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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채강
눈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현아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1화] 소를 잡자
작성일 : 17-11-08 17:29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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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1화] 소를 잡자

 

 하필이면 타고난 재능이 살인뿐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재능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 재능을 어찌 써먹을 수 있을까? 킬러라도 될까? 아님 국정원 직원? 킬러는 범법자에 불과할 뿐이고, 국정원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내게는 공부하는 재능 따위는 없다. 빌어먹을 TO부정사.

 

 그러니 내가 재능을 써서 할 수 있는 일은 소를 잡고 정육점에서 소를 써는 것 정도였다. 딱히 천부적인 재능 따위는 필요 없는 일이었지만, 그나마 관련 재능이 있다고 남들보다는 일을 쉽게 그리고 잘 하긴 했다.

 

 그래봤자 정육점 주인이다. 소를 잘 잡는다고 막대한 부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월드스타가 되서 환호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먹고 사는 거다.

 

 덕분에 아직 연애도 못해봤다.

 

 한 가지 꼭 밝히고 싶은데, 정육점 주인이라고 다 백정처럼 생긴 건 아니다. 어디가면 훈훈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키도 적당히 큰 편이고 몸도 적당히 좋은 편이다. 속된 말로 핏이 괜찮다. 대화? 잘하는 편이다. 대화 센스도 있다고 듣는다. 그런데 내 직업을 말하는 순간 다들 멀어진다. 하아...

 

 하긴 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 왜냐면 사람을 볼 때마다 살인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살인점은 내가 만든 말이다. 영어로는 Killing point라고나 할까? 딱 보면 상황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척하고 보인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냥 그런 걸 안다.

 

 이런 능력을 발견하고는 어떤 이름을 붙일지 고민했었다. 살인법? 킬링웨이?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뭔가 딱 하나의 방법을 집어낸다는 의미에서 살인점이라 명명했다. 어릴 때, 정한거라 좀 오글거리지만 익숙해져서 그냥 쓰고 있다.

 

 어쨌든, 문제는 내 이 능력을 사람들이, 특히 여자가 느낀다는 점이다.

 

 “채강씨는 그냥 보면 훈훈하게 생겼는데, 가끔 눈빛이 무서워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여자들도 분명히 눈치 채는 거다. 살인자인 내 본성을.

 

 때때로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당연하다. 노래를 잘하면 노래하고 싶다. 나는 살인을 잘하니까, 죽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내 직업으로는 그 욕구를 다 잠재우기가 쉽지 않다.

 

 왜냐면, 도축은 법적인 절차가 있어서 따라야 하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시골로 내려간다. 시골에서 가끔 불법 도축을 해서 고기도 나눠먹고 잔치도 할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한다. 마취도 없이 순식간에 소를 죽이는 것이다. 그 순간, 희열을 느낀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실력 발휘하는 날.

 

 소가 내 앞에 왔다. 눈망울이 다른 소보다 컸다. 물론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죽이는 것에만 관심 있으니까.

 

 칼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도축 방법은 ‘매우 빠르게, 죽은지도 모르게’이다. 그래야 고기가 맛있다. 그리고 나도 그 세련된 일처리에 스스로의 재능과 실력을 확인하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소가 나를 쳐다본다.

 

 ‘이 새끼... 뭘 그렇게 쳐다보지?’

 

 조금 당황스럽다. 보통은 이렇지 않는데, 소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마치 사람처럼.

 

 ‘사람? 사람이라고?’

 

 갑자기 복받쳐 오르는 희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내겐 꿈같은 일이었다. 역겨워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재능을 타고 났으니까. 당신이 노래를 잘한다면, MAMA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 해보고 싶지 않겠나? 내게 사람을 죽인다는 건 그런 거다.

 

 대신 현실은 냉정하다. 재능이 있다고 해서 최고의 무대에 항상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건 소수의 축복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다. 신은 내게도 무대를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대를 스스로 만들어 활약하고 싶지도 않다. 그랬다간 범법자가 되어 사형당하고 말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죽이고 싶다.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소가 사람 같다. 갑자기 설렌다. 가슴이 뛴다. MAMA 무대 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중심 정도는 되시겠다. 칼을 더욱 잘 갈아올 걸 그랬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 유사 살인을 할 수 있다.

 

 [자네... 날 죽일 건가?]

 “네?”

 

 뒤를 돌아봤다. 시골 이장님이 미소를 짓고 계신다.

 

 “거, 한 사장 솜씨 이야기는 잘 들었지. 젊은 사장님이 아주 기가 막히게 소를 잡는다고 소문이 자자혀. 맛있게 좀 부탁혀~”

 “네. 알겠습니다.”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 다시 소를 쳐다봤다.

 

 [나를 죽일 거냐고 묻질 않나?]

 “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 넘어졌다.

 

 “뭐... 뭐야!”

 “아이고 한 사장. 괜찮은가? 무슨 일이여?”

 

 이장이 와서는 나를 살폈다. 하지만 나는 이장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분명히... 소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뭘 그리 놀라고 그러는가...]

 

 씨X. 소가 지금 말하고 있는데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저 소새끼는 뭔데 저렇게 침착하게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걸고 있는 건가? 하물며 중저음의 목소리다. 소가 그렇게 위엄 있지 말라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공포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든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나는 살아 있는 것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건달이고 깡패고, 심지어는 대통령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저 소새끼가 나를 질겁하게 만들었다.

 

 [하긴... 소가 말을 거니 놀라는 게 당연하지... 그냥 사람이다 생각해주게.]

 

 “이장님! 저 소가 하는 소리 들려요?”

 “아이고... 참... 한사장도 당해 버렸구먼... 저 소가 요물이 맞단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장은 잠시 쭈뼛쭈뼛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거시기... 이 소가 보통 요물이 아닌 거라... 가끔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람으로 변해서 여자들을 겁탈한다는 말도 있고... 이 소 때문에 놀라서 심장 가라앉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여. 그러다보니 마을 사람들이 이 소를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한 사장을 부른 거여. 그런데 한 사장도 뭔가 소리가 들리나 보구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납득이 됐다. 무엇보다 내가 저 소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야! 이 소 새끼야! 어쩌자는 거야!”

 

 [어허... 어쩌자는 거긴. 날 죽이지 말아달라는 거지. 이 마을에 내가 너무 오래 있었나보군. 살려주면 마을에서 떠날 테니 그냥 보내주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가만 보자... 소가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으니, 이 소를 죽이면 결국 사람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우와. 절호의 찬스다!’

 

 음악 중심보다 한 단계 위의 무대가 마련됐다. 콘서트 정도? 이 무대에서 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왔다.

 

 나는 갑자기 신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칼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소를 향해 다가갔다.

 

 “음메~”

 

 당황하고 있는 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보시게. 왜 이러는가! 그냥 보내 달라 하지 않는가? 피 봐서 좋을 게 뭐 있다고 이러는가?]

 

 “소 양반. 이제 슬슬 쫄리는가봐?”

 

 나는 미소를 지었다. 흥분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어쩌면 소를 죽이는 순간 절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허! 이보게! 이봐요! 잠시만!]

 

 소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소가 발광을 하기 시작했지만, 상관없었다. 내 칼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정확한 지점을 향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소는 온 몸에 마비를 느끼고 그대로 주저앉게 될 것이다.

 

 ‘끼이이익~’

 

 오토바이가 서는 소리였다. 그리고 한 여자가 내렸다. 그 여자가 내 쪽으로 왔다.

 

 “이장님! 불법 도축하시면 안돼요!”

 

 방해자다. 빨리 일을 해치워야 했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잠깐! 살려주면 소원을 들어줄게!]

 

 ‘멈칫.’

 

 소원을 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든 멈칫하게 되어 있다.

 

 [그래. 그래. 옳거니. 딱 좋아. 내가 슥 지나갈테니까... 그냥 놔두라고. 여기만 나가면 바로 소원을 들어줄 테니.]

 

 소가 천천히 내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새끼치고, 진짜로 그렇게 해주는 놈을 본적이 없다. 나는 칼을 들었다.

 

 “허가 없이 소 잡으면 안돼요!”

 

 여자가 내게 말했다. 칼이 맹렬히 소에게 돌진했다.

 

 [아! 이 새끼가!]

 

 -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정신을 잃은 건지, 의식을 잃은 건지, 순간의 기억을 잃은 건지 알 방법이 없다.

 

 “여기는... 어디야?”

 

 나는 이상한 곳에 와 있었다. 소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그 소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것이었다.

 

 “요물이라더니... 진짜 요물이 맞았어...”

 

 순간 머리가 아파와 얼굴을 찌푸렸다. 그때 머릿속에서인지 귀속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소의 목소리가 떠올랐거나 혹은 들렸다.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은데, 소원 들어줬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지만, 소는 보이지 않았다. 푸른 둔덕들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으악!”

 

 나는 밑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쪽팔렸다. 원래 그리 잘 놀라는 스타일이 아닌데, 험한 일을 겪어서 그런지 담이 쪼그라 들었나보다.

 

 “여기가 어디에요! 어떻게 된 거에요?!”

 

 여자애가 소리를 쳤지만, 소리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왜냐면, 나도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니까.

 

 “미... 미안한데요. 나도 지금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여자에게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줬다. 그 여자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믿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금 상황이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소가 아저씨 소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고요?”

 “아저씨 아닌데... 어쨌든 나는 소원을 빈 적도 없고, 또 소새끼 목소리는 한번 엿 먹어보라는 느낌이었다고.”

 “그러니까 왜 불법 도축을 하려고 그래요! 아... 짜증나... 괜히 나만 휩쓸린 거잖아...”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제 이름은 현아진이에요. 올해 21살이고요.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졸라 행복했는데 이렇게 됐어! 아아악!”

 

 아진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죄송해요. 제가 가끔씩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요.”

 

 나는 이 특이한 종자를 보고 오늘 하루 일진이 정말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는 한채강이에요. 올해 37살이고. 정육점을 하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아진의 목을 봤다. 선명한 혈관이 눈에 들어왔다. 저 길만 끊으면 아진은 죽는다. 아니 모든 사람은 죽는다.

 

 “아저씨.”

 

 아진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살려주세요.”

 

 아진의 몸이 간신히 떨림을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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