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도착해서 내리자, 시윤이 자연스럽게 지율의 손을 잡아주었다.
"도착했어, 들어갈까?"
"응... 들어가자, 시윤씨."
지율의 목소리가 아까와 다르게 살짝 떨리자, 시윤은 그녀에게 한 번 더 물었다.
정말 그녀의 상태가 괜찮은지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괜찮아?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데, 준비 됐어?"
시윤이 물어보자 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심호흡 한번만. 그럼 괜찮아 질 것 같아."
"천천히, 괜찮아 심호흡 해 많이 떨려?"
"응......사실은 조금 떨려 후우… 후아…~"
"강연우 때문에? 아니면 이런 상황이? "
"둘 다, 이런 상황에 강연우가 있다는 게,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이…"
심호흡을 끝내고 지율이 바라보자, 시윤은 다시 한번 손을 꽉 잡아주며 그녀를 안정시켰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이렇게 옆에 있어."
시윤의 안정시키는 말에, 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신이 내 옆에 이렇게 있어."
"들어가자"
"응"
‘그래 내 곁에는 이 사람이 있어 시윤씨가 있어’
두 사람은 이내 웃으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벌컥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바로 앞에서 반겨주는 것은 지율의 친구 지아였다.
“우리 과 여신님 오셨네!!”
지아가 말하자 시윤이 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신님?”
시윤이 궁금해 하며 말하자 지아가 앞으로 와 인사를 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시윤씨죠? 저는 지율이 친구 유지아 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고 지율이랑 가장 친한 친구에요. 잘 부탁 드려요.”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항상 지율이를 챙겨주신다고 들었어요. 이시윤 입니다. 저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깔끔한 매너를 보이는 시윤에 모습에 지아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지율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안심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보고 안심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신님이라고 하는 건… 인기가 많은 가봐요 지율이가…?”
“네! 한지율이 참 고백 많이 받았었죠.”
지아의 말에 지율이 당황하며 말했다.
“지아야! 그만… 민망하게 왜 그래!!”
“뭐, 사실인데~ 그런 여신님을 이렇게 잘 생기신 분이 데려가시다니, 한지율 눈 높아.”
잘 생겼다는 칭찬에 시윤은 지아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지율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거봐, 우리는 잘 어울리는 거야.”
“내가 못살아, 정말… 유지아 너…”
지율이 눈을 흘기며 쳐다보자 지아는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하진 선배!! 지율이가 오랜만에 와서는 저한테 뭐라고 막 해요!!”
지아가 ‘하진’이라는 이름을 뱉자 시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참, 이름이 비슷한 사람도 많아…’
“왜 그래 시윤씨? 표정이 이상해.”
“아… 귀에 익는 이름이여서… 흔한 이름도 아닌데 말이야.”
“무슨 이름?”
“하진이라는 이름… 내 친척 중에도 있거든.”
“아아~ 그래? 신기하네?”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뭔가 좀 감이…”
“하진 선배!!”
지아가 다시 한번 소리쳐서 묻자, 한 남자가 멀리서 뛰어왔다.
“누가 우리 지아를 괴롭혀? 한지율! 학과 여신님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면 돼? 오랜만에 와서 이럴 거야?”
남자가 뛰어와 지율에게 말하자 지율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선배~… 그래도 왔으니까 봐주세요.”
“옆은 남자 친구?...어…어?”
“네 그런데 왜…”
남자가 지율에게 말하다 자신을 향해 보며 당황해 하자, 시윤은 바로 고개를 남자 쪽으로 돌려 얼굴을 보았다.
시윤 역시 ‘하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바라보자 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먼저 향했다.
“어?! 너!!!”
손가락이 하진을 향하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나오자, 하진 역시 눈이 커졌다.
“누구시더라…”
“내 앞에서 모른 척 연기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방금 그렇게 다 알아봐놓고. 이모 앞으로 끌거
갈까? 요즘 집을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게 무슨 말씀…인지..”
“다시 묻지. 오하진 너 여기 왜 있어."
“시윤씨, 하진 선배를 알아?”
“선배… 지율이 애인과 아는 사이에요?”
“…지율이 애인? 아, 지율이 애인이라고 했지… “
“….시윤씨.”
지율이 시윤의 팔을 잡아당기자 시윤이 그제서야 지율에게 말했다.
“…아까 내가 친척 중에 같은 이름 있는 사람 있다고 했지?”
“응.”
“이렇게 소개 할 줄은 몰랐는데, 친척이야. 오하진은…”
하진이 자신의 친척이라고 소개하자 지율과 지아는 말도 안된 다는 소리를 하며 놀랐지만, 하진이 결국은 친척임을 인정하자 그저 상황이 웃기게 돌아갔다.
“너 왜 여기… 아 대학 다시 다닌다고 들었는데 굳이 그때 졸업하고 와서 또 다니던 곳이 여기였어?”
“그렇지 뭐.”
“이모가 어쩐지 그렇게 뭐라고 하시길래, 왜 그러신가 했더니 경영을 배우고 또? 차라리 다른 전공을 하지 그랬어.”
“그냥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더 하고 있지.”
“유학까지 가서 마스터 한 놈이 그게 할 소리야? 호텔로 들어와. 아니면 집 사업 물려 받던가. 이렇게 나와서 살 거야?”
시윤이 단호하게 말하자 어색한 모습에 지율은 그저 지켜봤다.
“이것만 졸업하면 집으로 들어가든, 너희 호텔로 들어가든 할 테니까 이것까지만 그냥 둬 그렇다고 놀기만 하는게 아니라 나름 프리로 일하면서 내 학비랑 생활비는 벌고 있어.”
“당연히 그건 네놈이 해야 하는 거지. 지금 알았으니, 너 연락 안 받을 생각은 버려. 돌아오고서 나한테도 3년 가까이 연락도 없던 놈이 여기 있어?”
“…아니 그게 졸업하면 집에 들어 갈 거야. 나와서 공부 좀 더 하고 프리로 일하는 경험도 해보고 싶고 능력으로 다시 학교 다녀보고 싶어서 해본 거야 좀 우리 친구이자 친척끼리 이러지 말자.”
“조만간 봐.”
“그것보다, 네가 여자라니 지율이가 남자 사귄다고 했을 때도 놀랐는데 네가 여자를 사귀는 것도 놀랐다. 놀라운 사람들끼리 만났네.”
하진이 지율을 보며 웃자 지율은 그저 웃어 보이기만 했다.
“남자한테는 관심도 없다고 하더니 여신님 눈이 정말 높아서 없었나 본데?”
“아니에요…!”
“너무 이거 잘난 놈으로 데리고 와버렸잖아, 저기 가면 아주 남자 동기들이 난리 나겠어.”
“너도 반한 남자 중 하나야?”
시윤이 물어보자 하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난 여신님이 내 타입은 아니라서 말이야.”
“우리 지율이가 얼마나 예쁜데!”
“시윤씨…!!”
“반하면 그거대로 싫을 거 아냐.”
하진의 말에 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네…”
“그리고 너네 여신님이 예쁘지 않다가 아니라 내 눈에는 나만의 여신님이 따로 있다 그 소리야.”
“뭐 지율이 아니라는 것에는 현명하다고 해주지.”
“하진 선배 좋아하는 여자 있어요?”
지아가 하진에게 묻자 하진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
“있는데, 나중에 알려줄게.”
“궁금한데…”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보다 이제 저기 사람들 모인 곳으로 가자, 동기들이 기대한다고 여신님이 애인을 데리고 온다는 건 우리 학과 빅뉴스잖아?”
“아 선배…!”
하진은 시윤과 지율 그리고 지아를 데리고 모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니 제법 많은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지율은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손을 계속 잡아주는 시윤의 손에 안도감을 느끼며 두근거리는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아주 짧지만 길게 걸어온 기분이였다.
천천히 지나가는 느낌, 천천히 뭔가 다가오는 느낌.
하지만 방금 전처럼 두렵거나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자신을 잡아주는 손에 의지하며 충분히 안정을 찾았으니까.
“자 모두들, 한지율이 드디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