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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6
작성일 : 17-11-10 20:54     조회 : 287     추천 : 2     분량 : 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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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너럭바우가 흑단들소의 등에 누워 나무그늘 너머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들이 완전히 움츠러들었다. 그가 보기에 작게 반짝이는 모습도 썩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곧바로 아주 나쁜 생각을 한 것처럼 침울해한다. 봄단풍 아씨가 사람들과 광주리를 들고 찾아올 때가 되었는데도 소식을 알 수가 없어 더 불안하다. 그녀는 유독 추위를 많이 탄다. 너럭바우는 봄단풍 아씨의 손을 붙잡고 호 불어주고 싶다.

 "아저씨. 별들이 전부 죽어버렸어요. 봄비 씨는 언제쯤 도착할까요? 서로 싸우지 못하게 말려야 하는데..."

 어르신은 아이의 말에 슬쩍 잠이 달아난다. 작게 몸을 떨더니 등에서 너럭바우를 내려준다.

 "내 아이야. 너는 이제 나무줄기로 갈 때가 되었다. 앞으로 이 곳에 다시 찾아와서는 안된다."

 느리게 일어나는 어르신께서 아이를 코로 툭툭 밀어 배웅한다. 너럭바우는 쫓겨나는 기분이 든다.

 "결국 싸울 생각이군요. 그러지 마세요. 제가 봄비 씨를 말릴 수 있어요. 제가 봄비 씨께 말씀드릴게요. 아저씨가 절대로 해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할게요."

 흑단들소는 답지 않게 슬픈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너럭바우의 눈높이로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다. 어르신으로써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다.

 "내가 약속했잖니. 나는 봄비와 절대 싸우지 않을 거란다. 걱정말고, 그늘 가운데로 가 있으렴."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나무줄기로 가면 아씨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하지만 너럭바우는 먼저 봄비를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29.

 동백꽃 씨는 아직 기력이 채 돌아오지 않았다. 나이든 몸을 이끌고 눈밭을 헤쳐오다보니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시퍼랬던 살갗에 혈색이 돌아서 다행이다. 장정들은 번갈아가며 노인을 지게에 짊어지고 가기로 했다. 잿빛양털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탓에 별 수 없이 지게에 올랐다. 봄비는 지게에 쪼그려앉은 채로 눈을 맞는 동백꽃 씨에게 털가죽을 덮어주려 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호의를 거절할 자존심이 남아있다.

 "춥지 않으시오? 이거라도 덮는 편이 나을텐데."

 "내 걱정은 마시오. 가죽도 필요없고, 당신네들 고깃국물도 필요없으니."

 옆에서 지켜보는 잿빛양털 씨가 또 이죽거린다.

 "그럴 거면 어르신들을 찾아뵐 일이지, 왜 굳이 우리를 찾아오셨소?"

 평소의 동백꽃 씨답지 않게 별다른 반응이 없다.

 "별빛이 완전히 지고 나서도 나와 씨족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렸소. 낮이 찾아오질 않으니 며칠이 지났는지는 알 수가 없군. 하지만 어르신들도 하늘을 올려본다면 우리가 어떤 지경에 있는지 알 거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기다린 거요. 한 분이라도 오셔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이라도 가지길 기대했습니다."

 봄비가 비아냥거리려는 잿빛양털 씨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는다.

 "이해합니다. 그 기분. 하지만 항상 우리가 찾아뵈었지, 그 분들이 온 적은 없었소. 단 한 번도."

 동백꽃 씨가 다시 흐느낀다. 분위기를 읽을 정도로는 술이 깼는지 잿빛양털 씨도 아무 말을 않는다. 봄비가 그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위로해보지만 어느 누구든 그렇듯이 손길을 한 번 받고 나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법이다.

 "묻고 싶겠네요. 우리를 사랑한다면서 왜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는지."

 말소리가 없어지고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봄비가 다시 말을 꺼냈다.

 "잿빛양털 씨. 술이 깼으면 이제 그만 지게에서 내려오시오."

 

 30.

 나무그늘이 거의 가까워질 무렵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야영지를 차린다. 가죽 천막이 둘러지고 불 때는 연기가 곳곳에 피어오른다. 씨족 우두머리들은 낙오자와 동사자들을 파악하고 물자를 점검한다. 몇몇 사람들은 끼니를 해결하고 나서도 천막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하늘의 나뭇가지를 바라본다. 나바재 씨는 오늘도 봄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봄비 씨. 내가 볼 땐 능소니 님께서 그 옛날 별을 만들 때 생각이 짧았던 것 같소."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오?"

 "우리들이 누리던 별빛은 하늘 위에 홀로 떠있지 않습니까. 어떤 꽃도 땅에서 캐내고 나면 시드는 법이지요. 우리들의 별도 그와 마찬가지로 시들어버린 셈입니다. 당연한 결과요. 하지만 저 나뭇가지에 달린 꽃들은 아직도 멀쩡하네요."

 봄비가 듣기에 그럴싸한 이야기다. 왜 굳이 능소니 님은 나무가 아니라 곧 시들어버리는 별을 만들어주신 걸까?

 "생각이 짧았다기보다는, 그만큼 급하셨던 거겠지."

 그가 말린 열매를 하나 꺼내어 씹는다.

 "저런 나무로 자라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이 지나야 하는지 헤아려본 적 있소? 할머니께서 아버지를 낳을 때 심으신 나무도 이제 겨우 내 키만해졌다오. 저 산 만한 나무가 되려면, 가지를 뻗고 꽃이 피게 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지금 능소니 님도 어디 먼 곳에서 나무나 키우느라 못 오시는 건지도 모르겠소."

 "하하하. 그럴리가 있겠소."

 열매를 다 먹어갈 무렵 봄비는 벌판에서 너럭바우가 뛰어오는 걸 목격한다.

 "살아있었구나."

 봄비는 그 동안 자신이 너럭바우에 대해서는 생각도 않고 지내온 걸 알아챘다. 이런저런 바쁜 일이 있었다는 핑계를 대는 것조차도 미안해진다.

 "별들이 다 지고 난 뒤에는 어르신들과 같이 있었구나. 잘 지냈느냐."

 너럭바우가 무릎에 손을 대고 헉헉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봄비는 그가 숨을 고르도록 기다려준다.

 "봄비 씨. 정말로 어르신들을 해칠 생각인가요?"

 "우리가 들어오는 걸 곱게 두고보실 분들은 아니란다. 오는 길에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많이 봤을테니 너도 잘 알 거다. 나무그늘로 들어가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죽고 만다. 하지만 나무그늘로 들어가려면 그 분들을 쫓아내야 해."

 "그렇지 않아요. 아저씨가 저한테 약속했어요. 봄비 씨를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싸우지 않아도 돼요."

 봄비는 그렇게 약속한 어르신께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생각해본다. 아마 지금 자신의 표정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어 봄비는 너럭바우를 품에 안는다. 보여주고 싶지 않다.

 "미안하구나."

 나바재 씨는 어린아이가 한심해보인다.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어르신들을 나무그늘에서 모두 쫓아낼 거야."

 "어째서죠? 그냥 안 싸우고 사이좋게 살면 안되나요?"

 "넌 여기 모인 열 여덟 씨족 사람들이 모두 몇 명인 줄 아니? 다 합쳐서 만 명 하고도 천 명은 더 될 거다. 우리들 중 절반만 저 땅에 들어간다고 해도 굶어죽지 않으려면 농사를 지어야 해. 그 뿐이냐? 집도 지어야지. 울타리도 둘러쳐야 한다. 어르신들이 좁아터진 땅을 두고 네 것이네 내 것이네 하는 꼴을 두고보실 것 같으냐?"

 너럭바우는 그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르신들께서 우릴 사랑하시듯이, 우리도 그분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살려면 다른 방법은 없단다."

 봄비가 뭔가 떠오른듯이 나바재 씨를 돌아본다.

 "나바재 씨. 뭔가 잘못 알고 있군요. 나는 어르신들을 나무그늘에서 쫓아낼 생각이 없습니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거요? 하긴, 농사지어 수확한 것들을 드리면 어르신들도 그렇게까지 넓은 땅이 필요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 분들께서 순순히 따를 거라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그는 나바재 씨의 반문을 듣더니 한 숨을 내쉬고는 미소짓는다.

 "내 말은 그게 아닙니다."

 봄비가 너럭바우의 까까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어르신들을 다 죽일 생각이오."

 

 31.

 너럭바우가 우는 모습을 보긴 처음이다. 하지만 봄비는 달랠 수가 없다. 나바재 씨는 아예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봄비 씨. 지금 다 죽인다고 했소? 어르신들을? 그런 말이 당신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미 여러 번 벌판에 불을 지르겠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밭을 갈려면 갈대밭은 화전을 일구는 편이 나으니까요."

 너럭바우가 그 말을 듣더니 더 큰 소리로 운다. 그러자 천막 안에서 우어어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잿빛양털 씨가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지르는 소리다. 숙취 때문인지 소리가 유독 신경질적이다. 봄비가 뒤늦게 우는 아이를 쓰다듬고 어르고 껴안고 들었다 놓았다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나바재 씨도 조금 마음이 흔들린다.

 "아이야. 네가 이렇게 운다고 이미 정해진 계획이 바뀌지는 않는단다. 투정부릴 나이는 지났잖니."

 "나바재 씨. 입 다무세요."

 봄비가 너럭바우의 입을 틀어막고는 천막 안으로 데려간다. 괜히 면박을 받은 나바재 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팔짱낀 채 혼자 남았다.

 

 32.

 잿빛양털 씨는 의외로 우는 아이 어르는 재주가 좋다. 너럭바우가 금방 울음을 그친다.

 "원래 우는 아이들은 좀 떨어져서 침착하게 지켜보면 이렇게 금새 멈춘다오."

 봄비는 그가 알려준 방법을 잘 기억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도 그치지 않을 때는 주먹으로 한 대 쳐주면 단숨에 조용해지지."

 세상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있다.

 "봄비 씨는 이제 준비할 때가 된 것 같군요. 창 충분히 챙기시고, 다 던지되 하나는 남겨놓는 걸 잊지 마시오."

 "고맙소. 당신은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럼 이제 야영지로 돌아갈 셈인가요?"

 잿빛양털 씨가 너럭바우에게 털복숭이 개를 안겨주며 일어난다.

 "원래는 불을 지르는 것만큼은 말리고 싶어서 따라온 거요. 하지만 당신이 말린다고 하지 않을리가 없지. 여기서 내 볼 일은 끝났소."

 그가 봄비를 가볍게 껴안고 등을 두드려준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남아있을거요. 봄비 씨. 이 숲으로 도망쳐온 건 우리 뿐만이 아니오. 당신이 싸우는 동안 난 이 곳으로 몰려들 승냥이 떼들을 사냥할 겁니다. 아픈 사람과 노인, 아이들을 지킬 사람이 더 필요할 테니까."

 "그럼 이 곳은 믿고 맡기겠습니다."

 창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든다. 봄비가 신호하면 저 너머의 갈대밭으로 갈 준비가 되어있다. 바람은 흑단들소들을 향해 불고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 그는 바람이 더 거세지기를 기다린다. 지금이다.

 "갑시다!"

 

 33.

 잿빛양털 씨는 혼자 뒤돌아 앉은 채 별들에 남아있던 미약한 빛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반짝임이 영영 죽어버렸다. 어둠을 얼빠진 채로 바라보던 그가 겹겹이 쌓여 들리는 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다. 그 순간 잿빛양털 씨는 죽은 별들이 다시 빛나는 것을 알아챘다. 살아난 건 아니다. 그 때의 빛과는 다르다. 멀리까지 비추는 밝음이 아니라 불타는 노란 색이다.

 

 34.

 스물 세 개의 별들이 꼬리를 그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작가의 말
 

 '별똥별'이라는 구상 자체는 2년 전에 완성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키보드를 두드려 이야기로 만들어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부분들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두드리는만큼 명료해지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구상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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