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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5
작성일 : 17-11-09 20:21     조회 : 274     추천 : 1     분량 : 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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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모두 귀를 의심할 필요도 없이, 봄비는 그렇게 말했다. 나무그늘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그렇군요. 불을 질러버리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모두 타 죽고 말거요. 기발한 생각이군."

 봄비의 예상대로 나바재 씨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것 같다. 동백꽃 씨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 대답했을까? 아마 사람의 군대는 그의 씨족들을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다.

 "미쳤군. 그 곳을 전부 태워버릴 참입니까? 그런 짓도 싸움이라고 말하나?"

 여태 앞으로의 싸움에 큰 관심을 갖지 않던 잿빛양털 씨가 갑자기 끼어든다. 이 정신나간 방법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봄비를 걱정하는 기색이다.

 "이 방법은 첫 싸움에, 단 한 번만 쓸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쓸모가 없을 테니까 말이오."

 다들 이해한 눈치다. 불은 잘 번져나가도록 갈대숲에 놓겠지. 좀체 자리를 비우지 않는 흑단들소들은 도망치지 않고 타 죽고 말 것이다. 설사 뜨거움을 못 이기고 빠져나오더라도 수십 개의 투창으로 제압할 수 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씨족장들의 눈가에 두려움이 서린다.

 "그럼, 싸움은 언제 시작할 겁니까? 아직 정하지 않았잖아요. 날짜를 맞춰보도록 합시다."

 봄비가 슬며시 눈을 감더니 중얼거린다.

 "그건 동백꽃 씨를 만나면 결정할 문제요."

 

 22.

 너럭바우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 별이 네 개. 그 중에 이 마을을 비추는 것은 없다. 아침이 조금 늦게 찾아오는 거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낮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 너럭바우는 봄단풍 아씨의 동굴로 찾아갔다. 그녀는 모닥불에 바짝 붙어앉아 말린 열매를 먹고 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먹성은 더 좋아졌지만 몸집은 더 작아졌다.

 "아씨. 하늘 보셨지요?"

 봄단풍 아씨는 남은 과일을 씹으며 그를 맞았다.

 "다 보았단다. 무슨 일이니?"

 "다친 사람들도 이제 걸을 수 있을만큼 나았습니다. 아직 별빛이 남아있는 마을로 옮기셔야지요."

 너럭바우는 그녀가 마저 씹고 삼키도록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더 이상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데, 굳이 우리한테 빛이 필요할까?"

 "사냥도 하지 않으니 옮겨야지요. 땔감을 집어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 움직이자꾸나. 모두 몇 명이나 살아있니?"

 "서른 여덟 명이 남아있습니다. 이 정도 숫자면 아무리 척박한 땅으로 가도 내치지 않을 겁니다."

 "동백꽃 씨에게 찾아가자. 채비하자꾸나."

 "네. 사람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어르신들께 가서 먹을 것 좀 더 얻어오려무나."

 

 23.

 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잿빛양털 씨는 야영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봄비와 함께 천막까지 동행한다.

 "봄비 씨. 벌판에 불을 지른다는 이유가, 고작 다치는 게 무서워서입니까?"

 "그럼, 용감하게 싸우다가 뿔에 받혀서 죽는 쪽이 낫다고 보십니까?"

 "물론 다치지 않는 쪽이 낫습니다. 내가 말하는 건 떳떳함의 문제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 우리는 뾰족한 발톱이나 이빨이 없소이다. 두터운 털가죽도 없지. 당신 얘기대로 하려면 우리는 벌거벗고 싸워야 할 거요."

 "그런 얘기가 아니오. 불을 지르는 건 창을 던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야. 상대방이 죽음만을 기다리게 만들어놓고 그걸 안전한 곳에서 지켜보는 건 당신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는 여태껏 보여준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봄비는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무슨 뜻입니까?"

 잿빛양털 씨가 들고 있던 작살을 눈밭에 꽂아버리고 뼈칼을 꺼낸다.

 "잠자는 사람 목을 따고 나면 밤마다 보복이 두려워 잠 못 이루는 법이외다. 그 가족들이 오밤 중에 내 목을 따러 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봄비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잿빛양털 씨는 금새 칼을 떼고 뒤돌아선다.

 "당신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 어르신들은 두려워할 겁니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두려움만큼 더 잔인해지는..."

 그가 돌연 하던 말을 멈추었다. 어차피 봄비는 그 다음에 나올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어르신들을 단 하나도 살려두지 않을 셈이었군."

 봄비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분들께서도 다 이해하실 거요."

 

 24.

 "서른 여덟 명? 안될 것 같구나. 우리도 지금 사람을 더 받을 여유가 없어."

 동백꽃 씨의 거절은 단호했다.

 "지금 우리 마을의 별도 죽어가고 있단다. 이제 보리와 피도 기를 수 없어. 비축식량만으로는 내 씨족 사람들을 먹이기에도 벅차. 차라리 어르신들을 찾아가보는 게 어떻겠니?"

 봄단풍 아씨가 듣기에도 옳은 이야기라 뭐라 할 말이 없다. 아직 씨족 사람들의 태반이 농삿일을 거들기도 벅찬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르신들이 거절할만큼 많지도 않은 숫자니까.

 "동백꽃 씨. 그럼 걷는 게 불편한 사람들만이라도 여기에 남게 해주세요.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이끌고 가겠어요."

 "알았다. 그래도 사흘 정도는 편히 쉬었다 떠나렴. 많이 지쳐보이는구나."

 

 25.

 봄비의 천막으로 나바재 씨가 찾아왔다. 그는 요즘 들어 빨리 나무그늘로 나아가 싸우려 안달이 나 있다. 아마 오늘도 출정 날짜에 대한 확답을 들으려 왔으리라.

 "봄비 씨. 우리 씨족 사람들은 이미 싸울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이 곳도 준비가 덜 된 것 같지는 않은데요."

 봄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닥불만 쳐다보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앞선 회의에서 말하지 않았소?"

 "동백꽃 씨 얘기 말입니까? 글쎄요. 찾아가서 설득해봐야 소용 없을 겁니다."

 그가 모닥불에 땔감을 집어넣더니 뒤돌아본다. 나바재 씨는 봄비의 뒤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의 불빛 때문에 정신이 아득하다.

 "제가 언제 그를 찾아가겠다 했습니까? 동백꽃 씨는 제 발로 나를 찾을 거요."

 

 26.

 흑단들소 우두머리는 오랜만에 찾아온 너럭바우가 반가운 눈치다. 그가 무릎을 굽혀 자기 뿔만한 어린아이와 눈높이를 맞춰준다. 너럭바우는 익숙한 몸짓으로 어르신의 얼굴에 온몸을 부벼대더니 번쩍 올라타 아직 뿔에서 지워지지 않은 피 얼룩을 닦아준다.

 "아저씨. 봄비 씨가 이 땅을 빼앗으러 올 거에요. 수많은 씨족들이 함께 쳐들어온대요."

 어르신은 그런 이야기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 아이는 그럴 것 같은 표정으로 돌아갔단다."

 뿔 주름에 엉겨붙은 피딱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다.

 "말릴 수가 없었어요. 봄비 씨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나쁜 걸까요?"

 "그렇지 않단다. 내 아이야. 나도 봄비가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다."

 너럭바우는 어느새 어르신의 등에서 내려와 기대어눕는다.

 "아저씨. 봄비 씨를 다치게 하면 안돼요. 약속해주세요."

 어르신은 이 아이가 안쓰럽기만 하다.

 "약속하겠다. 아이야. 봄비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거란다."

 

 27.

 마지막까지 빛을 발한 별은 동백꽃네 마을의 것이었다. 봄단풍 아씨가 사람들을 이끌고 나무그늘로 건너간지 여드레 만에 어둠 가운데 숨어있던 짙은 파란 빛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동백꽃 씨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얀 점 스물 세 개만이 박혀있다. 재에 남아있는 작은 불씨같다. 호수와 개울물은 밤 사이 얼어버렸다. 마을에 남기로 한 봄단풍 씨족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새 별을 만들어내기 위한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능소니는 당연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동백꽃 씨는 남은 사람들과 어디로도 옮기지 않고 모닥불을 피우며 버텼다. 그러나 식량이 다 떨어진 뒤에는 어쩔 수 없이 살던 땅을 버리고 떠나고 말았다.

 봄비는 모든 빛이 사라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씨족들을 동원했다. 우두머리들은 자기 사람들을 이끌고 봄비네 마을로 모였다. 오랫동안 출정을 기다려온 군대는 빠르게 집결했다. 봄비는 오래 묵은 술을 한 동이 꺼내서 모닥불 앞으로 가져왔다. 열 일곱 명의 씨족장은 각자 손가락을 베어 술에 피를 떨어뜨렸다. 혼자 찾아온 잿빛양털 씨가 술을 보더니 눈독을 들인다.

 "저기, 술은 언제 마십니까?"

 봄비가 술독을 닫고 잿빛양털을 쏘아본다.

 "싸움에는 빠진다 하시더니, 술에는 욕심이 나십니까?"

 "거기에 피가 아니라 오줌을 타더라도 나는 맛있게 마실 수 있소이다. 헤헤."

 봄비는 그가 다시 이죽거리게 되어 다행이라 여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쏘아보던 인상이 누그러진다.

 "당신만 빼놓지는 않을테니 기다리시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나바재 씨는 아직도 봄비가 동백꽃 씨를 기다리는 게 탐탁치 않다.

 "그는 안 올거요. 아니, 이런 혹한에는 이제 오고 싶어도 못 오지."

 "내기할까요? 동백꽃 씨가 오면 당신 몫의 술을 잿빛양털 씨에게 드릴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 꺼져가는 횃불을 든 동백꽃 씨가 온 몸을 떨며 나타났다.

 "아직 내기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소."

 "모닥불 불빛이 이쪽에만 보이길래 찾아왔소. 예상대로 모두 모였군. 이제 어르신들과 싸우러 가겠군요."

 "그렇소. 당신도 함께 하겠소?"

 그는 묵묵부답이다.

 "고민할 시간은 충분했으리라 보는데."

 "능소니 님은 끝끝내 돌아오지 않으셨소. 처음에는 겨울밤의 땅 너머로 멀리 가는 바람에 아직 돌아오는 길일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죽은 별 아래에서 며칠을 버텼어. 하지만, 한 번 추위에 떨어보니까 알겠더군."

 봄비는 아직 떨고 있는 그에게 술잔을 건넸다. 금새 잔이 비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봄비가 그의 등을 두드리며 달랜다.

 "능소니 님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데서 살아남지는 못할 걸세."

 동백꽃도 자기 손바닥을 그어 술독에 핏방울을 떨군다. 잿빛양털 씨가 열 아홉 개의 술잔을 새로 채웠다. 나바재 씨는 잔을 못 받을 뻔했다. 봄비가 일어나 씨족장들을 바라보며 잔을 들었다.

 "어르신들은 우리를 버렸습니다! 능소니 님도 우리를 버렸소! 우리를 충분히 이 지경에서 건질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소! 우리가 죽을 것을 알았음에도 내팽개쳐두었단 말입니다! 우리가 먼저 그 분들을 져버리지는 않았소이다!"

 그가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그를 따라 씨족장들도 잔을 비운다. 봄비가 얘기하는 틈을 타 잿빛양털 씨는 술잔을 다시 채운다.

 "어르신들을 믿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우리와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잿빛양털 씨가 술독을 째로 들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우리 선조들은 능소니가 띄워준 별을 따라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곳에 한데 모였소이다! 우리는 오늘부로 다시 나무그늘로 들어갈 겁니다."

 봄비가 술잔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흩어지지 않을 것이오!"

 
작가의 말
 

 첫날엔 여섯 시간동안 꼬박 4천자를 썼는데

 오늘은 5천자 쓰는데 세 시간도 안 걸리네요. 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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