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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집사와 남편 사이
작가 : 루야
작품등록일 : 2017.11.7

메이블 공작, 비올레타 메이블에게 7살 이전의 기억은 없다.

그녀의 나이 7살, 죽을 뻔한 비올레타의 앞에서 부모는 걱정 하나 하지 않았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죽을뻔한 너를 살린 사람은 황제 폐하이니 그 분께 평생을 바쳐라.'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노예처럼 부려지는 것에 불만을 가졌고 스물이 넘은 후로는 반항심이 생겼다. 하지만 무려 7살 때부터 지속된 세뇌는 그녀를 당당해질 수 없게 만들었다.

26살, 19년 동안의 속박을 마침내 예정된 죽음으로서 벗어나게 된 그녀. 행복한 삶은 고사하고 그저 죽음으로 도망칠 생각 뿐이었는데...

'저는 주인님의 충직한 종복이니까요.'

그대는 왜 내게 다가오는가.
마음을 열어 내 뒤를 맡기고 했건만 그대는 왜 존재하지 않을 나의 미래를 이야기하는가.


[ 시한부여주, 공작여주, 무심여주, 흑막남주, 여주호구남주, 남주후보 아마도 셋, 조금의 힐링물(잔잔X), 피폐물ㄴㄴ 초반부에 살짝 스릴러, 새드엔딩 아니에요 :D ]

-표지는 shutterstock!
-조아라와 동시 연재중..!

 
4화. 이상한 집사님
작성일 : 17-11-10 22:0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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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멜라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혹시라도 꾸지람을 들을까 전전긍긍하는 게 눈에 다 보일 정도였다.

 

  “편하게 앉게, 그저 잠시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러니.”

 

 비올레타는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며 반대편 소파에 몸을 뉘였다. 엉거주춤 소파에 앉은 카시멜라가 하명하시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카시멜라, 집사 노엘이 어떤 사람인 것 같았나?”

  “예? 어떤…… 사람이라뇨?”

  “대충 삼 일 정도 본 소견으로, 그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보였나?”

 

 잠시 고민하던 카시멜라는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덧붙이는 말에 아주 작은 애정이 묻어 있었다.

 

  “오히려 다정한 사람입니다. 가끔 악동처럼 굴 때도 있었지만 귀여운 장난에 가깝죠.”

 

 노엘을 아들같이 생각하고 있는지 중년 여인은 흐뭇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올레타는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노엘의 나이가 어떻게 되나?”

  “아마…… 올해로 스물아홉 일 겁니다.”

 

 내년이면 서른 줄에 접어드는 사람치고는 참 젊어 보인다, 비올레타는 그가 끽해야 자신과 비슷한 연배일거라는 생각을 재빨리 접었다. 하기는 미에타 백작의 나이가 육십을 넘었는데 막내아들이 서른 정도는 되야 정상이었다.

 

 비올레타가 생각에 잠긴 듯 더 이상 말이 없자 카시멜라는 자신이 아는 이야기들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오자마자 후원을 직접 가꾸는가 하면, 폐허가 되다시피 한 첫 번째 별채를 청소하는 데에 앞장서니……. 다들 어제의 실수만 아니면 세상에 이런 완벽한 집사가 어디 있겠냐며 숙덕이고 있답니다.”

 

 카시멜라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작게 말했다.

 

  “어제는, 제가 너무 당황해 감히 각하의 앞에서 천박한 말들을 꺼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길.”

  “어제 일이라……. 글쎄,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

 

 비올레타는 노엘에 대해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기분이 들어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새 집사를 맞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뭐였더라.

 

  “아, 그는 계약서를 작성했겠지?”

  “맞다, 맞다. 각하께서 오시면 하겠다고 말해서 남겨두었는데 제가 나가서 얼른 노엘을 찾아오겠습니다.”

  “그대는 가서 일을 봐, 내가 바쁜 이를 너무 잡아두었군. 집사는 시간이 남는 내가 찾으러 가보지.”

 

 카시멜라가 전 보다는 훨씬 편안해진 자세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굳은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각하. 노엘은 아마 후원에 있을 겁니다. 그곳을 가꾸는 일에 빠진 듯 했습니다.”

  ‘시녀장은 사람을 쉽게 믿는 구석이 없잖아 있군.’

 

 집무실 책상 위의 서류들을 도로 편지에 집어넣어 정리하며 비올레타가 생각했다.

 

 카시멜라를 물리고 그녀가 부른 이는 리크였다. 정보길드에 노엘 미에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라는 것이 그녀의 명이었다.

 

  “명 받듭니다.”

 

 리크는 비올레타의 의심을 이해한다는 듯, 노엘을 조사하는 이유를 묻지 않고 빠르게 물러갔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잠시 동안 쉬던 그녀는 노엘을 찾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지들은 저녁쯤에 황궁에서 내려온 기사에게 돌려주면 될 것이고…… 당장은 노엘을 찾으러 가야했다. 할 일을 끝냈으니 이 정도는 노닥거릴 권리가 있었다.

 

 그녀는 얇은 겉옷을 걸치며 집무실을 나섰다. 후원은 보통 본채와 별채 사이에 있었으니 그곳으로 가볼 생각이었다.

 

 켈브의 센 바람보다 부드럽고 소금기가 적은 산들바람이 약하게 불었다. 참 좋은 날씨였다. 햇빛은 조금 더운 듯 뜨거웠으나 바람은 시원해 볕에 나와 있으면 따듯하고 그늘에 있으면 서늘한.

 

 수도에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비올레타는 무의식적으로 바람을 잡으려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바람이 줄지어 빠져나갔다. 상쾌하고 유쾌한 7월의 마지막 날, 8월에 접어들면 후덥지근해질 날씨를 생각하며 그녀는 쓸모가 없어진 겉옷을 벗어재꼈다.

 

  “좋구나, 진작 이런 곳에 왔어야 했어.”

 

 자연을 느끼며 느리게 발걸음을 옮긴 사이, 비올레타는 어느새 후원에 다다라 있었다. 그녀는 겉옷을 왼팔에 걸치며 드넓은 후원을 둘러보았다. 노엘의 빛나는 백금발을 눈에 잘 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화려한 꽃들 사이의 보호색이 된 듯 했다.

 

 비올레타는 큰 소리로 노엘을 부르려다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런 전경이…….”

 

 가운데에는 흰 대리석으로 조각된 화려한 분수가, 그 주위는 총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갖가지 꽃들이 아름답게 자라나고 있었으며 분수로 향하는 네 개의 길은 철심을 따라 자란 장미 덩굴에 휩싸여 흡사 동화에나 나올 풍경이었다.

 

 메이블 저택에도 후원은 있었지만 관리하는 사람이 그리 열심이지 않아 평범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 곳을 보라, 감히 황제의 후원과 비교해도 될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비올레타는 홀린 듯 장미 덩굴로 다가갔다.

 

 개화시기가 거의 끝나감에도 장미는 아직도 탐스럽기만 했다.

 

 정원사가 누군지는 몰라도 흰 장미를 바탕에 푸른 장미, 붉은 장미, 분홍 장미, 주황 장미, 초록 장미, 보라 장미, 검은 장미를 장식해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비올레타가 분수로 가는 길을 쭉 따라 흰 화분에 하나씩 피어 있는 검은 장미로 살짝 손을 뻗었다.

 

  “다치십니다.”

 

 셔츠를 걷어 올린 누군가의 팔이 그녀를 막아섰다. 퍼뜩 정신을 차린 비올레타는 이상하게 행동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장미가 언제나 피도록 마법으로 관리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법이 항상 머물고 있어 오는 사람을 이성과 멀어지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더군요.”

 

 노엘이 왼손에 커다란 화분 하나를 들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비올레타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진한 꽃향기를 털어내려 머리를 흔들어버린 후, 그를 마주했다. 아까는 완벽히 깨끗한 차림새로 차를 가져다주더니만 지금은 흰 셔츠에 흙이 묻은 것을 털 생각도 없는 듯 했다.

 

  “저를 찾아 오신건가요?”

 

 비올레타의 시선을 의식한 노엘이 화분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흙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노엘은 습기에 살짝 가라앉은 머리까지 제대로 정리하자 좀 집사처럼 보였다. 자신이 온 이유를 다시 상기한 비올레타가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들어서.”

  “아, 그랬죠.”

 

 완전 까먹고 있던 것을 깨달은 사람처럼 노엘이 손을 튕겼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샨! 시얀-!”

  “……예? 예! 집사님!”

  “내 방에 가면 테이블 위에 종이 하나하고 깃펜이 있을 테니 그걸 가져와요!”

 

 어디 있었는지 모를 작은 꼬마가 장미 덤불에서 불쑥 솟아오르더니 쪼르르 달려갔다. 노엘은 자연스럽게 다시 화분을 집어 들었다.

 

  “이 정원은 메이블 가의 시조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해져 옵니다.”

 

 커다란 분재를 제자리에 놓으며 노엘이 말했다.

 

  “연인이 선물한 장미들을 심은 이 정원이 완공된 후에야 메이블 가의 시조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는데.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주인님?”

  “그래서 그들은 어찌 되었다던가?”

  “매정하시긴.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노엘은 이제 가지치기용 가위를 들었다. 낮은 발판을 밟고 올라간 그가 너무 자잘하게 자란 장미들이나 가지들을 잘라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유일하게 노란 장미를 심지 않은 이유도 아십니까?”

 

 또 전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비올레타는 바닥에 떨어진 장미들을 쭉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찌 알겠어.”

  “그녀는 완벽한 청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질투, 시기의 꽃말이 있는 노란 장미를 제외한 겁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노엘이 작은 가위를 들어 이파리들과 꽃봉오리를 정리하며 적당한 장미 하나를 골랐다. 색깔은 은은한 파란색이 돋보이는 블루로즈였다. 발판에서 내려온 노엘은 비올레타의 앞으로 그 장미를 내밀었다.

 

 블루 로즈의 꽃말은 ‘기적’.

 

  “쾌차하십시오, 주인님. 오래도록 제가 당신을 모실 수 있도록.”

  “그…… 래.”

 

 비올레타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장미를 받아들었다. 노엘이 발판을 밟고 올라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후원의 저편에서 시얀이라는 꼬마가 나타났다. 꼬마의 손에는 흰 종이 두세 장과 깃펜 하나가 들려있었다.

 

 시얀이 쪼르르 달려오며 소리쳤다.

 

  “가져왔어요! 집사님!! 근데 계약서가 좀 이상하던데요?”

  “잘했어요, 그리고 내용이 이상한 건 제대로 가지고 온 거 맞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시얀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받은 노엘이 총 두 장으로 이루어진 계약서를 훑어보고 비올레타에게 내밀었다. 입가에는 사람을 홀리는 귀신처럼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는 별 반응이 없었다.

 

 비올레타는 분명 형식에 맞는데 어째서 이상하다고 하는 건지 모를 계약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집사는 하루 세 끼, 주인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대접할 권리가 있다?”

 

 앞 장은 정상적인 노동계약서였다. 그러나 뒷장부터는 내용이 가관이었다.

 

 집사는 주인에게 차를 대접할 권리가 있다, 집사는 주인의 건강을 걱정하고 챙길 권리가 있다, 집사는 모든 일에서 주인을 최우선시하고 가장 먼저 생각할 권리가 있다. 집사의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기에 더욱 이상한 계약서였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가는 비올레타의 표정이 어그러졌다. 이거야 원 고용주와 고용인이 뒤바뀐 계약서였다. 집사의 ‘권리’가 더 많은, 하지만 그 ‘권리’가 요구하는 내용은 고용주를 챙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기에 뭐라 책할 수도 없었다.

 

  “주인님께서 자신을 돌보길 거부하실까 두려워 넣은 조항이니 이해해주십시오.”

 

 숱 하게 많은 사기를 쳐 본 이처럼 매끄러운 변명이 튀어나왔다. 비올레타는 제 눈을 의심하며 마지막 문항까지 꼼꼼히 읽었다. 마지막 문항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집사는 주인의 완치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권리가 있다.’

 

 비올레타의 완치는 의사의 소견 상으로 불가능했지만 그녀는 그저 첫 번째 장, 싸인란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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