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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모클레스의 검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11.9

뱀파이어와 인간의 협정, 그 이후. 사냥꾼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한다.

 
환상의 콤비(2)
작성일 : 17-11-09 21:30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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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냥꾼이 사냥터에 가는데 총알을 안 챙기면 어쩌자는 거야!"

 

 신경질을 내는 자신의 페어를 보면서 그녀는 입술을 비죽였다.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로 담배를 물고 있는 페어는 뭐라 뭐라 욕설을 내뱉으며 아이렐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납게 치켜 올라간 눈매에 강렬한 이목구비를 가진 금발의 여인은 바이크에 앉아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반대쪽 허벅지에 올린 자세로 몸을 숙여 기울이고 있었다. 타고난 위압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짧게 쳐진 금빛머리칼은 살짝 색을 바래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고 마치 아무렇게나 뭉텅 자른 듯 제멋대로인 삐죽삐죽한 행색이었지만 그녀에게 썩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뭐라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아이렐?"

 

 까만 눈동자가 위험한 푸른빛을 띠며 비난의 시선을 보였다. 자신을 똑바로 응수하는 검청안에 딴청을 피우던 아이렐은 칫,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라고 이럴 줄 알았겠어? 그냥 넘어가지 뭘 그래?"

 

 곧바로 미안하단 대답은 하지 않는다. 마치 철없는 아이같이 반응이었다. 그녀. 아이렐은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인 성격답게 뭘 어쩌란 거냐는 식으로 응했한다. 그러곤 딱히 자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는가? 안 죽었으면 됐지.

 

 "정말 너 같은 페어랑 어떻게 내가 3년이나 일을 했는지 경이로울 지경이다."

 "시끄러워 그만 좀 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이렐을 바라보던 그녀의 페어는 이내 포기했는지 뒤에 쓰러져 있는 덴드퍼에게로 다가갔다. 정통으로 콜슈트WC탄을 맞았으니 바로 골로 가신 모양이다.

 

 "첸, 체르나에."

 

 덴드퍼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페어를 그저 바라보던 아이렐이 입을 열었다.

 

 "뭐."

 

 죽은 사체를 이리저리 총구로 건드려보던 체르나에는 아이렐의 부름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자식이 말을 했어."

 "그래 개새끼처럼 낑낑댔겠지."

 "언어를 구사했다니까?"

 "…뭐?"

 

 체르나에는 잘못듣기라도 했다는 듯 아이렐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에 기가 찬지 '말도 안돼'를 중얼거린 끝으로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덴드퍼는 처음에는 육체를 가지지 않았다. 그것은 공간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되었고 실처럼 엉켜버린 모양의 연기의 형상에서 점점 커지고 짙은 검정으로 변해갔다. 처음에 군부에서는 연구팀을 조직하여 이것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처음에 생기는 균열을 'X'라고 이름붙이고 연구는 시작되었다. 처음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던 X는 점점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X가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범죄율이 높아졌고 사람들의 극단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질투, 탐욕, 폭력, 살인, 강간. 모든 것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연구1팀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X와 관련이 있다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구는 해결책이라는 성과를 내보이지는 못했고 계속해서 커지고 형상을 보여 가던 X는 육체를 조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육체를 조성한 X는 놀랍게도 어린아이의 형태와 비슷했다. 비록 얼굴이 뭉게져있고 기괴하게 비틀린 몸이라 해도 얼핏 보아 그것은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인간과 흡사했던 것이다. 덴드퍼라 이름붙여진 이 괴물의 등장에 사람들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오랫동안 뱀파이어와의 냉전체계가 이어져왔었고 그 중에 벌어진 덴드퍼의 출현에 인간들은 또 다시 공황상태에 접어들었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두려움을 잘 아는 그들은 삶에 위협으로 작용하는 또 다른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진화하여 성인의 육체를 조성 할 수 있게 된 그것들은 비록 피를 취하려 들지는 않지만 본능적인 살육을 즐기는 광기에 사로잡힌 존재들이었다.

 

 야수와 같이 울부짖는 덴드퍼들은 폭력적인 야생동물과도 같았다.

 

 그들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보고된 바로는 언어능력은 없었다. 그들이 언어를 구사했다는 건 진화를 했다는 소리다. 어쩌면 그들이 점점 지능을 가지게 되며 인간 같아 질 것이라는 것이다.

 

 체르나에는 다 타들어가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질근 밟았다. 눅눅한 에버필 특성상 불이 날 문제는 없다. 우울하고 정신나간 괴물이 판치는 동네에서 딱 좋은점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체르나에는 검은 피를 흘리고 있는 이미 죽어버린 덴드퍼를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새로 꺼냈다.

 

 "그만 좀 펴."

 

 아이렐이 그녀를 힐난했다. 뛰어오다 머리끈이 터졌는지 산발이 된 백은발이 푸스스 휘날렸다. 딱히 꼭 더 피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습관적인 행동에 불과했다. 그래서 담배를 다시 집어넣으며 체르나에가 입을 열었다.

 

 "이 녀석 사체는 검식하러 가져가야되겠지?"

 "그래. 언어능력이 있는 놈이니까 해부라도 해봐야지 않겠어?"

 

 체르나에는 총을 다시 옆구리에 채우고는 덴드퍼를 한 손으로 질질 끌었다. 족히 성인 남성의 크기는 되는 거구를 여인의 손으로 들어버리는 모습은 괴이했다. 그녀는 그것을 그녀의 오토바이 뒤에 끈으로 칭칭 감아 고정했다. 배 부분을 묶어서 사체가 흔들흔들 거렸다.

 

 "달랑달랑 거린다."

 

 아이렐이 팔다리가 달랑 들려 흔들리는 덴드퍼의 사체를 보며 낄낄댔다. 체르나에는 그 모습을 익숙하게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는 바이크에 올라탔다.

 

 "니껀?"

 "아까 덴드퍼 유인하다가 처박아서 사망했어. 못쓸거 같던 걸?"

 "네가 망가트린 바이크만 이번 달에 세 개야!"

 

 체르나에는 예산 깍아먹는 데에 일조하는 그녀의 페어를 바라보며 결국에는 또 소리치고 말았다.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화를 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분명히 자신은 고혈압으로 사망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렐은 못들은 척 픽 웃고는 체르나에의 오토바이 뒤에 매달린 덴드퍼의 배 위에 앉았다. 혐오스러운 장면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렐은 오만하게 웃으며 체르나에를 항해 말했다.

 

 "하인…. 집으로 몰아."

 "닥쳐."

 

 광폭한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질척한 도시를 울렸다.

 

 * * *

 

 "이 개새끼야! 제대로 보고한 거 맞아?"

 

 보빌의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23세 청년 란테 보빌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 성격파탄의 여인과 동업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렐…윽! 손 놓고…총 좀 치우고 말해요!"

 

 멱살을 잡힌 채로 관자놀이에 총구까지 겨눠진 상태였다.

 

 "이 병신아, 내가 얼마나 생고생을 한지 알아? 신생아가 무슨 재생이 그렇게 빨라? 적어도 육체를 조성한지 일주일은 넘은 새끼던데!"

 "켁켁!"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어 대는 백은발의 여인덕분에 어렸을 때 여읜 부모님 얼굴이라도 보일 지경이었다. 그보다 한살은 어린 여자의 손힘이 뭐가 그렇게 세서 남자인 자신이 이 지경이냐고 비웃을 지도 모르겠는데, 저 여자는 몇 년간 괴물을 사냥해온 전문 사냥꾼 중에 톱클래스다. 이때까지 사냥에서 총을 놓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악력이 굉장했다.

 

 "그만 좀 해. 그러다 애새끼 하나 골로 보낼라."

 

 이봐요, 애 새끼라뇨. 그러는 당신은 저보다 고작 한 살 많잖아요.

 

 보빌은 저기서 소파에 앉아 홍차를 음미하는 체르나에를 보면서 암울한 기분에 휩싸였다. 사냥에서 돌아온 후로 아이렐은 계속 자신에게 화를 내는 중이였고 체르나에는 언제나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조금 화가 풀렸는지 아이렐은 말끔하게 손을 놓아버렸다. 그러나 할 말은 하는 남자, 란테 보빌은 굳이 안해도 될 말을 소리쳤다.

 

 "확실해요! 그 녀석은 신생아라고요!"

 

 아이렐의 인상이 대번에 찌푸려졌다. 그녀의 얼굴이 말끔히 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간 눈매에는 날카로운 예기가 서려있었다.

 

 "그녀석이 말을 했어."

 "네?"

 "언어를 구사했다고."

 

 한 자 한 자 씹어뱉듯이 나오는 말에 보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이야. 뭐 나는 확인을 못했지만 아이렐에 따르면 '명령'이라는 단어를 말했다던데."

 

 체르나에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허!"

 

 보빌은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검식을 해봐야겠어. 세실이랑 셀크스는 지하에 있어?"

 

 아이렐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아니요. 두 분 다 잠시 나가계세요."

 "이 병신들은 필요할 땐 왜 없는 거야?"

 

 보빌은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돌아오면 갖가지 타박을 당할 그들을 생각하니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아니, 아니다. 사실은 그에게서 그들로 타깃이 바뀌니까 조금은 안도감은 있을 지도 모른다.

 

 아이렐은 생각한 말은 곧이곧대로 내뱉고 일 벌리고 싸움판을 만들고는 '내가 뭘 했다고 그래?' 라는 표정으로 항상 뒤처리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썩게 만들곤 했다. 새삼, 그녀와 3년 째 페어를 이루고 있는 체르나에 블린드와 페토 가넷이 다른 의미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타닥타닥,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들어 가는소리만 정적을 미묘하게 깨고 있었다. 아이렐은 그새에 화가 누그러졌는지 체르나에 앞에 위치한 소파에 푹 기대어 앉아 손톱손질을 하기 시작했고 체르나에는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평온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다들 마음은 편치 않았다. 덴드퍼가 언어능력을 구사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거리였다. 그들의 진화는 인간들이 가장 곤두세우고 있는 안건 중 하나이니 말이다.

 

 얼마가지 않아 군부에서도 언어능력을 구사하는 덴드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또 다시 군부회의가 열리겠지. 그래. 그러면 뻔한 전개로 연구팀은 대체 뭘 했냐는 둥, 서로 치고 박고 싸우겠지. 체르나에는 시니컬하게 웃으며 '뭐 그 새끼들이 떼 싸움하는걸 보게 되는 건 즐겁겠네.'라고 중얼거렸다.

 

 보빌은 어느덧 1층 로비를 점령한 두 여인을 번갈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덴드퍼도 문제긴 문젠데 자신 앞에는 더 큰 장벽들이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건데요."

 "뭐."

 

 체르나에는 보빌의 말에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왜 불렀냐는 짜증이 담겨있었다.

 

 "제발 좀 두 분 다 2층에 올라가 계시면 안돼요?"

 "뭐래."

 "몰라."

 

 물론 가뿐하게 묵살당한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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