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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채강
눈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현아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2화] 새로운 세상
작성일 : 17-11-09 11:3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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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2화] 새로운 세상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살짝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아진은 내가 그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던 걸까?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잘 죽이는 것이지 죽이고 싶어 환장한 사람은 아니다. 나는 살인에 빠져버린 놈들과는 달랐다. 내 살인의 욕구는 순전히 잘하는 것을 더 하고 싶은, 그리고 조금 뽐내고 싶은 그런 욕구일 뿐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지니고 있는 욕구 말이다. 나의 결핍은 그런 환경이 없다는 것에 기인할 뿐이다.

 

 “제가 가진 재능이라고는 눈치뿐이거든요. 딱 알아요. 아저씨... 아니 오빠가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여기서 나를 구해줄 사람이라는 것도요.”

 “가진 재능이 눈치뿐이라고?”

 “네. 어려서부터 눈치만큼은 최고였거든요.

 평범하게 별일 없이, 무탈하게 살기에는 최고의 재능이죠.”

 

 내가 가진 재능인 살인과 아진이 가진 재능인 눈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을까? 나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발휘할 수가 없는 재능, 아진은 발휘해봐야 겨우 보통인 재능이었다. 확실한건, 둘 다 썩 유용한 재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써먹을 곳도, 써서 잘 될 일도 없으니까. 나는 갑자기 아진에게서 이상한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안 죽일게요. 걱정 마요.”

 “고맙습니다. 오빠! 그리고 말 편히 하셔도 돼요. 아! 그리고 저랑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하셔도 되요”

 

 아진이 치마를 살짝 올리더니 안에 입고 있던 속옷을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하늘색 팬티가 보이기 전에, 실은 보이자마자 고개를 들어 아진을 쳐다봤다.

 

 "뭐하는 거예요?“

 

 나는 아진의 입에서 나온 말과 행동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진은 속옷 내리기를 멈췄다. 하늘색 팬티가 무릎쯤에 걸려 있었다. 아진은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죽이지 마요.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어요.”

 “안 죽여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꼭 살아야 하거든요. 동생이 아파요. 간 이식 수술 해주기로 했어요. 내가 죽으면 동생도 죽어요.”

 “부모님은?”

 “안계세요.”

 

 아진의 말을 듣고, 더 묻기를 포기했다. 살기 위해서 이 아이는 그동안 어떤 시궁창을 넘어온 것일까? 차라리 눈치라도 없었다면 덜 했을 텐데... 그녀의 재능이 그녀를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눈에 훤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그나마 살만한 삶이었다.

 

 “걱정 마. 너 안 죽일 테니까.”

 

 나는 말을 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속옷을 다시 올려 입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는 먼 곳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도대체 여기는 어딜까?”

 “뻔하죠. 이 풍경을 봐요. 당연히 한국은 아니고. 그렇다면 텔레포트? 이런 걸 텐데... 그것도 아닐 것 같네요.”

 

 아진이 손가락으로 둔덕을 가리켰다. 나는 아진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작은 마차와 말을 탄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칼을 들고 뛰어오는 사람들도 보였다.

 

 “제가 눈치 하나는 정말 뛰어나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우리 뭔가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드래곤퀘스트 같은?”

 “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진을 만나고 나서 가장 놀랐으니까. 도대체 21살짜리 여자애가 어떻게 드래곤퀘스트를 안단 말인가? 내가 어렸을 때, 패미콤으로 했던 드래곤퀘스트를! 팬티 내리는 것보다 이게 더 놀라운 일이다!

 

 나는 어려서 게임을 많이 했었다. 특히 RPG를 많이 했는데,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내죽이는 재능을 실제로 발휘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간이 흘러 게임에서 주는 자극은 더 이상 크지 않았고, 그만두게 되었지만.

 

 어쨌든 드래곤퀘스트를 안다는 것은, 분명 이 여자아이의 취향이 아니라 살기위한 생존 본능에서 얻어진 지식일 것 같았다. 아마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본 것이겠지. 아진은 자기의 재능을 가지고 참 열심히 살아온 아이였다.

 

 “야! 이 사람들 이거 뭐야!”

 

 가장 먼저 도착한 4명의 무리가 나와 아진을 빤히 쳐다봤다.

 

 “이거 무슨 옷이야? 사제인가? 완전 독특한데?”

 

 나는 밝은 청바지에 평범한 남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아진은 남색 스커트에 베이지색 브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있는 놈들은 중세시대 도적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마스터! 희한하게 생긴 놈들이 있습니다.”

 

 도적 무리들이 마차에 대고 보고를 했다.

 

 4명의 도적, 2명의 말을 탄 도적, 1명의 마차를 끄는 도적, 그리고 마차 안에 도적 마스터. 누가 봐도 소규모 도적무리였다.

 

 “희한하게 생긴 건 관심 없으니까. 빨리 죽이고 돈 되는 거 챙기고. 여자는 마차 안으로 넣어.”

 

 마차의 양 옆에 여자와 남자의 목 잘린 시체 4구가 매달려 있었다. 마스터의 명령은 장난도 위협도 아닌 실제였다. 마스터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도적 4명이 칼을 들고 나와 아진을 둘러싸며 조금씩 다가왔다. 아진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내게 속삭였다.

 

 “진짜에요. 진짜 죽일 거예요.”

 

 아진의 눈치는 정확했다. 살기를 느끼는 것은 그 누구보다 내가 전문가였으니까. 그들은 우리를 정말 죽일 셈이다. 그리고 나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저들을 죽여도 되는 걸까?’

 

 지금 상황이라면 죽여야 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다. 한국에서는 남을 죽이면, 공권력이 나를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남을 죽여야 나와 아진이 산다. 죽이지 않으면 나는 목 잘린 시체가 되어 마차를 장식해야 하고, 아진은 적어도 8명의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거나 더 운이 나쁘면, 팔려가게 될지도 몰랐다. 나는 죽여야 했다. 그런데 섣불리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범죄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 살인자가 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도덕과 윤리를 잘 지켜려 노력해왔다. 가진 재능은 무시하고 억제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37년이었다. 내가 지켜온 그 규율을 갑자기 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나로서도 정말 두려운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말 재밌겠잖아!

 

 나는 냉큼 앞으로 뛰어나가 한 놈의 울대를 쳤다. 그 도적이 순간적으로 ‘컥’소리를 내며 움츠려들 때, 팔로 얼굴을 감싸 옆으로 꺾어 버렸다.

 

 ‘우드드드득.’

 

 목뼈가 나가는 소리.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이 유려한 시작. 이 부드러운 전개. 이 아름다운 완성.

 

 완벽했다. 오직 37년 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모든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었다.

 

 남아있던 3명의 도적 무리가 놀랐는지 잠시 움찔했다. 나는 죽은 놈의 손에서 칼을 뺏었다. 그리고는 바로 앞으로 달려가 칼을 휘둘렀다. 도적도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불쌍하다. 내가 도적보다 키가 더 컸고, 팔도 더 길었다. 나는 그를 깊게 찌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저 목의 혈관, 즉 살인점을 살짝 끊어 놓는 것뿐이었다. 가까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의 칼은 내게 닿을 수 없었고, 내 칼은 정확하고도 미세하게 혈관을 끊어냈다. 피가 솟구쳤다. 붉은 피를 내뿜는 사람 분수.

 

 분명히 나는 미소 짓고 있었을 것이다.

 

 칼을 던졌다. 내게 달려오던 도적이 그대로 뒤로 넘어간다. 보호구가 미치지 못한 팔이었다. 팔에 칼이 박히자마자 뛰어오던 도적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꼬꾸라졌다. 넌 이따가 죽여야지!

 

 남아 있는 한 놈에게로 가려는데 두 말이 달려왔다. 아이쿠야. 말이로구나. 째려봤다. 말이 앞발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타고 있던 두 도적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소를 도축한지 십년이 넘었다. 동물을 제압하는 건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개들이 개장수만 보면 짖고 공포에 떠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동물의 본능은 인간보다 몇 배는 예민하다.

 

 갑자기 아진이 내게 뛰어오더니 칼을 건네준다. 와... 눈치 빠른 거 봐라.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 어느새 뒷걸음질 치던 도적 하나에게 다가갔다. 도적은 넘어졌고, 어떻게든 살려는 듯이 네발로 기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놔뒀다. 구태여.

 

 마스터는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보다가 뭐라 소리를 쳤고, 마부는 동요하는 말을 수습해 마차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말에서 떨어진 도적 중 한명은 간신히 마차에 올라탔지만, 다른 하나는 마차 바퀴에 밟혀 그 자리에서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나는... 나는... 만족스러웠다.

 

 재능발휘.

 

 갑자기 소 새끼가 너무나 고마웠다. 여기는 내가 살아 갈만한 곳이 분명했다.

 

 나는 아까 칼을 던져 쓰러트린 도적에게 걸어갔다. 마무리를 해야 하니까. 머릿속에서는 어떤 마무리가 좋을지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살면서 이렇게 머리를 썼으면 분명 서울대에 합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멈춰요!”

 

 아진이 나를 막았다.

 

 ‘뭐야. 눈치 없잖아.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는 거야? 확! 너를 죽일까? 여기는 죽여도 되는 곳이잖아. 여기가 바로 MAMA무대잖아!’

 

 “차라리 나랑 해요.”

 

 아진이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4개의 단추를 풀자, 안에 입고 있는 하늘색 브래지어가 살짝 드러났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아진의 가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내가 변태여서가 아니라 당황해서 그랬다. 한 호흡을 거치고 나서야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아... 아니야. 그런 거.”

 

 그래. 아진이는 눈치가 빠르다. 내 살기가 자신을 향하는 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푸는 방법도 알고 있다. 소 새끼보다 더 요물일지도 모른다. 이 여자애.

 

 “고마워요. 오빠. 그런데 우리 지금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니까요. 살려면 뭐라도 알아야 해요.”

 

 아진이는 우리가 이 낯선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생존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었다. 나야 죽일 줄이나 알았지. 나는 가급적 아진의 생각을 따르기로 했다. 그 편이 내가 더 오래 살 것 같았고, 내가 더 많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자... 아저씨... 살고 싶죠?”

 

 아진이 도적에게 묻자 도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몇 가지 좀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도적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초행길이라 그런데 여기가 어디에요?”

 

 도적은 이상하게 나와 아진을 쳐다봤다.

 

 “여기가 어디냐니! 뭔 개수작이야. 여기는 어디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똑똑히 알려줄게!

 여기는 지옥이야!“

 

 도적의 눈이 살기, 아니 절망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아진의 눈도 그러했다. 내 눈은... 글쎄... 두려워했었나? 아니면... 웃고 있었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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