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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4
작성일 : 17-11-08 23:53     조회 : 299     추천 : 2     분량 : 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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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자리에 앉은 씨족 우두머리들 사이에서 침착하게 사태를 관망하는 이는 나바재 씨와 잿빛양털 씨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봄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누구보다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따르던 동백꽃 씨는 벗겨진 머리 위로 핏줄을 바득바득 세우며 봄비를 노려보고 있다.

 "봄비! 너만큼은 그런 허튼 소리를 지껄이지 않을 거라 믿었다! 불의하게 땅을 취하고도 네 놈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누울 수 있을 성 싶으냐!"

 동백꽃 씨가 벌떡 일어나 봄비에게 달려든다. 지켜보던 잿빛양털 씨는 예상했다는 것처럼 뛰쳐나가 그를 땅에 메어쳐버렸다. 봄비가 몸을 일으켜 그를 내려다본다.

 "누워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지금도 마찬가지일세."

 잿빛양털 씨는 쓰러진 동백꽃 씨의 위에 올라가 빼앗은 돌도끼를 모가지에 겨누고 있다. 봄비는 여태껏 그가 이죽거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동백꽃. 자네는 참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그렇게 입바른 소리나 지껄일 수 있는 것도 다 자네 마을 위를 비추는 별이 여전히 뜨겁게 빛나서가 아닌가? 지금은 잠자코 이야기나 듣고 있어. 너 말고도 얘기해야 할 씨족장이 스무 명이나 남았으니까."

 봄비는 다시 동백꽃 씨를 일으켜세워 자리에 앉혔다. 잿빛양털 씨는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그의 뒤에 서있기로 했다. 손을 허리춤의 뼈칼로 옮겨둔 채로.

 "이 사람 말고도 내 제안에 반대할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다들 입장을 확실히 하는 게 좋을거요. 나와 함께 할 사람은 손을 드세요."

 동백꽃은 여전히 절대 안될 일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찬성하고 나온 건 나바재 씨였다. 그가 먼저 손을 들자 몇몇 사람들도 뒤따른다. 마지막까지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모두 여섯 명. 봄비가 예상한 숫자 그대로였지만 예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봄단풍 씨, 잿빛양털 씨 두 분께서는 반대하고 나서다니 의외입니다."

 장자마저 죽어 직계 혈통이 끊긴 봄단풍 씨족에서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우두머리 자리를 이어받았나보다. 간밤에 죽은 젊은 봄단풍의 딸일까, 여동생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 봄비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제 가족들이 멋대로 나무그늘을 침범하지 말았어야 해요.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것에 우리의 책임이 어찌 작다 하겠습니까? 여기서 제가 감히 무슨 자격으로 싸움을 부추기겠습니까?"

 "의외지만 맞는 말이오. 그럼 잿빛양털 씨는 왜 반대하고 나선 겁니까? 그럴 이유는 없어보이는데."

 "반대해야 할 이유야 없지. 하지만 이 문제에 관여할 권리도 없소. 나는 당신네들 어르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 없어.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한 적도 없지. 여기 있는 '사냥꾼' 씨족들이라면 다 그럴 거요. 나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고 지켜볼 참이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하라... 맞는 말이오."

 그에게 기대를 품었던 터라 봄비의 마음이 조금 아쉽다.

 "앞으로 회의를 열 때는 오늘 손을 든 열 여섯 씨족들만을 소집할 겁니다. 그렇지 않은 여섯 분들께는 따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잿빛양털 씨족처럼 이 일에서 빠지십시오. 서로 창을 쥔 채로 마주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17.

 봄비는 사람들을 돌려보낸 뒤 따로 너럭바우를 불렀다. 그가 숨차게 뛰어오는 것을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봄비 씨.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어떠한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에 다급하게 뛰어왔으리라. 봄비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너럭바우야. 너는 당분간 봄단풍 씨네 마을에서 지내도록 해라."

 봄비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 아이를 따로 빼주고 싶다. 봄단풍 씨족은 많은 사람들이 다쳐 싸움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그 땅에 보내놓으면 안전하겠지. 너럭바우의 얼굴에 언뜻 실망스런 그림자가 보인다. 봄비는 그에게 이번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천천히 이야기해주었다.

 "땅을 빼앗으면, 어르신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봄비는 점점 마음이 무겁다.

 "걱정 말거라.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을 터이니."

 

 18.

 날이 점점 추워지자 모닥불 주위로 짐승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처음에는 모두 사냥하거나 쫓아냈지만 개중에는 으르렁거리는 게 아니라 낑낑거리며 다가와 머리를 부벼대는 것들도 있어 모질게 대할 수가 없다. 쓰다듬어주면 좋아하고 살코기 발라내고 남은 뼈다귀라도 던져주니 가는 곳마다 따라다닌다. 곳간이 비고 나니 인심도 야박해졌다 여겼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은 갈 곳 없는 짐승들을 거두기로 했다.

 "나바재 씨가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천막 밖으로 나가보니 나바재 씨가 나무토막에 끈을 달아놓은 물건을 가져왔다.

 "재밌는 걸 만들어봤네. 한 번 보시게."

 그는 이 물건을 활이라고 부른다. 가는 장대를 끈에 매어 당기다가 놓으니 어느새 먼 발치의 나무에 꽂혀있다.

 "어르신들은 덩치가 크니 가까이서 싸우지 말고 이렇게 상대하는 게 좋을 것 같소."

 "정말로 그 분들을 다치게 할 셈인가?"

 "예전에 나무를 베다 깔려죽을 뻔한 적이 있소이다. 비슷한 경험을 두 번 하기는 싫은걸. 어차피 털가죽도 두터울 테니 이런 잔가시로는 생채기 하나 안 나실거요. 당신도 봄단풍 씨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어르신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걱정해야 할 거요."

 

 19.

 지난 회의 때 모진 말로 헤어지기는 했지만 봄비는 잿빛양털 씨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흔쾌히 자기가 먹을 고기마저 나눠줄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는 더 힘든 법이다.

 "잿빛양털 씨 덕분에 이제 우리 마을 사람들도 어엿한 사냥꾼이 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그는 이죽거리고 있다. 그래. 이런 시기에는 항상 웃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지.

 "어엿한 사냥꾼? 헤헤헤. 제법 웃기는구만! 오는 길에 보니 짐승들을 길들였더군요. 어째서 그러셨소?"

 "항상 따라다니는 걸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거둔 게요. 하면 안되는 일을 한 겁니까?"

 "난 사냥꾼이오. 사냥꾼이라면 응당 사냥감의 자유로움을 존중할 줄 알아야지."

 봄비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차피 죽일 거라면 자유를 존중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아주 큰 차이지요. 물론 짐승들을 잡아다가 길들이고 젖과 털과 얻고 새끼를 치면 훨씬 살기는 편할 겁니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사냥이 아니오. 묶여있는 사냥감을 죽이는 건 수치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세요. 저 짐승들은 사냥감이 아니니까."

 "말도 통하지 않는데, 친구라도 된답니까?"

 "함께 사냥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잘 때는 서로 껴안고 잡니다. 친구라고 해도 문제는 없겠지."

 "사냥감이 아니고 친구? 하하! 그건 몰랐군!"

 

 20.

 마을 사람들이 활을 만들고 쏠 줄 알게 되었을 즈음, 별은 열 개만이 남았다.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점차 같은 땅 위로 모여들었다. 씨족 회의는 별이 죽을 때마다 열렸기 때문에 그들은 더 자주 모일 수 있었다. 나바재 씨는 항상 별스러운 물건들을 만들어 가져와 자랑을 늘어놓는다. 봄비는 각 씨족 사람들의 수를 확인하였고 씨족 우두머리들과

  어느 곳을 먼저 칠지, 어르신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상의했다.

 "나바재 씨가 만들어오는 대부분의 물건들로는 사실 어르신들을 상대할 수 없소. 나무와 가죽으로 방패를 만들어봐야 흑단들소들이 뿔을 세우고 달려들면 소용이 없어. 화살은 어르신들의 거죽을 뚫지 못하지."

 "이번에 만들어온 투창기는 어떻습니까? 이걸 쓰고 나니 순록가죽을 무려 네 장이나 꿰뚫었어요. 수백 명이 이것으로 창을 던져대면 코끼리 어르신이라도 버티지 못할 거요."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건 투창과 우월한 병력 뿐이지요."

 늘 하던대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봄비가 한 마디 거든다.

 "아니요. 하나 더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회의장에 정적을 가져온다.

 "싸움은 계획한 것보다 더 길어질 겁니다. 살아온 터전을 버릴 분들이 아니시니까. 격렬하게 맞서싸우실테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겁니다.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방법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나바재 씨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지금 투창기보다 효과적인 수단이 있단 말이오?"

 봄비는 자신이 떠올린 방법에 몸서리치며 대답한다.

 "벌판에 불을 지를 겁니다."

 
작가의 말
 

 아직 17000자 정도 밖에 안 썼지만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고 열심히 퇴고하겠습니다.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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