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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흔한 양판소 세계의 클리셰 사냥꾼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11.9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
요즘 핫한 키워드들은 다 들어가 있는 양판소 세계.
하지만 짜여진 대로 흘러갈지는 글쎄요. 파란만장 퓨전 판타지의 시작.

 
막간 : 이 세계는 신도 정상은 아니다.
작성일 : 17-11-10 17:55     조회 : 274     추천 : 3     분량 : 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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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론이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다. 그것은 허허벌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나무도, 땅도, 스치는 바람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아론의 마지막 기억은 벤자민에게 가슴을 꿰뚫린 자신의 모습이었다. 무심결에 가슴을 만지던 그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구멍이 나있어야 할 부분이 깨끗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뭐지? 나는 분명 죽었을 텐데…. 으헉?!’

 

 연이어 놀라는 아론. 이번에는 이십년간 허전했었던 왼팔의 존재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만지고 있는 오른팔도 도끼에 잘리지 않았던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잠시 후 냉정을 되찾은 그는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후세계라도 되는 건가. 그런 것 치곤 정말 아무것도 없군.’

 

 아론이 그런 결론에 다다랐을 때였다. 어떤 존재가 인기척도 없이 그 앞에 나타났다.

 

 “…….”

 

 무언가 낌새를 느끼고 고개를 든 아론. 그는 대경실색하며 용병시절 때 익은 욕설을 내뱉었다.

 

 정신을 차린 뒤 빠른 시간 안에 연달아 놀랐던 아론이었지만 이번이 그 정도가 가장 컸다.

 

 “아이 시발! 깜짝이야!”

 

 “…….”

 

 “죄…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요. 그런데 누구신지?”

 

 아무 기척 없이 사람을 놀래 키는 것도 무례이긴 마찬가지지만, 아론은 따지지 않고 즉시 사과했다. 아무리 험한 용병생활로 입이 걸걸해지긴 했으나, 여성에게 함부로 욕을 내뱉을 정도로 무뢰한은 아니었다. 게다가…

 

 ‘예…예쁘다. 사람이 맞나?’

 

 힐끗-

 

 자신 앞에 서있는 여인은 감히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아론이 십대 소년도 아니고, 불혹에 가까운 나이였다. 당연히 여자의 미색에 홀릴 정도로 허투루 나이를 먹은 사람은 아니었다.

 

 꿀꺽.

 

 아론은 침을 한번 삼키고 용기를 내 여인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신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찬란한 빛을 내뿜는 금발금안. 길쭉한 몸매에 얇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조금도 천박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실로 인세에 보기 드문 아름다움이라도 칭해도 좋으리라. 자신에게 처음으로 충격을 주었던 성녀 베아트리스도 결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표정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전혀 없어서, 인간미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게 흠이랄까.

 

 “저는 자카님의 사도 에딧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에딧이라고 소개한 여인의 목소리 자체는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웠으나, 고저가 없고 딱딱했다.

 

 “자카님이 라고요? 제가 아는… 그 신?!”

 

 “그렇습니다.”

 

 “…….”

 

 「자카」는 오르비스 대륙 사람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도 그럴게 이 세계를 만든 창조신의 이름이었으니까.

 

 “…하하. 지금 농담하는 거죠?”

 

 “저는 농담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

 

 아론은 탐색하듯 에딧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그녀는 처음과 같은 무표정이었으며, 마음의 창구라는 눈은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빛이 감돌고 있었다.

 

 “…하하. 잠시 만요.”

 

 아론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래라면 에딧의 말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겠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녀가 풍기는 강렬한 존재감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론은 한참을 가만히 서있었고, 에딧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래. 전생했다는 미친놈도 만난 판국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나름의 결론을 내린 아론은 한결 나아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에딧 그렇다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짐작하셨겠지만 아론님은 이미 죽은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영멸되어지거나, 운이 좋다면 지금의 기억들은 소거한 채 환생할 수도 있겠네요.”

 

 “……,”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에딧과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하는 아론. 저 말이 사실이라면 영멸 되는 것도 당연히 두려웠지만, 기억을 잊고 환생하는 것도 안 될 일이였다. 자신은 반드시 갚아 주어야할 빚이 있었으니까.

 

 아론의 고민은 깊지 않았다. 당장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다.

 

 “부탁입니다. 사도님. 제 기억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그건 제 능력 밖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보잘 것 없는 영혼이라도 바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무리… 잠시만….”

 

 아론의 절절한 외침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려고 했던 에딧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표정이라고 부를만한 게 생겼다.

 

 “…놀랍군요. 자카님이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네?”

 

 아론은 의아함에 무릎 꿇은 그 상태로 에딧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얇은 가슴 천 사이에서 무언가를 신중한 모습으로 꺼냈다.

 

 “…….”

 

 아론은 황당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작고 귀엽게 생긴 검은 고양이었다.

 

 “예를 표하시지요. 이분이 바로 창조신 자카님이 십니다.”

 

 “…….”

 

 에딧이 아무리 근엄하게 말해봤자, 아론은 쉬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불과 좀전에 모든 것을 믿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저 흑묘가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이라니. 자신의 입은 열려있었지만 너무 황당해서 소리가 되어 나오지는 않았다.

 

 고양이는 에딧의 손에서 얌전히 있다가 그녀의 어깨로 기어 올라가 아론을 내려다보았다.

 

 “안녕? 난 네가 찾는 그 신 맞으니까 너무 놀랄 것 없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묘(靈妙)한 동물로 묘사되어왔지. 이것도 일종의 클리셰라고 할까.”

 

 “…….”

 

 아론은 충격이 너무 커서 고양이가 말을 한다는 것에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고 오로지 저것이 정말 「자카」가 맞을까하는 의문뿐이었다.

 

 흑묘는 그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멍청한 놈! 쉽게 말해 내 기분에 따라 이런 모습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왜? 귀엽잖아? 귀여운 것은 진리다.”

 

 “…….”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마치 돌팔이 사기꾼 같다. 더욱 신뢰를 잃어가는 것을 느끼며 낙담하는 아론.

 

 “나 맞다니까, 그러네. 믿어라. 믿으면 복이 올 것이니.”

 

 “…….”

 

 능글거리며 말하는 고양이. 아론은 한동안 그대로 있다가 한숨을 푹 쉬고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보더라도 신에게 취하는 인간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불경한 태도였다.

 

 “…으음. 그러니까 자카님?”

 

 -끄덕끄덕

 

 아론의 부름에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흑묘. 그 깜찍한 모습에 아론은 다시 한 번 작게 실망했지만,일단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음. 원래는 다시 엑스트라로 환생시킬 작정이었다.”

 

 “…….”

 

 아론은 ‘엑스트라‘라는 뜻은 몰랐지만 환생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다. 다행이 영멸되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지만 아직 좋아하기는 일렀다.

 

 ‘잠깐 원래는 이라고?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아론은 고양이의 숨은 뜻을 파악하고 경악했다.

 

 “걱정마라. 네가 생각하는 최악의 결말은 없을 테니.”

 

 아론은 자신의 생각을 뻔히 들여다 본 것 같은 고양이의 말투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리고 저 괴상한 짐승이 창조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새끼. 더럽게 의심 많네. 그만 돌아갈까?”

 

 고양이가 다시 에딧의 가슴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아론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믿습니다! 자카님! 믿습니다!”

 

 “…….”

 

 샐쭉한 표정으로 다시 에딧의 어깨로 올라가는 고양이. 그리고선 퉁명하게 말했다.

 

 “그래. 다시는 의심하지 마라. 상처받으니까.”

 

 “…쿨럭.”

 

 …신도 상처를 받나? 그런 의문이 잠깐 아론의 머리를 스쳤다. 그러자 표정이 다시 안 좋아지는 흑묘. 그는 질겁하며 이 ‘신‘이 삐치기 전에 그 생각들을 빠르게 지웠다.

 

 “음.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원래는 기구한 네 삶을 가엾게 여겨 기억을 지우고 환생시킬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그건 순전히 네가 뱉은 말에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아론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영혼을 바치겠다는 그 말 때문이군요.”

 

 “그렇다.”

 

 “그건 거짓이 아닙니다. 자카님이 제 삶을 가엾다 여기시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세 놈들에게 복수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바칠 수 있습니다.”

 

 “그걸 알기에 너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이 허락 된 것이지.”

 

 “…….”

 

 그들 사이에는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흑묘는 신묘한 눈빛으로 아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네가 기억을 갖고 환생한다고 쳐도 너의 칼이 그들에게 닿을 수나 있을까?”

 

 “…….”

 

 아론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뭔가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압도적인 능력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기에 쉽사리 입을 열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흑묘의 말은 계속되었다.

 

 

 “용사 강진성은 지금도 마족을 무찌르며 강해지고 있다. 게다가 설정 상 장수의 축복도 받고 있지. 그가 노쇠하기를 기다리다간 네가 먼저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 천마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는 반로환동을 한 고수로서 얼마든지 삶을 연장 시 킬 수 있어.”

 

 “…….”

 

 “네가 제일 복수하고 싶을 벤자민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아. 그가 셋 중 무력은 가장 떨어지긴 할 테지만 지금도 기연을 얻고 있고 또 언제고 전생해서 복수하려고 들면 말짱 꽝이니까.”

 

 “…….”

 

 맞는 말이다. 벤자민의 같은 경우는 다시는 전생하지 못할 방법을 찾던지, 앞으로 복수는 꿈도 못 꾸게 할 정도로 정신을 망가트려 놓아야한다. 그런데 애초에 미친놈을 더 미치게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론은 갑자기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왜 신은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에게, 그런 능력을 허락한 것 일까.

 

 흑묘는 아론의 마음을 읽은 듯 씁쓸하게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론. 나는 이 세계를 창조한 것은 맞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아니, 언제나 시험받는 보잘것없는 존재이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론은 정말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흑묘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할 말 만을 계속했다.

 

 “사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를 창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은 내가 만든 세계를 공감하지 못했다. 칭찬과 격려를 해줬던 이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단순히 요즘 유행과는 동떨어져 있다. 취향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등을 돌렸다. …물론 내 역량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크겠지만.”

 

 “…….”

 

 아론은 여전히 뭔 소린지 몰랐지만, 마치 고해성사 같은 엄숙한 분위기라 끼어들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흑묘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만든 게 이 세상이다. 그들의 취향에 맞춰 「용사」, 「이계진입」, 「무림고수」, 「전생자」 등을 다 때려 넣었지. 그것들이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거든. 물론 이런 행위는 나의 자존심을 내던지는 얄팍한 행동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라는 존재는 그들에게 시험을 받기도하나, 그들의 관심과 사랑이 없이는 있을 수 없으니까.”

 

 “…….”

 

 아론은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이 흑묘가 이 세상을 만드는데 많은 고심을 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회의감은 갈수록 짙어지더군. 마치 억지로 맞지 않는 옷을 기분이라 전혀 흥이 돋지 않았다. 나조차도 재미가 없는데 그들이라고 좋아할까. 지금은 오직 만든 이의 책임감 하나로 이 세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나도 모르겠군.”

 

 “…….”

 

 “자. 재미없는 이야기는 이제 끝이다. 너는 뭔 소린지 전혀 모르겠지?”

 

 아론은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그가 아무리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말하고 있었지만 아론이 보기에는 이 흑묘가 전지적 존재라는 것은 변치 않았다.

 

  “…그렇습니다.”

 

 “뭐… 그렇겠지.”

 

 다행이 고양이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럼 이제는 네가 알만한 이야기를 해주지. 너에게 그 셋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마.”

 

 무척 반길만한 소식이었지만 아론의 표정은 신중했다.

 

 “…당연히 대가는 제 영혼인가요?‘

 

 “아니. 네 영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네? 그럼 어째서?”

 

 흑묘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복수는 내가 좋아하는 테마니까! 어쩌면 너로 인해 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

 

 아론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그의 말을 전적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한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의 소망을 이뤄주려고 하는 건 분명해보였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그들에게 한방 먹일 수 있다면 이유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사실 신을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자 그럼. 몇 시간 후면 황태자의 애첩에게서 아들이 태어나겠군. 어때? 네 노력여하에 따라 대륙을 호령하는 황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가 원한기만 한다면 황제의 서손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끄덕끄덕-

 

 검은 고양이가 그쯤이야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론은 놀랐지만 금방 수긍했다. 그래도 명색이 창조신 아닌가.

 

 “…음.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는 그들에게는 턱도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들처럼 신비한 능력을 주십시오.”

 

 아론의 당돌한 요구에 흑묘는 화내기보단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흠… 갑자기 설정을 추가하면 귀찮아지는데. 뭐 재밌는 거 없을까?”

 

 “…….”

 

 고양이는 생각에 빠진 듯 계속해서 쭝얼쭝얼 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행복한 고민인 듯 꼬리는 계속해서 살랑거리고 있었다.

 

 아론은 묵묵히 그 귀여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퍽

 

 마침내 흑묘가 앞발로 박수소리를 내며 말했다.

 

 “옳거니! 내가 이걸 왜 생각을 못했지. 기뻐해라 아론. 너에게는 요즘 가장 트랜디한 게임 시스템을 도입해주마.”

 

 “네? 그게 무슨 소린가요?”

 

 “쉽게 말해 활용하기에 따라 그 셋과 충분히 자웅을 겨룰만한 능력을 주겠다는 거지!”

 

 “오오오! 믿습니다. 자카님!”

 

 아론은 처음과 다르게 완전히 신뢰하는 표정으로 감격했다. 그런 그를 흑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론. 다음 생에는 여자로 태어날 생각은 없냐? 원한다면 경국지색으로 만들어 주마.”

 

 “…네? 그건 좀. 아무래도 무력 면에서는 남성 신체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아론이 곤란하다는 기색으로 입을 열자, 흑묘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젠장! TS(Trans Sexual)물은 항상 어느 정도 조회수를 보장 받아 왔거늘!”

 

 “…….”

 

 아론이 저 고양이가 또 어려운 말을 한다고 생각을 할 때였다. 흑묘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크흠. 아무튼 알았다. 그래도 네가 후발주자인건 분명하니. 핸디캡을 주도록 하지. 앞으로 평범한 사람은 평생을 살아도 접하지 못할 대운을 세 번까지 허락해주마. 이건 어렵지 않지?”

 

 “…감사합니다.”

 

 흑묘는 다시 한 번 신묘한 눈으로 아론을 바라보았다.

 

 “잘 있어라. 아론. 설령 네가 도중에 마음이 변한다고 해도 괜찮다. 그땐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해라.”

 

 “…복수를 좋아하신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뭐 어때. 너는 이미 내게 영감을 줬어. 그것으로 충분해.”

 

 “…….”

 

 아론은 여태껏 ‘신‘의 뜻을 온전히 이해한 적이 없었으나, 그가 자신을 위한다는 눈치정도는 있었다. 왠지 모를 민망함에 감사의 말 대신 화제를 돌렸다.

 

 “…이제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음? 퇴고하러 간다. 그럼 진짜 안녕.”

 

 “또 이상한 말을 하시네요. …언젠가 다시 뵐 수 있을까요?”

 

 흑묘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글쎄다? 모든 건 자카의 마음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고양이와 금발의 여인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아론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자 정신을 놓았다.

 

 

 
작가의 말
 

 굿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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