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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천(四天)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1.8

100년에 한 번 인계(人界)로 내려가는 문이 열린다.
하늘의 천인들이 축복을 땅으로 내려주며 인계의 풍요를 빌고 그들이 비는 제사를 받기 위해.

이 이야기는 문을 열기 위한 일행들의 여행이야기.
하늘 위 네개의 장대한 대륙, 사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1. 화공의 붓과 칼
작성일 : 17-11-08 20:15     조회 : 518     추천 : 0     분량 : 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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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세상은 왜 이다지도 아름다운 걸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운은 질문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와 그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붓을 들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눈이 부셔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이 세상을 그는 화폭에 조심스레 그려 넣었다. 붓이 지나는 길마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나고 시냇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그림을 그리던 여운은 그림을 마구 구기고 찢었다. 세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그림처럼 그는 그렇게 마구 구기고 찢었다.

 

  「왜 세상은 이다지도 아름다운 걸까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머니, 당신은 왜 이 아름다운 곳에 없는 건가요?」

 

  그는 이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듣는 이의 고막에 사지가 찢기는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듯 애잔한 비명을 남기며 그는 그렇게 비명을 질러댔다.

  아들이 비명을 지르는 데도 어머니는 가만히 웃기만 할 뿐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사라질 뿐.

 

 

 -사천(四天)-

 

 

 1. 화공의 붓과 칼

 

 

  “이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한 날 한 시에 함께 태어나 만날 날만 기다리는

  이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북적거리는 장터의 구석에 재미난 볼 것이라도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지나가던 이들은 입담 좋은 장사꾼의 재롱이라도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복 있는 이는 입을 꾹 다물고 앉아있었다.

 

  “저것 좀 보게! 두칠이 딱 자넬 닮지 않았는가!”

 

  “그러는 내 옆에 있는 건 딱새, 자네구만. 저기 코 옆에 점을 좀 보시게나.”

 

  먹이 묻은 붓이 종이 위를 다녀갈 때마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갔다. 집이 지어지고 동물이 울고 사람이 웃는 그런 붓의 도술에 홀리기라도 한 듯 저마다 사람들은 탄성을 질러댔다.

  붓을 움직이는 화공은 그 말들에 힘을 얻은 모양인지 더욱 과감하면서도 빠르게 그림을 그려갔다. 화공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앉아있는 코흘리개 아이들 역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형아, 다음에 나 그려주면 안 돼?”

 

  “아니야! 다음엔 나를 그려준다고 했단 말이야!”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화공, 여운은 붓을 떼었다. 북적이는 장터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모습에 사람들은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여운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자, 그러면 이번엔...”

 

  “한여운!!!”

 

  여운은 다시금 종이에 가져가던 붓을 멈췄다. 이 우렁차고도 단호한 목소리를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림을 그리던 손이 이다지도 가늘게 떨고 있으리라. 그는 뭔가를 먹다가 걸리기라도 한 듯 딸꾹질을 시작했다.

 

  “지... 진아...”

 

  화가 잔뜩 깃들어 있는 목소리 주인의 이름이 여운의 입에서 나오자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뭐야, 무진이 온 거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구만.”

 

  “여운, 다음에는 언제 도망쳐 나올 거야?”

 

  “다음 그림은 꼭 나한테 넘겨야 해?”

 

  어색한 웃음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면서 여운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화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진이 간밤에 잡은 야차를 관아에 넘기고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다지도 일찍 돌아올 줄은 몰랐던 여운은 손을 서둘렀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손이 제대로 화구를 정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너 또!”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여운의 뒷덜미를 잡고 번쩍 일으키는 무진의 움직임에 여운은 자신의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무진을 이길 수 없는걸.

 

  “나, 다 나았어!”

 

  여운이 버둥거리며 말했지만 무진은 전혀 듣지 않았다. 그는 신경질 적으로 여운을 일으켜 세우고 나서 화구를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정리를 많이 해본 것인지 그 손놀림은 빠르고도 정확했다. 그림에 구김이 가지 않게 하면서 아직 덜 마른 그림이 행여 다른 곳에 묻거나 번질까를 염려하여 천을 덧대어 말아 화통에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

 

  “진짜야! 자, 봐! 이제 얼굴 안 빨갛잖아? 다 나았다는 증거라고!”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여운이 혹여나 또 탈이 났을까 걱정하는 무진을 향해 여운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건강함을 어필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정도에서 넘어갈 무진이 아니었다. 그는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펄펄 끓던 여운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 주었었다. 이렇게 빨리 나을 리가 없었다.

 

  “집에 가자.”

 

  “내가 얼마 만에 나온 건데!”

 

  항의하며 투덜거리는 말을 깨끗하게 무시하며 무진은 화통과 화구를 재빠르게 들고 꽤나 무서운 눈초리로 여운을 보았다.

 

  “또 들쳐 엎고 갈까?”

 

  “아니... 내 발로 갈게.”

 

  짐짝처럼 무진에게 들쳐 업혀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여운은 입을 삐죽거리면서 무진을 따랐다. 전에 무진의 어깨에 짐처럼 얹어져 돌아가던 때의 그 승차감이란!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았다.

  여운은 투덜거리며 무진의 뒤를 따랐다.

 

  “다 네 그 비실거리는 몸을 탓해.”

 

  바람이 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벼운 몸과 조금만 추워져도 감기에 걸리는 빈약한 면역력, 조금 오래 걸었다 하면 지쳐서 쓰러지는 어마어마한 체력을 가진 여운은 무진에게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말대로 여운은 비실거리는 몸을 갖고 있었으니까.

 

  “꼭 열심히 수련해서 너보다 더 강해질 거야!”

 

  “퍽이나.”

 

  입을 삐죽거렸지만 여운은 더 이상 항변하지 않았다. 이 저질 몸뚱아리에서 벗어나고자 얼마나 많은 노력의 날들을 보냈었던가. 몸에 좋은 음식부터 시작해서 의원에서 체질에 맞게끔 잘 지어낸 약도 다 챙겨먹었었고 매일 아침 달리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었다. 검도 제일 가벼운 것을 구해다 휘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는 가. 다 부질 없는 것을.

  여운이 했던 그 모든 것들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정말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없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의원이 연구해 보고 싶다며 감탄할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으리라.

 

  “으아~ 저주받은 몸뚱이!!!”

 

  여운은 한탄했다. 무진은 그런 여운을 슬쩍 바라보고 피식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붙어 자라온 이 약해빠진 친구이자 가족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노라 여기며 그는 여운의 머리를 꾹 내리눌렀다.

 

  “으악!”

 

  짤막한 비명을 내지르는 여운의 행동을 무시한 채 그는 뿌듯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여운은 투덜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정돈했다. 언젠가 모두 갚아 주리라 다짐하지만 그 언젠가가 도통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그는 한숨을 내뱉었다. 설마,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돈을 벌려고 그림을 그리는 거라면 그만 둬.”

 

  “헹~ 내가 몸은 약해도 돈은 너보다 잘 버는데?”

 

  무진을 약 올리듯 여운이 가슴을 쫙 피며 답했다. 야차들을 잡아다 관청에서 돈을 받는 무진보다 더욱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여운은 당당했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 버는 돈보다 평화로운 일을 하면서 버는 돈이 수입도 많다면 그거야 말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안 돼.”

 

  “왜?”

 

  “또 납치당한다.”

 

  짤막하면서도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한 마디에 여운은 입을 잔뜩 삐죽였다. 그림 값과 몸값을 노리고 자신을 납치했던 도적들을 떠올리자 괜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때의 일을 교훈삼아 그림을 그려 파는 것을 그만 두려고도 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납치당하면 무진이 또 구해줄 거잖아?”

 

  “안 구해줄 거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는 무진의 모습에 여운은 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옆에서 도와주고 보살펴준다는 것을 그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가족이니까.

  여운은 헤실헤실 웃었다. 그 모습에 무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차 바퀴에서 튕겨 나온 돌멩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운을 계속해서 감당할 수 있을지 무진은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거기까지 하는 게 어때?”

 

  “뭐가?”

 

  못마땅한 듯 툭 내뱉어진 무진의 말에 여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여운은 눈을 껌뻑였다.

  둘은 어느새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를 벗어나 산길에 접어들어 있었다. 최근 들어 자주 출몰하는 야차들 때문에 낮에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그저 가끔가다 떨어지는 나뭇잎만이 천천히 길에 내려앉았다.

 

  “여운이인 척 그만해.”

 

  무진의 말에 여운이 폭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말이 너무나도 재미있다는 듯이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언제부터 안 거야?”

 

  미친 듯이 웃어재끼던 여운 아니, 여운의 얼굴을 한 이가 웃음을 갑작스레 멈추고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무진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언제부터 이 녀석이 나왔는지 눈치채는 것은 쉬웠다.

 

  “네가 저주받는 몸뚱이라고 말할 때.”

 

  “그럼 거의 나오자마자 알았다는 거네?”

 

  재미없다는 듯 툴툴거리며 여운의 얼굴을 한 소년은 입을 삐죽였다. 속아 넘어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된 것이 매번 자신이 나오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재미없어.

 

  “너랑 여운이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니까. 이번에는 왜 나온 거야?”

 

  그 날,

  여운이 주저앉은 붉은 마당 가득 흥건하던 그 핏빛 바다를 무진은 다시금 기억해 내었다. 이 녀석이 나올 때면 항상 떠오르는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잊을 레야 잊을 수 없는 그 잔혹한 감각에 무진은 살짝 눈을 감았다.

 

  “그야, 야차를 잡는 건 여운이 아니라 내 역할이니까.”

 

  소년은 예쁘게 웃었다.

  무진은 체념한 듯 자신이 갖고 있던 여운의 붓통을 넘겨주었다. 산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줄곧 느껴진 날선 감각. 이 익숙한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무진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운은 결코 이 뒤에 일어날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이 녀석이 나왔다고 해서 갑자기 여운의 능력치가 엄청나게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건 여운의 몸이야. 아직 감기도 다 낫지 않았다고.”

 

  “알아.”

 

  약간은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여운의 얼굴을 한 소년은 붓통에서 짤막한 칼 하나를 꺼내들었다. 칼집에 고이 들어있던 칼날이 날선 빛을 내뿜었다. 무진은 한숨을 내뱉었다.

  여운의 몸을 독차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년은 신이 난 듯 기지개를 켰다. 무진은 소년의 저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이 신이 나서 난동을 부리게 되면 분명 내일 여운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렌!!! 내가 적당히 하라고 분명 말했다!”

 

  “그래도 진아~”

 

  여운 아니, 렌이라 불린 소년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칼끝에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며 혀를 빼물었다.

  렌과 무진의 주변에는 어느 샌가 야차들이 잔뜩 모여들고 있었다. 사냥을 하러 나선 듯한 그 모습에 무진은 자신의 허리춤을 꽉 쥐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 속에서 렌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무진을 보았다.

 

  “이런 재미있는 상황에 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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