경비병이 쯧쯧 혀를 찬다.

 

 

 “마력 사용자들이 자신의 무력을 과신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죠. 요즘 워게임이 열리다보니 온갖 작자들이 사비로 모이기 시작해서 더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워, 게임이요?”

 

 

 또다시 들려온 ‘워게임’이란 단어에 프레이가 의문스럽다는 듯 반문한다. ‘대파괴’ 이후, 영어는 라틴어와 마찬가지로 사어(死語)에 속하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물론 아예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쓰이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뜬금없이 ‘워게임’이란 단어를 들었으니 의문이 안 생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 워게임. 3년 전부터 시작된 대리전쟁 말입니다. 모르셨습니까?”

 “······.”

 

 

 경비병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프레이를 응시했다. ‘워게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처음 본 것이다. 당장 사비로 가는 배편만 해도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이 잔뜩이니까.

 하지만, 프레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다. 물론 단어의 의미야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무언가 행사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의문을 가득 품은 프레이의 모습을 본 경비병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궁금하시면 제가 알려드릴까요?”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그건······.”

 

 

 경비병이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입을 열어 설명을 하려할 때였다.

 

 

 “이봐, 아수스! 진술은 전부 확보했어?”

 

 

 벌컥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온다. 앞에 앉아있는 경비병과 똑같은 푸른 제복에 군모를 쓴 갈색 머리의 여성이었으나, 군모와 견장에 달려있는 계급장은 그의 상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 옛! 막 끝났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상관의 모습에 아수스라 불린 경비병이 흐트러져 있던 자세를 바로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서 정리하고 보내드려. 가뜩이나 피곤하실 텐데 뭘 붙잡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상관의 말에 아수스가 받아 적은 진술서와 서류들을 이리저리 정리하기 시작한다. 상관은 그런 아수스를 신경도 안 쓰고 뚜벅뚜벅 프레이에게 다가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르드말리아호 담당 경비대장, 술란입니다.”

 

 

 프레이가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아, 전 프레이입니다.”

 “예, 프레이. 사건의 해결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가 얼굴에 미소를 띠으며 말하자 프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별일 아닌걸요.”

 “별일 아니긴요.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대참사가 벌어졌을 지도 몰랐을 사건이었습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자연스럽게 방 밖으로 나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프레이가 그 손짓에 따라 방문을 나서 밖으로 나갔다.

 

 

 “수고해.”

 “예, 수고하십시오!”

 

 

 아수스의 목소리가 들리며 술란 또한 방 밖으로 따라나왔다. 술란은 방문을 닫고 한쪽 복도를 향해 손짓했다.

 

 

 “가시죠. 이쪽입니다.”

 

 

 그렇게 말한 술란이 앞장서고 프레이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며 술란이 입을 열었다.

 

 

 “선주님이 정말 감사하다고 가장 좋은 객실을 제공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예?”

 

 

 프레이가 당황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력 사용자들의 전투는 정말 드뭅니다. 더구나 한 명이 민간인들까지 끌어들이려 했었으니, 만약 민간인이 한 명이라도 다쳤다면 회사 입장에서 처리하느라 골치가 정말 아팠을 겁니다. 그에 대한 조치나 후속 방안을 생각해야하니까요.”

 “아······.”

 “하지만, 그걸 프레이님께서 막아주신 겁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죠.”

 “······.”

 

 

 프레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굉장히 곤란하다는 얼굴로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술란 대장님.”

 “예.”

 “전······ 그런 걸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러실 겁니다. 그런 갑작스러운 일에 용감히 나서는 사람들은 이런 대가를 바라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니까요.”

 “제가 먼저 나선 것도 아닙니다.”

 “아, 그 다른 분. 그 분에게도 아마 똑같이 가장 좋은 방을 드렸습니다.”

 

 

 술란이 빙긋 웃으며 그에게 말한다. 어느새 둘은 복도 끝, 경비대 대기소의 정문에 도달해 있었다.

 

 

 “프레이, 당신이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이미 행정적 처리가 된 상황입니다. 당신이 이것을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오히려 저희 입장이 곤란하게 될 겁니다. 그냥 받아주시는 게 어떨까요.”

 “······.”

 

 

 음, 하고 잠시 고민하던 프레이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거부한 이유는 없었다. 처음에 돈을 더 쓰더라도 개인실 표를 사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그저 뭔가 찜찜한(?) 기분이어서 고민했을 뿐이었다. 그러자 술란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안내할 사람을 따로 붙여드리겠습니다.”

 “아, 예.”

 

 

 프레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벌컥

 갑작스럽게 벌컥 정문이 열리더니 일단의 무리가 들어왔다.

 

 

 “새꺄, 얼른 안 따라와?”

 “으으, 어께가······ 어께가 아프다니까요!”

 “잘한 것도 없는 놈이 무슨 엄살을 부려!”

 “아고, 전 이 놈과 무관합니다! 전 광역기 쓸 생각도 없었고 쓰지도 못한다고요!”

 “닥치고 따라와!”

 

 

 당연하지만, 그 일단의 무리는 아까 난리를 피웠던 깡패들과 경비병들이었다.

 

 

 “아, 술란 대장님!”

 “어. 감옥으로 옮기는 건가?”

 “예. 지하감옥 쪽에 처박아둘 생각입니다.”

 “그래, 처리해.”

 “예!”

 

 

 그 때였다.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고 있던 떡대가 술란과 서 있는 프레이를 보더니 눈을 치켜뜨더니 수갑에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이에게 달려들었다.

 

 

 “너 이 새끼!”

 “가만 안 있어?”

 

 

 아까 어께가 아프다던 건 어디로 갔는지 거칠게 몸을 흔들었고 주변의 경비병들이 그에게 들러붙는다.

 

 

 “너 말야 너! 아까 그 새끼지? 이번엔 내가 당황해서 당했지만 다음엔 죽여주마! 각오해, 새꺄!”

 

 

 어지간한 사람은 순간 움찔할 정도로 험악한 말.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떡대의 뒤에 있던 경비병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새꺄, 다음이 어딨어! 항구에 도착하면 감옥에 들어갈 생각이나 해!”

 “크윽, 두고 보자, 진짜!”

 “두고 보긴, 네 인생이나 두고 봐라, 새꺄. 따라와!”

 “진짜 두고 보자! ······아오, 어께는 진짜 아프다고요!”

 “아프긴 개뿔, 지금 잘만 움직이더만!”

 “전 진짜 몰랐다니까요! 처음에 얻어맞고 기절했다고요!”

 “너도 닥치고 따라오라니까!”

 

 

 경비병들은 떡대가 프레이에게 소리를 치든 말든 거칠게 그를 당기며 끌고 갔고, 프레이를 향해 악을 쓰던 떡대가 끌려가며 징징대는 소리와 족제비가 사정사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프레이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사라져가는 그들의 뒤를 바라보았다. 잡혀가면서도 저렇게 당당한 놈은 처음 봤다.

 

 

 “어, 뭐, 저 녀석은 아마 도착하는 즉시 항구 감옥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혈기왕성한 놈이군요.”

 

 

 술란도 프레이 못지않게 어이가 없었는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사라져가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저쯤 되면 아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안내할 사람을 따로 붙여드리겠습니다. 서한!”

 “옛!”

 

 

 술란이 부르자 정문 근처에 서 있던 경비병이 후다닥 달려와 그들의 앞에 섰다.

 

 

 “이 분 객실로 안내해드려. 최상층 객실 4호야.”

 “알겠습니다!”

 

 

 그가 가볍게 군례를 올리고는 프레이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가 정중한 태도로 프레이를 향해 고개를 숙인 다음 정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시죠.”

 

 

 그가 앞장 서 걸음을 옮긴다. 프레이가 슬쩍 옆을 보자 술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프레이는 술란을 향해 가볍게 묵례를 한 뒤 그의 뒤를 따라갔다.

 
작가의 말
 

 -Alone Talk

 

 그렇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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