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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천(四天)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1.8

100년에 한 번 인계(人界)로 내려가는 문이 열린다.
하늘의 천인들이 축복을 땅으로 내려주며 인계의 풍요를 빌고 그들이 비는 제사를 받기 위해.

이 이야기는 문을 열기 위한 일행들의 여행이야기.
하늘 위 네개의 장대한 대륙, 사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1. 화공의 붓과 칼
작성일 : 17-11-11 01:56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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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인계(人界) 그 위에는 날개가 있는 천인들이 살고 있는 비천(飛天)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날개가 없는 천인들이 살고 있는 사천(四天)이 있다.

 

  사천은 다섯 개의 커다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천의 천인들은 누구나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성수를 갖는다.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최고의 파트너로써 성수는 사천의 사람들에게 있어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가족이다.

 

  물론 모든 천인들이 그리 착한 것은 아니다. 약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성수는 버려진다. 그리고 버려진 성수는 아주 끔찍한 이형의 존재로 변모하게 된다.

 

  “정말이지... 끝이 없군.”

 

  렌이 칼에 묻은 검은 피를 떨어내며 투덜거렸다. 그 옆에서 무진은 렌의 움직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검신을 휘두르며 아수라장을 누볐다. 기다란 장검을 휘두르는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살을 가르고, 뼈를 가르고 날카로운 이빨을 분질렀으며 가차 없이 튀어 오르는 내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움직였다.

 

  “너는 그만 쉬고 있어.”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야.”

 

  무진의 말에 렌이 투덜거렸다. 이 빈약하기 그지없는 여운의 몸으로 싸우려니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그만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자꾸만 어디선가 나타나 달려드는 야차들이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난도질에 칼날이 조금 무뎌진 것인지 뼈를 가르는 것이 시원찮아지자 렌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내일 여운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삐그덕거리는 몸을 겨우 움직이며 렌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무진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렇게 몸을 사리라고 했건만! 지금 상황에서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진은 영 못마땅했다. 가뜩이나 감기도 다 낫지 않았는데 설마 다시 심해지는 건 아니겠지?

 

  “으와~ 우리가 이름난 야차꾼이라는 걸 어디서 소문이라도 듣고 온 모양이야.”

 

  지금 이 상황에 장난이라도 치고 싶은 것인지 렌의 입은 쉴 줄을 몰랐다. 마치 재미있는 상황과 마주한 듯 어린아이처럼 렌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분명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분명함에도 어디엔가 여유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여운의 몸에 상처라도 입혀봐.”

 

  “과보호라니까. 그리고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아저씨.”

 

  날카로운 발톱이 눈앞까지 다가온 것을 겨우 막고 나서 렌은 줄줄 흐르는 땀을 훔쳤다. 몸에 점점 열이 오르는 것이 좋지 않았다.

 

  “야, 무진. 이거 좀 위험한 거 같은데...?”

 

  열이 오르기 시작하며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렌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그야말로 바로 죽음이었다. 죽지 않더라도 나중에 어마어마하게 아플 것이며 무진에게도 깨질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이렇게 뻗을 수는 없었다.

 

  “청룡!”

 

  무진은 서둘러 소리쳤다. 그러자 어디선가 푸른빛의 용이 나타나 야차들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 기다란 몸으로 야차들을 묶어버리고 그 단단한 턱으로 물어뜯었으며 유연한 꼬리로 과감히 내리쳤다.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렌은 허탈한 듯 웃었다. 저렇게 좋은 게 있으면 진작 꺼낼 것이지 뭐하러 이렇게 아끼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쉽게 꺼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

  여운은 눈을 깜빡였다. 뿌옇게 바래진 시야가 흔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르겠지만 온 몸이 쑤시고 아파왔으며 열이 올라 머리가 멍했다.

 

  “진아...”

 

  “깼어?”

 

  무진은 굳이 여운인지 렌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 눈을 뜬 것이 여운임을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여운은 자신이 기대고 있는 무진의 어깨에 잔뜩 묻어 있는 검은 피를 바라보았다. 아직 축축하게 젖어있는 옷의 감촉이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아... 돈은 그림을 그려서 마련할 거라고 했는데.

 

  여운은 싸우는 것이 싫었다. 그것이 야차라고 할지라도.

 

  “싸우지 말라니까.”

 

  “달려드는데 그럼 어떻게 해.”

 

  “그건 그렇지만...”

 

  무진은 여운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야차들은 본디 성수. 버려진 성수들이 슬픔과 분노로 변한 것이 야차였다. 천인이 자신의 성수를 버리지 않으면 야차는 생기지 않는다. 성수와 마찬가지로 야차 역시 번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야차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성수를 버리는 천인들이 많다는 것. 그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들을 죽이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여린 여운은 다른 방법을 찾고자 했다.

 

  “다치지는 않았지?”

 

  여운이 말을 돌렸다. 무진 역시 야차들을 죽이는 것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운과 무진이 살고 있는 자그마한 마을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네 몸 걱정이나 해.”

 

  딱딱한 대답에 여운은 눈을 감았다.

 

  “...렌... 이 나왔었어?”

 

  무진은 답하지 않았다.

 

  “역시나.”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비단 무진에게서만 나는 냄새는 아니었다. 명백히 자신에게서도 이 코를 찌르는 냄새가 역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손도 아렸다. 붓을 쥐고 그림 몇 장 그렸다고 손이 이렇게 아플 리가 없었다. 아파오는 부위도 붓을 오래 쥐었을 때 아픈 곳과는 달랐다.

 

  무진의 반응을 살피던 여운은 렌이 나와서 꽤나 신명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빼꼼 고개를 들어 본 무진의 옆얼굴이 열 기운에 아른거리는 시야 속에서도 잔뜩 일그러져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혼낼 거야?”

 

  “누가 혼날 것 같아?”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여운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이대로 다시 잠을 잔다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빌어먹을 허약체질.

 

  “나겠지?”

 

  “잘 아네.”

 

  ‘한 번만 봐줘!’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많이도 써온 말이라 돌아올 대답이 ‘한 번이 아닐 텐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 자.”

 

  “화림(花林)에 가자.”

 

  “화림에?”

 

  갑작스런 여운의 말에 무진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화림은 열다섯이 된 사천의 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는 곳이었지만 열일곱인 여운은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심지어 무진 조차도 다녀왔는데도 불구하고 여운만은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몸이 다 나으면.”

 

  무진의 답변에 여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가지 말라고 말리지 않았으니 지금 아픈 몸만 나으면 화림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펄쩍 뛰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이번에 허락한 것이 이상했지만 여운은 그래도 좋았다. 그냥 한 번 물어본 건데,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물은 것인데 허락을 받았다. 너무나도 뛸 듯이 기뻤다.

 

  “그럼 나도 이제 겨우 만날 수 있겠다.”

 

  “...”

 

  다시 발걸음을 옮겨 집에 도착한 무진은 여운을 눕혔다. 용케 그 때까지도 잠들지 않은 여운이 무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진짜 약속한 거야?”

 

  “그래.”

 

  무진은 짧게 답하고 방에서 나와 마당을 서성였다.

 

  열다섯이 되던 날, 여운은 화림에 가려고 했었다. 먼저 생일을 맞이한 무진이 홀로 화림에 다녀온 그 날의 일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너무나도 붉었던 그 날의 잔상이 떠올랐다. 무진은 자신이 지금 딛고 서있는 이 마당이 붉게 물들었던 그 날을 떠올렸다.

 

  평소에 크게 소리 한 번 질러본 적 없는 여운의 절규가 다시금 귓속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대문을 열자마자 보인 그 참혹한 광경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무진은 주먹을 쥐는 수밖에 없었다.

 

  “화림에 간다는 말을 꺼냈다는 건...”

 

  이제 괜찮아 진걸까?

 

  여운에게 묻지 않은 말을 중얼거리며 무진은 막연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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