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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의 첫 페이지
작가 : 현주빛
작품등록일 : 2017.11.6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와 과거에 얽매여 사는 한 남자가 만들어 가는 로맨틱 스릴러! 특별한 능력을 가져 혼자가 된 추리소설가 성준은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출판사 마케팅팀장 수민을 만나 직진 로맨스를 펼치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2. 그 남자의 사정
작성일 : 17-11-08 19:44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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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은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가진 '이 능력'을 12년 만에 밟아 본 고국 땅에서 10분 만에 쓰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의 과거를 엿보는 추악한 능력은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이의 머리카락이 자신의 몸에 닿았을 때 여가 없이 발현되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두피에서 영양분을 얻어 사람들의 추억을 보관하고 그 사람의 성향을 알려주는 일명, 기억저장장치이다. 성준은 그 '기억저장장치'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과거를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용한다기보다 성준 에겐 선택의 여지 없이 '보여 진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는 병과 같은 이 특별한 능력을 고치기 위해 미국의 각 분야별로 유명한 의사, 과학자, 심리학자 심지어 수의사에게까지 상담을 받았으나 원인도, 이유도 알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화학적 작용이라든지, 선천적 감각 발달과 같은 전문적인 견해는 피상적인 관찰일 뿐, 성준이 머리카락의 주인에게 빙의가 되어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그에게 옮겨오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고칠 길이 없었던 성준은 이 특별한 능력을 저주로 생각하여 스스로를 고독으로 밀어 넣었다.

 

  개인주의가 지배적인 미국 사회에서는 억지로 사람을 피하지 않아도 좋은 핑곗거리가 있었기에 다른 이의 과거를 볼 일은 별로 없었는데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기에게 안겨든 중년 여자 덕분에 12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의 과거가 파노라마 영상처럼 성준의 뇌 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다른 이의 과거를 볼 때마다 훔쳐본다는 역겨운 기분과 함께 갑작스러운 많은 정보로 인한 두통을 견뎌야 했다.

 

  그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유년 시절의 왕따 그리고 책 한 권의 성공으로 얻은 명예와 돈, 벤자민 출판사, 10주년 북 콘서트…… 전 수민!

 

  눈을 번쩍 뜬 성준은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안겨든 중년 여자를 꿰뚫어 보듯 쳐다보았다. 연고지도 없는 한국에 굳이 왔어야 했던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그녀'를 이 중년 여자의 인생 한 조각에서 만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과 부딪혔던 키가 작은 남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성준의 뇌를 거치지 않고 흘러갔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머리카락의 주인이었다.

 

  “저 ‘순수와 관능’ 작가 정 경희에요. 베스트셀러이니 물론 읽어보셨겠죠? 특별히 제 연락처를 드리죠.”

  “벤자민…… 출판사와 계약을 맺으시나 봐요?”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는 여자의 명함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성준이었다. 정 작가 역시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준을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명함을 그의 셔츠 앞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정 작가의 요사스러운 손이 자신의 가슴 앞에 얼쩡거리는 것도 모른 채 성준은 정 작가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그녀'가 여전히 벤자민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정 작가와 '그녀'는 중요한 계약으로 얽혀있다. 또한 중년 여자가 '그녀'를 고지식한 불통이라 여긴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분명 또래들보다 애 늙은이 같은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라며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궁금하시면 연락해주시면 되겠네.”

 

  성준의 웃음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한 정 작가는 매우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분명 이것은 썸이다! 정 작가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40년 평생의 솔로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작가님! 작가님!”

 

  이때 정 작가의 착각을 단호하게 깨버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준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이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그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에게 점점 가까이 달려오는 하얀 셔츠의 수민을 바라보았다. 성준의 심장은 수민의 걸음걸이에 맞춰 쿵쾅거렸다.

 

  '드디어 찾았다!'

 

  자신에게 보내는 미소가 아님에도 수민의 미소가 여전히 아름답고 포근하여 성준은 그녀가 마치 자신에게 뛰어와 안겨들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드디어 찾았다!"

 

  환한 미소로 정 작가의 앞으로 한걸음에 뛰어온 수민은 그녀의 커다란 캐리어를 뺏어 들고서 다부지게 말을 이었다.

 

  "도망칠 생각 마세요! 작가님."

  "도망치긴 누가 도망쳐! 난 그저 힐링 타임이 필요했을 뿐이야!"

 

  정 작가의 앙칼진 대답에도 수민은 헤실헤실 웃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못된 행동이나 말을 해도 그녀의 행방을 찾은 이상 모든 것을 용서해주리라 마음먹었다. 파리로 떠나지 못하게 막아 다시 콘서트홀로 데려갈 시간은 충분했다.

 

  "팀, 팀장님! 다행이에요. 저는 떠나기 싫었는데…… 선생님이 억지로 제 핸드폰도 뺏었어요!"

 

  정남은 수민을 보자 울분을 토해내듯 그녀에게 매달려 앙탈을 부렸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일러바치듯 미주알고주알 온종일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 작가가 위약금을 물까 봐 일부러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 자신은 끝까지 말렸는데 고집부려 공항에 온 것, 250명을 부른 김 작가에게 질투하여 심술부린 것, 심지어 모든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성준을 가리키며 억울한 듯 외쳤다.

 

  “공항 와서는 파리 가는 것도 잊고 저분에게 작업을 걸었어요. 저 잘생긴 분은 무슨 죄에요!"

  "야야! 너 도대체 누구 편이니?"

 

  정 작가가 정남을 무섭게 노려보자 정남은 재빨리 수민의 뒤에 숨었다. 수민의 시선이 정남이 가리킨 성준에게로 닿았다. 성준은 내심 기대했다. 12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 역시 자신을 바로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성준의 기대와 달리 수민은 낯익은 얼굴에 고개를 몇 번 갸우뚱하더니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소심한 목례를 건넸다. 자신을 몰라보는 그녀에게 적잖은 충격을 받은 성준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수민은 정 작가를 붙잡고 사정을 했다.

 

  "작가님, 저희 출판사 재정 상황 잘 아시잖아요. 이번엔 무료로 콘서트를 여는 것이라 수익성도 없고, 작가님 섭외비에 모든 지출이 소비되었는걸요. 이번만 이해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절실했다. 지금껏 자신이 추진해온 일들은 모두 호평을 받았고 결과도 좋았다. 자신이 회사의 손해를 갚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자신의 커리어에 금이 간다는 것은 용납하지 못할 일이었다.

 

  "이번에 콘서트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저는……"

 

  수민의 간절한 표정에 정 작가는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사실 천성은 착한 정 작가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될지 몰랐다.

 

  그냥 고집만 몇 번 부리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될 것이라 여겼지만 결국 자존심 챙기고자 공항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김 부장에게 팩스를 보낼 때도 내심 공항으로 자신을 찾으러 와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아직 마음이 모두 풀리지 않은 정 작가는 괜히 툴툴거렸다.

 

  "재정이고 지출이고 내 알 바 아니잖아! 흠흠, 그보다 보조, 지금 몇 시야? 떠날 때 안됐어?"

 

  정남의 시계는 이미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적어도 1시간 전에 티켓 팅을 했어야하는데 우연히 부딪힌 미남자에 한눈팔려 시간을 놓쳐버리고 만 그들이었다. 이미 파리행 비행기는 탑승준비를 끝마쳤을 시간이었다.

 

  정남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렸으나 정 작가가 우악스럽게 그의 팔뚝을 잡아끌었다. 시간을 확인한 정 작가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정남의 머리채를 잡을 것만 같았다.

 

  모든 상황이 수민의 뜻대로 흐르고 있었건만 정 작가는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공항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저기……"

 

  잠자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준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자신이 나서준다면 수민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그였다.

 

  정 작가는 잊고 있던 미남자의 존재에 갑질해대던 자신의 본 모습을 지워내고 그를 향해 작업 미소를 날렸다. 성준은 최대한의 상냥한 얼굴과 그윽한 목소리로 정 작가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우연히 들었는데…… 작가님, 오늘 북 콘서트 하시나 봐요?"

  "아, 저기…… 그게."

 

  정 작가는 자기도 모르게 눈알을 굴렸다.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 작가의 눈에 비친 미남자는 이미 자신에게 빠진 듯했다.

 

  저 남자와 인연을 맺으려면 지금 당장 파리를 떠나는 것보다 자신의 콘서트로 데려가는 것이 이득이었다.

 

  "제가 '순수와 관능'을 굉장히 감명 깊게 봤는데, 작가님을 이렇게 만난 것이 운명 같아서… … 자리만 있다면 그 콘서트 보고 싶은데……"

 

  성준은 스스로 생각해도 닭살 돋는 멘트에 수민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민은 오로지 정 작가만 콘서트장에 데려갈 생각밖에 없는 듯했다.

 

  정 작가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수민은 울며불며 사정하는 것보다 이 남자를 이용하여 정 작가를 끌고 가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저희 정 작가님 팬이시라면 당연히 자리를 마련해드려야죠. 제가 책임지고 콘서트장으로 모실게요!"

  "아……!"

 

  초롱초롱한 수민의 눈빛에 성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의 옹알거리는 입술, 다정한 눈빛, 붉게 오른뺨, 이 모든 것이 그리웠던 성준이었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성준에게 수민은 재빨리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제 소개가 늦었죠? 벤자민 출판사 마케팅팀장 전수민입니다."

 

  그녀의 명함을 받아든 성준은 셔츠 포켓에 있는 정 작가의 명함과 달리 한 글자 한 글자 자세하게 훑어보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자신의 볼을 꼬집어도 보았다.

 

  "작가님!"

 

  수민은 다시 한번 정 작가를 애타게 불렀다. 정 작가는 고심하는 척했다. 손바닥 뒤집듯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마음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미남자가 자신에게 한 번 더 애원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었기에 정 작가는 성준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눈치챈 성준은 힘주어 말했다.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좋아. 나의 팬의 간곡한 부탁이라면 들어드려야지. 보조! 짐 들어."

 

  사실 정 작가는 성준이 자신의 콘서트에 오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을 정했다.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 저 남자를 쟁취하겠다고!

 

  그녀의 야망 가득한 눈빛을 모를 리 없는 수민과 정남은 정 작가 몰래 엄지를 치켜들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 있게 앞장서는 정 작가를 뒤로 수민은 '고마워요'라고 성준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성준은 그런 그녀에게 눈웃음으로 답을 했다. 그의 반달처럼 굽어지는 눈가가 낯설지 않은 수민은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

 

  다행히 콘서트는 시간에 맞춰 시작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정 작가를 데려온 수민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콘서트장에서 오매불망 수민을 기다리던 그녀의 팀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앙 무대에 정 작가만을 위한 조명이 켜지며 콘서트장의 팬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으로 정 작가를 맞이했다. 무대에는 정 중앙에는 커다란 빔프로젝터에 띄운 정 작가의 얼굴과 이력이 장황하게 적혀있었기에 그제야 그녀가 작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천덕꾸러기와도 같던 정 작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프로페셔널‘한 정 경희라는 사람만이 있었다.

 

  반갑게 팬들과 인사하는 정 작가의 모습을 보자 수민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긴장이 풀려버린 수민은 무대 뒤쪽에 따로 준비되어 있던 스태프 좌석에 풀썩하고 앉았다.

 

  중반으로 들어선 콘서트에 어느 정도 안식을 취한 수민이 자신이 마련해준 자리에 앉아 있는 성준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정 작가의 재치 있는 말솜씨에도 전혀 웃고 있지 않는 남자를 보자 의아했다.

 

  팬이라 자처한 그이지만 정 작가의 콘서트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도 눈치챘지만 더 이상의 만남은 없을 사람이라 여겼다.

 

  “같이 온 남자 누구예요?”

  “은인이라고 해야 할까?”

 

  마케팅팀의 막내가 수민의 시선 끝에 누가 있는지 알아채고 물었다. 수민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가 꼭 자신이 처한 곤경을 모두 파악한 듯이 앞장서 도와준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마케팅 팀장님이시죠? 막간 인터뷰 가능할까요?”

 

  그때 한 기자가 수민을 불러 인터뷰를 청했다. 기자를 따라 대기홀로 나가던 수민은 자신을 쳐다보는 성준의 눈빛은 끝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벤자민 출판사는 10주년을 맞아 북 콘서트를 무료로 열었는데요. 다른 출판사와는 차별되는 행보에요. 이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처음에는 저희 출판사의 베스트셀러를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리거나 10주년에 맞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따로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그동안 벤자민 출판사가 걸어온 길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저희 출판사는 늘 독자와의 소통을 원했어요. 출판사의 역할이 작가와 독자 간을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생각했기에 그에 맞는 이벤트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번 북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분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반은 성공한 것 같아요."

 

  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한 수민은 만족한 미소를 보였다. 아침에 고생했던 모든 일이 보답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벤자민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어떤 출판사로 인식되길 바라세요?”

 

  수민에게 던졌던 여러 가지 질문 중 가장 어려웠다. 문득 수민은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시한부 인생이었던 아버지는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 그에게 있어 책은 고통과 두려움에서 멀어질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수민은 그 도피처가 안락하길 바랐다.

 

  "안락한 출판사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안락이요?"

 

  기자의 되물음에도 수민은 지그시 미소만 지었다. 같은 여자인 기자가 봐도 황홀한 미소였다, 기자는 붉어진 얼굴을 손부채 질을 하며 되물었다.

 

  “흠흠, 그 안락하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이죠?”

  “저희 출판사의 책을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지고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허한 사람, 고통스러운 사람 혹은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그 마음을 다독여주는 안락한 출판사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질문에 뻔한 답이긴 한데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요. 엇! 인터뷰는 여기까지 할게요. 콘서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민은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홀로 대기실로 나온 성준을 알아보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벌써 가시게요? 정 작가님께서 섭섭해하실 텐데……”

  “장시간 비행기를 탔더니 피곤해서요.”

 

  성준의 대답에 수민은 아차 싶었다. 그를 배려해주지 못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며 재빨리 사은품인 시집 하나와 작은 안개꽃 다발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드라이플라워로 만든 안개꽃이에요. 여러 꽃말이 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사랑의 성공’이에요. 오늘 하루가 뜻깊은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안개꽃을 받아든 성준은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말…… 취향은 여전하네.”

  “네?”

 

  수민은 이해할 수 없는 성준의 말에 되물었지만, 그는 끝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서 무엇인가 답을 갈망하고 있다는 느낌만을 받았다. 그렇게 13년 만의 만남은 다시 쓰여 질 두 남녀의 첫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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