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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리빌더
작가 : 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7.11.6

회귀한 사내의 인생 재설계 도전기.

 
Chap 5. 이집트 적응기.
작성일 : 17-11-10 12:28     조회 : 375     추천 : 1     분량 : 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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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 5. 이집트 적응기.

 

 점심시간을 먹고 왔는데도 최영재로부터 메일은 오지 않았다.

 진혁은 무시하고 소마야에게 지난 서류를 어디에 보관하는 지 물었다.

 사무실 공간이 협소해서 지하의 창고를 따로 임대해 보관한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카심이 일어나며 말했다.

 “거긴 내가 안내하지요.”

 “제가 찾아갈 수 있는데……”

 “커피 얻어먹은 값은 해야지요.”

 카심의 안내로 지하 창고로 가서 문을 열자 양쪽 벽면에 앵글로 짜여진 서류장이 보였다.

 서류들이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쓰지 않는 비품들이 쌓여 있었다.

 카심이 돌아가자 진혁은 비품들 중에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자리를 잡아놓고 서류철을 최근 것부터 꺼내 읽기 시작했다.

 태후물산 같은 대기업은 업무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었다.

 굳이 얼굴보고 보고를 받지 않아도 서류만 보고 업무전반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표준화되어 있었다.

 지사업무를 파악하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과거자료를 훑어보는 한편 노트북 가지고 내려와 최영재와 손민한이 보내온 바이어 리스트들을 DB에 입력도 병행했다.

 사흘을 꼬박 지하창고에 처박혀서 서류를 검토하고 사무실로 올라온 것은 목요일 퇴근 시간이었다.

 진혁의 환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장소는 마아디역 인근의 한인식당인 김가네였다.

 다른 직원들은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음식에 게걸스럽게 먹었지만 진혁은 아니었다.

 일주일 전 한국에서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받았으니 아무래도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맥주를 마시던 진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소마야와 카심은 참석하지 않았다.

 부르지도 않았고 두 사람 모두 그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날도 김동식만 혼자 취해 술주정을 하는 바람에 마지막이 엉망이 되었다.

 결국 진혁이 억지로 끌고 숙소로 데려오는 데 고생깨나 했다.

 

 새로운 한주의 시작이었다.

 DB작업을 끝낸 진혁은 더 이상 지하창고로 가지 않고 최영재의 지시에 따라 무역업무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무역이라는 게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물건과 대금을 주고 받으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집트 정부로부터 해당물품에 대한 수입허가와 통관까지 완료해야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은행에 서류를 제출해 대금지급을 받아야 비로써 일이 마무리 된다.

 그러고도 남은 일이 있었다.

 매주 단위로 실적을 정리해서 지사회의를 거쳐 본사에 보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였다.

 그 모든 일이 진혁에게 떨어졌다.

 일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진혁을 지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집트 세관은 자의적 기준 적용과 관료주의, 부패로 악명이 높을 뿐만 아니라, 외화부족으로 인한 각종 수입규제 정책을 도입해 통관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았다.

 같은 물품인데도 담당자마다 원하는 서류가 달랐고 느닷없는 서류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같은 일로 세관을 몇 번이나 오가야 했다.

 그나마 진혁이 아랍어가 가능해 일처리가 빠른 편이었다.

 그 때문인지 원래는 최영재의 일만 보조 했는데 어느새 김동식 마저 자신이 할 일을 진혁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덕분에 진혁은 야근을 밥먹듯이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인상 한번 구기지 않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예전에 그 소리를 들으면 열정페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착취를 하려는 악덕사업주의 헛소리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보니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세상에 불필요한 경험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떤 일을 하던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었다.

 그걸 느낄 때는 이미 늦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겪어볼 생각이었다.

 특히나 이곳의 경험은 자신이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의 초석이 되기에 더욱 열심히 매달렸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손민한과 최영재가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도 출근해서 변함없이 서류를 챙긴 진혁이 세관을 가기위해 일어났다.

 “더운데 차가지고 가.”

 “지하철이 편합니다.”

 진혁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지사장이나 선배들이 언제 차를 이용할 줄 몰랐고 시간도 지하철이 더 빨랐다.

 진혁은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통역도 필요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빌딩을 나서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스터 서.”

 “어. 카심씨. 제가 뭐 빠트린 서류가 있습니까?”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요.”

 잔뜩 찌푸린 얼굴로 팔짱까지 끼고 노려보는 카심의 태도에 진혁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과 카심이 따로 얽힐 일이 없었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실수했지. 그것도 아주 많이.”

 “죄송합니다만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시면 고치겠습니다.”

 진혁은 고개부터 숙였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카심은 30대 후반으로 자신보다 연장자였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카심이 팔짱을 풀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의 일자리를 뺏으면 안되지요.”

 “제가요?”

 “미스터 서가 온 이후로 난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키다 퇴근하기 일쑤잖소.”

 그때야 진혁은 아차 싶었다.

 혼자서 세관업무를 도맡아 하면서 차도 이용하지 않는 바람에 카심이 운전할 일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 최근에는 진혁의 아랍어 실적을 확인한 손민한이 중요한 바이어 접대시는 데리고 다니면서 통역까지 맡겼다.

 무역실무에 능통한 진혁이라 좀 더 정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했다.

 결국 이래저래 카심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무튼 죄송하게 됐습니다.”

 “죄송한 줄 알았으면 고치면 되죠.”

 “?”

 “따라와요.”

 죄은 죄(?)가 있는 지라 진혁은 카심을 따라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갔다.

 “타요.”

 “지하철이 편한데요.”

 “어허!”

 “알겠습니다.”

 진혁은 어쩔 수없이 차에 타야했다.

 세관으로 가는 내내 진혁은 후회했다.

 차는 차대로 막히고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너무 강하게 틀어 코가 간질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인상을 팍팍 쓰고 운전하는 카심의 모습에 그런 속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어렵게 세관에 도착해 가져간 서류를 제출했다.

 진혁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는 담당자를 지켜봤다.

 세 번째 같은 내용으로 방문하는 길이었다.

 오늘은 수입신고필증을 반드시 교부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고개를 든 담당자의 눈빛이 싸늘했다.

 “제조증명서에 문제가 있네요.”

 “지난번에는 아무런 말씀이 없었잖습니까?”

 “그건 그때고. 아무튼 원료배합량의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요.”

 “그건 사용상의 제한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명기하지 않아도 되잖습니까.”

 “‘명기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되어 있지 안 해도 상관없다는 건 아닙니다. 보완해오세요.”

 “이런. 개 같은……”

 화가 머리 꼭대기로 치솟은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한국말로 욕하며 폭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중간에 끼어드는 이가 있었다.

 “흥분하지 말고.”

 카심이었다.

 “제가 지금 흥분 안하게 됐습니까.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답니까.”

 “알았으니까. 잠시 저쪽으로 가자고요.”

 카심이 억지로 진혁을 구석으로 끌고 같다.

 “하루 이틀 당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해요. 그래서 좋을 것 없어요.”

 “이집트 세관이 얼마나 개판인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이나 보완해 왔잖아요.”

 “계급이 깡패인 걸 어쩌겠어요. 보완해서 다시 와야지.”

 “제가 다시 오는 것은 상관없어요. 그런데 오늘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클레임이란 말입니다.”

 제조증명서에 원료배합량을 적어 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규정에 따라 공증까지 받아야 했다.

 그렇게 하면 약속한 납기일은 지킬 수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카심이 손을 내밀었다.

 “지갑 줘 봐요.”

 “지갑은 왜요?”

 “줘보라니까!

 진혁이 내민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낸 카심이 기다리라고 하고 서류까지 챙겨 창구로 다가갔다.

 담당자와 둘이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더니 잠시 후 한 장의 서류를 들고 돌아왔다.

 수입신고필증이었다.

 진혁은 허탈했다.

 “씨발. 진짜 너무 하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소. 그만 갑시다.”

 뇌물을 받으려고 그 개고생을 시킨 것이었다.

 중국에서 사업까지 한 진혁이라 뇌물이 들어가야 일처리가 된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꽌시를 관행이라고 여기며 너그러운 중국도 직접 창구에서 돈을 받아 챙기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진혁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카심의 말이 들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습니다. 여긴 이집트입니다.”

 정신이 번쩍 났다.

 맞는 이야기였다.

 새롭게 사는 인생 불평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잊고 있었다.

 현실이 그렇다면 인정하는 게 맞다.

 원한다면 준다.

 대신 더 많은 것을 챙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풀렸다.

 얼굴을 펴던 진혁이 다시 이마를 찌푸렸다.

 웃기지만 뇌물 주는데도 기술이 필요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줘야 하는 것은 물론 뇌물액수의 적정선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적게 주면 기분 나빠하고 많이 주면 버릇만 나빠져 나중에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게 된다.

 이제 이집트 생활이 두 달째인 자신이 적정선을 알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카심이 있었다.

 “내일부터는 함께 다니십시다.”

 카심의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게 룸미러에 비쳤다.

 

 다음 날 출근한 진혁은 지사장실에 들어갔다.

 손민한에게 어제의 일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카심과 같이 움직이겠다고 하자 바로 허락했다.

 거기에 나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뇌물로 쓴 돈도 판공비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해오는 게 관행이라고는 말을 들으며 나오는 진혁의 인상은 구겨져 있었다.

 ‘씨펄. 미리 알려주지.’

 자신이 그 동안 개고생 한 것이 못내 억울했다.

 

 그 날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진혁은 카심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업무를 봤다.

 덕분에 두세 번 갈일들을 한 번에 처리하게 되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퇴근해 집에 돌아온 진혁은 편한 검정 스니키 운동화로 갈아 신고 다시 집을 나섰다.

 그가 찾아간 곳은 카이로의 남대문 시장으로 불리는 카릴리 시장이었다.

 1382년에 만들어진 카릴리 시장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최대 시장이었다.

 카이로 여행의 필수코스로 알려져 상인과 손님에 관광객들이 뒤섞여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해가졌다고는 하지만 한낮에 사막을 달군 열기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혼잡한 인파를 뚫고 가는 것만으로도 땀이 저절로 흘렀다.

 가게마다 들려 팸플릿과 명함을 돌렸다.

 쫓겨나고 무시당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진혁은 꿋꿋이 자신을 알렸다.

 시장이 넓고 길어 하루에 한 블록을 다 돌기도 벅찼다.

 12시가 넘어가자 집으로 돌아와 샤워로 땀을 씻어냈다.

 김동식의 방이 조용한 것을 보니 이미 잠든 듯했다.

 자기 전에 진혁은 수첩을 꺼내놓고 오늘 방문한 곳들과 특징을 기록했다.

 인간의 기억은 유한했다.

 당일 한 일은 당일 기록하는 게 최선이었다.

 더불어 내일의 계획도 세울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기록을 마친 진혁은 오늘도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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