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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포푸라 레가투스
작가 : 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여섯 번의 전투, 두 번째 승리, 그리고 첫 번째 승전.
모두가 그를 영웅이라 불렀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승전을 이끈 영웅, '포푸라 레가투스(보랏빛 군단장)'이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수많은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끝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사람들을 버려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영광을 버리고 도망쳤다.
자신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 곳으로.

하지만, 전쟁은 끈질기게 그를 따라갔다.
그곳에서조차 전쟁은, 그를 전쟁터로 인도했던 것이다.

'워게임'이라 불리는, 또다른 전쟁터로.

 
Chapter 1. 사비 - (1)
작성일 : 17-11-08 20:40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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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들어봐, 이 세계는 이미 한 번 멸망했어.

 

 어? 달라는 정보는 안 주고 왜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냐고? 이봐, 더 들어보라고. 내가 왜 이렇게 화제를 꺼냈겠어.

 

 그래, 네 말대로야. 다 아는 소리지. 이 세계가 ‘대파괴’로 인해 한 번 멸망했었고, 그 이후 건설되었다는 것은.

 

 그런데 그것도 그렇긴 한데 말이야······ 내가 최근에 소문을 들었거든.

 

 대파괴 이전······ 그러니까, 황금의 시대를 살았던 인간이 지금 백제에 있다더군.

 

 뭐? 농담하지 말라고? 이봐, 내가 이런 거 가지고 장난치는 거 봤어?

 

 

  페르시아 제국 수도 알렉산드리아,

  정보 상인 파리스로부터.

 

 

 

 

  Chapter 1. 사비.

 

 

 

 

 intro.

  이곳에는 ‘하늘범선’이라는 것이 있다. ‘하늘’과 ‘범선’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점에서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범선을 뜻한다. 물론 상식적으로 대파괴 이전이었다면, 내가 살았던 세계였다면 ‘판타지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라면서 실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웃었겠지. 하지만 ‘대파괴’가 일어나 세계가 뒤집힌 지금, 그것은 더 이상 실없는 소리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 환상은 현실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범선이 하늘을 난다’라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1

  로마제국의 수도, ‘로마’의 항구는 세계를 사분하는 제국의 심장부답게 굉장히 혼잡스럽고 번화한 곳이었다. 분명 호수인데도 불구하고 바다로 착각할 만큼 수평선이 길게 늘어진 거대한 호수에는, 복잡한 기계장치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거대한 범선들이 큰 돛을 접고 펼치며 쉴 새없이 뜨고 내렸고, 출항하는 범선에도 접안하는 범선에도 각각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귓가를 가득 메웠다. 어서 빨리 짐을 옮기라는 선원들의 목소리, 이제 곧 배가 떠나니 타라는 승무원의 목소리, 그리고······.

 

 

 “굳이 떠나야 하는 건가?”

 

 

  다시 한 번, 그에게 묻는 목소리. 배에 오르려는 프레이에게 하얀소는 오크 특유의 딱딱한 어조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했다.

 

 그대가 이렇게 떠날 이유가 있냐고.

 

 그대는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나 그것은 프레이에게 의미 없는 말에 불과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의미가 있을 수가 없었다.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을 뒤로 한 채로 계단에 발을 올렸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추장.”

 

 

  ······네 계단.

  난간을 오르던 프레이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서늘한 바람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음계곡의 바람이, 그 전쟁터의 바람이,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칼날 같던 바람이.

 

 발걸음을 멈춘 그대로 프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얀소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대로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아직도 채 아물지 않은 지난 전쟁의 자상을 여기저기 드러낸, 오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로마군 특유의 새까만 군복을 입고서.

 

  하긴, 군복이 어울릴 리가 없었다. 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전사였다. 명예와 신념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훌륭한 죽음으로써 그들의 생을 증명하는 전사.

 

 그런 그들은 결코 명령에 충실하는‘군인’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과 함께 있었던,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싸웠던 프레이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소.”

 

 

 더 이상 그들에게 그런 호칭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전 이제 ‘추장’이 아닙니다.”

 “······.”

 

 

  프레이의 단호한 말에 하얀소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그러나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은 실망이 아니었다. 안타까움, 연민, 자책······ 그의 눈 안에서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듯 맴돌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프레이.”

 “예, 하얀소.”

 “우리는 그대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대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

 “붉은말도 그대가 이러길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그는······.”

 “하얀소.”

 

 

 프레이가 토해내듯 내뱉으며 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잠깐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저는 결코, 그 대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

 

 

 하얀소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입속에서 말하기 좋은 단어를 고르는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의 입이 움찔거렸으나 결국 그 입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알맞은 말을 찾을 수 없었는지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대는 바보다, 프레이."

 

 

  하얀소는, 그로서는 드물게 침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배가 시끄럽게 고동을 알리며 떠날 것을 알리자 프레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배에 발을 올렸다. 다시 한 계단, 두 계단, 그리고 하얀소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프레이가 반쯤 고개를 돌리자, 하얀소가 말했다.

 

 

 “그대가 돌아왔으면 한다.”

 “······.”

 “우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프레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목구멍까지 어떠한 말이 치고 올라왔지만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프레이는 어떠한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다시 배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그가 올라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장치가 덕지덕지 붙은 배가 시끄럽게 경적을 올리며 점차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이윽고 하늘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2

  ‘대파괴’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가장 큰 척도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마력’을 꼽을 것이다. ‘대파괴’ 이후 갑작스럽게 출현한 마력은 아직도 제대로 규명조차 되지 못한 에너지지만, 높은 효율성과 편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기와 더불어 인간의 삶을 뒤집어놓은 에너지로 불렸다.

 

 

  마력이란 것은 굉장히 단순했다. 어떤 매개를 통하든 그 매개의 힘을 극단적으로 증폭시켜준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를 비롯한 모든 것에 적용되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신체의 강화는 인간이 제대로 된 장비 없이도 맹수와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며, 마력과 결합한 기계는 기존의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높은 효율을 보여주었다. 그 효율은, 곧 ‘마도문명’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게 되는 훌륭한 주춧돌이 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바로 마도문명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각 대륙을 잇는 운송수단인 ‘하늘범선’이었다. ‘하늘’과 ‘범선’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의미 그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범선 말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대파괴 이전이었다면, 그러니까 자신이 살았던 세계였다면 ‘판타지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라면서 실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파괴’가 일어나 세계가 뒤집힌 지금, 그것은 더 이상 실없는 소리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 환상은 현실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범선이 하늘을 난다’라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젠 이런 세계에도 나름 적응했구나,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배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하늘범선의 객실은 따로 배정되지 않고 배 중심에 있는 거대한 방에 손님들이 타는 구조였다. 마치 체육관이나 강당 같은 공간이라고 할까. 당장 이 공간 안에 있는 승객만 따져도 200여 명은 훌쩍 넘어갈 것 같았다. 뭐, 당연하지만, 200여 명이 훌쩍 넘어가는 인원이 있는 공간이 결코 조용하거나 쾌적할 리 없었다. 왁자지껄한 시장통속에서 프레이는 구석에 가방을 내려놓고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없네. 역시 돈을 더 쓸걸 그랬나?’

 

 

 

  예나 지금이나 돈은 언제나 최고다. 그것은 문명이 한 차례 멸망했다가 재건된 ‘대파괴’ 이후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돈을 더 쓰면 호텔이나 유람선처럼 개인 객실을 배정받을 수도 있었지만,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이 돈을 내느니 그냥 가겠어!’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아냐, 그래도 돈은 아끼는 게 좋지.’

 

 

 잠시 동안 후회한 프레이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래도 돈은 아끼는 것이 좋다. 나름대로 연금이 들어온다고는 했지만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 프레이가 푹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이 자식, 부딪혔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냐!”

 
작가의 말
 

 -Alone Talk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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