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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TI(안티)
작가 : 고전부
작품등록일 : 2017.10.30

한 독자의 초대장을 받고 일본 오사카로 간 작가 '시호'. 그곳에서 '시호'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

 
05. 탐색전
작성일 : 17-11-08 22:01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8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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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 탐색전

 

 시간은 어느덧 오후 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거실엔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똑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하나같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얼굴. 수연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시체를 발견한 시각이 오전 9시 20분. 경찰이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50분경. 피해자 쇼고의 사망 추정 시각은 오전 2시에서 3시 사이.”

 

 수연은 마치 독백을 하듯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수연의 목소리엔 감정 하나 묻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용의자는…이곳에 있는 모두.”

 

 수연의 마지막 말에 저마다 몸을 조금씩 움찔거렸다. 서정은 그런 수연의 옆에서 마른침을 삼킨 채 부러 목을 꼿꼿이 핀 채로 서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긴장감을 숨기고만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건을 정리해보면 어젯밤 9시부터 요코를 제외한 모두가 저 건너편에 보이는 주방에서 저녁을 먹었고, 9시 50분에 뒷정리까지 모두 말끔하게 완료. 그리고 10시 20분엔 모두 각자 방으로 이동….”

 

 무언가에 홀린 듯 거실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건을 나열하는 수연을 보며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연은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수연이,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여섯 명 모두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연로한데다 몸이 성하지 않다고는 하나, 상대는 남자일뿐더러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연약한 여자입니다. 상대를 제압하고 질식시키는 데 최소한의 힘과 시간이 필요하죠. 더군다나 시체를 기괴한 꼴로 묶기 위해선….”

 “…….”

 “다들 오늘 새벽 2시부터 3시 사이에 어디서 뭘 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각자의 방위치도 함께요. 먼저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요코 씨부터.”

 

 수연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요코를 쏘아보았다. 자신을 보는 시선에 질겁한 요코는 격앙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당신…. 설마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전 그저 오전 2시부터 3시 사이에 요코 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물었을 뿐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할 생각이구요.”

 

 겁에 질린 듯 비정상적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요코에게 수연은 무감하게 말했다. 상대가 어떤 상태든지 수연에겐 별로 중요치 않은 듯 보였다. 수연에게 저항하기라도 할 듯 요코는 번뜩 눈을 떴지만 이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억지로 화를 누르는 듯 보였다.

 

 “…전 저기 앉아 있는 신페이의 손님이에요. 이곳에 오자마자 주방에 모인 이들 모두에게 얼굴을 한 번 비친 뒤 전 3층 맨 오른쪽에 있는 방에 올라왔어요. 배가 고프지 않았거든요.”

 “그리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히카 씨가 방문을 두드리고 저에게 물을 건넸어요. 제가 부탁한 거였거든요. 그때가 9시 20분경이었고, 그리고 그 이후엔….”

 

 요코는 몹시 불안한 듯 제 두 손을 꼭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수연과 도연의 눈치를 살피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떼었다. 그런 요코를 바라보는 도연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태연했다.

 

 “그 이후론…피곤해서 바로 잤습니다. 오늘 아침 8시 반쯤에 신페이 씨가 깨워서 일어났구요.”

 

 요코는 망연자실한 듯 고개를 깊이 숙였다. 요코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듯 보였다.

 

 요코의 말을 들으며 수연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요코는 도연에 의해 이곳에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겉으로 봐선 둘의 관계를 짐작할 수 없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건지 묻고 싶었지만 수연은 입을 닫았다. 도연이 그것을 순순히 말해줄 리 없었다.

 

 “다음은 유정 씨. 듣기엔 어제 처음 이곳에 왔다고 하던데.”

 “네. 찾는 사람이 있어서 왔지만 아쉽게도 이 하숙집엔 없었습니다. 이왕 온 김에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며칠 묵기로 결심을 한 거구요.”

 

 조그마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유정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제 방은 2층 베란다가 있는 곳이에요. 오른쪽 끝에 위치한.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서 저는 바로 씻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어요. 하지만 잠을 잘 수는 없었어요. 할 일이 있었거든요.”

 “할 일?”

 

 수연의 물음에 유정은 대답 대신 제 노트북을 돌려 수연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유정의 옆에 바짝 다가온 수연은 유정의 노트북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오른쪽엔 유정이 누군가와 나눈 채팅창이, 왼쪽엔 MKK라는 언론사 이름으로 인터넷 기사 창이 각각 띄워져 있었다. 시간은, 공교롭게도 오전 2시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 MKK라는 한국의 언론사에서 방송 리뷰 기사를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제 저는 2시부터 3시까지 본 방송하는 심야 드라마를 시청하며 총 4편의 기사를 작성했고, 틈틈이 부장님과 채팅으로 업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쪽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수연이 찬찬히 화면을 살폈다. 유정의 말대로 오전 2시 14분, 31분, 46분, 오전 3시 2분에 차례로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의 내용은 방송의 부분 줄거리를 그대로 나열한 것으로, 유정의 말대로 본 방송을 시청하지 않으면 작성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채팅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장이라 불리는 이와 유정은 사망 추정 시간인 오전 2시부터 3시 사이에 계속해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기사를 작성하고 거기다 틈틈이 채팅까지. 얼마 간 자리를 비울 수는 있어도 살인을 계획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반박할 수 없을 만한 명백한 알리바이였다. 물론, 이 일을 정말 유정이 직접 한 것이 맞는다면.

 

 “꽤나 확실한 알리바이군요. 이 IP로 유정 씨가 직접 접속한 게 맞는다면요.”

 “물론 웹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절 대신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요. 하지만 언론사는 무엇보다 보안이 가장 중요시되는 기관이에요. 그런 만큼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죠. 가령…특정 컴퓨터에서만 로그인이 되도록 한다던가.”

 

 과연. 수연은 처음 입을 뗄 때부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던 유정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보안이 생명인 기업들은 회사 컴퓨터 외에 다른 컴퓨터로 로그인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 경시청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기에 수연은 곧잘 이해했다. 유정의 IP로 MKK라는 언론사에 접속이 허용되는 컴퓨터가, 만약 유정이 갖고 있는 노트북이 유일하다면 유정의 알리바이는 완벽히 입증되는 것이었다.

 

 “그건 저희 쪽에서 확인을 한 후에 다시 판단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신페…아니, 김도연 씨.”

 

 수연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서정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서정은 재빨리 유정의 노트북을 가져가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수연은 그런 서정을 보며 서정의 유일한 장점이 눈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제 차례가 끝나자 유정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밤중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유정은 좀처럼 화가 식지 않았다. 피곤한 와중에도 기사를 썼지만 부장은 사사건건 유정의 글에 시비를 걸었다. 좀처럼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수차례 수정을 요구했다. 열이 바짝 올랐지만 유정은 진정하려 애썼다. 작가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에 이만큼 평범한 직장도 없었으니까.

 

 “전 해림이랑 같이 3층 두 번째 방을 쓰고 있어요. 3개월 전에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땐 남는 방이 없었거든요.”

 

 도연이 고개를 돌려 해림을 한 번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좀처럼 섞이지 않았던 둘이 같은 방을 쓰는 사이였다니. 수연은 물론 유정 또한 놀란 기색을 숨겼다.

 

 “다들 아시겠지만 밤엔 꽤나 많은 비가 쏟아졌죠. 그런데 저희 바로 옆방인 다락방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길래 확인해 볼 겸 들어갔어요. 한쪽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었고, 저희는 그걸 고치려고 꽤나 소란을 피웠어요. 그때가 1시 47분쯤이었어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건 그때 해림이의 게임기 시간을 봤기 때문이구요.”

 

 마치 대본을 외운 듯 막힘없이 말하는 도연의 말에 수연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친구인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증인은 될 수 없어요. 뭐,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때 저희가 3시 정도까지 다락방에서 한참 씨름을 했는데…저희를 본 사람은 꽤 많아요. 그렇죠, 효정 씨?”

 

 도연이 효정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턱을 괸 채 무신경하게 앉아있던 효정이 도연이 있는 방향은 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자려고 하는 데 너무 시끄러워서 올라가 봤을 뿐이에요. 제 방은 2층 두 번째 방이에요. 그때가 2시 10분쯤이었는데, 거기서 구경하다 전 제 방으로 내려왔어요. 아마 3시쯤이었던 것 같아요.”

 

 궁지에 몰리면 입이 트게 되는지, 유정은 어색한 곳 하나 없이 빠르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효정의 능숙한 말에 내심 놀랐다.

 

 “네. 저도 내내 부엌에서 아침 재료 준비를 하다 새 접시를 꺼내기 위해 다락방에 올라갔었어요. 도연 언니랑 해림 언니, 그리고 효정이가 같이 있는 걸 봤어요. 시간은…제가 접시를 꺼내 와서 설거지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3시 15분쯤이었으니까…아마 2시 45분 정도가 아닐까요? 아, 제 방은 2층 맨 왼쪽 방이에요.”

 “그럼 저녁 식사가 끝난 후 계속 주방에 계신 건가요?”

 “아니요. 방에서 조금 자다가 2시 조금 넘어서 깬 것 같아요. 그때부터 주방에 나와 있었죠. 아, 계단을 내려가던 중에 해림 언니랑 한 번 마주쳤어요.”

 

 의연하게 이어지는 수경의 말에 수연은 작은 의문을 가졌다. 알아보니 피해자 쇼고는 돌아가신 수경의 엄마가 하숙집을 처음 운영했을 때부터 함께 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쇼고가 수경을 마주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쇼고의 시체가 뻔히 드러난 지금까지, 수경의 감정의 폭은 이상할 정도로 변하지 않은 듯 보였다.

 

 “맞아요. 저 한 곳에만 있기 따분한 성격이라 다락방에 있다가 막 이리저리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주방의 물소리를 들었어요. 문을 여니 히카가 있었어요. 그때 게임기 시간이 2시 7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런데….”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듯 눈썹을 찌푸린 채 무언가를 떠올리려 하던 해림이 말을 멈췄다. 얼마 간 정적 후 해림이 손가락을 길게 편 채 소은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런데 넌…쇼고 씨의 방문 앞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뭐? 내가 뭘….”

 “벽장 방문 앞에 귀를 바짝 대고 있었잖아. 날 보고 흠칫 놀라서 바로 내려갔고.”

 

 해림의 분명한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번에 소은에게 쏠렸다. 해림의 지목에 당황한 소은은 창백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난…난 그냥 위에서 똑똑, 하고 비 새는 소리가 나서 올라가 봤을 뿐이야. 내…내 방은 쇼고 씨의 방 바로 아래니까.”

 “소은 씨를 본 시간, 혹시 기억해요?”

 

 수연이 소은에게는 시선을 두지도 않은 채 해림에게 물었다. 해림은 소은을 가리켰던 손을 천천히 내리더니, 다시 한 번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그때 주방에선 물소리가 났었고…게임기는 2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전 거실에 있다 우연히 나와 봤어요.”

 “소은 씨. 해림 씨를 마주치기 전까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죠?”

 “전…저녁을 먹고 방에 내려가서 줄곧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그러다 위에서 비가 새는 소리 같은 게 나서 잠깐 올라가 본 것 뿐이구요.”

 

 수연의 눈에 소은의 귀에 부착된 보청기가 보였다. 그만큼 소은의 귀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예민할 게 뻔했다. 다락방에서부터 비가 새는 소리를 들었던 것일 수도 있고, 도연과 해림과 효정이 내는 요란한 소리를 들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쇼고를 죽이고 있던 범인이 내는 소리를 들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쇼고를 죽이고 나온 뒤, 그의 숨이 정말로 끊겼는지 확인하던 중이었을 수도 있다.

 

 “이만하면 된 것 같네요.”

 

 수연은 헝클어진 머리를 한번 헤집은 채 언성을 높이며 말을 뱉었다. 해림으로 인해 소란해졌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연은 복잡한 상황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갔다. 그러니까 증언들을 모두 종합해 보자면….

 

 “물론 전부 다 심층적으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만 우선으로 조사를 하도록 하죠.”

 

 명확한 알리바이가 없는 이는 단연 요코와 소은이었다. 반면 반박 못 할 알리바이를 입증한 건 유정이었다. 수연은 피해자를 죽인 뒤 그를 낚싯줄로 묶기 위해선 여자의 몸으로 최소한 20분에서 25분이 소요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남은 이들의 틈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쇼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사망 추정 시각인 2시부터 3시 사이에 모든 이들은 마치 짜인 듯이 하나하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도연과 해림이었다. 1시 50분쯤 바로 옆방인 다락방으로 간 그들은 비가 새는 곳을 고치기 위해 소란을 피웠다. 이후 2시 5분에 수경이 방을 나서 주방에 있었고, 2시 10분에 효정은 다락방으로 향한다.

 

 수경은 2시 45분에 다락방에 접시를 가지러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 도연과 해림, 그리고 효정이 함께 있는 걸 보았으니 그 사이에 만약 셋이 한 번도 다락방을 나서지 않았다면 셋의 알리바이는 얼추 성립된다.

 

 “도연 씨와 효정 씨는 2시 10분부터 2시 50분까지 한 번도 다락방을 나가지 않았나요?”

 

 수연의 물음에 도연과 효정이 어색하게 눈을 맞추는 것이 보였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확신에 찬 눈으로 수연을 보았다. 서로의 알리바이를 입증한 셈이었다. 자기 자신이 용의자로 몰린 상황에서 타인을 감싸기 위한 거짓 증언을 할 이유는 없었다. 둘의 알리바이는 성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매한 건 해림과 수경이었다. 도연과 함께 다락방에 있던 해림은 얼마 있다 다락방을 나와 2시 7분에 계단을 내려가는 수경을 보았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배회하다 다시 다락방에 올라갔고, 2시 45분에 도연과 효정과 함께 있는 걸 수경에게 목격 당한다. 그리고는 다시 다락방에서 내려와 2시 50분쯤 소은이 피해자의 방문 앞에 있는 걸 목격한다. 대략 2시 10분부터 40분까지 20분 정도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수경은 2시 7분에 해림을 마주쳤다. 그리고 줄곧 주방에 있다 2시 45분에 도연과 효정과 해림과 다락방에서 마주친다. 수경에게도 대략 2시 10분부터 40분까지 30분 정도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쇼고를 살인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는 요코와 소은, 수경과 해림, 도연과 효정, 그리고 유정 순이었다. 하지만 서정이 오면 유정 또한 알리바이가 진실인지 아닌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의심을 내려놓긴 일렀다. 또한 도연과 효정, 해림과 수경까지. 이들의 관계까지 낱낱이 파악할 필요성 또한 존재했다.

 

 “가장 먼저 요코 씨와 소은 씨부터 취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곳에 그대로 머물러 주시길 바랍니다.”

 

 요코는 기겁을 하며 수연을 향해 갖은 욕설을 날렸다. 과도한 긴장 탓에 흥분을 한 모양이었다. 반면 소은은 굳은 얼굴로 가만히 수연을 응시할 뿐이었다.

 

 “경위님. 그전에…모두 모여 있을 때 질문할 게 있는데요.”

 

 긴 다리를 꼰 채 느긋한 미소를 지어 보인 도연이 수연에게 넌지시 말을 뱉었다. 수연은 도연 스스로가 자신이 어느 정도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 있음을 알고 있다는 걸 직시했다. 수연은 그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혹시, 시호라는 작가를 알고 있어?”

 

 수연이 응하기도 전에 도연이 대뜸 한 곳에 모여 앉은 이들을 고루 둘러보며 질문했다. 도연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시호의 이름을 꺼낸 탓에 유정 또한 헛기침을 하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용의자인 주제에 막무가내로 말을 뱉는 도연 탓에 수연은 한바탕 큰소리를 치려했다. 하지만 시호라는 이름. 어딘가 익숙했다. 기억 속 저편에서 본능과도 같은 감각이 꿈틀대고 있었다. 분명히 어떤 사건에서 접한 적이 있는….

 

 “잠깐….”

 

 도연의 질문에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들의 얼굴에 유정이 애써 수습하려 말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유정은 쇼고를 죽일 때 시호의 소설 속 장면을 그대로 인용한 사람이라면, 분명 시호의 이름이 나와도 시치미를 뗄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연기를 알아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거라고.

 

 시호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것 또한 유정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유정은 수연이 걸렸다. 형사가 시호의 존재를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한다면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위험도 있었다. 유정은 도연의 무모함을 원망하며 마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유정은…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시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야.”

 

 수연과 도연과 유정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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