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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화려한 회식
작성일 : 17-11-08 21:28     조회 : 299     추천 : 5     분량 : 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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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화려한 회식

 

 

 

 “...난 이 사람.”

 

 오 마이 갓. 충동적이었다. 카페로 들어오는 남성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 나는 과연 진화가 된 유인원인걸까. 내 도발적인 삿대질로 유희는 물론 주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까지 나에게 시선을 두었다. 제일 최악인 건 나의 검지 손가락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는 저 남자와 눈이 똑바로 마주치고 있다는 것이다. 난 황급히 손가락을 접고, 팔을 내렸다. 시선은 최대한 아래로, 아래로.

 

 “대박, 너 미쳤어? 잘생기긴 했네, 눈이 낮아지긴 개뿔.”

 

 유희는 상체를 기울여 다가와 조그맣게 속삭였다. 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 바닥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외모지상주의는 스무 살 때 다 버리고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사람이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건 본능인구나, 깨달으며 다시금 반성을 했다. 지금쯤이면 날 이상한 사람취급하고 무시할 법한 타이밍이 됐을 무렵, 고개를 다시 들었다.

 그런데 그는 날 여전히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난 또 굳을 수밖에 없었다. 왜 아직도 이쪽을 보고 있는 거야, 젠장. 속으로 수십 개의 욕을 되새기며 이번엔 고개를 아예 반대쪽으로 틀었다.

 

 “저기요.”

 

 왼쪽에서 낮은 음성이 들렸다. 순간 내 머릿속에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 건지 짧은 찰나에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욕을 하면 뭐라 하지, 손가락질을 했다며 나를 고소하는 건 아닌가, 손가락을 부셔버린다고 하면 어쩌지, 난 이제 더 이상 일을 못하는 건가... 유희가 좋아하는 가상의 상황을 직접 만들만큼 난 당황했고,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저기요, 제 말 안 들려요?”

 “..네에..?”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나가질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이 고통을 선사해준 원인 제공자 유희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와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아세요?”

 

 모릅니다. 몰라요. 함부로 놀리다가 망한 것들 중엔 손가락도 있었는데, 정말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내 손끝이 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구나, 라며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네? 아니 왜 죄송하다고 하세요? 전 그냥 단지 절 아시나 해서..”

 “손가락이 헛나간 거라서요.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혹시..”

 “오빠! 여기서 뭐해?”

 

 연거푸 사과를 하고 있을 때, 어떤 여성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딱 봐도 화려한 외모의 예쁜 여자였다. 그 남자에게 자연스레 팔짱을 끼는 모습이 애인인 것을 직감하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흘겨보며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 남잔 자신의 것이라고.

 

 “아, 아니야. 실례했습니다.”

 

 나에게 꾸벅거리며 정중히 인사하는 그에게 나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연신 사과를 해대는 내가 못마땅한지 유희는 죄졌냐며 나무랐지만, 난 아직 얼떨떨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급작스러운 대화였다. 그와 그녀가 주문한 커피를 테이크아웃 후 카페를 벗어나자 겨우 유희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면서도 힐끗 나를 보던 그의 눈빛이 아직 잊혀지질 않았다.

 

 “나 오빠한테 가봐야 해서 먼저 간다.”

 “잠시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희를 붙잡아 그녀의 어깨에 묻어있는 머리카락을 떼었다.

 

 “이런 것 좀 떼고 다녀.”

 “이런 걸 어떻게 아냐? 하여튼, 직업병이라니까.”

 

 직업병이라니,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워낙 틀어지고 불안한 인생인지라 내 주변은 항상 정돈이 잘 되어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옷에 묻은 머리카락, 뒤집혀있는 후드모자, 책꽂이에서 삐져나온 책 같이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묻어있는 것들을 보면 참지 못했다. 무엇이든지 똑바르게 제자리를 찾아야 마음이 편했다.

 이런 성향 덕분에 지금의 일을 할 수 있었고,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내 직업은 책 교정교열사이다. 문서에서 오탈자나 비문을 찾아 고치는 일을 하는데, 오류를 발견할 때면 짜릿한 쾌감이 있다. 유희는 이 일이 나에게 천직이라 말했고, 나도 크게 부정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이 일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재택근무라는 점이다.

 

 “나봄씨, 메일 잘 확인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출판사 교정교열팀장의 전화였다. 내가 교정한 문서를 메일로 보내면 출판사 쪽에서 확인 연락이 오는 패턴이다. 대부분 문자나 답장메일로 확인했다는 연락이 오는데, 팀장이 새로 바뀌고 나서부턴 항상 전화였다.

 

 “이번에도 회식 참석 힘드시겠죠?”

 “...네. 죄송해요.”

 

 덕분에 내가 일하는 출판사를 계약일 빼고는 간 적이 없다. 계약서엔 분명히 ‘재택근무 형식’, ‘회식참석 여부는 자유’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이기에 한 번도 회식에 참석한 적도 없었다. 모든 것을 카톡, 메일, 문자, 전화로 해결하면 되니까 말이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니까!

 

 “그럼 이번에도 나봄 씨 얼굴을 못 보겠네요.”

 

 팀장의 아쉬움이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2년 동안 회식은커녕 출판사 근처에도 안 가봤는데, 이제와 가는 것도 이상했다. 죄송하다며 다음엔 시간을 내보겠다는 형식적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새로 바뀐 팀장은 목소리도 어린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단체 생활을 좋아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이게 바로 회식이지.”

 

 거슬리는 긴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갑갑한 렌즈 대신 안경을, 시원한 민낯으로 마시는 맥주와 맛있는 치킨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화려한 회식이었다. 이번 주 편집 마감을 마친 보람으로 사치를 부렸다.

 

 “오늘 조금만 먹고 내일 또 먹어야지.”

 

 노오란 껍질이 입 속으로 들어오는 바삭한 소리가 마치 낙엽을 밟는 소리 같았다. 치느님은 이렇게 재빨리 지나간 가을을 느끼게 해주셨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신 치킨은 또 소복히 쌓인 눈 같았다. 아, 벌써 첫 눈이 치느님의 다리에 내렸구나. 오늘은 맥주 한 캔을 더 마셔야겠다. 출판사 회식보다 지금 내 순간이 더 행복하다는 걸 스스로 합리화 시키고 싶었다. 유치한 승부욕으로 냉장고 문을 열자, 맥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제 다 마셨지.”

 

 남들은 귀찮아서라도 안 먹는다고 하겠지만, 난 다르다. 어디 먹을 것 앞에서 귀찮다는 말을 하겠는가. 서둘러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세 줄이 선명하게 박힌 슬리퍼를 슥슥 끌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맥주를 사고 나오는 길에 내 옆을 지나가는 외제차 한 대가 눈에 띄었다. 노인과 아이밖에 없는 양극화 동네에 외제차라니..! 신선한 풍경에 시선을 떼지 못할 때쯤, 차가 멈추었다.

 

 “오빠, 나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

 

 조수석에서 한 남자가 내리자, 운전석에서 여자가 나와 말했다. 와우, 도발적인걸?

 

 “피곤해, 너도 들어가서 자라, 쫌.”

 

 헉. 소리가 나오기 전에 한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그 남자였다. 내가 손가락질을 했던 카페의 그 남자. 조수석에서 내릴 때만 해도 몰랐는데, 이쪽으로 고개를 향하니 알아볼 수 있었다.

 

 “..어?”

 

 정신없이 시선을 두고 있었나보다. 그 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편의점 앞에서 관람 중이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당황하여 얼른 그에게서 시선을 피해 나왔던 편의점을 다시 들어갔다.

 

 “어서오세.. 뭐 놓고 가신 거 있으세요?”

 

 편의점 알바생이 인사를 하다 물었다. 아, 좀 더 사려고요. 라고 대답한 후 맥주 칸으로 다시 갔다. 뜻밖의 맥주 풍년이다. 낯선 외제차 때문에 이게 뭔 낭패람. 중얼대며 카운터에 맥주를 올려놓았다. 그때 마침, 편의점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딸랑 -

 

 “어서 오세요.”

 

 인사성 밝은 알바가 맞이한 건 그 남자였다. 난 순간 굳은 몸을 재빨리 녹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알바생에게 카드를 건넸다.

 

 “2400원입니다.”

 

 속으로는 제발 빨리 계산해주세요를 수십 번 외치고 있었다. 설마 나를 따라 들어온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계산만 마치면 누구보다도 빨리 이 편의점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하며 원래 들고 있던 검은 봉지에 맥주를 미리 넣었다.

 

 “감사합니다.”

 

 다시 건네주는 카드를 잽싸게 받아들고 옆으로 돌자, 예상 시나리오에 없던 검은 물체와 부딪히고 말았다. 눈앞에 보인 건 온통 까만 어둠이었다. 이게 내 앞날인가.

 

 “맥주 좋아하시나 봐요.”

 

 검은 물체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보니 그 남자였다. 검은 니트의 갈색 롱코트를 입은 남자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내가 부딪힌 건 검은 내 앞날이 아니라 그의 검은색 니트였고, 그에게선 미세하게 술 냄새가 났다. 취했나..? 난 황급히 그와 눈을 피했다.

 

 “죄, 죄송합니다.”

 “하. 정말 이상하시네. 저한테 진짜 잘 못한 거 있어요?”

 “...”

 “맞죠? 어제 그 카페.”

 

 기억하고 있었다. 나만 알아본 게 아니었다. 찰나였지만 임팩트가 강해서 일까, 얼굴을 순간적으로 알아보기 쉬웠다. 그의 질문에 머뭇거리고 있자, 나가시던 길 아니었어요? 라고 다시 그가 물었다.

 난 정말 나가던 길이었으니 문을 열고 나섰다. 여자와 함께 타고 온 외제차는 이미 사라져있었고, 그는 곧이어 빈손으로 편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에서 아무 것도 사지 않을 거였으면서 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설마.. 나를 쫓아서..? 의문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있을 때쯤 그가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이 동네 사시나 봐요. 저도 여기 사는데.”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언제 봤다고 이렇게 말을 걸 수 있을까. 심지어 여자 친구도 있는 사람이 낯선 여자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도 되는지 불편했다. 그리고 난 여기서 산지가 벌써 3년째인데, 저런 비주얼을 도통 보지 못했다.

 

 “전 이만 들어갈 테니, 조금만 마시고 주무세요.”

 

 대답은커녕 메아리조차 없는 나의 뒷모습에 대고 그는 끝까지 말을 걸었다. 등 뒤에서 그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난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그가 들어선 곳은 두 달 전 새로 생긴 신축 빌라였다. 나의 집과는 골목 하나 차이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부터 동네를 빙 돌아가면 되니까. 집에 들어오니 역시나 식은 치킨이 나를 맞이했고, 오늘의 회식은 접어야만 했다.

 

 “정체가 뭐지...”

 

 자꾸만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밤이 길어지고 말았다.

 

 

 

 

 

 

 

 
작가의 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까만쿠키v 17-11-30 02:39
 
재밌어요ㅋㅋ 공감백배ㅋㅋ 이거, 경험담이죠ㅋㅋ
제가 부족했던 점들이 여기있네요.
뭔가 저도 한 단계 업 시킬겸 재미도 있고 덤덤히 자연스러운 문체 좋아요ㅋㅋ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변청하 17-12-01 13:5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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